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6일 (목요일)

- 보현산
감우리 마을에서 택시를 내려 전원주택들을 끼고 꼬불꼬불한 비포장길을 올라간다.(07:55)
고갯길에는 승주마을로 넘어간 차바퀴 자국만 눈위에 찍혀있고 산새소리들이 정겹다.
승주고개로 올라가니 일주일전에 이곳을 통과했을텐데도 지형은 낯설고 이런 뚜렸한 고개를 어떻게 지나쳤는지 이해를 할수 없다.(08:17)
그러나 산위로 올라가면서 눈속의 발자국을 확인하니 보폭도 똑 같은것이 틀림없는 내 발자국이다.
큰묘지를 지나면 산불초소인데 전에는 못봤던 옷가지들이 걸려있고 가스버너와 취사도구들도 보이니 아마 감시원이 상주하는 모양이다.
조금 더 오르면 밋밋한 보현산(483m) 정상인데 나무들만 빽빽해서 조망도 좋지 않다.(08:38)
눈길을 내려가면 정상등로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는 내 발자국이 보여 일주일전 어둠속에서 헤메었던 쓸쓸한 내 모습이 떠올라 연민의 마음이 생긴다.
조금 내려가면 능선은 왼쪽으로 약간 휘면서 길이 희미한데 바로 이곳이 길을 잃고 산밑으로 내려간 지점같다.
잘못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정맥이 도망간다고 생각했는데 그 산줄기는 내가 지나왔던 정맥이었을 것이다.

- 돌고개
임도로 내려와 390봉을 오르고 삼각점이 있다는 400.1봉으로 가보니 삼각점은 볼수 없고 잡목만 무성하다.(08:53)
390봉에서 금북정맥 표지기가 붙은 왼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길은 없어지고 여기에서 왔다갔다 길을 찾느라고 아까운 시간만 흘러간다.
할수없이 표지기가 가리키는 급사면으로 내려가 보니 마을이 나오는데 그제서야 왼쪽으로 정맥이 바라보인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가파른 길을 나무를 잡으며 올라와 돌아가 보니 능선분기점인 390봉은 임도에서 오르면 바로인데 400.1봉을 390봉으로 착각했고 잘못된 표지기도 일조를 해서 금쪽같은 시간을 1시간이나 써버렸다.(09:57)
희미한 능선을 내려오면 임도와 만나고 잡목길을 지나 다시 임도를 건너면서 정맥길은 뚜렸해진다.
오른쪽으로 인삼밭을 끼고 얕은 능선을 내려가면 2차선 아스팔트 도로인데 보현산임도가 시작되고 약수터안내판이 서있다.(10:14)

도로를 넘으면 잡목이 성가시고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낙엽송 지대를 넘고 지저분한 소나무들을 지나면서 잡목숲은 더욱 심해진다.
십자로안부를 넘고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능선을 따르면 송전탑이 나오며 묘지를 지나 임도로 내려온다.
임도를 넘고 어디에선가 나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잡목길을 내려서면 돌고개이고 하영특수유리 공장이 가까이에 있다.(10:54)
바로 앞에 원남과 음성을 잇는 신도로가 보이지만 그래도 정맥을 정확히 이으려 짧은 거리지만 산으로 올라간다.
잡목으로 한치 앞도 안보이는 능선을 조금 지나면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와서 신도로를 넘는다.

- 517.2봉
묘지옆으로 산을 오르면 나무들은 빽빽하고 길다운 길은 없다.
능선에 붙어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면 351.7봉이 나오고 눈속에 묻힌 삼각점을 애써 확인해본다.(11:15)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내려오면 벌목지대가 나온다.
나무들은 모조리 베어져 한쪽으로 쌓여있고 까시나무들은 사방에서 찔러댄다.
왼쪽으로 음성읍과 부용산을 바라보며 산불지역을 지나면 산전체를 벌목을 해서 민등성이가 되어있지만 조망은 확 트여서 사방이 시원하고 거칠것 없는 바람은 세차게 불어온다.
베어놓은 나무들을 넘어 내려오면 황톳길이 지나는 풋내고개를 넘고 다시 산으로 오른다.(11:29)
벌목지대를 지나고 눈길을 올라 봉우리에 오르니 정맥길이 아니다.
다시 내려가면서 찾아보면 벌목지가 끝나는 낮은 봉우리가 바로 능선갈림길인데 워낙 얕은 능선이고 쌓아놓은 나무들이 막고있어 쉽게 찾을수 없다.

