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종주기 4


 

                                   *정맥구간:백석스포렉스-계양산-철마산-아나지고개

                                   *산행일자:2005. 10. 20일

                                   *소재지  :인천광역시

                                   *산높이  :계양산397미터/철마산227미터

                                   *산행코스:백석스포렉스-경인운하-계양산-철마산-아나지고개

                                   *산행시간:8시12분-17시45분(9시간33분)


 

  어제는 처음으로 수도서울의 관문인 인천의 산들을 오르내렸습니다.

어느 한 산도 그 높이가 해발 400미터를 넘지 못해 우정 찾아 오르기가 뭣했었는데  어제야 비로소 한남정맥 종주 길에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계양산과 철마산을 오르내리자 그동안 서먹했던 인천이 보다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어제 찾은 인천은 제가 태어난 경기도의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어 경기도청이 들어서지는 못했었지만  광역시로 승격하여 떨어져나간 후에도 정서적인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963년 중 2때에 수학여행 차 강화도를 거쳐 인천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었는데 인천 앞 바다에 정박한 거함을 보고 그 위용에 놀랐었고 만국공원에 올라 맥아더 장군동상 앞에 서서 이 나라를 구해준 은혜에 고마워했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아침8시12분 서구의 당하리에서 하차해 백석스포렉스 건너편의 인천신생 전문요양원으로 향했습니다.

10여분을 걸어 요양원 바로 위 고개에 도착해 산행을 준비했습니다.


 

  8시27분 고개 위 절개면을 똑 바로 타고  올라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10분 후 골막산 정상의 초소에 올라 오른쪽으로 꺾어 한 참을 직진하다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아내고 다시 돌아와 병원 바로 뒤로 나있는 오른 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19번 송전탑을 지나 시멘트 길로 내려섰고 조금 더 걸어 86번 도로를 만나 것은 고개 출발 25분 후였습니다. 곧 이어 선우 엔지니어링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난 길로 들어서자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 숲 속에서 막 잠을 깬 듯한 새들이 울기 시작해 이제야 비로소 산에 들어선 듯 했습니다.  대간 길 고산의 새들이라면 아직도 늦잠을 자고 있을 이 가을의 이른 아침 시간에 공사장과 자동차의 소음으로 잠을 깨 울어 댄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9시28분 군부대 정문 앞의 포장도로를 지났습니다.

솔밭이 끝나고 빨간 비닐 끈으로 줄을 쳐 출입을 막은 밤나무 단지를 지나자 군부대의 철망 울타리가 나타났습니다. 이 울타리를 왼쪽으로 끼고 조용한 산길을 걷는 동안 왼쪽 산 아래서 훈련 중인 장병들이 외치는 함성이 크게 들려왔습니다. 잠시 이 울타리와 헤어져 차길로 내려섰다 부대 정문 앞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자 울타리가 다시 나타났고 이 울타리를 따라 걸어 몇 곳의 삼거리를 지났습니다.  노랑색상이 유달리 화사한 조화가 벌써 시들어 초라한 생화와 대비되는 오른 쪽의 작은 공원묘지를 지나면서 진짜보다 더 좋아 보이면 짝퉁이라 알려줘도 살 사람들은 여전히 사겠구나 싶었습니다. 세 번째 삼거리에서 철망 울타리를 벗어나 각개전투교장으로 내려섰다 송전탑을 거쳐 만난 벙커지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00봉으로 향했습니다.


 

  10시3분 100봉에 올라서자 남서쪽으로 계양산이 흐릿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시 짐을 풀고 목을 축인 후 득실마을로 하산하는 중 산소를 만나 우측 풀숲 길로 들어서 왕복 2차선 도로로 내려섰습니다. 득실마을 앞에서 건너편의 공사장안으로 들어가 굴포천의 운하를 내려다 본 후 옛골음식점을 거쳐 임시 가교를 걸어 경인 운하를 건넜습니다. 완공을 해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된 경인운하를 보고 공사를 중단시킨 정부는 과연 탁상행정의 병폐를 극복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운하를 건너고 바로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지하도로로 통과한 후 우측으로 공항도로와 나란한 방향으로 나있는 좁은 차도를 따라 10분 남짓 걸어 꽃메산 들머리인 한 조경원에 들어섰습니다.  “한국의 산하”에 한남정맥 종주기를 올리고 있는 진혁진님의 표지리봉이 눈에 띄어 반가웠고 연초록의 어린 향나무와 붉은 색의 단풍나무가 서로 어우러져 보기에 좋았습니다.


 

  11시31분 133봉에 올라 사과로 시장기를 달랬습니다.

