영 산 남 기 맥 종 주 기

영산남기맥이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호남정맥이 분기되어 전라남북도 내부를 가르며 장안산 팔공산 마이산 내장산 백암산 산성산 무등산 지나 광양 백운산을 향해 가다 화순에서 보성땅 넘어가는 웅치 고개마루에서 국사봉을 지나 삼계봉 가기 중간쯤 있는 헬기장에서 바람재로 빠지는 능선이 영산강의 남쪽 울타리 구실을 한다
이 영산남기맥은 땅끝기맥과 중첩되어 각수바위 월출산 월각산을 지나 밤재로 자지러졌다 급경사를 치고 오른 벌매산에서 땅끝기맥은 왼쪽 낮은 산등성이를 아우르며 흘러 두륜산 달마산 등 남도의 명산을 두루 섭렵하면서 땅끝마을 갈두리 사자봉 밑 바닷가에 있는 땅끝탑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영산남기맥은 벌매산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확실한 암릉 줄기를 이루고 있는 가학산 흑석산 두억봉을 거쳐 영암군 미암면 남산리까지 뻗어있는 영암군과 해남군의 경계능선을 말한다

영산남기맥과 땅끝기맥의 공통부분인 벌매산까지의 구간을 제외하면 벌매산에서 남산리 바닷가 819번 도로까지 도상거리 약13km가 영산남기맥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정확히 그 끝이 어디까지냐 하는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겠으나
산줄기에서 북쪽으로 떨어지는 물이 어디까지가 영산강으로 흘러드는가를 살펴보면
두억봉 바로 지나서 무명봉에서 북쪽으로 흘러 도면상 향양으로 빠지는 능선 우측물이 영산강과 관계가 있고 그 후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영산강과 관계없이 바닷가 좁은 들을 흘러 막 바로 바다로 흘러든다
고로
강의 개념만으로 따진다면 두억봉 지나 동서로 길게 누운 능선 끝지점에서 향양으로 연결되어 비산비야를 달리는 능선을 영산남기맥이라 부를 수가 있겠다
그러나 산줄기의 연속성으로 따져 보았을 때 도면상 해안가를 빙 돌아 160봉에서 잠두리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자연스러운 맥일 것이다
나는 여기서 중도 노선을 취하여 산줄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서해안으로 가다 바닷가 영암 해남 경계지점까지를 영산남기맥으로 정하고 답사에 나섰다

이는 단순히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나 자신의 개인적 안목에서 결정한 것으로서 참고삼을만한 가치는 없다할 것이다
다만 뚜렷한 산줄기가 거기에 있기에 이 줄기를 조석필씨의 산경표를 위하여에서 영산남기맥으로 부르고 있으니 후학이 한번 답사를 해보는데 의미를 둔다고 할 것이다

참고적으로 정확한 영산남기맥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향양으로 해서 선황산을 거쳐 독천 동아전문대 뒷산 어름으로 해서 바다로 빠지는 능선을 찾아야 할 것이나 전부 논이고 밭이고 수로고 하다 보니 그 맥을 찾는다는 것은 좀 무리일 것 같다
이것도 온전히 나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지형도보고 판단한 것으로 틀릴 수도 있음을 알려 드리며

♠정확한 줄기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으시면 알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두억봉 지난 능선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영산강과 전혀 관계가 없이 제 스스로 알아서 바다로 직접 흘러들게 되는 것이다


