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2구간(작은차갓제~황장산~벌재~문복대~저수재)

 

 

                   산행일시:2007년3월25일 일요일/날씨:맑음(약한황사가 있으나 기온은 온화함)

 

                   산행경로:동대문출발(06:30)~잠실(07:00)~생달리(09:50)~작은차갓재(10:10)~묏등바위(10:45)~황장산정상(10:10)~

 

                                  황장재(11:50)~선바위(12:20)~중식(12:48-13:22)~폐백이재(13:40)~벌재(14:29-14:45)~문복대(16:15)~

 

                                  장구재(17:05)~해맞이 제단석(17:15)~저수재(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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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만 해도 봄비가 제법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밤새 날씨걱정에 여러차례 창문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귀는 밖에 내다 놓았습니다.

 

                                                          눈을 감으니 풀리지 않는 잡념들이 뇌리속을 끝없이 다가옵니다.

 

                                                          잠이 제대로 오지 않습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번뇌의 늪속으로 빠져듣니다.

 

                                                          몇차례 선잠 깨기를 반복한 후에야 창문밖이 밝아옵니다.

 

                                                          잠자리를 떨고 일어나자 마자 창문 먼저 열어 봅니다.

 

                                                          어제의 우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 했습니다.

 

                                                          먼 하늘에 꺼져드는 별빛의 잔영을 보고서야 확신이 섭니다.

 

                                                          기다림의 장소에 도착하여 차한잔을 마십니다.

 

                                                          내삶의 향기도 이 차향 많큼만 돼었으면...

 

                                              어느 흐드러진 봄날의 가장자리에 서서 기원합니다.

 

 생달리 산행을 시작하다(09:50)

일행을 태운 버스는 수학의 공식처럼 정해진 루트를 따라 끊임 없이 내달립니다. 지난밤에 잠을 설친 관계로 눈꺼플이 끝없이 내리 누릅니다.약 3시간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지난번 대간의 날머리인 생달리에 도착하게 됩니다.날씨는 벌써 봄기운이 가득합니다.내리 쬐는 햇살에도 봄빛은 완연하고 걷는 발걸음도 한결가볍게 느껴집니다.지난 겨울동안 웅크렸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켜봅니다.이제 시작인 것 입니다. 이봄을 맞기위해 지난 겨울의 기나긴 어둠의 터널속에서도 희망을 꿈꾸었으며 기다림이 있었기에 봄은 어김없이 내 앞으로 한 발자욱 더 다가서 있었읍니다.

 작은차갓제 갈림길(10:10)

생달리를 출발하여 계곡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지난번 산행때의 모습과는 달리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계곡물이 제법 불어나 있습니다.맑은 계곡물은 흘러내려 대지를 적시고 새로운 봄을 재촉합니다. 봄은 계절의 시작이며 또한 아침 입니다.어두웠던 기나긴 밤이 지나면 아침이 다가 오듯이 긴밤의 끝은 아침이며 시작입니다. 대지는 껍질을 벗어 지난 겨울의 잔재를 떨어내고 곧 그들만의 세상으로 가득 채울것 입니다.겨우내 기다렸던 생명들은 새로운 삶에 도전할 것입니다. 알속에서 껍질을 깨는 고통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공포도 그들은 결코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생명의 시작은 경험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부터의 탈출에서 시작 됩니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서는 새로운 삶도 시작되지 않습니다.그래서 시작은 두려움이요 고통입니다.드디어 발길은 작은 차갓제에 이르게 됩니다.이제 또다른 대간길이 시작되나 봅니다.    

 묏등바위 오르는길

시작은 고통이 따릅니다.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수반됩니다.고통없이 되는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존재 하는 것은 외부로 부터의 도전에 대한 저항이며 내안의 나에 대한 시험입니다.지금 우리는 중력으로 부터의 도전에 저항을 합니다. 저항은 내 삶의 몸부림 입니다. 몸부림을 치고 있을때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항에 따른 댓가로 내 몸속의 노폐물을 배설케 합니다.배설은 고통을 수반 하지만 그 고통 이상의 희열를 가져다 줍니다.  

 묏등바위(10:45)

길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가파른 급경사가 끝없이 이어 집니다. 심장은 끝없는 자맥질을 계속합니다.마치 터쳐 버리기라도 할듯이 혈관에 압력을 가합니다. 압력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분을 머금은 배설물들은 몸 밖으로 쉼없이 밀려 납니다. 이제 한고비를 넘기는 것 같습니다.육중한 바윗 덩어리에 로프 가닥이 매여 있습니다. 이 바윗 덩어리가 묏등 바위인 것 같습니다.  양팔과 두다리 근육에 힘을주어 힘찬 발버둥을 쳐봅니다.  

