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종주 [두번째구간]




백두대간종주 [두번째구간]


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


 


그동안 차일피일 게으름 피우며 미루다 월드컵 핑계로 산을 쉬는
동안 밀린 산행기를 정리하여 올립니다.


 


일시 : 2002년 3월 10일 (일요일)


날씨 : 새벽에 비, 오전 내내 흐리다가 오후에 갬, 구름으로
인해 전체적 조망이 희미함


종주자 : 이대명 혼자서


 


종주 경로 : 성삼재-(작은)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


구간별 고도 :   성삼재 : 해발 1102m


                만복대
: 해발 1433m


                정령치
: 해발 1172m


                고리봉
: 해발 1305m


                고기리
: 해발  580m


구간별 거리 : 성삼재-6km-만복대-2km-정령치-0.8km-고리봉-3km-고기리


[전체 종주 거리 : 총 11.8km (+α)]


[전체 운행 시간 : 9시간 20분 (운행 8시간 + 휴식 1시간 20분)]


 


시간대별 정리 :


3월 10일 (일요일)


00:30 남원 도착, 대덕식당에서 식사


03:30 차에서 산행기 읽다가 차에서 잠


05:30 기상


06:10 버스 잘못타서 내림


06:20 고기리행 버스 (1800원)


06:55 고기리 삼거리 도착


     고기리 매표소 해발 600m


07:35 테라칸 얻어타고


08:05 노고단 도착


09:00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다 우동먹고 출발 [만복대 6km 표지목]


09:04 아이젠착용


09:06 첫헬기장


09:09 만복대 5.7km 남음 표지목


09:22 만복대 5km 남음 표지목


     이후 10여분간 가파른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
뒤 다시 오르막 반복...


09:57 두 번째 헬기장


10:22 만복대 4km 남음 표지목


10:30 휴식


10:40 출발


10:55 억새밭을 지나서 만복대 3km 남음 표지목


11:00 세 번째 헬기장


11:11 네 번째 헬기장 오른쪽길로


11:34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며 시꺼먼 뻘흙지대를 지나 만복대 2km 남음 표지목


12:00 전망좋은 곳에 만복대 1km 남음 표지목


     그 뒤로 흔들바위같이 생긴 바위가 서있다


12:20 새로 만든 로프와 계단길을 올라 만복대 도착 [해발1433m]


     정령치 2km남음 표지목


12:40 출발


12:53 헷갈리는 삼거리 양쪽다 리본이 있지만 왼쪽길은 탐방로아님표지목이 설치되어있다.


     오른쪽 리본이 많은곳으로 진행


13:25 정령치 1km남음 표지목


14:00 정령치앞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서 우로 빠지니


     정령치에서 올라오는 계단을 만나고 그 계단으로
반쯤 내려가니


     구름에 가렸던 정령치휴게소가 보인다


14:15 정령치휴게소 도착 [해발 1172m] 햇반과 김치컵라면으로 점심


15:30 출발


15:40 산불감시초소 비어있음 해가 나와서 날씨가 좋아짐


15:55 고리봉정상 [해발 1305m]


     정령치까지 0.8km 고기삼거리까지 3.0km 표지목


16:05 아이젠 다시 차고 출발


16:45 미끄러운 급경사를 내려와 고기삼거리 2.5km 남음표지목


     이곳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가파른 바위 경사로
내려가는 직진길과


     그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평탄한 길이
있는데 약 200m아래에서 다시 만난다


17:09 조금 더 가니 고기삼거리 2km 남음 표지목


17:15 고리봉 이후 첫 번째 묘 리본따라 직진


17:22 오른쪽 나무들중 하나가 꺽여 쓰러져 있는데 길을 막고 있다


17:25 고기삼거리 1.5km남음표지목


     표지목 지나자마자 희미한 직진길과


     마치 숲속 산책길같은 희미한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는데 나중에 만난다


     망사형 철망 왼쪽으로 계속 따라감


17:45 철망이 오른쪽으로 꺽이는 부분에서


     리본따라 왼쪽 방향의 숲속길로 좀 가다보면 두줄기
철사줄


17:48 고기삼거리 1km 남음표지목


     이후 철망이 끝나면서 약간 급한 내리막


     철사줄은 곧 다시 나타나고 계속 이어짐


17:53 왼쪽에 두 번째 묘를 두고 리본따라 오른쪽으로 꺽어나감


     묘 주변의 나무가 모조리 잘려 쌓여있다


18:02 사거리 왼쪽에 세 번째 묘가 있고 직진길로 들어서면 고기삼거리 0.5km남음
표지목


18:10 나무들 사이로 고기리 도로가 보이고 개가 짖는다


18:15 오른쪽에 네 번째 묘


18:20 고기리 도착


 


 


종주기 ---


 


구름이 휘감아 돌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성삼재...


