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0차 구간종주 산행기


1. 산행일정 : 2003. 01. 11
2. 산행구간 : 늘재-밀재
3. 산행동지 : 오영동, 정영찬, 김용순
4. 산행여정
2003. 01. 11
05:02 부산 출발-08:00 늘재 도착

2003. 01. 11 (제14소구간 : 늘재-밀재)
08:05 늘재 출발(산행시작) - 09:37 청화산(09:48 출발) - 09:58 시루봉
삼거리(10:07 출발) - 11:05 858봉 - 11:24 암릉지대 - 12:07 갓바위재
(12:15 출발) - 13:08 조항산(13:45 출발) - 14:20 고모령(14:30 출발) -
15:23 854봉 - 15:47 집채바위 - 16:16 밀재(16:25 출발) - 17:38 삼송리

5. 산행기

※ 2003.01.11(제14소구간 : 늘재-밀재) 날씨 : 맑음
올해 들어서 처음 종주 산행에 나서기 위해 늘재에 도착 한 것이 오전 8시,
지난번 산행시 이곳에 늦게 도착 하였기에 성황당과 面나무로써 1982년 10
월 26일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320년의 음나무를 다시금 확인이 가능하였다.
이곳 늘재는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64번지로 잘 포장된 2차로의 키 큰 음나
무 왼편으로 산행길이 열린다.

종주 능선에 접어드니 상고대가 솔숲을 덮고 있다. 흰 소나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인생도 세월이 지나면 검은 머리가 저들처럼 흰색으로 변하는 게 아
니겠는가? 자연의 가르침과 세월을 어찌하여 거스를 수 있단 말인가? 글
한 수가 생각난다. “花開 花謝 春何菅 雲去 雲來 山不爭”.

안개 사이로 둥근 해가 솟아오른다. 상고대는 어느덧 살아지고, 눈 위에는 초벌 빻은 쌀가루 같은 상고대의 잔해가 떨어져 있다. 잔솔밭을 지나 30여
분 오르니 세운지 몇해 되지 않은 듯 보이는 “靖國祈願壇 白頭大幹 中元
地” 라는 비가 하나 우뚝서있고, 그 뒤편으로는 속리산 천황봉에서 문장대 까지 8폭의 평풍을 펼쳐 놓은 듯 하다. 뒤 돌아서 눈 속의 가파른 바위를 붙
잡고 시름을 한지 한 시간 반. 헬기장에서 숨을 돌리니 바로 청화산(984m)
에 도착한다.

이곳 청화산은 충북의 괴산군과 경북의 상주시,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곳
으로 정상에는 표지목과 표지석이 나란히 서 있다. 그리고 정상 부근의 이정
표에는 ← 늘재 3.5km(1시간 20분 정도 소요), 조항산 10.3km(3시간 30분
정도 소요)→ 라고 쓰여 있는데, 우리들이 준비한 지도와는 많은 차이가 있
음을 느꼈으나, 눈 쌓인 겨울 암릉 산행이라 그만한 시간이 소요 되었다.

청화산에서 10여분을 내려서면 혹한과 눈비 속에서도 잘 견디어낸 종이에
쓰여 나무에 매달린 이정표를 만난다. 시루봉 삼거리로 여기서 잠시 멈췄
다. 여기 까지는 선행자의 발자국을 따라 왔건만, 그 발자국은 동쪽 시루봉
으로 이어져 있었으니까.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아무도 눈길을 밟지 않
은 북사면으로 리본만 몇 개 바람에 날리고 있다. 채비를 다시 한 뒤 허벅지
까지 쌓인 눈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858봉을 지나니 곧 암릉지대다. 양지바른 곳에는 눈이 녹아 밤새 얼어버린
얼음위로 다시 눈이 쌓여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져 다치기 십상이다. 시루
봉 삼거리 부터 눈과 사투를 벌인지 두 시간 만에 갓바위재에 도착했다. 멀
리 의상저수지 얼음위로 눈이 뽀얗게 쌓여 있고, 조항산을 쳐다보니 칼날
같은 바위들이 뾰족뾰족이 솟아있다.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보이지만 암릉을
오르내리며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다.

갓바위재를 뒤로하고 사력을 다하여 오른지 한 시간, 드디어 조항산(951m)
이다. 조항산은 앞뒤로 전망이 확 트여 북동으로는 둔덕산 줄기와 마주치는
마귀할미통시바위가 있는 능선의 암벽과, 남으로는 청화산과 속리산이 아른
거린다. 정상에는 표지목과 표지석이 나란히 서 있는데 표지석 뒷면에는
『“백두대간을 힘차게 걸어 땀속에서 꿈과 희망을 아 아! 우리들 산하” 대한
산악연맹 경북연맹 산들모임 산악회 단기4332년 己卯 십일월』로 쓰여 있다.
조항산 정상에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

조항산 정상 표지 목을 뒤로 하고 대간길에 다시 들어선다. 가파른 바위길
엔 나무에 의지 하지 않고서는 위험하다. 간혹 바위 톱도 눈에 덮여 붙잡을 곳이 없는 곳에서는 엉덩이를 바위에 붙여 한 발작 한 발작 옮기는 방법 외
엔 별 도리가 없었다. 보조 로프를 준비 하지 않은게 후회가 된다. 하지만
바위 구간만 통과하면, 허벅지 까지 오는 눈 길도 미끄러지며 달릴 수 있었
다.

고모령에 닿으면 문경시청에서 石間水가 있는 고모샘이 대간길 진행방향
바로 우측 10m 아래 지점에 위치함을 알려주는 표지판과, 이정표는 떨어져
누군가가 바람에 날려 갈까봐 돌멩이로 눌러 놓았다. 아직 대야산이 3.8km
나 남았다니, 오늘 중으로 계획된 산행 구간인 버리미기재 까지는 힘들것
같아 한숨을 내 쉰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정면으로 마귀할미통시바위가 보이고, 이곳
능선과 연결되는 능선의 왼쪽으로 돌면 854봉에 닿는다. 길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 속에서 우리들을 반긴다. 854봉을 지나, 849봉을 오르지 않고
오른쪽 옆구리를 지나면 집채바위가 우뚝 서있다. 집채바위 안쪽으로 대간길
이 열려 있지만 눈이 많아 우회하여 밀재에 도착한다.

이곳 밀재는 탈출로도 뚜렷하고 이정표(↑대야산 1.5km, ↓통시바위 2.5km→월령대 1.8km, ←송면 5.2km)도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
다행이다. 신발 끈과 스패츠의 끝자락에는 오늘의 산행을 대변이나 하는 듯
고드름이 열렸다. 더 이상의 산행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고려 태조 왕건
왕도 저곳 대야산을 넘기 까지 쉽지 않았다는데 감히 우리들이 쉽게 넘을
수 있을것 같지 않아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로 중간 탈출 하였다.

중간 탈출로 능바위골 계곡에는 대야산의 겨울눈을 녹여 만든 옥 같은 물
이 흐르고 있다. 대간 산행중 계곡은 이번이 처음이라 새로움을 느낀다.

6. 돌아오는 길
2003. 01. 11
- 17:38 삼송리 출발-17:52 늘재 도착(택시비₩13,000)
- 17:55 늘재 출발-22:15 부산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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