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종주 9구간
(산줄기 146일째)

일 자 : 2002년 11월 27일
구 간 : 32번 도로 ∼ 국사봉 ∼ 604봉∼ 19번 국도
날 씨 : 맑음

참석자
김종국, 나종학, 장성인, 류민형, 조삼국, 박덕주, 김태웅, 허문선, 한용수, 김수남, 최경섭, 우종수, 이영주, 김호택, 김재정, 김종범, 선종한(17명)

도상거리 : 13.1 km
32번 도로- 2.7 - 국사봉(586.5m) - 1.9 - 살티재 - 2.2 - 604봉 - 3.2 - 571번 도로 - 3.1 - 19번 국도(대안리)

종주일정
11:35/32번 도로 -- 12:14/513봉 -- 12:30/국사봉 -- 12:52/521봉 -- 12:55(13:14)/ 중식-- 13:25/살티재 -- 13:42/580봉 -- 14:18/604봉 -- 14:29/590봉 -- 14:41/십자로안부 -- 15:12/콘크리트농로 -- 15:25/571번도로(동저울고개) -- 15:46/능선분기점 -- 16:01/십자로안부 -- 16:19/475봉 -- 16:45/370봉 -- 16:50/19번 국도

산행시간 : 5시간 15분(휴식시간 포함)

후 기
차가운 겨울바람이 잔뜩 몸을 움츠리게 한다. 시가지는 가로등이 하나 둘씩 꺼지고, 새로운 하루를 여는 평범한 사람들의 오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떠나야 할 시간은 어느새 지났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인생은 기다림으로 살아간다고 했던가, 하루는 이렇게 기다림으로 시작된다.

11시 35분 가래울과 머구미 사이에 있는 32번 국도가 지나는 머구미 고갯마루에서 정맥의 마루금은 용창목공예 건물 앞에서 시작되는 콘크리트도로를 2분 정도 따르다 보면 좌우로 장송 숲이 나타난다. 다시 2분 뒤 콘크리트도로를 버리고 낙엽송 군락지를 보며 숲길로 들어선다.

11시 41분 정맥길은 묘 2기가 지키고 있는 능선마루에 올라 왼쪽으로 이어간다. 소나무 숲 아래 진달래 군락이 시작부터 정맥꾼들의 옷깃을 붙잡는다. 그러나 선명한 능선길, 한차례 내려섰다가 가파르게 올라 선봉이 335봉이다.

11시 46분 335봉에서 정맥은 왼쪽(남)으로 평탄하게 이어간다. 다시 나타나는 가파른 오름길, 연이어 오르내림 끝에 만나는 능선분기점,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능선길의 소나무숲과는 달리 좌측으로 어린 참나무 숲, 우측으로 낙엽송군락지가 따르고. 여기저기 베어진 나무들이 가로막아 발걸음이 더디다.

12시 03분 능선상에 커다란 묘지를 뒤로 다시 완만한 오름길이 된다. 아름드리 참나무 숲, 우측으로 에워싸고 있는 병풍 같은 산자락 아래로 평화롭게 자리잡고 있는 가래울마을과 자동차의 흐름이 보이는 32번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면서 눈 쌓인 낙엽길이 미끄럽다.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가파름은 멈추지를 않는다.

12시 14분 513봉이다. 보은군과 만남이 있는 곳,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남)으로 간다. 좌측 아래 보은군 내복면 도원리에 자리잡고 있는 도원저수지와 산허리를 관통하는 임도가 내려다보인다. 오르내림은 조금 높아 보이는 가까워진 국사봉을 보며 걷는다. 안부를 지나 다시 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오르막길은 겨울바람이 불어와 정맥꾼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12시 30분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선 곳이 청원군 낭성면 추정리와 보은군 내북면 도원리 사이에 솟아있는 586.7m의 국사봉이다. 삼각점(미원 433, 79. 8. 재설)을 확인한다. 좁은 공터의 국사봉을 뒤로 내려서면서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겹겹이 파도치듯 연이어진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늘금을 이룬 속리산의 연봉이 다가온다. 그리고 만나는 헬기장, 생명을 다한 잡초와 억새풀이 조용히 정맥꾼들을 보내고 있다. 정맥길은 오른쪽(남서)으로 내려간다.

좁은 날등의 바위지대를 지나 연이어 오르내림은 아름드리 참나무와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노송 한 그루가 정맥꾼들의 시선을 끈다. 잡목들이 거치적거리는 정맥길, 우측으로 들녘이 내려다보인다.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며 작은 오르내림은 이어간다. 정맥이 내놓은 숙제를 하나씩 풀며 가는 아름다운 모습들...