결국 백두대간은 혼자 가야 할 길이다.


 


지난해 11월 지리산을 동료들과 함께 종주 한 이후 설악산과 태백산을 올랐는데


그럴수록 대간 종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길이 없었다.


혼자서 산에 간다는 것이 무척 어색하고 낮선 느낌이 들 뿐 만 아니라


그 외로움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서 늘 동료들이나 식구들과 함께 산에 올랐고


가능하면 대간 종주도 함께 하고 싶어서 차일피일 미루어 왔으나 도저히 맞지를
않는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가 서로 다른지라 어쩔 도리 없다.


 


혼자서 가야한다.


결국은 그 길 밖에 없다.


결심을 굳힌 후에 지난 주말에는 청계산을 혼자서 다녀왔다.


가까이 있는 산이고 자주 그 앞을 지나쳐 왔었지만 한번도 올라보지 않은 산이었다.


청계산을 혼자서 다녀온 이제는 홀로 산행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다.


처음에는 혼자 산에 온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어색하고 멋쩍었지만


곧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나무와 바위와 새들과 하나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혼자라는 것이 자유롭고 평화로웠다.


그 느낌 그대로 백두대간 단독 종주를 간다.


 


3월 9일 (토요일)


저녁 8시에 분당 집을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려서


두시간만인 10시에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하여 좀 쉬었다가


밤 11시 15분에 88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지리산' 톨게이트로 빠져나와 남원방면 24번 국도로 우회전하여 운봉읍을 지나니


갑자기 '여원재'임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나타나 가슴을 뛰게 한다.


여원재가 대간의 줄기임을 알고 있는 터라 나중에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기에


가슴이 뛰는 것은 당연한 일 일게다.


 


일단 여원재를 지나 남원으로 들어섰는데 어디가 어딘지를 몰라 좀 돌아다니다가


한 식당 앞에 차를 세우고 식사를 하였는데


내일 차를 두고 산에 갈 걱정을 하였더니


친절하신 할머니께서 날씨가 좋지 않은데 혼자 산에 갈거냐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시더니


식당 뒷마당에 차를 두고 다녀오란다.


새벽 6시에 고기리행 버스를 타기로 하고 차에 앉아서 가져온 자료를 읽다가


차에서 그냥 눈을 좀 붙이기로 하였다.


원래는 여관에서 잘 계획이었으나 시간도 어중간하고


대간을 가기로 각오하고 나니 불편함과 추위를 경험삼아 겪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3월이지만 밤 기온은 아직 추운데다 차안은 유난히 추운지라 침낭을 꺼내어 덮고서
쪼그리고 옆으로 누웠다.(03:30)


 


3월 10일 (일요일)


비몽사몽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휴대폰으로 5시에 맞춰놓은 알람소리를 들었는데
일어나기가 귀찮다.


좀 더 뒤척이다가 5시 30분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하고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 했는데


24시간 운영한다는 기사식당이지만 새벽손님이 없어서인지 할머니가 주무시는
것 같다.


몇 번 불러보았으나 잠이 깊이 드셨는지 기척이 없으시다.


곤한 잠을 깨우기가 안스러워 그냥 길을 나서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재킷을 입고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데 택시들이 기웃거린다.


오늘은 버스를 타기로 작정하였으므로 모른척하고 계속 걷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버스정류장에 이르러 비를 피하다가 버스를 탔는데 고기리 가는 버스가 아니란다.


고기리행 버스가 곧 지나갈테니 빨리 뛰어가 보란다.


내려서 한참을 되짚어 뛰어서 가까스로 고기리행 버스에 올랐는데 손님은 나밖에
없다.(06:20)


 


버스안에서 스패츠를 하고 방수바지를 꺼내 입고 법석을 떨었는데


기사 아저씨는 왜 이런 날 산에 가느냐며 혀를 찬다.


날이 밝아오면서 조금씩 빗방울이 가늘어졌지만 지리산 쪽을 바라보니 온통 구름에
덮여있다.


고기리 삼거리에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고요하고 신선한 아침공기가 폐부 깊이
밀려든다.(06:50)


여기 어딘가에 대간길의 날머리가 있을 것이므로 주위를 둘러보니


고기교 다리 건너편에 대간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다.


그런데 내려오는 경사가 만만찮아 보여서 나중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여기서부터 성삼재 까지 차를 얻어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지나가는 차가
보이질 않는다.