소나무들을 따라 넓은 묘지를 지나고 마을로 내려오면 농로인 삼실고개를 넘어 울창한 잡목을 뚫는다.(11:54)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면 벌목지대가 다시 나타나며 오른쪽으로는 넓은 인삼밭이 보인다.
베어놓은 나무들을 넘어 가파른 눈길을 오르면 이리저리 미끄러지고 힘이 든다.
완만해진 눈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다시 급경사 오름길이 나타나는데 북사면이라 눈이 정강이까지 빠진다.
암봉을 피해서 왼쪽사면으로 돌아 오르니 너무나 급경사라 나뭇가지를 잡아도 뒤로 쭉쭉 미끄러진다.
진땀을 흘리며 힘겹게 오르면 좁은 공터가 있는 517.2봉인데 눈속에 묻혔는지 아무리 찾아도 삼각점은 볼수 없다.(12:35)

- 행테고개
정상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북사면과는 다르게 따뜻하고 완만한 길이 이어지며 푸르른 소나무숲을 지나서 잠시후 임도를 건넌다.
눈에 묻힌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짓다만 통나무집이 보이고 바로 위가 산불감시초소와 통신시설이 있는 큰산(509.9m)이다.(12:54)
억새가 출렁거리는 정상에서는 조망이 너무나도 좋아서 마치 비행기에서 보듯 사방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앞으로 이어야할 정맥길이 뚜렸하고 무수히 많은 봉우리들이 솟아 올라 하늘금을 긋고 있으며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과 논밭과 그리고 마을들은 우리의 산하와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인다.
바람부는 정상에서 왼쪽으로 암릉을 내려오면 능선은 곧 오른쪽으로 갈라지고 목장철선을 따라 급한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안부로 내려와 철망에 발이 걸려 한차례 넘어질뻔 하며 광주반씨합동묘지를 지난다.
도로건너의 통신탑을 바라보며 절개지에서 왼쪽으로 돌아 내려오면 행치재휴게소가 있는 행테고개이다.(13:15)

- 보천고개
차량들이 질주하는 36번 4차선도로를 굴다리로 넘어 석재공장을 끼고 산으로 오른다.
정맥 바로 밑까지 땅을 파헤치는 공사현장을 지나고 목장철선들을 따라 잡목을 헤치며 봉우리에 오른다.
햇살이 비추는 풀숲에서 못먹은 점심을 먹으려니 입맛은 없고 물만 먹혀도 먹은만큼 간다는 말을 기억해내며 억지로 먹어둔다.
완만한 능선을 넘고 벌목지대를 지나서 왼쪽으로 인삼밭을 지나면 넓은 길을 만난다.
광주반씨합장묘를 지나고 시멘트길로 내려오니 마침 음성버스가 지나가며 차안의 사람들이 물끄러미 쳐다본다.(13:53)
인삼밭옆으로 다시 능선을 오르면 굉장한 잡목숲이 나오는데 모자는 벗겨지고 잔가지는 뺨을 때린다.
이리저리 갈라지는 낮은 능선길을 지나서 왼쪽으로 인삼밭이 보이는 묘지대를 지나고 뚜렸한 십자로안부를 넘는다.
다시 벌목지대가 나오고 산불로 나무들을 베어놓은 가파른 눈길을 오르면 378.5봉이다.(14:28)
잠시후 오대산으로 갈라지는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이고 묘지들을 넘으면 발밑으로 도로가 보이는데 능선은 오른쪽으로 뚝 떨어진다.
키작은 소나무와 관목으로 길이 희미한 곳에서 헤메다가 밀양박씨묘를 지나서 넓은 길로 내려오면 음성군과 괴산군의 경계인 보천고개이며 늙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턱하니 길을 지키고 있다.(14:57)