 묏등바위~황장산 암릉길

내안의 남은힘을 소진하고 나서야 묏등 바위에 오르게 됩니다. 멀리 지나온 대간길이 뒷걸음쳐 있습니다. 지나온 기억들이 하나 둘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갑니다.인간은 기억속에 존재하나 봅니다.지나온 추억은 아름답습니다. 잊어버렸던 추억을 찿았을때 기쁨은 배가 되는가 봅니다.추억은 삶의 토양 입니다.토양은 삶을 살찌우게 합니다.또한 추억은 그리움 입니다.아파 했던 추억이나 즐거웠던 추억들 모두가 그리워 집니다. 추억은 향수 입니다.모든 것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십습니다. 이것이 귀소 본능이라고 합니다.그러나 지나쳐버린 것은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더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나  봅니다.그리움은 미련입니다.

 능선에서 바라본 지능선

 능선길 전망바위에서

미련을 떨치고 길을 재촉해 봅니다.길은 지름길이 없는가 봅니다. 그냥 생긴대로 발바닥 닫는대로 가다보면 되는가 봅니다.때론 길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길 이란게 별거 입니까? 발걸음 붙이다 보면 길이되는것을.... 발바닥 붙일수 없으면 몸뚱이 굴리면 되는것을...뭐 그리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요? 애초부터 길은 없었습니다.있었던 것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없던 것이 생긴 것이니 길이 없다고 불평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힘들면 쉬었다 갑시다. 쉬지 않으면 힘들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쉬지 않고 힘든다고만 하지 맙시다. 살다보면 힘들고 지칠때도 많습니다. 그냥 맥놓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 봅시다.휴식의 쾌감을 느껴 봅시다.힘들이지 않으면 결코 느낄수 없는, 말로는 표현키 어려운 짜릿함이 있습니다.

 암릉길 위험구간

 정상을 향하여

길을 가다보면 목숨을 담보로 할수도 있습니다. 그 생명을 담보로 하였기에 반대 급부로 짜릿한 전율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생명을 담보로 도박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느낌이 안좋으면 비켜가도 됩니다. 정도(正道)란 것은 없습니다. 단지 정도인것 같이 생각할 따름이지 원래 정도란 것은 없었으니까요.칼바위 날등길에서 곡예를 하거나 비켜 가기를 반복합니다.발걸음이 멈추는 곳에 황장산이라는 표지석이 보입니다.    

 황장산 정상에서(10:10)

 뒤돌아본 대간길

뒤돌아 대간길을 굽어 봅니다. 저멀리 월악의 영봉들이 힘차게 굽이치고 지나온 대간길은 첩첩이 산중을 이루며 그들만의 산국을 이룹니다. 가슴속에 벅찬 감동이 솓구칩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은 걸음이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나의 미력한 힘으로 끝없는 지평을 열었습니다. 정상을 뒤로하고 날등길을 재촉합니다. 안부를 내려서는가 하였더니 이내 고도를 올립니다. 한동안의 오름이 계속되는가 하였더니 감투봉에 이르게 됩니다. 또다시 오르기 위해선 내려서야만 됩니다. 직벽에 가까운 급경사 내리막 길이 시작됩니다. 때로는 로프를 붙잡고 줄타기를 하여도 보며 길옆 나뭇가지에 몸을 맡겨 보기도 합니다.

 황장재(11:50)

급경사를 내려서니 황장재라는 갈림길 이정표가 맞아 줍니다. 우측길은 생달리 가는 방향이고 좌측으론 단양으로 내리는 재(고개)인것 같습니다.구불구불한 좁은 오솔길은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점차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하여 생겨 났던 길은 이제 희미한 흔적만을 남기고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애써 기억을 더듬어 보려는듯 이정표를 세워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쳐보고 있습니다. 

 올려다본 황장산(11:50)

 그림이 괜찮습니다.(12:07)

 선바위/다리 많이 아프겠네(12:20)

거치른 암릉길은 쉼없이 다가 섭니다.내린만큼 오름이 계속됩니다.그들(산)은 단단한 등껍질을 방패삼아 모진 도전에 저항하고 있습니다.단단한 바위에도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그곳에서도 삶의 몸부림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인내와 강렬한 의지로 그들은 그들만의 영역 만들고 있습니다.그들은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버리지 않습니다.오늘을 버리면 내일도 없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오늘입니다. 그들은 주어진 환경에 불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결코 스스로 자포자기 하지도 않습니다.또한 주어진 역경에 끊임없는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그들의 삶을 개척하고 있으며, 그들의 세계를 일구어 내고 있습니다.  