처음 해보는 히치하이킹이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차가 와야 말이지...


남원에서 택시를 탈걸 후회하며 기다리다 아까운 시간이 벌써 40분이나 흘렀다.


드디어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길레 손을 들었더니 모른척 그냥 간다.


두 번째 지프형 차량이 나타나서 가능한 한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히치하이킹에
성공!


드디어 차를 얻어타고 성삼재로 간다.(07:35)


 


정령치로 오르는 길은 과연 지리산답게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길이 녹았다가 얼곤 해서 더욱 미끄럽다.


조심조심 운행하는데 구름이 앞을 가려 시야 확보도 어려워, 얻어 타고 가는 마음이
더욱 조마조마하다.


정령치 휴게소 앞에서는 구름 때문에 휴게소 건물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힘들게 성삼재로 올라섰는데 여기는 더 심하다.(08:05)


태워준 기사님에게 감사하고 돌아서서 휴게소로 가는 길은 앞이 하나도 안보여서
방향 잡기도 어렵다.


곧바로 산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배도 고프고 해서 우동을 하나 먹고 화장실
볼일도 보고 체조도 했다.


날이 좀 좋아지길 한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9시가 되어 가는 것을 보고 너무 늦게 시작하면 도착이 늦어질 것이 우려되어
바로 출발한다.


광장을 가로질러 지난번 지리산 종주때 마지막 종착지였던 주차장 매표소 옆을
지나


길을 건너서 돌아보니 방금 나왔던 휴게소 건물이 어느새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뱀사골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왼쪽 대간길로 들어서니 만복대 6km라는 표지목이
구름 속에서 반겨준다.(09:00)


약간의 오름길을 올라 구름속으로 몸을 숨겨 대간과 하나가 된다.


 


조금 진행하다보니 오른쪽에 비석이 하나 있는데 누군가 산에서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었나보다.


홀로하는 대간종주길 초입에서 숙연해진다.


떨치고 나아가는데 가스가 짙어 몇 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내 얼었던 눈길이 채 녹지 않은데다 새벽에 눈비가 내려 등로가 미끄럽기
그지없다.


한번 미끄덩 넘어질 위기를 겨우 모면하고 아이젠을 꺼내어 착용한다.


곧 첫 번째 헬기장이 나타나고(09:06)


조금 더 가니 '만복대 5.7km남음'표지목이 있다.


10여분을 완만한 등로로 계속 진행하니 '만복대 5km남음'표지목을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다가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고 '만복대 4km남음'표지목을 지나서 휴식하기로 한다.(10:30)


 


지리산 주능선에서 보았던 산죽의 군락이 이번구간에서도 많이 보인다.


잡목들도 많아서 진행을 더디게 하는데


구름낀 날씨에다 새벽에 내린 눈비가 나뭇잎에 흥건하게 고여 있어서


스치고 지나는 옷깃에 흠뻑 적셔들지만


큰맘먹고 장만한 고어텍스 재킷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반쯤 녹아내리는 눈길은 녹지 않았을때보다 더욱 미끄러워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설악과 태백에서 보았던 하얀눈이 아닌


녹아 없어지기 직전의 눈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3월임에도 그늘진 곳에는 꽤 많은 눈이 남아있어 제법 발목까지 빠지는데 과연
지리산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적당히 걸터앉았는데 여전히 지리능선의 조망은 어렵다.


이곳을 지나면서 지리능선을 감상하는 재미도 일품이라는데...


아쉬움을 달래며 간식삼아 연양갱을 하나 씹어먹고 다시 출발한다.(10:40)


 


억새밭을 지나면서 '만복대 3km남음'표지목이 있고 조금더 가니 세 번째 헬기장이
나오는데


주변이 온통 억새밭이고 길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져서 길찾기에 유의해야할 것
같다.


정면으로 보이는 바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2850'이라고 하얀페인트로
쓰여있고


그 왼쪽으로 난 직진길이 대간길이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는데 길 옆에는 온통 억새가 춤춘다.


가스 때문에 먼 곳을 바라볼 수는 없지만 구름속에 흔들리는 억새는 무척 인상적인
장면이다.


 


네 번째 헬기장에서 오른쪽길로 접어드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데(11:11)


눈이 녹은 길은 온통 뻘밭이라 신발에 뻘흙이 달라붙어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아이젠이 소용없을 정도로 미끄럽다.


가끔씩 나타나는 빙판길 때문에 아이젠을 계속 착용하고 진행하는데


너덜지대는 별로 없고 흙길이라 무릎에 큰 지장은 없을것같다.