득실마을에서 조경원에 들기까지 경인운하와 공항고속도로를 건너느라 한 50분이 걸렸습니다. 물을 건너서는 안 되는 정맥종주에서도 인공적으로 낸 운하를 만나 건넌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조경원에서 꽃메산을 바로 올라 왼쪽으로 꺾어 된비알의 소나무 숲길을 걸어 오른 133봉에서 계양산은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쌩하는 소리에 이어 포탄 터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 불안했기에 서둘러 짐을 챙겨 맞은편의 계양산으로 향했습니다.


 

  사격장을 지나 반시간 넘게  불안했습니다.

11시50분 사격장에 들어서자 장병 2명이 처음에는 길을 막다가, 얼마 후 사격연습이 있겠으니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발걸음을 서두르다가 길을 잘 못 들어 제때에 사격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했습니다. 한 참 후 다시 돌아와 산 중턱의 송전탑을 지나서 한 숨 돌렸습니다만 깃봉만 댕 그러니 서있는 한 봉우리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반대편인 오른쪽 산 밑의 부대에서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계속해 들려와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13시26분 해발 395미터의 계양산을 올랐습니다.

그 새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데 익숙해져서인지 4백미터도 채 안되는 계양산을 오르는 데도 숨이 찼습니다. 바로 아래 군부대 통신기지가 들어선 계양산 정상에는 평일인데도 많은 분들이 올라와 발아래 인천시를 조망하고 있었습니다. 골막산에서 계양산까지 걸어온 길만큼 더 걸어 철마산에 이르면 아나지고개로 하산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 질 계획이어서 이곳에서 점심을 들었는데 마침 혼자 산에 오른 한 분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느라 모처럼 점심상이 푸짐했고 자연 다른 때 보다 점심시간이 길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하루 세끼를 모두 먹을 수 없어 한 끼는 끼니때가 되면 가슴에 점을 찍어 놓고 걸렀다 해서 이름 붙여진 점심을 산위에서 이토록 긴 시간 느긋하게 먹어보기도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14시21분 계양산을 출발해 철마산으로 향했습니다.

계양산에서 철마산까지는 인천 시민들이 등산로를 갈고 닦아 길을 잃을 염려가 전혀 없었기에 이런 저런 얘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계양산에서 처음 만난 분이지만 쉽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백두대간 종주라는 이 시대 산악인의 꿈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5시6분 장명이고개 앞 차도를 건너 276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30분을 올라 돌탑이 세워져 있는 276봉에 다다르자 인천 앞바다와  경인에너지 그리고 공항으로 이어지는 영종도 다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머물렀던 계양산을 먼발치서 뒤돌아보자 5부 능선 위에 내려앉은 단풍라인이 간장이 저려오는 중년의 아픔을 묻어두어도 좋을 만큼 고와 보였습니다.


 

  15시52분 288봉에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시멘블록건물의 폐막사가 들어서 있는 288봉에도 이 산줄기를 사랑하는 몇 분들이 먼저 올라와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오른 쪽으로 난 철조망 문을 통과, 4곳의 헬기장을 지나  철마산에 이르기 까지 산행기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고, 한 산을 같이 다녀왔어도 나름대로 담고자 하는 내용과 스타일이 서로 다르기에 산행기도 분명 창작품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그러기에 의견을 내놓는 선을 넘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산행기를 흠잡거나  비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정작 주인공인 산은 산행기 내용을 갖고 가타부타 말을 안 해 그 그릇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16시49분 해발 221미터의 철마산에 올라서자 288봉에서 내려다 본 바다가 한 걸음 다가선 듯 가깝게 보였습니다.

백두대간의 깊은 산속이라면 어둠이 나래를 펴기 시작했을 이 사간에 아무런 밤의 색깔을 감지해 낼 수 없었던 것은 산이 낮고 바다가 가까워 해넘이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였을 것입니다. 얼마고 내려서자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가 나타났고 마루금이 나있는 이 울타리를 따라 계속해 내려가자 절개면이 나타나 한참을 되돌아 올랐다가 다시 왼쪽으로 난 길로 하산해  아나지고개의 6번 국도로 내려서느라 10여분은 지체되었습니다.


 

  17시45분 경인고속도로를 건너는 육교에 걸어올라 9시간 반의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날이 어둡기 시작해 여기서 산행을 마치고 6번 국도로 내려섰기에  다음 산행은 이곳 아나지고개에서 출발할 계획입니다.


 

  계양산을 오르는 중 철쭉꽃 2송이를 만나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어려운 세상을 사느라 길 잃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제 산속의 철쭉꽃도 때를 잃고 헤매는 것을 보자 사람과 생물 모두가 참 어렵게 세상을 살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만나는 모든 이들에 건네줄 가슴을 따뜻하게 할 말 한마디를 준비해서 산에 올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