 전망바위에서

 전망바위에서 벼랑을 내려보며/무섭지?

더멀리 그리고 더 높이 날래를 펼치고 싶은 욕망이 솓구칩니다. 높이 설수록 더 많은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높은 곳에 서면 설수록 두려움은 더해만 갑니다. 높이 있어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다시 제자리로 내려 섬에 대한 두려움 입니다. 두려움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됩니다.일어날 일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이지 현실은 아닙니다.그 예측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 같아 불안해 하는 마음 입니다. 두려움에 절벽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아찔한 현기증이 납니다. 발걸음을 되돌려 길을 재촉합니다.

 시루떡 모양의 편마암 (12:45)

 중식/배도 채우고 쉬었다 갑시다.(12:48)

잠재해 있던 본능적인 욕구가 충동질을 합니다. 본능은 동물적인 욕구이며 선택이 아니라 의무인 것같습니다.이제 고품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등짐 벗어 놓고 지친몸 땅바닥이 내동댕이 쳐봅니다. 숨통 붙이기 위해 마른 목구멍에 곡기를 넘겨 봅니다.사는게 별것 입니까? 목구멍에 숨 붙어 있는것 목숨인데...... 목구멍에 숨도 붙어있고 곡기도 넘겼으니 이만하면 되지 않았습니까? 인생길은 종착역이 없습니다.단지 시작한데서 점점더 멀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또 길로 나서야 되겠습니다.아니 시작한데서 더 멀어져야 겠습니다.

폐백이재

등짐 보따리 챙기고 서둘러 길 떠납니다. 길은 몇차례의 요동을 더 칩니다.폐백이재와 928봉을 거쳐 급한 내리막을 내려서니 벌재가 나타납니다.벌재에 내려서니 아침에 타고 왔던 버스가 기다립니다. 두다리와 양어깨의 힘이 빠집니다. 산행에 필수적인 짐만 남기고 버스에 짐을 내려 놓고는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지고 있을때는 잘 몰랐는데 내려놓고 나니 한결 몸이 가볍습니다.  

문복대 안내도

몇 발자욱 떼어 놓으니 문복대(문봉산) 안내도가 보입니다. 안내도를 뒤로하니 급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벌재 내려섯던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듯 고도를 급하게 올립니다. 길은 엉성 하지만 비교적 잘 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간간히 간이 계단이 나타 나기도 합니다.

 이정표

 들목재 이정표

어렵사리 고갯마루에 섯는가 하였더니 다시 내리막이 이어지고 내리막 끝나는 안부에 들목재라는 안내표시가 보입니다. 들목재를 지나니 또다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산에서는 오르고 내림이 일상 인것을 잘 알면서도 괜한 짜증이 앞서는 것을 보면 나 자신도 어쩔수 없는  속물임에는 틀림이 없는가 봅니다.  

 문복대(문봉산) 마루에 서다(16:12)

한걸음 한걸음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문복대 정상석이 눈앞에 보입니다. 오를때의 힘겨운 고통은 곧이어 사라집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어느새 고통은 쾌감으로 바뀝니다. 그 쾌감이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절해 지지만 결국은 잊혀지고 말것입니다..그 잊혀짐을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것 입니다. 결국 잊혀지고야 말것을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는 것은 헛된 욕심이요 집착 입니다.그러나 잊지않고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하여 서툰글을 두서없이 내뱉고 있습니다. 아! 이 미련하고 어리석은 중생이여......글 몇자 늘어 놓았다고 잊혀질 것이 잊혀지지 않겠습니까? 괜한 헛된 욕심인것을.....

 장구재(17:05)

 해맞이 제단석/저수재 날머리 부근(17:15)

 저수령에 도착하다(17:15)

이제 길은 막바지로 접어 드는것 같습니다. 저멀리 구불 구불한 신작로가 내 망막속에 기다란 획을 그으며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몇차례 반복합니다. 우측 아래 산골 마을이 계곡속에 갇혀 봄볓에 달구어 지고 있습니다.이제 곧 새로운 세상을 맞을려나 봅니다.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습니다.내림길이 다하는곳에 해맞이 제단석이 있습니다. 제단석에서 몇걸음 더 내려서니 저수령에 이릅니다. 이제 오늘산행의 종착지에 도달했습니다. 그곳에는 또 다른 기다림이 있었습니다.끝은 곧 또다른 시각인가 봅니다.

어느 흐들어진 봄날의 가장자리에 서서

산행에 동행하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7년  3월  25일 산행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