구간 흑석산군 흑석산구간

일시 2002. 5. 4 (토) 흐림 갬 맑음 신경수 송영희

구간거리 : 14.3km 기맥거리 : 11km 접근거리 : 1.1km 하산거리 : 2.2km

구간시간 13:00 기맥시간 9:10 접근시간 1:10 하산시간 1:10 휴식시간 1:30

















오랜만에 토 일 연휴다
상당히 오래전에 예약해둔 23시34분 광주행 기차를 타기 위해 처와 함께 영등포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광주에 4시17분에 도착하여 거의 기계적으로 택시를 타고 광천 종합버스터미날로 가 5시25분발 성전 경유 해남행 버스를 타고 6시50분 성전에 도착하니 7시에 독천가는 버스를 탈 수가 있었다
시간표에는 6시50분으로 되어 있는데 하루 몇 대 다니지 않는다
이 버스를 놓치면 천상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거리가 가까워서 얼마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낄수 있는대로 아끼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밤재고개 너머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건널목을 건넌다

밤재정류장 : 7:10

구도로 고개마루 주유소를 향해 오른다 세상은 안개속이라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아름다운 머리감는 여인도 보이지 않는다

밤재 : 7:20

전번에 땅끝기맥 할 때는 주유소 뒤 절개지 좌측으로 올랐으나 오늘은 월평가든 뒤로 즉 절개지 오른쪽으로 송전탑을 목표삼아 오른다
22번 송전탑에서 길이 모호해진다

송전탑 : 7:25

오른쪽으로 길이 있는데 아닌 것 같아 무조건 정면으로 잡목을 헤치며 오르다 보니 희미한 길 흔적이 나온다
급경사라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바위 전망대부터 길은 좋아진다

전망대 : 8:05

그러나 미녀봉의 아름다움을 보지도 밟지도 못하고 벌매산을 오른다
이 벌매산은 예전에는 성산(星山)이라 불리워졌는데 어느땐가 순수한 우리말인 별뫼로 볼리다가 자연히 산자가 하나 더붙어 별뫼산으로 불리다가 발음하기 쉬운 벌매산으로 되었다고 한다
마눌이 힘들어한다 속이 거북하다고 아침을 걸은 상태로 초반부터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그리 된 것 같다
준비해 간 빵과 참외 하나로 요기를 하고 땅끝기맥 반대편 능선을 따라 간다

벌매산 : 8:20 8:30 출발

날암릉이 나오면 잠깐 가다 왼쪽으로 내려가도 되고 날암릉을 끝까지 가서 왼쪽 릿지길로 내려가도 되지만 약간은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
짙은 농무(까스)에 세상은 침묵을 지키고 오로지 길따라 무심히 갈 길만 갈 뿐이다
새벽까지 온 비로 인하여 배낭과 신발 옷 모두가 젖어버려 진행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다
시계제로
무명봉에 오르니 약간의 돌무더기가 있다

무명봉 : 9:20

암릉을 조심하여 오르면 암봉이다 짙은 안개속 구름속에 떠 있는 느낌만 받을 뿐 온 세상은 보이는 곳이 코앞일 뿐이다

암봉 : 9:40 9:50 출발

암봉에서 직진길이 좋아 보이나 기맥은 90도로 꺾어 좌측 남쪽으로 진행하다 보면 태인과 호동을 이어주는 십자 안부로 내려서게 된다

십자안부 : 10:00

암릉이 나오면 그대로 넘어서 진행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곳을 지나면 어마어마하게 덩치가 큰 바위가 나온다

암릉 : 10:10

큰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가면 긴 밧줄이 하나 늘어져 있다
큰 바위 옆에 작은 바위 하나가 박혀 있는데 작은바위(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임) 위에서 줄이 늘어져 있는 것이다
큰바위와 작은바위 사이 크랙은 배낭을 메고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어 배낭을 벗어놓고 처를 먼저 올려보내고 난 후 내배낭과 함께 올려보내고
가까스로 크랙 끝까지 가서 밧줄을 잡고 보니 줄이 바위 모서리에 닳아 반쯤 잘려진 상태다 한올한올 풀어져 결국은 잘려 질 것이며 바로 그 순간 사람은 뒤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한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관계하는 분들이 다른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 될 것 같다
우선 해남군과 영암군에 인터넷으로 그 상황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릿지를 잘 하는 사람들은 맨짜로 올라도 될성부르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밧줄 : 10:25

