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8차 구간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3. 3(일)
2.산행구간 : 우두령-바람재-황악산-궤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22.7Km)
3.산행친구 : donkey 홀로
4.산행일지
- 3/3 : 제12소구간(우두령-바람재-황악산-궤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22.7Km)
03:50 울산출발
07:33 우두령도착 및 산행시작
08:51 985.3봉
09:21 바람재
10:24 형제봉
11:04 황악산
13:20 궤방령
15:47 가성산
17:04 눌의산
18:00 추풍령
5.산행기
- 대간 고수
하늘에 짙은 구름이 끼였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작은 빗방울이라 다행스럽다. 김천으로 가는 중에 왜 그렇게 잠이 오던지...몇 번씩이나 차를 세워 놓고 휴식을 취해 본다. 봄이 오는 걸까? 피곤한 것이 좀 심한 것 같다.
김천에서 해장국으로 이른 아침을 대신하고 택시를 타고 우두령으로 향한다. 지난주 젖은 신발 때문에 처음으로 산행계획을 포기하고 내려온 곳이 우두령이었다. 우두령엔 안개가 휩싸여 있다. 비가 오려나? 일기예보엔 비온다는 말이 없어 여기까지 왔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택시기사는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좋은 산행이 되라고 한다. 고맙다. 안개 바람 부는 우두령에서 대간길을 오른다. 오르자 마자 헬기장이 나온다. 갓 지나간 듯한 선명한 발자국이 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했다면 아마도 대간꾼 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완만한 경사 길을 따라 안개 속을 오른다.
주위는 온통 안개로 휩싸여 있다. 이른 아침의 숲속은 안개로 인하여 신비롭기까지하다. 능선을 오르다 말고 멈칫 놀란다. 안개 속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 하나. 앞서간 대간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검은 복장에 긴 머리, 그리고 턱수염과 콧수염이 길게 길러져 있다. 아마도 산속에서 길러진 모양이다. 한 눈에 대간고수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선 채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서울서 오셨단다. 통상 10시까지는 천천히 걷는다면서 나보고 앞서 가라고 한다. 추풍령까지 간다고 해서 같이 동행하자고 했다. 오늘은 산행친구를 현지에서 조달한 셈이다. 그것도 아주 고수 한 분을 모시고 산행을 할 것 같아 다행스럽다.

안개는 온 산을 짙게 휘감고 있어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고도를 높여 나가자 상고대가 멋지게 피어 있다. 안개가 만들어 놓은 순백의 상고대다. 나뭇가지의 생긴모양 대로 각양각색의 상고대는 눈꽃과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길가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상고대는 우리가 지나가면 아침 이슬처럼 뚝뚝 떨어진다.
985.3봉을 지나 능선 길에 섰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산호처럼 하얗게 핀 상고대만 보석처럼 빛난다. 바람재 쪽에서 한 사람이 올라 온다. 자신은 아마추어 무선사인데 바람재 벙커에 가면 음식이 있으니 커피와 함께 먹고 가란다.

안개 속의 상고대 밭을 지나니 간이 화장실이 하나 나오고 바로 내려 서면 바람재다. 안개 속이라 표지리본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오른쪽으로 가니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짚차 몇대가 서 있다. 아마추어 무선사 인듯한 사람들이 안개 속에 서성거린다. 대간 길을 물어 보았으나 신통치 않다. 안개속이라 황악산은 물론이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어떤 지형도 보이질 않는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가늠해 본다. 이리저리 둘러 보니 바람재에 내려 서자 마자 왼쪽으로 거의 180도 꺾어서 내려가야 대간길이 이어진다. 바람재의 안개 바람이 매우 차갑다. 표지리본을 따라 조금가면 또 바람재에서 내려오는 도로와 만나고 곧장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큰 헬기장을 지나 참나무 숲의 오르막을 오른다.

