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02. 12.14. 토요일
♣. 참 석 자 : 대간거사, 삼천포, 好山飛女, 山知己 (4명)
♣. 산행코스 : 수피령(10:40)→작은 헬기장(11:20)→941.9m(13:41)→
891.9m(14:03)→복주산(15:42)→하오현(16:22)

주말이 되면 으레 어느 산을 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중독증세가 나날이 심해지는 대간거사의 객관식 산행코스 문답에 한북정맥을 선택하였다. 이번 한번으로 끝날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상봉터미널에서 다목리 가는 6시50분 버스를 타야하는데 10분 지각을 하였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당일 산행은 쥐약이다. 결국 버스는 떠나고 일행들의 황당한 표정..... 죄송스러움에 고개를 들기 어렵다. 그래도 넉넉한 마음을 지닌 분들이라 쉽게 용서를 한다. ‘이러면 버릇 되는데....’

새벽부터 설치며 준비한 산행이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서 택시를 타고 동서울로 향한다. 7시50분 다목리행 버스를 탔으나 중간에 길이 막혀 많은 시간이 지체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목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17분. ‘완전 날 샜군,’
전봇대에 붙은 콜택시에 전화를 걸어 수피령까지 태워줄 것을 부탁한다. 그런데 때마침 근처에 근무하는 군인아저씨가 차를 태워주는 바람에 쉽게 수피령에 도착하였다. 물론 택시는 사과의 말과 함께 취소를 한다.

10시40분 수피령 전적비가 있는 곳으로 오른다. 이곳은 길이 아니며, 사실 수피령을 넘어가면 왼쪽으로 임도가 있다. 날씨는 화창하여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을 듯싶다. 다만 한 뼘 정도 쌓인 눈이 어느 정도 장애가 될지 미지수이다. 20여분정도 걷다보면 앞에 울퉁불퉁한 바위봉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측으로 평탄한 길을 10분정도 진행후 좌측 가파른 길을 오른다. 잠시 후 작은 헬기장에 다다른다(11시20분). 좌측에 리본이 걸려 있지만 암릉을 타고 오는 길이려니 생각하고 맞은편 봉우리를 향해 걷는다. 하지만 안부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니 남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보인다. 그래서 이 길이 맞냐고 했지만, 다수의견에 따라 꾸역꾸역 올라간다.
위에는 넓은 헬기장이 있으며 50m 더가면 복계산(1,057m) 정상 표지목이 있다(11시37분). 헬기장에서는 사방이 두루 잘 보인다. 북측에는 넓은 평야지대가 보이며 동쪽으로는 대성산이 보이는데, 그곳까지는 능선을 따라 군사용 도로가 넓게 만들어져 있다. 전방으로 올수록 이런 분단의 아픔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한북정맥은 대성산을 넘어 북한 지역의 백두대간 능선인 추가령에 연결된다. 백두대간을 절반만 완주하였는데, 한북정맥도 이와 동일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아까전의 작은 헬기장에서 좌측 리본이 많은 곳으로 방향을 잡는다. 능선 위에는 커다란 바위가 듬성듬성 있는데, 눈 때문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측 사면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는 아주 불편한 길이 한동안 전개된다. 언제부터인가 맑던 하늘은 잿빛으로 가려져 있다. 거기다 바람까지 심상찮게 불고 있다. 잘못하다 너무 흐려져서 안개라도 끼이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12시21분 능선 위의 첫 헬기장을 지나면서 등산로는 완만해진다. 어쩌다 오르막을 지날 때면 눈길이 너무 미끄러워 엉거주춤 주저앉기 일쑤다. 작은 바위봉 직전에 있는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난다(12시39분). 호같이 움푹 파인 곳에서 식사를 한다. 모두 진수성찬의 도시락을 갖고 와서 이렇게 먹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럴 때 삼천포님께 빠질 수 없는 메뉴는 쇠~주. 한잔 마시고 흐뭇해하는 모습은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13시31분 주변에서 제일 높은 941.9m 지점에 도착. 작은 공터에 주변 테두리에는 군 교통호가 설치돼 있다. 이 지역은 군 작전지역이기 때문에 나무도 별반 없을뿐더러 대부분 흙길이기 때문에 눈이 없다면 아주 편한길이다. 동남쪽으로 높게 솟아오른 복주산이 아스라이 손에 잡힐 듯하다. 대간거사와 삼천포님의 준족은 눈길에서도 그 빛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또한 호산비녀님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14시3분 군용천막이 있는 경사를 오르면 벙커와 헬기장이 있는 891.9m 지점에 이른다. 차갑게 부는 바람에 코끝이 제법 맵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밧줄이 매어져 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다. 안부에서 다시 힘겹게 오르면 넓은 군사도로가 나타난다. 도로는 능선을 따라 이어졌으며 대부분 완만하다. 헬기장을 끝으로 도로를 벗어난 후 능선은 험해지며 벙커로 이루어진 봉우리와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면 복주산(1,152m)에 도달하게 된다(15시42분). 희뿌연 날씨 사이사이로 해가 살며시 비춘다.

내리막길은 경사가 매우 심하고 바위가 들쭉날쭉 이다. 그래서 밧줄이 길게 매어져 있다. 그리고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을 내려가면 하오현 고개에 도착한다(16시22분). 오늘 목적지는 광덕고개까지였는데 시간이 애매하여 더 이상 진행하기가 곤란하다. 아쉬움은 남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이 모두 나의 게으름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인 것을..... 비포장 길을 따라 검단동 방향으로 10여분 내려가면 도로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마음씨 좋은 덤프트럭 기사님을 만나서 넓은 곳까지 내려온 후, 아침에 취소한 택시를 불러서 사과의 말과 더불어 요금도 더주고 사창리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식사를 든든하게 한 후 19시10분 동서울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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