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002년 12월 26일 (목요일)

- 보구곶리
김포대학 정류장에서 내려 성동검문소를 지나 보구곶리로 들어가는 길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한남정맥의 첫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파고드는 찬 기운에 몸뚱이가 덜덜 떨려온다.
허겁지겁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종종걸음을 치니 지나가던 찝차가 선듯 세워준다.
5km 정도 좁은 마을길을 들어가 마지막 민가있는 곳에서 황폐한 무덤들 사이로 능선으로 오른다.
조금 오르면 눈에 익은 리본들이 반겨주니 내이름 석자도 소나무 가지에 올리고 이제 정맥을 시작한다.
(08:30)

- 문수산
군전화선을 따라 잔돌을 밟으며 능선을 올라간다.
솔밭을 지나 작은 암봉에 오르니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날씨에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펼쳐지고 강화도
와 이북땅이 바로 앞에 보이며 장도의 길을 축하하는듯 민족의 영산인 마니산은 저멀리 우뚝솟아 나를 바라다 보고있다.
벙커가 있는 봉우리에서 내려다 보면 해안가의 마을들은 평화스럽고 바다사이의 섬들은 아름답다.
눈길을 밟으며 암릉을 올라가면 문수산성이 나오는데 허물어져 가는 성벽과 석문을 바라보면 애잔한 마
음이 생긴다.
국토를 짓밟으며 산성을 오르던 프랑스군에 맞서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이곳에서 피를 흘리며 산화하였
는가...
군부대를 우회해 문수산(376m)을 오르니 햇볕이 내리쬐는 넓은 헬기장에는 등산객 한분이 올라와 있다.
정상에서는 수도권 일원이 훤하게 보이고 바짝 다가와 있는 이북 개풍땅의 헐벗은 산야사이로는 개성의
풍악산이 잘 조망되며 마주 보이는 파주땅에는 한북정맥의 장명산도 보일듯 맑고 투명한 날씨이다.
(09:41)

- 남정골고개
문수산에서 10여분 내려오면서 정맥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여 나간다.
관목과 억새들 사이로 희미한 오솔길을 내려와 시멘트 길을 건너면 넓은 비포장 길이 이어진다.
군 시설물들이 있는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얼어붙은 진흙길을 오랫동안 지나면 제법 따뜻해진 햇살
이 몸을 녹여준다.
낮으막한 봉우리들을 지나고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길이 계속되다가 잡목숲이 나온다.
부대 건물을 끼고 내려오면 56번 군도이고 길을 건너 시멘트 도로를 따라 정맥을 이어간다.
에덴농축을 지나고 개사육장을 통과해서 다시 산으로 오르면 잡목숲이 계속된다.
이 찟어지고 망가지고 상채기난 정맥길을 이어 가노라면 한심스럽고 안타까운 생각에 가슴은 답답해진다.
잔솔길을 지나고 잡목을 뚫고 높은 절개지를 조심해서 내려오면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남정골고개이
다.(11:04)

- 것고개
고운가든과 고정리지석묘를 지나 산으로 오르면서 다시 군부대 철조망을 따른다.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면 철조망이 가로막고 왼쪽으로 능선은 길게 이어진다.
오르락 내리락 철망을 따라가다 통신탑이 서있는 곳에서 초병의 제지를 받고 더 이상 진행을 못한다.
떼를 쓰다 포기하고 희미한 족적을 따라 산을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
교통호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온통 까시나무와 덤불 투성이이고 이리저리 미끄러지고 까시에 찔리며 최
대한 정맥을 가깝게 따른다.
개구멍으로 철망을 지나면 승룡아파트이고 해병부대 교회를 지나면 48번 국도가 지나는 것고개로 내려
온다.(13:06)

-도수레공단
도로를 건너 잔디밭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니 화창하던 날씨는 먹구름이 끼면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소주한컵 마시고 산으로 오르면 쉬기 좋아 보이는 소나무 밭은 온통 쓰레지 천지이다.
작은 봉우리에서 이리저리 길을 찾으며 마을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와 왼쪽의 군부대를 끼고 길을 이어
간다.
선답자들의 리본이 없으면 생각하기도 힘든 어려운 길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진행한다.
철조망을 따라 도로로 올랐다가 과수원을 지나서 다시 능선으로 진입한다.
잡목숲을 지나고 공동묘지들을 지나서 내려오면 금성공압과 신성기업등 공장들이 즐비한 도수레공단이
다.(14:30)

- 가현3리
넓은 길을 따라가다 대충 산으로 붙으니 리본들이 보인다.
잠시 숲길을 가다 묘지들을 지나면서 철조망이 나타나고 가까운 곳에서 개들이 짖어댄다.
그만 여기서 혼란에 빠지고 마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뚜렸한 길이 없다.
한참을 헤메다 남쪽길로 내려오니 논밭이 나오고 농로따라 계속 걸으니 가현리 마을인데 사실 여기도
정맥능선을 약간 벗어났을 뿐이고 그냥 진행해도 될것 같지만 정확한 길을 찾기위해 되돌아간다.
다시 돌아온 묘지가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을 찾아도 안 보이고 마지막으로 남동쪽의 능선으로 길을
잡아본다.
조금 들어가니 박성태님과 잔디밭 산악회의 리본들이 보여 순간 안도해 보지만 나갈수록 방향도 틀려지
고 정맥길이 아님을 금방 알아챈다.
시간이 없어 포기하고 그냥 능선을 따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고 길따라 내려오면 공장
들이 많이있는 가현3리이다.(17:02)
적어도 스무네미고개까지 가려던 계획이 첫날부터 어긋나 버렸다.
한 2시간여을 헤메고 도로 따라 마송리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다.


* 일정표
보구곶리(08:17)
문수산(09:41)
56번군도(11:04)
것고개(13:06)
도수레공단(14:30)
가현3리(17:02)

* zzanbul2 @ 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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