정말 한심한 녀석이다 나라는 인간은....
그래도 나는 산이 좋다

가학산 정상은 약간의 공터에 전망이 끝내줄 것 같은데 뭐가 보여야지
분홍색 코팅지에 까만 유성펜으로 "가학산정산"이라고 휘갈겨 써 놓았다
빗물이 스며들어 젖어 있으니 얼마 안가 자취를 감출 것 같다

가학산 : 10:35 10:45 출발

진행하다 보니 11시부터 능선은 산죽과 철쭉이 엉켜서 연분홍 물감을 풀어놓은 듯 철쭉화원이 계속된다

11시15분 해는 나오지 않았으나 햇살이 따사롭다
아마도 날이 개어가는 것 같다
무명봉을 오른쪽 사면으로 가면 철쭉능선이 계속된다
무명봉 바위 전망대로 오르긴 했으나 가스 때문에 조망은 제로다

암봉(전망대) 11:20

진행하다가 보니 멋진 바위봉이 보이는데 좌측으로 천길 벼랑이다
자세히 생긴 형상을 보니 저팔계 두상처럼 멋지게 생겼다(???)
목 뒤로 오르면 작은 철쭉으로 뒤덮힌 조망이 끝내주는 저팔계 머리 위다

암봉 : 11:30

천상의 길을 걸어 내려오면 좌측으로 길이 있는 전망 좋은 곳을 지나간다

능선삼거리 : 11:45

잠시 오르니 2000년 해남군에서 설치한 오석 정상석에 깃대봉 650m라고 되어 있다 뿌리가 드러나 보이는 대삼각점이 있으며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나 아직은 날씨가 개지않아 전망은 제로다
지형도상 650.3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인데 지형도에 있는 그 다음봉도 높이가 똑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한 오름짓을 더해야 오를 수가 있다

깃대봉(흑석산?) : 11:50

그름이 능선 양쪽으로 넘나들기 시작하며 바람따라 제 몸을 맡기고 있다
순간순간 보이는 가학저수지 쪽빛 물빛이 시야를 끌어당기곤 한다
깃대봉보다 상당히 더 높은 무명봉은 온통 키 작은 철쭉동산이다
좌측 능선이 잘 발달되어 있으나 마고 내려가는 능선이므로 우측으로 간다
이 철쭉동산이 흑석산 정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철쭉동산 : 12:00

다 지워지고 녹슬어 보이지 않은 철제 이정표가 있는 안부로 내려가니 좌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확실하게 나 있다

안부 : 12:10

철쭉동산과 거의 높이가 같은 무명 암봉으로 오르니 열뎃명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흑석산 정상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이 일대가 흑석산이라고 한다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암봉 : 12:15

구름이 걷히며 좌측 조망이 흐릿하게 전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삼거리서 좌측으로 가면 전망바위고 우측 내림길로 간다

암봉 : 12:20

바윗길을 내려가는데 햇님이 방끗 웃는다
안부로 내려서니 좌우로 내려가는 길이 대로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학계리 좌측으로 내려가면 여수리다
약간의 돌무더기가 있고 녹슨 철판 이정표가 있으나 벗겨져 나가 알아 볼 수가 없다
좌우 내려가는 길엔 표시기들이 난무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한다

가리재 : 12:50 13;15 출발

잠시 두억봉을 오르다 뒤를 보니 세 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서로 아름다음을 뽐내며 세상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무명봉 오르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가리재까지는 어느 국립공원 못지 않게 산세도 좋고 길도 좋아 애로 사항이 없었는데 두억봉 오르는 길은 길도 희미하고 잡목과 릿지가 가끔 나와 가는 길을 더디게 만들곤 한다

