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지 오래되어 볼품없는 과의 한판전쟁 

호남정맥 제19차 <접재-송치재>

제2008002001호       2008-01-05(토)

자리한 곳 : 전남 순천시,곡성군,구례군

지나온 길 : 접재-오성산-유치산-413.2봉-노고재-문유산 갈림길-임도-바랑산-솔재(송치)

거리및시간 : 도상거리: 약 18.6km(06:51 ~ 17:22) 10시간 31분 실제거리(탈출로 포함) 41,827보 약26km

날       씨 : 맑음(엷은 안개)

함께한 이 : 단독

 

철도고객센터에 전화해보니 오늘(금)저녁 여수행 막차(22:50)의 잔여석이 몇 장 남아있지 않다는 안내를 받고 다급한 마음에 회사근처 여행사에서 왕복열차를 예매하고 느긋하게 신년도 주요사항을 정리하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20시가 넘은 시간이여서 서둘러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길에 올랐으나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늦어져 귀가해서 식사를 끝내고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22:00)

전철을 이용해서 용산역을 가려면 2번의 환승이 필수이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길어서 열차시간에 맞출 수없어서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최대한으로 시간을 단축해보려고 노력했지만 특별한 까닭 없이 길이 막히고 가까스로 3분전에 용산역에 내려서 계단을 헉헉거리며 뛰어올라 자리를 찾아 배낭을 선반에 올려놓자 시간이 됐는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게 숨을 내쉬고 자리에 앉으니 열차는 한강철교를 달리고 있었고 서울의 찬란한 야경을 감상하며 의자를 뒤고 젖치고 잠이 들었는데 안내방송에서 어렴풋이 스치는 순천에 내릴 손님 잃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시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순천역이다 선반위에 올려놓았던 배낭을 둘러매고 출구를 빠져나와 시내버스로 최종목적지에 이동할 2시간의 여유시간을 대합실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휴식을 취하며 졸고 있는데 역겨운 냄새에 찡그린 얼굴로 눈을 떠보니 노숙자가 옆에 앉아 머리를 다정하게 내 코를 향하고 있었다.(04:50)

손자병법에도 36계 줄행랑도 전략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충실하게 따르려는 생각으로 자리를 피해 24시간 영업하는 분식집에 들려서 순두부로 아침식사를 끝내고 김밥 한 줄을 사들고 역 화장실에서 해우시간을 길게 보내다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린다.(05:58)

접재를 경유하는 첫 버스가 6시경에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서 서성거리는데 중년부부가 동참해 함께 111번 버스를 잠시 기다리니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왔다.(06:11)

지난주에 호남지방에 대설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알고 있었기에 산행에 눈으로 불편이 없기를 기원하며 버스에서 산행복장을 갖추고 일주일전 밤에 버스를 기다렸던 접치에서 하차했다.(06:45)

가벼운 체조로 긴장을 풀어주고 이마에 부착한 헤드랜턴에 점등하고 포장도로에서 등산로에 접어드는 초입에 구조물을 보호하려고 설치한 울타리를 돌아서 오르막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06:51)

걱정했던 적설로 인한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이어지는 오르막에 올라서는 가파른 능선 군데군데에 로프가 안전을 지켜주고 있어서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오르는 사이에 어둠이 사라지고 동녘이틀 무렵에 돌탑에 이르니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해 등산로에는 눈이 녹았고 양쪽으로 엷은 눈이 쌓여있어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비교적 완만한 오름을 올라서니 묘지와 헬기장이 나란히 눈 이불을 포근하게 덮고 편안하게 누워있는 안부를 지나서 삼각점과 오성산(608m)정성석이 자라한 공터에 이른다.(07:30)

 

 ●오성산 깃대봉에서 맞은 토요일 아침은 부드러운 안개에 안겨 있다 ●

산불감시초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힘차게 태양이 솟아오르기를 기대했으나 안개가 짙어 기대를 접고 3주전에 지나온 조계산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잡목의 방해로 조망은 시원치 못했지만 다른 방향은 이른 아침의 싱그러움으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접하니 불현듯 방학동안이라 늦잠을 자고 있을 아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져 집으로 전화하여 어려움 없이 산행중임을 알리고 가볍게 과일 조각으로 비타민을 보충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기름진 들판이 장관인 북사면을 진행한다. (07:47)

내린지 오래되어 볼품없이 다져진 눈에는 인간의 흔적은 없이 불규칙한 내리막의 적설량이 많아지나 싶었고 금방 떠오른 태양이 세상의 습기를 흡입하여 얻어진 에너지로 붉은 핏덩어리가 타오르며 나뭇가지에 걸리고 무릎까지 차오른 눈길을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동안에 등산화속으로 눈이 들어가 적당한곳에 눈 위에 신문지를 깔고 배낭을 풀어 등산화를 풀어 눈을 털어내고 양말을 갈아 신고 스패츠와 아이젠으로 무장을 끝내고 간간이 동물들의 발자국이 찍혀있는 적설을 혼자서 러셀(russell)하며 진행하여 두모재에 내려선다.(08:20)

 

 