안개와 상고대 숲은 계속 이어져 눈 녹은 초봄의 숲속을 동화의 나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40여분을 오르면 김천소방서의 119구조요청지점 9번이라고 쓰여진 안내판을 지나 형제봉에 닿는다. 대간 고수께서 쉬어 가자고 한다. 대간 고수는 작년 가을에 백두대간을 시작해서 이미 진부령으로부터 역주행하여 문장대까지 마친 상태이고 이젠 올라가고 있는데 7-10일 이면 대간을 마칠 수 있다고 한다. 부럽다.
쉬면서 삶은 계란, 곶감, 단감, 망고 말린 것, 땅콩, 파인애플등을 쉴새 없이 내어 놓으며 먹으란다. 고수는 역시 먹는 것도 틀리는구나. 삶은 계란은 고추장을 발라 먹고, 땅콩은 반쯤 볶아 온단다. 배울게 많다.
햇볕이 조금 비친다. 앞자락에 있을 황악산은 등성이만 살짝 보여준다. 황악산으로 가는 길은 떨어지는 상고대 소리로 숲속이 요란하다. 상고대는 목덜미에도 떨어져 등으로 파고 든다. 나뭇가지의 상고대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듯 떨어진다.

황악산 정상은 특별하지가 않다. 황악산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고 주위엔 나무로 둘러 쌓여 있다. 곧장 내려 서면 헬기장이고 대간길은 오른 쪽으로 꺾여진다. 내려가는 동안 대간 길은 직지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로 북적댄다. 몇몇 아주머니 들은 조금 있는 눈에 쩔쩔 매는 것 같다. 자꾸 다른 길을 물어 본다. 대간 고수가 한 수 가르쳐 준다. 눈길에 미끄러지면 두 다리를 하늘 높이 들어 주면 괜찮다고 한다. 어디에 걸려도 걸린단다. 등에는 배낭이 있어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황악산에서 두어 시간 내려 오면 궤방령 신작로에 닿는다. 양지 바른 곳에서 대간고수의 놓칠 수 없는 좋은 정보를 들으며 점심을 먹는다. 궤방령에서 가성산으로 오르는 능선은 햇살이 따뜻하게 비친다. 바람이 불어와 적당하게 흐르는 땀을 식혀 준다. 시원하다. 능선길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면 가성산이다. 궤방령에서 두어시간의 거리다. 영동군 매곡면 체육회에서 세운 조그만 돌비석에 '백두대간 등산로 가성산 710m'라고 적혀 있다. 가성산에서 급경사가 20여분 이어진다. 눈이 녹은 곳은 흙길이 미끄럽고 곳곳에 낙엽속의 얼음은 비수를 드리 밀 듯 기어이 엉덩방아를 짛게 한다. 엉덩이에 묻은 흙은 눈 위에 문지르면 만사 오케이란다. 대간 고수가 또 한수 가르쳐 준다. 골짜기에 물이 있을 만한 지형도 가르쳐 준다. 대간고수는 추풍령에 갈때 까지 무언가 많은 것을 공짜로 일러준다. 대간 길의 인심도 일러준다. 가성산에서 내려온 것 만큼 또 오르면 장군봉이다.

장군봉에서 663봉으로 가는 안부는 펑퍼짐하고 넓은 참나무 숲이다. 잡목 하나 없이 고만 고만한 참나무 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참 건강한 숲인 것 같다. 따뜻한 이른 봄의 오후 햇살을 숲속 깊이 속속들이 비쳐 준다. 참나무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 663봉에 서면 앞에 보이는 산이 눌의산이다. 눌의산에 서면 사방이 훤히 보인다. 황악산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추풍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 온다. 눌의산에서 내려 오는 길도 급경사이다. 힘들게 한시간여를 내려 오면 잘 닦여진 묘지群에 닿고 고속도로 지하 통로로 연결된다.
모처럼 좋은 대간 고수 한분과 산행을 하게 되어 좋은 하루 였다. 오늘 또 한 장의 지도를 넘기며 다음 산행을 기대해 본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김천(승용차), 김천-우두령(택시 23,000)
- 복귀로 : 추풍령-김천(버스 1,300), 김천-울산(승용차)

7.제9차 산행계획
- 일정 : 2002.3.9-10
- 구간 : 추풍령-큰재-신의터재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