무명봉 : 13:30

두억봉어깨 : 13:40

마지막 릿지에서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도 처를 먼저 올려 보낸다
배낭 내려놓고 미끄러지는 발을 받치고 무릎 꿇고 오른다
그다음 내배낭과 스틱을 올려보낸다
나는 아무리해도 자세가 안나온다 왼쪽 머리 위로 오버로 된 바위가 있어 더욱 그렇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밧줄을 꺼내 나무 밑둥에 걸어 달라고 하여 그걸 붙잡고 올랐다
올라가서 혹시 우회로가 없나 하고 살펴보니 바로 그 바위 옆에 바위가 계단처럼 되어 있어 자일 없이도 오를 수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 또 30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릿지 : 13:50

릿지끝 : 14:10

잠시 올라간 능선은 다시 철쭉능선이 시작되며 두억봉 정상까지 이어진다
조망이 좋고 약한 둔덕을 이루고 있다

둔덕 : 14:20

두억봉 역시 암봉이며 전망은 무지게 좋은데 봉우리 자체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그저 그런 봉우리다
약간씩 좋아지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며 다시 흐리멍텅해진다

두억봉 : 14:25

그럴 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지형을 살펴보니 릿지를 해서 올라선 둔덕에서 서북쪽 방향을 향하는 산줄기를 찾아가야 한다
둔덕으로 빽해서 아무리 살펴보아도 길은 없고 나무들이 빽빽해 뚫을 수가 없다
뚫을만한 옆사면을 찾으면서 가다보니 다시 두억봉 정상까지 오르고 말았다

두억봉 : 14:40

할 수 없지 여기서부터 대각선으로 올라붙는 수밖에...
정상 서쪽 사면이 다행이 키 작은 관목들로 이루어져 있어 큰 어려움 없이 두 능선 사이 계곡 상부를 관통해서 본능선으로 채고 오르니 역시 길이 없다
하이고 고생길이 훤하게 보인다

본능선 : 15:15

5분쯤 가다 기진맥진하여 벌거벗고 땀 닦고 물 마시고 빗물과 땀에 푹 절은 옷 갈아입고 간식 먹고 노닥거리다 또 가시 잡목과 씨름을 한다

능선상 : 15:20 15:35 출발

능선이 서남쪽으로 휘는 지점을 통과한다

서남진지점 : 16:00

좌우길이 희미한 안부에 도착하니 가시천국이다
지도상 만년과 남산리 가는 점선으로 표시된 곳인 것 같다

십자안부 : 16:15

팔다리를 긁혀가며 능선을 짚어가며 진행하다 무심코 내려놓던 다리를 다시 올리고 내려다보니 바로 발 밑에 몸통이 굵고 머리통이 작은 회색빛을 띤 낙엽 색깔 비슷한 뱀이 혀를 낼름거리며 빤히 쳐다본다 기분 나쁜 뱀이다
그냥 그대로 밟았으면 샌달이라 방어 한번 하지 못하고 사망할 뻔했다
또 능선상에서 쉰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상쾌해진다

능선상 : 17:00 17:15 출발

능선의 일부인 전망좋은 마당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 : 17:50

길 흔적이 있다가 이내 끊어지고 맹감나무와 싸우고 관목과 싸우고 이젠 아주 잔솔까지 한몫 거들어 가는 길을 잡아끈다
제발 길 흔적만이라도 좀 계속되기를 바라보며 진행하다보니 왼쪽으로 너른 묘지가 나오고 그 앞으로 뾰족한 봉우리가 보인다
지도보고 확인해 보니 마치 가기전 만년저수지로 빠지는 지능선이 분기되는 지점이다

묘지 : 17:50

삼거리 무명봉에서 길 흔적이 사라진다

능선삼거리 : 18:15

좌측으로 잠깐 가면 길 흔적이 나오며 능선은 남으로 휘어진다
지도상 마치 가기 전 먹색파선이 북쪽으로 뽈쏙 튀어나온 지점인 것 같다

남진지점 : 18:20

10분간 더 가니 역시 세갈래로 능선이 갈라지는데 길은 아예 없다
우측 아래로 거대한 채석장이 내려다보인다
"아 바닷가에도 채석장이란 것이 있구나"
능선을 아예 두부모 썰 듯 싹둑 썰어내 천길 벼랑을 만들어 놓았다