- 내동고개
2차선 515번 도로를 건너 능선으로 오르니 역시 잡목으로 꽉 차있고 정맥팀이 아닌 우정산악회의 분홍색표지기들이 보이는데 아마 최근에 보광산 산행을 한 모양이다.
마을들을 바라보며 묘지들을 지나고 벌목지대에서 가파르게 올라 왼쪽으로 능선을 이어간다.
계속 벌목지대를 끼고 발이 푹푹 들어가는 완만한 눈길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421.5봉이 높게 보이는 능선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오른다.
묘지들을 지나고 바위들이 널려있는 420봉에서 큰바위를 우회하고 가파르게 오르면 잡목들만 무성하고 밋밋한 440봉이다.(15:26)
440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와 묘지들을 지나고 숲길을 따르면 지도상의 377.9봉인데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여 나간다.
이제 정맥은 갈림길없이 남쪽으로만 내려갈 것이며 능선은 뚜렸해서 길을 놓칠곳이 없다.
관목과 소나무들을 지나서 한동안 내려가면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내동고개이다.(15:52)
옛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다녔을 이 적적한 고개에는 무심한 바람만 불어오고 물한모금 마시다 시계를 보고 황급히 길을 재촉한다.

- 보광산
고개를 넘어 가파른 능선을 오르고 경주김씨묘를 통과한다.
백마산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379.2봉을 지나며 시간이 없어 삼각점을 확인하지 못한다.
잠시후 오래된 망부석이 있는곳에서 정맥은 왼쪽의 희미한 길로 꺽이며 울창한 잡목숲을 만난다.
어렵게 잡목을 헤치며 나아가면 뚜렸한 십자로안부를 넘고 봉우리를 지나도 지겨운 잡목숲은 계속된다.
쌍묘를 지나서 내려오면 이윽고 고리터고개가 나온다.(16:24)
눈에 덮힌 돌무더기를 밟고 서둘러서 가파른 눈길을 올라간다.
봉우리에서 내려가면 임도를 가로 지르는데 고리티고개와 백마산방향을 표시한 작은 나무판이 걸려있다.

절개지를 올라가 삼각점이 있는 395.4봉을 지나고 임도를 내려다 보며 눈길을 지난다.(16:35)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터벅터벅 올라가면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많이 보이고 큰 바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가파른 사면을 힘들게 오르면 379.6봉이고 이제 보광산은 앞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16:51)
미끄러운 눈길을 한동안 오르면 안내판이 있는 능선갈림길이고 보광산은 오른쪽으로 100여미터 떨어져있다.
발자국이 많이 찍혀있는 눈길을 조금 올라가면 괴산의명산이라고 쓰인 안내판과 오석이 서있는 보광산(539m)인데 나무가 많아 조망은 막혀있다.(17:05)
볼것도 별로 없는 정상이지만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고 이제 해지기전에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정상주로 소주 한컵 마시고 삶은 계란으로 요기를 하니 눈에 젖은 발가락이 시려오고 찬바람에 몸이 떨린다.

- 모래재
바로 밑에있는 옛 봉학사지와 고려때의 5층석탑을 보고 전설이 있다는 큰 묘 두기를 바라보며 내려간다.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호젓한 산길을 내려가면 임도가 나오고 보광사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서 전신주를 넘어 숲길로 들어간다.
완만한 소나무길을 내려가다 능선은 오른쪽으로 꺽이며 낮은 맥을 이어간다.
송전탑을 지나고 급한 절개지를 내려가면 신설도로를 공사중이고 보광산쪽으로는 채석장인지 산이 허옇게 패여있다.
다시 앞에 보이는 절개지를 올랐다가 내려가면 34번 국도가 지나는 해발 228m의 모래재이고 다음구간 진입로인 보광산관광농원이 앞에 보인다.(18:02)
증평쪽으로 걸어 내려가며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몇번 손을 흔들다가 마침 내려오는 택시를 탄다.
이제 속리산까지는 얼마나 남았고 또 몇날을 가야 할것인가...?
날은 뉘엇뉘엇 지고있고 차창밖으로 정맥의 검은 실루엣이 손을 흔드는듯 하다.


* 일정표
감우리(07:55)
승주고개(08:17)
보현산(08:38)
400.1봉(08:53)
390봉(09:57)
아스팔트도로(10:14)
임도(10:38)
돌고개(10:54)
351.7봉(11:15)
풋내고개(11:29)
삼실고개(11:54)
517.2봉(12:35)
큰산(12:54)
행테고개(13:15)
광주반씨합동제단(13:53)
378.5봉(14:28)
보천고개(14:57)
440봉(15:26)
내동고개(15:52)
고리터고개(16:24)
395.4봉(16:35)
379.6봉(16:51)
보광산(17:05)
모래재(18:02)

* 산행시간
08:17---18:02 === 약 9시간 45분

* zzanbul2 @ hitel.net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