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문 봉 산 행 기

용문봉 개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에 소재한 용문봉은 한강정맥 문례재에서 문례봉으로 가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뻗어내린 지능선상에 있는 암릉으로 이루어진 험한 산이다 능선을 고집하며 내려가면 용문산 주차장에서 그 끝을 맺는 약4km정도의 산줄기가 용문봉 종주 산행이 되는 것이다

지명 주차장 부도비 헬기장 용문봉 헬기장 부도비 용문사 주차장
고도 200 537 947 537 200
거리 1.7 0.5(2.2) 1.5(3.7) 1.5(5.2) 0.5(5.7) 0.2(5.9) 1.5(7.4)

산행거리 : 7.4 km
산행시간 : 5:20


한강정맥 4구간 종주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아침에 마누라가 싸준 주먹밥 한 개로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새벽부터 흩뿌리는 눈발에 오늘 산행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차장 : 6:50

매표소를 지나니 아무도 없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사람 구경은 못하고 그저 주차장을 가로질러 용문사를 포장도로 따라 오른다
아직 날은 안새고 사내 정지국사부도및비 안내판 앞으로 오른다
여기서 무언가 잘못되었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깨닫지를 못했다 5만분의일 지형도를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지국사부도비, 천연기념물제30호 은행나무, 용문사 순서대로 비,점세개(명승고적표시),卍자(절표시) 표시가 되어 있어 용문사는 생각도 않고 비 옆으로 점선으로 된 길이 문례재로 오르고 있어 무조건 정지국사부도비쪽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물론 문례재로 오르기 위함이다 부도비는 보물제531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달랑 1개만 경계를 둘러싼 철주 안에 있다 밖으로 장의자 한 개와 이정목이 있다 정지국사는 이 절을 최초로 지은 스님으로 입적하신 후 많은 사리가 나와 그것을 모신 부도이다

정지국사부도 및 비 : 7:20

이어서 급경사를 오르는데 끝간데 없이 오른다 오르는 도중 좌측으로 소나무와 어우러진 조망하기 좋은 바위를 지나 잠깐 오르면 이정목이 망가져 있는 너른 헬기장으로 도면상 높이 537m 삼각점이 있는 지점이다 봉우리가 아니고 능선상의 편편한 곳일 뿐이다 삼각점은 눈에 묻혔는지 보이지 않는다

헬기장 : 7:50

편한 능선길을 잠시 가다보면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되는데 바위 사이사이로 갈 수 있는 길을 잘 찾아야 한다 이때부터 고요하게 나풀거리며 내려앉던 눈이 함박눈으로 바뀌며 모자깃을 내리게 만든다

아무도 오른이 없어 발등이나 정강이까지 빠지는 바위 위에 쌓인 눈을 혼자서 미끄러지며 오르면서 생각을 해본다

분명히 부도비 옆으로 오르면 도면상 계곡길로 해서 문례재로 올라야 하는데 웬 암릉이란 말인가?
그래 잘못되었다 바로 이 길이 어제 문례재에서 바라본 험한 암릉 능선인 용문봉능선이 아닌가

오르는 내내 좌측으로 내려가 계곡으로 붙는 길을 찾았으나 좌우가 절벽뿐이어서 도저히 불가능하다
길은 오로지 능선길인 것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두시간 이상 힘들게 오른길을 포기 할 수도 없어
그저 전신 운동하면서 절벽가 바위를 별별 쑈를 다해서 오르니 온 몸의 진기가 다 빠져 버린 것 같다
한발한발 옮기는데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팔힘 다리힘 아무것도 없는 것이 무슨 오살병에 걸렸는지 이 청승을 떨고 있는가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나이에 릿지 산행이 웬말인가 그것도 눈쌓인 설릉 바윗길을 ...... 만감이 교차한다

사실 눈만 안쌓였다면 재미있는 아기자기한 능선이라 춘삼월 꽃필 적에 오면 금상첨화일것 같다
참으로 아름다운 능선이다 다만 내 능력이 모자라 힘이 든 것뿐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 험한 바윗길을 두시간이나 올라왔다
지도상 용문산 동쪽 2km 지점에 있는 947봉인 용문봉이다 눈이 계속 내려 세상은 뿌연 대기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 사람이건 짐승이건 발자국 하나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고집 하나로 3시간 10분 동안 이제사 용문봉이니 한강정맥이 시작되는 삼거리 무명봉까지 남은 1km를 가자면 앞으로도 한시간 정도 더 걸릴 것이 아닌가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접근시간이 4시간여나 소비되니 날씨가 좋으면 몰라도 눈오는 오늘 도저히 목표지점인 비슬고개는 무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 산은 항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한갓 인간이 저 혼자 조바심을 내서 무엇하란 말인가
또 일찍 집에 들어가 설빔 장만을 하는 처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옆에 앉아 있어 줘야 할 것 아닌가
최대한으로 너그럽게 생각하며 자기 합리화를 시켜본다
그래도 아쉬움만 남는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인간의 욕심이란 한이 없는 모양이다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먼저 떨려온다 어떻게 올라 왔는데.....

용문봉 : 10:00

올라온 발자국 따라 별별 쑈를 다하며 진행하다 보니 눈이 얕게 깔려있는 능선은 새로온 눈이 덮혀 발자국을 지워버리고 말아 새롭게 가는 길을 찾아야했다
에구 팔자야...
헬기장에 도착하니 이제사 안심은 되는데 지도에 정지국사 부도비를 헬기장인 537m 지점 밑에다 표시를 해놓았으면 지금쯤 문례봉을 지나 시간상 735봉을 지나고 있을텐데 ...

내가 꼼꼼히 현장과 지도를 대조해서 진행해야 했는데 주의를 게을리해서 너무 쉬운 곳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심한 자책속에 괜한 부아가 끓어오른다 지도가 잘못되었다고...
건설부를 상대로 중앙지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나 해볼거나...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보며 피식 웃어버린다

헬기장 : 11:00

급경사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11시30분에 부도비를 지나 용문사 경내로 들어선다
이정목에 용문산 3km 마당바위 2.1km 상원사 2.1km 라고 한다
천년의 세월을 이고 있는 거수 은행나무를 쳐다보다 주의를 빙빙 돌며 이생각 저생각 하다 주차장을 향한다
산보나 문화관람하는 연인사이 가족사이 깔깔거리며 웃고 사진찍고 떠들어대며 오고 간다 관광하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는 없으나 이런 분위기에서 참된 절집 수양이 될는지 의심스럽다

안내도에는 문례재 오르는 계곡길이 없다 어제 지나온(한강정맥3구간) 결과를 생각해 보아도 계곡에서 올라온 그 무엇 흔적 하나 발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마당바위로 해서 문례재 오르는 길이 험할 것으로 생각이 든다

용문사 : 11:40

주차장 : 12:10

그후

어제 저녁 먹던 용문산 식당에서 또 산채비빔빕과 산더덕 막걸리 한병으로 아쉬운 일정을 마감한다
한강정맥 종주산행이 용문봉 일반산행이 되고 말았다 되풀이되는 경험 또 한번 자신을 질책해 보지만 앞으로 또 그런일이 일어날 것이다

여기서도 또 한번 지명이 달리 표기된 곳이 나온다
어제 내려온 조개골이 산행안내서에는 조계골이라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건설부가 인정한 중앙지도 지형도를 믿고 싶다(?)
한시간에 한 대 있는 용문행 군내버스를 13시 50분에 타고 집에 도착하니 아직도 대낮이다 마느라 왈
"웬일이야 3일간 실컷하고 오지" "흐이그 저 능청은 나도 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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