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27일 (목요일)

* 일정표
의정부(04:00)
법주리고개(06:52)
475봉(07:36)
대안리고개(07:58)
2차선포장도로(08:30)
구봉산(09:24)
시루산(10:02)
404봉(10:46)
419봉(11:16)
작은구치재(12:24)
456.7봉(12:54)
탁주봉(13:17)
구치재(13:40)
백석리고개(14:32)
632봉(15:21)
535.9봉(15:48)
수철령(15:56)
구룡치(16:19)
576봉(16:51)
새목이재(17:11)
592봉(17:29)
능선분기점(17:55)
말치고개(18:11)

* 산행시간
약 11시간 19분

* 후기

- 법주리고개
아는분의 차로 새벽같이 출발해서 여기저기 길을 묻고 법주리에 가니 새벽안개가 자욱하고 여명이 밝아 온다.(06:52)
인삼밭을 따라 가전제품들이 함부로 버려져 있는 넓직한 길을 오르면 능선에 닿고 새끼줄 쳐진 나무사이에 돌제단과 엎어놓은 시루가 보인다.
경건한 마음으로 제단을 넘으면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오솔길이 이어지고 법주리와 아곡리를 잇는 중뜸고개를 넘는다.
돌무더기가 모여있는 고개를 넘어 428봉을 오르고 중키의 소나무들이 무성한 좁은 바윗길을 오르면 475봉인데 시멘트참호들이 있고 군전화선이 보인다.(07:36)

- 대안리고개
475봉을 내려가면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날카로운 암릉을 통과하면 낙엽깔린 미끄러운 길이 이어지고 잡목숲을 지나면 차소리가 들린다.
묘지들을 지나고 19번국도가 지나가는 대안리고개를 넘으니 마침 청주에서 보은가는 직행버스가 넘어오는것이 보인다.(07:58)
묘지들이 줄지어 나오는 능선을 오르면 "한국종주대"란 표지기가 처음 보이는데 2002년 12월1일이라고 써있으니 최근에 속리산에서 내려오는 중인것 같다.
소나무숲을 지나 419봉에 오르면 제단이 있고 시루와 술잔이 놓여있는데 떡시루를 엎어 놓는것이 아마 이지방 특유의 민속신앙인듯 하다.(08:12)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사면으로 뚝 떨어지는데 뚜렸한 길이 없고 잡목이 심하다.
선답자들이 많이 헤메었던듯 표지기들이 여기저기에 난무하는 숲을 헤치고 나오면 성티리와 연결되는 2차선포장도로가 나온다.(08:30)

