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02. 12.28. 토요일
♣. 참 석 자 : 대간거사, 삼천포, 好山飛女, 山知己 (4명)
♣. 산행코스 : 광덕고개(8:50)→백운산(9:47)→도마치봉(10:37)→신로봉(12:43)→
국망봉(13:43)→민드기봉(15:25)→도성고개(16:40)→사직리(17:40)
※ 소요시간 : 8시간50분

아침 6시40분 교대역에서 합류한 일행은 승용차로 이동한다. 저마다 잠이 부족하여 오늘 산행이 은근히 걱정된다. 교통의 원활한 흐름으로 8시에 일동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8시20분 동서울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광덕고개로 향한다. 날은 이미 훤한데 해는 꼭꼭 숨고 없다. 날씨는 그날 산행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터라 잔뜩 찌푸린 날씨가 신경 쓰인다.

8시50분 스페츠를 채우고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한다. 전에 온 눈이 제법 발목까지 쌓여있다. 눈이야 걱정 없지만 바닥에 얼음이 문제다. 오르막에서는 헛걸음에 나둥그러질 정도로 미끄러운 곳이 많이 있다. 그래서 발걸음이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다. 날씨만 좋으면 부담이 덜 될 텐데, 좋아질 기미는 안보이고 오히려 눈발이 송송송 날리고 있다. 첫 번째 봉우리인 762m를 지나서 작은 봉우리를 몇 개 지나면 백운산(903m)에 도착한다. 광덕고개에서 예까지 3km, 도마치봉까지는 2km라고 써있다. 이곳에는 넓은 헬기장이 있으며 흥룡사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올 4월14일에 이곳에 한번 와본터라 그리 낯설지는 않다. 그때는 봄이라 새순이 파릇파릇 돋고 있었으며 따뜻한 햇볕에 봄소풍 나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온산이 순백색으로 뒤덮여있고 바람만 을씨년스럽게 윙윙 분다. 이렇게 미끄러운 길을 대간거사와 삼천포는 씽씽 잘도 간다. 나는 느린 걸음에 그마저 새로 산신발이 발을 물어뜯으며 친해지기를 거부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걷다보니 10시47분 도마치봉(939m)에 다다른다. 아직 점심때도 안됐는데 컴컴한 것이 꼭 저녁때가 되어가는 듯하다.

바람 때문에 편히 앉아 쉴 수도 없고 물한모금 마시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샘터를 지나 한참을 가다보면 넓게 방화선이 펼쳐진 곳을 지나게 된다. 갑자기 삼천포가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가잔다. 아직 12시도 안됐고 바람도 불고 눈이 오니, 좀더 아늑하고 좋은 장소를 찾아 보자고 하였으나, 막강한 절대 권력을 그 누구도 어찌 해볼 수 없다. 그래서 넓은 공터에 발로 눈을 치우고 자리를 잡는다. 내 도시락은 호산비녀님과 대간거사님이 번갈아 싸다 주시는 바람에 늘 호위호식하고 있다. 이 은공을 어찌 갚아야 할지.... 눈을 맞으며 먹는 식사이지만 비 맞으며 먹는 밥보다 훨씬 낭만적이다. 김치와 김, 쇠고기 볶음 등에다 밥에 따뜻한 물을 말아서 먹으니, 이것이 진수성찬이다.

날은 더욱 흐려지고 혹시나 개이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아예 버리는 것이 나을 듯싶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과 이리저리 파져있는 교통호로 인하여 앞으로 나아가기가 몹시 힘겹다. 12시43분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신로봉(999m)에 도착. 그 곳에 있는 작은 소나무 한그루가 나를 반긴다. 언제나 변함이 없는 푸르른 자태로...... 일행은 옆 사면으로 갔기 때문에 보이질 않는다. 눈만 없으면 힘들이지 않고 갈수 있으련만......
한참을 낑낑거리고 올라가니 커다란 벙커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이 국망봉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1,102m 지점이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신체 곳곳에서 반항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왼쪽 복숭아 뼈가 너무너무 아프다. 그리고 오른쪽 앞굽은 쓰라린 것이 어디 허물이 벗겨진 듯하다. 여름철이라면 맨발로 어찌 해보고 싶지만 계절이 그런지라 별 신통한 묘책이 없다. 마음은 오늘 목적지인 도성고개를 지나 강씨봉을 넘어서 하산하고 싶었는데 모든 것이 여의치가 않다. 그냥 마음 편히 몸 다독거리며 쉬엄쉬엄 가는 것이 상책인 듯하다.

13시43분 국망봉(1,168m)에 다다르니 몇몇 분이 장암저수지에서 올라와 있다. 이곳에는 넓은 헬기장이 있으며 주변에서는 가장 높은 봉이다. 다만 일기가 불순하여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먹을 수 없을 때의 기분이랄까.... 이제부터는 방화선도 끝나고 잡목이 많은 능선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가면 마루금이 아닌 옆사면으로 길이 나있다. 능선 어딘가에는 견치봉이 있으련만 대강 눈짐작만 할뿐 확인할 수가 없다.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이것이 살짝 얼어서 서릿발을 연상시키듯 상고대를 이루어 놓았다. 그리고 듬뿍 쌓인 눈으로 가지가 활처럼 휘어서 자연스럽게 터널을 형성하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뚫고 나아가다 때로는 눈 벼락을 맞기가 일쑤다. 그래서 가지위의 나무를 툭툭 건드리면 무게에 눌려서 바닥에 엎드렸던 가지는 마치 차단기가 올라가는 것처럼 휘익 솟구친다. 고행을 하고 있는 나무는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이렇게 가다보니 시간이 조금 지체된다.

15시25분 민드기봉에 도착. 넓은 헬기장 구석에 입간판 위로 민드기봉이라 씌어 있다. 우측 편으로 갈림길이 있으나 이곳으로 올라오는 길 인줄 착각하고 계속해서 남쪽방향으로 진행한다. 한참 내려가니 표시기가 몇 개 안 달려 있고 길도 희미한지라 너무 이상하다. 그래서 다시 민드기봉으로 돌아와서 확인하니 우측으로 많은 표시기가 달려 있지 않은가. 좀더 차분히 확인하고 갈 것을 괜히 너무 성급하게 가다가 20여분이나 알바를 하게 된 것이다.

다시 얼마를 더가면 방화선이 다시 등장한다. 이 방화선을 따라 한동안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잣나무가 많이 있는 도성고개에 이른다(16시40분). 여기서 우측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잠시 후 가파른 내리막길이 굽이굽이 나 있다. 길이 미끄러워 거의 썰매를 타듯이 가야한다. 내려가며 줄곧 생각되는 것이 이곳으로 다시 올라갈 일이 캄캄하다. 그래도 눈 덮인 계곡을 지날 땐 마음이 한없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호산비녀님은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듯하다며 탄성을 연발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넓은 임도가 나오는데 커다란 바위에 ‘불땅계곡’(별 특이한 이름)이라 씌어 있다. 부대를 지나서 도로에 도착하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린 17시40분이었다. 마침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일동 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목욕탕에서 씻고 나오니 온몸이 날아갈 듯 개운하다. 그리고 쌈밥과 어우러진 삼겹살을 먹으니 포만감으로 기분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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