마치 : 18:30

그 채석장 능선으로 붙어야 되겠는데 나무들이 너무 빽빽해 뚫어보려고 해도 뚫리지 않는다
저 채석장 끝이 바로 바닷가 같은데 이런 식으로 뚫다가는 아까운 시간만 살같이 지나가고 길 없는 밀림 가시밭 속에서 밤을 세워야 한다
"그래 탈출하자"
아까 지나온 묘지로 가면 무엇인가 단서가 잡힐 것 같아 빽하다가 빽한 상태에서 왼쪽(북쪽)으로 내려가는 길 비슷한 곳이 보이니
마눌 왈 "이리 내려가면 안될까?"
먼저 내려가라고 하고 나는 묻는다 "내려갈 만해" 그렇단다
가자 밤이 되기 전에....

탈출 : 18:50

내려가는 길 역시 전혀 없다 굴러내리는 작은 너덜이므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지나간다 다 내려왔다 했더니 내려가야 할 방향이 온통 가시밀림이라 뚫기가 불가능하다
나중에 마눌왈 여기서 울음이 나왔다고 한다 새이 생각도 나고 희건이도 보고 싶구 그랬다고 한다
"야 뭐 이런 야산에서 죽을 일 있냐? 내가 있잖아 내가!"
그러면 옆사면으로 가다가 뚫어야 한다
등성이 두 개를 넘어 길을 뚫는 동안 내 팔다리는 쓰라림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닿기만 해도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타이즈 하나 여벌로 가져간 것이 있으나 지독한 오기로 갈아입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을 생각해서 표시기를 촘촘히 떨어질 때까지 달면서 내려간다
좋은 밭둑길로 나선다

산입구 : 19:40

마을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으나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
어둠은 살같이 달려와세상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제법 큰 마을에 물어 볼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마음이 우울해진다
마을길 따라 2차선 포장도로인 819번 지방도로로 나가니 차량 통행이 뜸하다
마을 입구에 부암마을 표시석이 서 있고 바로 앞은 바다다
랜턴 꺼내 지도보고 확인하니 마치에서 내려온 바닷가 마을인 것이다

819번도로 부암마을 입구 : 19:50

내일 다시 그 험난한 길을 되짚어 올라 길 없는 밀림을 헤치며 경계능선 2km정도를 더 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잠두리까지 산의 흐름따라 가는 것과 경계능선 바닷가로 빠지든가 지금 내려온 곳으로 내려 온 것이나 영산강 남쪽 울타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렇다면 내일 다시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 서울로 가자 그렇게 마음을 굳히니 기분이 홀가분하다
더군다나 마눌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지 목이 뻣뻣하고 아퍼서 잘 돌릴 수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미암면 소재지까지 걸어가 가게에서 맥주로 목을 추기며 버스편을 물어보니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미암면소재지 : 20:00

이래서 땅끝기맥과 공통부분을 제외한 한구간 밖에 안되는 영산남기맥 종주도 완료하였다

그후

4km떨어진 독천까지 가야 교통이 편하다고 한다
3000원에 독천택시를 불러타고 독천에 20시 20분에 도착 20시 25분 발 영암행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광주 가는 버스가 22:30분까지 있다고 한다
광주가서 아예 느긋하게 24시발 강남행 고속버스 승차권을 예매하고 저녁을 먹고 마눌은 목욕탕으로 가고 나는 하산주 한잔한다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4시 정각이다
한북천마지맥을 하러 갔으면 좋겠는데 아픈 마눌 혼자 보낼 수 없어 같이 집으로 간다

오늘 하루 또 혼자서 어디를 가야 하나?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