뻘흙과 잡목지대를 지나 '만복대 2km남음'표지목을 만난다.(11:34)


 


이후 20여분정도 진행해서 만나게 되는 '만복대 1.0km남음'표지목은


처음에 '만복대 10.0km남음'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누군가가 '1.0km'로 고쳐놓았다.


이곳은 전망이 탁 트인 곳인데 가스 때문에 멀리 볼 수가 없다.(12:00)


표지목 뒤로는 커다란 바위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중 하나는 마치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생겼다.


무성한 잡목지대 사이로 새로 정비한 듯한 등로 양옆으로 하얀 로프가 설치되어있는데


구름속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보인다.


조금 올라서니 좌우에는 억새가 무성한 것이 마치 사자평의 한 자락같은 느낌이다.


완만한 등로를 열심히 오르니 갑자기 구름속에서 해발 1433m의 만복대가 나타났다.(12:20)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아래에는 가족처럼 보이는 10여명의 단체가 와 있었는데
시산제를 지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산행을 시작하고 3시간 여만에 사람을 처음 만났다.


돌탑 옆의 만복대 표지목뒤로 올라서니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분다.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여서 바람을 등지고 좀 기다렸다가


그 중 한사람에게 준비해 온 일회용 카메라를 주면서 기념으로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뽑아보니 얼굴을 절반이나 잘라놓아서 귀신도 못 알아보게 만들어
놓았다.


 


강한 바람이 계속 불더니 구름을 몰아가기 시작한다.


잠깐 잠깐 지나온 능선들이 보였다가 사라지고


아까는 보지 못했던 만복대 아래의 다섯 번째 헬기장도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다.


오후 들면서 구름이 걷히기를 기대하며 육포 몇 조각 씹은 후에


왼쪽으로 나있는 정령치 길로 접어든다.(12:40)


 


만복대에서 정령치는 2km라고 되어있는데


계속되는 내리막길에 북사면이라 산죽 군락 사이로 눈이 꽤 많이 쌓여있고


길은 얼어있는 곳이 많아서 특히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선다.


십 여분 내려서니 삼거리가 나오는데 지도에 독도주의 표시가 있는 곳이다.


두 갈래길에 모두 리본이 매달려 있어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


오른쪽이 대간길이고 왼쪽에는 '탐방로 아님'이라고 표지목이 설치되어있다.


 


큰 바위아래를 지나면서 '정령치 1km남음'표지목이 있고 경사면을 내려서는데(13:25)


나뭇가지 중간에 자연적으로 생긴 듯한 구멍이 있어서 신기해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조그마한 산새 한 마리가 나오더니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다시 돌아오면 사진에 담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오지를 않는다.


 


정령치로 이어지는 길이 갑자기 오름길로 변하면서 올려다보니 산불 감시초소가
있다.


계단길을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빠져서 다시 내려가는 계단으로 접어든다.


계단이 얼어있었지만 아이젠을 풀고서 한 발 한 발 조심해서 내려오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정령치휴게소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조금전에는 없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휴게소는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진다.


아하 구름의 장난이로구나...


고기리쪽 계곡을 넘어와 심원쪽으로 흐르는 구름이 정령치를 휘달리면서 쇼를
펼치고 있었다.


한참을 서서 구경하다 내려와서 해발 1172m의 정령치 휴게소로 들어선다.(14:15)


 


겨울이라 휴게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닫혀있다.


화장실로 가 보았더니 물을 받을 수 있는 수도꼭지가 없다.


아무 생각없이 화장실 앞에 털썩 앉아서 난감해하다가


하는 수 없이 식수로 가져온 생수로 컵라면 물을 끓이는데 물을 아껴야 하므로


먼저 햇반을 데우고 그 물을 김치컵라면에 부어놓고 기다린다.


자동차로 정령치를 넘어가다 휴게소 화장실에 들른 사람들이 들며 날며 자꾸 쳐다본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화장실 앞에 자리를 잡았지만 아무래도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라면이 다 익어가고 있는데 자리를 옮기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모른척하고 신나게 라면에 밥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우고 일어섰다.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청명하진 않지만 간간이 해가 나와서 맑은 하늘을 보니
반갑다.


희미하게 간간이 나타나는 지리능선을 보니, 지난해 11월 종주하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흐른다.


휴게소 위쪽에는 장승들이 만들어져있고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휴게소 뒤로 올려다보니 고리봉이 손에 잡힐 듯 서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주변 조망도 한 뒤에 고리봉 자락으로 대간을 이어간다.(15:30)


10분 정도 진행 하니 감시초소가 있는데 비어있다.


날은 완전히 개어서 봄볕을 느끼게 한다.


