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6차 구간종주기

1.산행일정 : 2002. 2.14(목)
2.산행구간 : 중재-백운산-영취산-민령-깃대봉-육십령(17.9km)
3.산행친구 : donkey 홀로
4.산행일지
- 2/14 (제6소구간 : 중재-백운산-영취산-민령-깃대봉-육십령:17.9km)
04:12 울산출발
07:10 함양도착
07:45 중재도착 및 산행시작
08:12 중고개재
09:25 백운산(1,278.6m)
10:44 영취산(1,075.6m)
11:23 덕운봉
12:55 민령
13:23 깃대봉(1,014.8m)
14:18 육십령

5.산행기

- 끊어진 대간 잇기
지난 1월20일 3차 구간종주 때 복성이재에서 육십령까지를 당일로 종주하기 위해 새벽같이 달려가 산행을 시작했건만 역주행 사건으로 인하여 중재에서 도중 탈출했었다. 중재에서 육십령까지를 미종주로 남겨 둔 채 4차, 5차 구간종주를 계속하여 덕산재까지 마쳤지만 이어지지 못한 이 구간 때문에 찜찜하기 짝이 없었다. 설 연휴 말미에 하루를 할애하여 이 구간을 잇기 위해 또 길을 떠난다.

구간이 좀 길기는 하지만 해가 뜬 후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조절하면서 함양까지 간다. 덕분에 산청휴게소에서 40여분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대간종주 계획에는 함양을 두 번 오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로써 벌써 4번째다. 함양 개인택시 사무실에서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기사 한 분을 깨워 중재까지 길을 청한다. 얼마 전에 눈이 왔는지 고개 마루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개로 오르는 노면이 좋지 못한데 눈까지 있어 중간에서 내려 걸어 올라 간다. 지난번 달아 놓은 당나귀 표지기를 확인하고 백운산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하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다.

- 최고의 전망대! 백운산
중고개재로 향하여 조금 올라가자 참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을 벌채하여 아무렇게나 잘라 놓아 진행하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나무 밑둥치에 오른쪽 전갱이까지 긁혀 억수로 아프다. 중고개재를 지나자 길은 눈으로 덮여 있다. 눈 위에는 온갖 짐승들의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혼자 만의 산행인지라 이 놈의 발자국을 보면 겁부터 난다. 길가다 갑자기 멧돼지라도 맞닥거리면 어쩌지? 이 스틱으로 찔러 버리면 그놈이 죽을까? 배낭을 메고 있어 나무에 올라가기도 어려운데... 그런데 이 놈의 발자국은 꼭 길 따라 나 있는 지 모르겠어. 아마 짐승들도 길을 잘 알고 있는 가 봐. 야간 산행 할 때는 이 동물 발자국도 길 찾는 데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곤 한다. 동물 발자국은 육십령까지 계속되었다. 중고개재에서 급경사 길을 숨을 헐떡이며 1시간 이상을 오르면 백운산정상이다.

백운산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주능선과 노고단, 만복대, 수정봉, 고남산,월경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주봉들이 열병을 하듯 도열해 있고 북쪽으로 보면 장수덕유와 남덕유가 덕유능선의 초입에 천하대장군처럼 우뚝 서 있다. 그 뒤로 향적봉까지의 덕유능선이 계속하여 이어져 백운산의 조망은 정말 탁월하다. 또한 동서남북으로 고기비늘처럼 겹겹이 쌓인 산들이 운무 속에 병풍을 두른 듯 하다.
백운산에서 지도를 정치하고 오늘 나아가야 할 길을 가늠해 본다. 영취산, 덕운봉, 깃대봉이 줄지어 있다. 좋은 능선 산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황금 능선
백운산에서 능선의 눈길을 타고 한 시간쯤 가면 영취산 바로 못 미쳐 선바위고개가 나온다. 진부령까지 1,105.9km라고 표시해 놓고 있다. 대간종주를 위해 영취산 쪽으로 곧장 가 버렸으면 선바위고개의 유래를 모를 뻔 했다. 잠시 길을 잘못 판독해 무령고개 쪽으로 가다가 되돌아 온다. 무령고개 쪽으로 백여미터 가면 큰 바위 하나가 서있다. 아마도 이 바위가 선바위이고 고개이름도 여기서 따 왔으리라.
곧 이은 봉우리가 영취산이다. 이 곳에서의 조망도 멋지다. 눈길과 뒷동산 오솔길 같은 산죽길을 따라 가다 보면 오른쪽에 덕운봉을 두고 작은 암봉에 닿는다. 중재와 육십령구간의 중간 쯤 되는 지점이다. 작은 공간이 있어 앉아 쉬면서 목도 축이고 지도를 펴 놓고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살피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곳곳에 전갱이까지 빠지는 눈길을 지나 977봉 못 미친 고개마루에 다다르면 이정표 하나가 서 있다. 육십령 6.5km, 영취산 6.5km, 논개생가 2km, 경남 옥산리 3.5km. 이곳에 논개 생가라니... 이외다. 논개가 진주사람이니 장수군사람이니 논쟁은 접어 두고 논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변영로가 지은 시나 한번 읊어 보자.

논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북바위 이정표를 지나 조금 가니 민령인듯 싶다. 억새 잎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통영 대전간 고속도로가 민령좌우로 뻗어 있다. 저 아래 보이는 고속도로 터널이 마치 콧구멍처럼 뚫여 있다. 민령에서 30여분을 오르면 깃대봉이다. 백운산에서 이곳 깃대봉까지는 해발 900미터에서 1,000미터 정도 되는 능선의 연속이다. 조금 내려 갔다 싶으면 또 오르막이 있어 크게 힘들지 않고 좌우 계곡과 군봉(群峰)들을 조망하며 산행을 즐기기가 그저 그만인 황금능선인 셈이다. 깃대봉을 조금 내려가면 펑퍼짐한 안부가 나오는데 눈이 쫙 깔려 길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인기척에 주위 농장의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오늘의 종착지 육십령이 가까운 모양이다. 끊어진 대간 때문에 지난 며칠간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가! 끊어진 대간을 이어 놓고 나니 미루던 숙제를 끝마친 것처럼 기분이 홀가분하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함양(승용차), 함양-중재(택시 @20,000)
- 복귀로 : 육십령-서상(택시 @6,000), 서상-안의(버스 @1,400), 안의-함양(버스 @1,400)

7.제7차 구간종주 계획
- 일정 : 2002. 2.23~ 2.24(1박2일)
- 구간 : 덕산재-우두령-궤방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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