- 구봉산
도로를 건너고 밭을 지나서 소나무길로 들어서니 짙은 안개를 뚫고 햇살이 관통하며 숲속은 영롱한 분위기에 사로 잡힌다.
무덤이 있는 420봉에 오르면 구봉산이 커다랗게 모습을 드러내고 숲은 이슬 떨어지는 소리로 축축하다.
왼쪽능선으로 들어가면 낮은 봉우리들을 넘고 묘지들을 지난다.
성티리와 이원리를 잇던 옛고개를 넘고 가파른 숲길을 올라 산불초소가 있는 구봉산(506m)에 오르면 흰눈을 얹고있는 속리산줄기가 뚜렸하게 보이고 서원리에서 구병산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도 잘 보인다.(09:24)
정상을 내려와 왼쪽능선으로 오르면 또 다른 산불초소가 있는데 나무를 베어서 사방으로 막힘이 없고 조망이 너무나 좋다.
사방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봉우리들과 운무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우리의 산하가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낸다.
아침겸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 시루산
소나무들사이로 좁은 암릉길을 지나면 얇게 갈라지며 절편을 이루는 바위들이 특이하다.
봉우리들을 넘고 479봉에 오르면 넓게 패인 바위지대들이 나오고 소나무 숲이 근사하게 조화를 이룬다.
옛광산의 흔적으로 흉물스럽게 무너져내린 절벽을 조심스럽게 우회해서 오르면 시루산(482.4m)정상이다.(10:02)
인간들은 돈을 벌기위해 자연을 마구 파헤치고 또 쓸모가 없으면 저렇게 내버려 두지만 정수리까지 망가진 시루산은 너무나 불쌍해 보인다.
정상은 조망이 별로 좋지 않지만 지나온 구봉산이 잘 보이고 백운동과 곰쟁이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 404봉
시루산을 내려와 봉우리들을 넘고 430봉에 오르면 돌탑과 작은 돌비석이 서있어서 호젓한 분위기가 들고 마을과 개천이 가깝게 보인다.(10:15)
봉우리에서 내려가면 거대한 노송들 사이에 제단이 놓여져 있는데 역시 시루가 엎어져 있고 붉은색 옷을 입은 작은 인형 두개가 술잔을 보며 웃고 서있다.
곰쟁이마을을 넘나들던 뚜렸한 고개를 넘고 숲길로 올라 간다.(10:23)
봉우리에 오르면 구봉산의 아홉개 봉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산불초소들도 반짝거리는데 아마도 시루산은 구봉산 봉우리중 6번째인듯 하다.
중키의 소나무숲이 싱그러운 암릉길을 가면 왼쪽으로 갈탕리마을이 보이며 꾸불꾸불하게 돌아나가는 속리천의 녹색물결은 정지되어 있는듯 아름답게 보인다.
펑퍼짐한 404봉에 이르면 무덤들을 지나고 뾰족한 봉우리 가기전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인다.(10:46)

- 작은구치재
낙엽덮힌 산길을 내려가면 마을이 가까와지고 잡초가 무성한 넓은 고개를 넘는다.(10:56)
국유지 표시석들을 지나서 봉우리들을 넘으면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고 쓰레기들이 즐비한 길을 오르면 419봉인데 앞에 보이는 벌목된 봉우리는 어린 잣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져있다.(11:16)
안부로 내려섰다가 잣나무묘목사이로 가파른 산길을 힘들게 오르면 430봉이다.(11:30)
왼쪽 능선으로 들어서서 봉우리들을 넘으면 탁주봉의 산불초소가 시야에 들어오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까다로운 정맥길도 탁주봉만 바라보며 목표로 삼는다.
완만해진 잡목숲을 한동안 내려가면 공터가 나오고 곧 포장도로가 지나는 작은구치재이다.(12:24)

- 구치재
2차선도로를 넘고 절개지를 오르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낙엽송지대를 지나서 진땀을 흘려가며 능선마루에 오르고 오른쪽으로 돌아 430봉에 오른다.
소나무들이 즐비한 암릉길을 지나고 456.7봉에 오르면 삼각점은 부숴져 있고 베어진 나무들로 지저분하며 탁주봉은 앞에 우뚝 솟아있다.(12:54)
안부를 지나 묘 두기가 있는곳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지만 탁주봉을 보기위해 묘를 지나 올라간다.(13:06)
봉우리를 두개 넘으면 노송들 사이로 암릉이 멋있고 정상부는 온통 바위 절벽지대로 이루어져 보기가 좋다.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 산불초소가 있는 탁주봉인데 전망이 너무나 좋아 575번도로와 탁주리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고 속리산연봉들은 그 어느곳보다 가깝게 다가선다.(13:17)
다시 내려와 쭉쭉 뻗은 낙엽송지대를 지나고 묘지들을 보면서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57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구치재이다.(13:40)

- 백석리고개
절개지를 올라서 방송시설물을 지나고 봉우리들을 넘는다.
423봉 오르기전에 오른쪽으로 꺽어져 안부로 내려가면 마을이 가깝게 나오고 농로를 건너 고추밭을 지난다.
억새밭에서 산길로 오르고 봉우리를 지나면 묘지와 만나며 넓은 산판길이 이어진다.
밭을 가로지르면 최근에 만든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백석리고개인데 백석리마을이 조용히 펼쳐져 있으며 앞에 보이는 정맥은 온통 밭으로 변해있다.(14:32)

