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20일 (목요일)

* 일정표
강남고속버스터미날(06:30)
청주터미날(07:51)
산성동(08:22)
산성고개(08:46)
상봉재(09:01)
404봉(09:30)
현암삼거리(10:19)
선도산(11:05)
선두산(12:01)
483.1봉(13:20)
머구미고개(13:57)
국사봉(15:06)
살티재(15:47)
604봉(16:47)
527봉(17:21)
법주리고개(17:56)
창리(18:42)
청주터미날(19:40)
의정부터미날(21:30)

* 산행시간
약 9시간 34분

* 후기

- 산성고개
전에 내려왔던 산성동에서 산성으로 올라가니 산책하는 사람들은 안 보이고 성벽밑에는 잔디밭이 곱게 깔려있다.(08:22)
암문으로 올라가 암문을 통과하면 뚜렸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전번에는 어둠속에서 지도도 못보고 이 쉬운 길을 놓쳤다.
억새들을 지나고 통신탑을 보면서 잡목길을 내려가면 산성고개인데 작은 이정표에 해발343m라고 적혀있다.(08:46)
절개지를 올라가다 크게 미끄러지고 보니 낙엽밑에는 녹았던 눈이 얼어서 얼음으로 반질반질하다.
무덤들을 지나고 상봉재에 내려가면 "상당산성옛길"이라 적혀있고 오르는 길은 역시 얼어서 미끄러운데 밧줄을 잡고서야 간신히 오른다.(09:01)

- 404봉
얼은 길을 피해 가장자리로 낙엽을 밟으며 올라가면 무덤이 갉아먹은 것대산봉수터가 나오고 넓은 길로 조금 더 오르면 활공장이 있는 470봉인데 발밑으로 청주시내가 훤하고 가야할 선도산쪽 정맥길도 잘 보인다.(09:14)
봉우리를 내려가면 잡목과 관목들이 성가시고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길이 지저분하다.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희미한 길을 내려가면 통신탑이 있는 시멘트도로가 나온다.
길을 건너 잘 조성된 묘지를 지나고 404봉에 오르면 있어야할 삼각점은 볼수없고 묘지들을 따라 잡목들사이로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09:30)

- 현암삼거리
망자들을 내려다 보면서 예쁜 꽃들이 놓여있는 공원묘지를 뒤로 390봉을 오르고(09:37) 다음 봉우리에서 희미한 왼쪽능선으로 들어서면 잡목들이 빽빽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많아 통과하기가 힘들다.
잡목숲을 헤치고 내려가면 512번 지방도로가 나오고 길을 건너 절개지를 기어 오른다.(09:59)
붙잡을것도 없는 가파른 사면을 조심해서 오르고 송전탑을 지나면 얕은 능선이 이어진다.
묘지를 지나서 내려가면 다시 512번 도로가 나오고 도로따라 조금 걸어가면 수루네미마을이 있는 현암삼거리이다.(10:19)

- 선도산
길을 건너 마을로 들어가면 수령 200년된 큰 느티나무가 서있고 마지막 집에서 밭을 지나 능선으로 붙는다.
넓은 눈길을 올라가다 우회하는 좋은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봉우리를 향하면 잡목이 빽빽하고 관목들은 사방에서 잡아 당기며 길도 없어서 어렵게 올라간다.
힘들게 440봉에 오르니 나무들만 무성해서 조망도 볼것없고 정맥은 서쪽으로 올려다 보인다.(10:36)
가파른 길을 올라서 묘지가 자리잡고 있는 495봉에 이르면 선도산쪽이 잘 보이고 정맥은 왼쪽으로 꺽인다.
관목들이 괴롭히는 길을 지나면 가지치기를 최근에 한듯 나무들이 쌓여있고 510봉에 오르면 시멘트말뚝이 세워져있다.
햇빛이 반사되는 흰 눈길을 조금 더 오르면 선도산(547.2m) 정상이다.(11:05)
통신시설이 세워져 있는 넓은 정상에는 잘려진 나무들이 널려있고 따뜻하게 햇살이 내려와 아늑하다.
갈길도 멀고 배고픔을 느끼기전에 이른 점심을 먹으며 지도를 다시 점검하니 대원리고개까지는 까마득하다.