 ●오성산 깃대봉을 내려서며 일출을 맞았지만 적설량이 많아 힘들었다 ●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이지만 햇볕이 잘 드는 능선이라 적설로 인해 진행에 방해를 받지 않고 벌목지대를 지나 유치산(530.5m)표지판에 이른다.(09:28)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어지는 마루금 다시 많은적설로 진행속도는 더뎌지고 등산화표면과 스패츠는 젖어서 물이 흘러내리지만 작년에 거금을 투자 장만한 등산화는 외부에서 밀려드는 물기를 잘 차단해주어 무사히 유치고개에 닿았다.(10:00)

 

 

  ●배 바위로 오르는 경사로는 상당히 급하고 얼어있어 조심스럽게 올라선다 ●

우측으로는 산에 나무를 벌목하고 녹차 밭으로 변화시키는 공사가 한겨울동안 휴식 중으로 적막감이 느껴지지만 배 바위로 오르는 가파른 바위능선이 힘겨워 이를 악물고 두 줄로 설치된 로프를 한손으로 붙잡고 한손에는 스틱을 모아잡고 끙끙거리며 배 바위에 이르니 정수리에 희고 차가운 눈을 잔뜩 짊어지고 힘겨워하고 있는 능선을 지나 대리석으로 유치산(530m)정상 표지석을 뒤로한다.(10:35).

  

 

 

 ● 유치산 정상석 뒤로 보이는 능선에 1m에 가까운 적설로 체력소모가 심했던 구간 ●

완만하게 시작한 마루 금에는 유난히 적설량이 많아 풍요로운 능선에 올라서느라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잠시 러셀하는 여유로움과 앙상한 나뭇가지에 목화송이처럼 매달린 깨끗한 눈 덩어리를 즐긴다 했는데 오르막이 급해지고 등산로주변으로 내린지 오래되어 썩어가는 볼품없는 눈(1m을 육박)복병과 맞선 힘겨운 싸움은 가랑이까지 빠져든 험로를 러셀하며 희야산 갈림길 헬기장까지 올라서느라 시간과 체력소모가 심해 잠시 호흡을 고른다.(11:15)

 

 

 ● 문유산 갈림길 헬기장을 내려서 노고치로 가는 길목 ●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아 원거리 조망은 신통치 않았지만 근거리는 선명하게 조망되는 마루금은 서남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내리막이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지나온 배위능선이 녹차 밭을 사이에 두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바라보며 안개 속으로 얼굴을 보여주는 지리산능선과 인사하고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깨끗한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413.2봉에 이르자 쌓인 눈 량이 적어지고 내리막을 내려서 노고치에 이른다.(12:28)

 

 

 

 

 ● 별로 길지 않는 구간이였지만 사람이 지나간 구간과  지나가지 않은 구간이 선명했다●

포장도로를 넘어 싱그러운 대나무 받을 지나 잠시 임도를 따르다 산으로 들어서니 눈 위에 찍힌 앞서간 발자국이 정겹게 느끼며 오징어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 진행하는 중간 철쭉나무에 목화 꽃이 만발한 이색지대를 넘어선 갈림길에 누군가 친절하게 문유산 갈림길에 호남정맥방향을 표시해준 방향을 따라 임도에 내려선다.(14:32)

 

 

 

 

● 오성산 북사면 보다는 쌓인 눈이 적어 보행이 덜 힘들었던 구간 ●

임도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은 마루 금에 쌓여있는 눈 위에는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마루 금을 따르는 동안에 군데군데 종류를 알 수 없는 동물들의 발자국이 지나갈 뿐인 고요한 산길을 진행하니 임도가 지나서 오름에 올라서니 삼각점과 산불감시초소 2개와 바랑산(620m) 정상 석에 닿았다.(16:00)

 

 

● 바랑산 정상에서  ●

바위에 올라서 조망을 살펴보고 내리막과 오르막을 오르내려 송치재가 가까워지니 잠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마음이 흔들린다. 일정과 시간상으로는 무리를 해서라도 미사재까지 강행을 해야만 다음 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만 예상치 못했던 많은 적설량으로 무릎을 넘어서는 눈길을 러셀하며 진행하느라 과다한 시간과 체력소모가 크고 회복이 더뎌 불만스럽지만 안전을 위해 산행을 솔재에서 접기로 마음을 정하고 방어용 교통호를 지나 솔재(송치)에 내려선다.(16:51)

                                                 ● 휴게소가 교회로 변한 송치고개 ●

내가 호남지사근무시절의(1995~7년)송치재는 17번 국도의 중심으로 교통량도 많았고 휴게소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세월이 지난 후에 와보니 아래로 터널이 뚫렸고 휴게소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는 교회가 자리하고 있어서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눈으로 확인하고 교회 내실에서 사람을 불렸으나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화장실 세면장에서 대충 땀을 닦고 흙과 낙엽이 얼어붙어 엉망인 아이젠을 씻어 배낭에 집어넣고 굽이치며 돌아가는 구도로를 따라가면 1km가 넘는 거리를 단축하려고 벌목중인 산허리를 치고 내려서며 고독했던 산행을 접고 터널입구에 서있는 버스정류장에 이르자 순천행 버스가 바로 도착해 순천경찰서 앞 찜질 방에서 여장을 풀고 파김치가 되어버린 육신에 찌든 땀을 더운물로 씻어낸다. -끝-.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는데 안기면 포근해지는 山을 찾아서~

 

2008-01-16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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