꽤 가파른 경사면을 10여분 치고 오르는데 정상 못미쳐 왼쪽 사면에 또 비석이
하나 보인다.


다가가보니 역시 꽃다운 나이에 이승을 떠난 젊은이의 비석이다.


오늘만 두 개의 안타까운 비석을 본다.


철조망쳐진 건축물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곧 해발 1305m의 고리봉 정상이다.(15:55)


정상 표지목에는 방금 지나온 정령치가 0.8km이고 고기삼거리가 3.0km라고 되어있다.


정상에서 뒤를 바라보니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령치의 감시탑과 멀리 만복대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장관이다.


지리능선은 아직도 희미하게만 보인다.


 


고리봉에서 그대로 계속 진행하면 바래봉으로 이어지는데 그곳은 대간길이 아니다.


한때는 바래봉 능선이 대간길인줄 알고 그대로 진행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대간길은 고리봉 정상에서 몇 발만 더 가서 왼쪽경사면으로 뚝 떨어지는 길이다.


지금은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다.


 


대간이 이어지는 왼쪽 경사면을 내려다보니 참으로 엄청난 급경사에다가


군데군데 눈도 반쯤 녹고있는 상태여서 아이젠을 다시 착용하고 조심조심 한발씩
내려선다.(16:05)


지금까지 겪어본 내리막 중에 최악이다.


경사도 경사지만 길도 미끄러워 주의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구간이다.


스틱 두 개에 적절히 체중을 분산시켜 내려오는데 불안하다.


이 스틱이라는 놈은 지난해 마지막 날 설악의 서북릉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휘어졌던
것을


손으로 대충 펴서 계속 사용하고있는 놈이라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언제 또 꺽일지 몰라 더더욱 불안하다.


참으로 길고도 긴 미끄러운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오니 이제 겨우 500m 내려왔다는
표지목이 약올리고 있다.(16:45)


조금 더 내려가니 길이 갈라지는데, 바로 밑에서 만나는 길이니 입맛대로 골라
진행하면 된다.


400m정도를 더 악을 쓰며 내려오니 이제야 길이 좀 완만해 지고 편안해진다.


'고기삼거리 2km남음'표지목을 만나고 부터는 힘든 길은 없다.(17:09)


 


고리봉 이후 첫 번째 묘에서 리본따라 직진하니 울창한 소나무숲이 펼쳐진다.(17:15)


그런데 오른쪽은 숲이 푸르고 생생하며 시원스럽게 자라고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왼쪽은 색이 좀 누렇고 가지가 말라있어 죽어가는 느낌이다.


나무 한그루가 쓰러져 꺽여서 길을 가로막고 있는데 두갈래로 나뉘어진 나무라
마치 두그루처럼 보인다.(17:22)


'고기삼거리 1.5km남음'표지목을 지나면서(17:25)


직진길과 마치 숲속 산책길같은 희미한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나중에 다시 만난다.


망사형 철망 왼쪽으로 계속 따라가다 이상한 것들을 보게된다.


철망을 설치하느라 철망 고정쇠를 나무에 박아놓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무슨 목장 같은데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철망 고정쇠를 나무에 박아놓다니...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나무를 무지막지하게 손상시키는 장면에 분통이 터진다.


 


철망이 오른쪽으로 꺽이는 부분에서 철망을 버리고 왼쪽 희미하고 완만한 길로
접어든다.(17:45)


두 줄기 철사줄이 이어지다가 '고기삼거리 1km남음'표지목을 지나면서(17:48)


철망은 사라졌다가 곧 다시 나타난다.


왼쪽으로 두 번째 묘를 만나게 되는데(17:53)


묘 주변의 나무가 모조리 잘려나가 주변에 쌓여있어서 안타깝다.


묘를 지나면서 표지기를 따라 대간은 오른쪽으로 꺽어진다.


 


작은 고개를 만나게 되는데(18:02)


고개에서 직진하면 왼쪽으로 세 번째 묘가 있고 오른쪽에 '고기삼거리 0.5km남음'
표지목이 있다.


나무들 사이로 고기리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고 개 짖는 소리도 들리니 오늘의
산행도 끝나간다.


네 번째 묘를 지나면서 곧바로 아침에 보았던 가파른 대간 날머리로 내려선다.(18:20)


 


정령치에서 고리봉을 지나 산행 끝낼 때까지 사람을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삼거리 휴게소에 들어가니 남원행 18시 버스는 떠났고 20시에 막차가 있다고 한다.


기다리면서 막걸리 한통으로 하산주로 마시면서 눈을 감고 오늘의 산행을 되짚어본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