- 선두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550봉을 지나고 안부에서 소나무들이 둘러싼 470봉에 오르면 능선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는다.(11:26)
오른쪽으로 한계저수지를 바라보며 봉우리를 오르면 곧 정맥은 왼쪽으로 슬며시 휘면서 방향을 바꾼다.
낙엽송사이로 희미한 길을 내려가면 마을이 가까운 얕은 능선이 이어지고 십자로안부를 넘는다.
작은 소나무들이 많은 초지를 넘고 돌무더기 몇개 놓여있는 넓은 십자로안부를 지나면 스산한 분위기에 웬지 마음은 쓸쓸해진다.(11:43)
북사면이라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가파른 눈길을 관목들을 잡으며 올라가면 작은 공터가 있는 선두산(526.5m)이다.(12:01)

- 483.1봉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정맥은 520봉에서 왼쪽으로 꺽여서 급하게 내려가다가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건너면 목장철선이 나타나고 소나무들이 우거진 480봉을 넘는다.
잡목을 헤치며 나아가면 큰가지가 꺽어진 소나무가 있는곳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직진쪽은 누군가 나무로 막아 놓았다.(12:38)
노송들이 보기좋은 넓직한 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낙엽송지대를 지나면 작은 돌들이 깔려있는 넓은 임도가 나온다.(13:00)
절개지를 올랐다가 다시 임도와 만나고 임도따라 올라가다 산길로 붙는다.
묘지들을 지나고 낙엽송들이 쭉쭉 뻗은 넓은 길을 올라가면 능선갈림길인데 오른쪽으로는 백족산이 이어진다.(13:14)
왼쪽으로 억새가 가득한 숲길을 올라가 큰 묘지를 지나면 삼각점이 있는 483.1봉이다.(13:20)

- 국사봉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벌목지대가 보기 흉하고 백족산능선은 길게 이어지며 갈라진다.
완만해지는 능선을 내려가면 32번도로가 보이고 차량들의 소음도 들린다.
416봉을 지나고 390봉에서 오른쪽의 남동방향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서 묘지를 지나니 32번도로가 나오는데 고개에서 밑으로 조금 벗어나 있다.
390봉에서 조금 더 진행하다가 꺽어졌어야 하는데 지도보기를 소홀히 한탓이고 도로따라 3-4분 올라가면 머구미고개이다.(13:57)
4차선도로를 건너 무심코 마을로 들어섰다가 돌아나와 용창목공예 건물을 지나 시멘트도로를 오른다.
전원주택을 지나고 소나무숲을 통과해서 능선으로 붙으면 낯익은 표지기들이 반겨준다.
가파르게 오른 335봉에서 간식을 먹고 오랫만에 휴식을 취한다.(14:26)
눈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컨디션이 안 좋은건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대안리고개까지 갈길이 걱정된다.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 사정없이 베어놓은 나무들이 길을 막고 낙엽을 덮은 눈길에 자주 미끄러진다.
진땀을 흘리며 513봉에 오르면 드문드문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아름드리 노송들이 즐비해서 고산의 면모를 보여준다.(14:50)
왼쪽으로 도원저수지와 구불구불하게 산허리를 지나가는 임도를 바라보며 봉우리에 올랐다가 가파르게 한구비 더 올라치면 국사봉(586.7m)이다.(15:06)
정상에서 소주한잔 마시며 힘을 내고 남서쪽으로 길을 서둔다.