- 632봉
밭따라 올라가다 마침 축사공사중인 곳에서 시원하게 물도 마시고 모자란 식수를 보충한다.
개울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밭을 지나고 물을 건너 산으로 오르니 인위적으로 물줄기를 돌렸다는 사전지식은 있었지만 웬지 찜찜해진다.
백두대간에서도 매봉에서 황병산 가기전에 작은 물줄기를 건너는 곳이 있었는데 차후로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겠다.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 가는 밧줄이 매어져있는데 아마 최근에 지나간 팀이 설치했을 것이다.
완만해진 길을 지나면 다시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지금까지 안 보이던 눈까지 있어서 쭉쭉 미끄러지고 힘들다.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서 정맥은 632봉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이어지지만 오늘구간중에서 최고봉이라 들러보기로 한다.
눈길을 조금 올라가면 베어진 통나무가 가지런히 쌓여있는 632봉인데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무엇인가 적혀있고 소나무들이 많아서 조망은 별로 좋지 않다.(15:21)

- 구룡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소나무 숲을 지나고 530봉에서 능선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544봉을 넘고 묘 두기를 지나면 능선분기점인 535.9봉인데 삼각점은 없고 내려온 정맥과 가야할 정맥길이 잘 보인다.(15:48)
낙엽이 깔린 길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구룡저수지와 중곡리마을들이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바위들 사이에 큰 참나무들만 몇그루 있는 수철령을 지나면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15:56)
미끄러운 눈길을 힘들게 올라서 바위지대를 지나면 554봉인데 넓은 정상에서는 왼쪽으로 속리천과 꾸불거리는 도로가 내려다 보이고 구룡저수지의 수면은 지는 해를 맞아 반짝거린다.(16:06)
505봉을 지나 잠시 내려가면 시간이 없을때 탈출할 곳으로 정했던 구룡치인데 종곡리쪽으로는 길이 희미하다.(16:19)

- 591봉
고개를 넘어 가파르게 오르면 560봉이고 오른쪽으로 안부로 내려선다.(16:29)
코가 땅에 닿을듯한 급경사 눈길을 오르면 586봉인데 오른쪽으로 눈에 쌓인 연봉들이 줄줄히 기다리고 있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급경사 눈길을 오르면 576봉이고 구룡저수지가 아주 가깝게 보인다.(16:51)
왼쪽으로 내려가면 좁은 날등 좌우로는 깍아지른 절벽지대이고 계곡은 끝이 없을 정도로 깊게 보인다.
다시 시지프스의 신화를 떠올리며 쉴새없이 눈길을 오른다.
반쯤은 녹아 질퍽거리고 사정없이 미끄러지는 눈길을 헐떡이며 오르면 591봉이고 정맥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17:03)
묘지들을 지나고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새목이재인데 좌우로 길이 불확실하고 단순한 안부에 불과하다.(17:11)

- 말치고개
다시 굉장히 가파른 눈길을 올라간다.
가다 미끄러지고 몇번씩 쉬면서 592봉을 오르면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지면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장재저수지의 푸른 물이 보인다.(17:29)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묘지들을 지나고 좀 더 뚜렸한 십자로안부를 넘는다.
가파른 눈길을 오르면 580봉이고 정맥은 여기서 조금 내려서다가 직진하는 593봉쪽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인다.(17:55)
급경사 내리막 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멋진 노송숲을 지나고 암릉들을 넘는다.
완만해진 숲길을 잠시 내려가면 차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37번 국도상의 말치고개이다.(18:11)
보은택시를 부르고 돌장승에 앉아 남은 김밥을 안주삼아 소주 한모금을 마신다.
김포부터 시작한 정맥길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지만 이제 한구간만을 남겨두니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저녁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는 고갯마루에는 고개를 힘들게 넘는 차량들의 비명이 안타깝고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취중인지 천황봉에 다온듯한 착각을 한다.
택시 한대가 고갯마루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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