- 살티재
헬기장을 지나면서 보이는 겹겹이 솟은 연봉들 위로 하늘금을 그으며 흰눈을 덮고있는 저 산줄기가 아마 백두대간일 것이다.
저기 어디쯤인가 종착역인 속리산 천황봉이 있겠지...
바위지대를 지나가면 눈이 엄청 많아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고 발걸음이 늦어진다.
아까부터 보이던 발자국 하나도 희미하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저 발길의 주인공도 속리산을 향해서 갔을까?
인적없는 쓸쓸한 산길을 가는 외톨이의 눈에는 터벅터벅 이길을 지나갔을 산꾼들의 고독함과 힘들음 그리고 정맥을 향한 열망이 느껴지는듯해 알수없는 연민에 젖는다.
봉우리들을 넘고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눈길은 계속된다.
521봉을 올랐다가 관목들을 헤치고 가파르게 내려가면 제법 넓은 길이 지나가는 살티재이다.(15:37)
찬바람만 부는 안부에는 옛사람들의 많은 애환을 기억할듯한 돌탑만 쓸쓸이 서있다.

- 604봉
고개를 넘으면 아주 가파른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큰나무들 사이로 여기저기 누워있는 바위들을 지나고 암릉을 통과하면 580봉이다.(16:07)
다음 봉우리에서 정맥은 왼쪽의 희미한 길로 꺽어지는데 눈길이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마을들이 보이는 십자로안부를 지나면 묘지들을 뒤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눈길에 미끄러지며 큰 소나무 두그루가 넘어있는 곳을 지나면 삼각점이 있는 604봉인데 나무들이 빽빽해서 조망은 좋지 않다.(16:47)
그래도 한남금북정맥에서는 제법 높은 봉우리이건만 어쩐일인지 의미있는 이름을 갖지 못했다.

- 법주리고개
정상에서 내려와 590봉에 오르면 목장철선이 보인다.
나무를 깊게 상채기내고 있는 철선이 보기싫어 스틱으로 내려쳐 봤는데 꿈적도 안한다.
철선을 따라 가파른 안부로 내려섰다가 봉우리를 오르고 돌무더기가 널려있는 십자로안부를 넘는다.(17:10)
이제 일몰시간은 멀지 않았고 마음은 점점 급해진다.
능선갈림길인 527봉에서 정맥은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봉우리들을 내려가면 얼지않은 쌍암저수지의 푸른물빛이 산뜻하고 그너머로 구룡산능선도 당당하게 지나간다.
400봉에 올라서 뒤돌아 보면 604봉에서 이어지는 9개의 봉우리들이 형제들처럼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서있다.
마을과 가까운 얕은 능선을 지나면 왼쪽으로 인삼밭이 보이고 묘지들을 연거퍼 넘는다.
법주리마을이 보이는 시멘트도로로 내려가면 넓은 산판길을 따라 정맥은 이어진다.
묘지들을 지나고 밭으로 내려가면 572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법주리고개이다.(17:56)
앞으로는 넓은 인삼밭이 펼쳐있고 그위로 구룡산은 우뚝 솟아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대안리까지는 3km 남았고 약 1시간 거리인데 일몰까지는 20여분 남았고 30-40분은 랜턴없이 산행할수도 있을것이다.
대안리로 오를까 말까 길에서 고민하다가 아쉽지만 여기서 산행을 접기로 한다.
지금까지 두번이나 일몰후까지 산행을 연장했지만 두번다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 집에 가는길
왼쪽으로 법주리로 내려가며 물어보니 창리까지 4km를 가야 청주가는 버스를 탈수있다고 한다.
쌍암리와 법주리를 잇는 이 2차선도로는 차량통행이 거의 없고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간혹 넘어오는 차량들에 손을 흔들어 보지만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군부대를 지나고 성황당처럼 허리에 새끼줄을 두른 나이 많은 느티나무도 만난다.
한화공장쯤 오니 날은 완전히 어두어지고 이제 차를 얻어타기는 틀렸다.
얼어붙은 도로를 터벅터벅 스틱으로 두둘기며 걸어간다.
멀리서 개들이 짖는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