12시 40분 다시 올라선 봉에서 정맥길은 오른쪽이다. 들녘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을 버리고 사면길로 가파른 내리막길은 이내 완연한 능선길이 된다. 좌측 화전리의 마을들, 정맥은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듯하다가 곧바로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왼쪽으로 연이어 좁은 날등의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12시 48분 참호가 있는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곧이어 바위지대의 안부가 되고 4분 뒤 잠시 올라선 봉우리가 521봉이다. 왼쪽(남서)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능선 좌측아래에 있는 양지바른 묘지에서 늦은 점심시간...

13시 14분 어느 짐승의 소행인지 파헤쳐진 묘지에서 20여분의 시간, 다시 이어가는 정맥길, 3분 뒤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안부엔 멋진 장송들이 정맥꾼들을 맞아주고, 이어 작은 오름, 우회길을 버리고 올라선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간다. 진달래 나무들이 헤치다보니 겨울바람에 몸부림치는 선답자의 리본들, 참나무숲이 가파르게 내려선 십자로 안부가 살티재다. 우측으로 돌탑이 보인다.

13시 25분 찬바람만 맴도는 살티재 옛 성황당을 뒤로 오름길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늘어서 있다. 완만하던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이어지는 좁은 날등, 연이어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네모꼴의 조그만 바위 하나가 눈길을 끈다.

13시 42분 580m봉이다. 많은 가족을 거느린 소나무 1그루, 우측 숲 사이로 도로와 농촌마을인 까치내가 보일 뿐 시야가 가려있는 580봉, 잠시 내려선 안부에서 좁은 날등의 바위들의 전시장을 지나 연이어 봉을 넘는다. 좌측에는 소나무 숲 우측에는 참나무 숲, 까마귀 한 마리가 울며 지나간다. 작은 돌길이 정맥꾼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봉을 넘는다.

13시 54분 능선분기점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간다. 2분 뒤 작은 내림 뒤에 올라 선 봉에서 잠시 진행하다 능선을 버리고 왼쪽으로 팍 꺾으며 내림길이 경사길이 된다.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겨울바람이 을씨년스럽다.

십자로안부에 이어 연이어 봉을 넘으며 우측으로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의 농촌마을들이 그림 같다. 정맥은 왼쪽으로 평탄하게 이어지고, 이어 604봉을 바라보며 왼쪽(남동)으로 묵은 묘를 보며 내려선 안부, 오름길 우측으로 몇 그루의 적송이 뽐내고 있다.

넓은 공터의 납작한 묘 2기를 뒤로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서니 제법 넓은 능선길이 나타난다. 좌측으로 마치 둑을 쌓아놓은 듯하고 한차례 가팔라지면서 올라선 곳이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와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 사이에 솟아있는 높이 604m의 이름 하나 얻지 못한 무명봉이다.

14시 18분 넓은 공터의 펑퍼짐한 봉우리 한가운데 쓰러져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이고, 그 옆으로 삼각점(미원 317, 79. 9. 재설)이 정맥꾼들을 기다리고 있다. 빼곡이 들어서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 주위에 여려 개의 오래된 참호를 볼 수가 있다. 완만한 내림길은 좁은 날등으로 이어지면서 좌우로 깊은 계곡을 보며 간다.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14시 29분 590봉에 올라서니 녹슬어버린 목장의 철선이 가로막는다.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남서)으로 철선을 따라 가파르게 안부에 내려서고 연이어 철선을 따라 작은 오름내림으로 이어간다. 다시 안부에 내려서니 가파른 오름길이 나타나며 산마루 위로 어느새 태양이 걸쳐있다.

14시 38분 봉우리에서 왼쪽(남)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어지는 정맥능선 우측으로 구룡산 능선이 나타난다. 좁은 날등의 평탄한 정맥길, 좌측으로 눈 덮인 넓은 경지와 농촌마을이 내려다보인다. 한차례 가파른 내리막길을 낙엽을 가른다.

14시 41분 돌무더기가 남아 있는 옛 고갯길인 듯한 십자로 안부를 가로지른다. 좌측 아래로 법주리의 양지말이 보인다. 이어 능선마루에 올라서서 왼쪽(남)으로 평탄하게 이어지는 정맥길에 커다란 소나무가 하나가 눈길을 끈다. 연이어 오르내림으로 이어지는 정맥길...

14시 51분 우회길을 버리고 가파르게 능선분기점인 527m봉에 오른다. 앞에 구룡산이 있어 법룡사라 했다는 법룡사로 내려설 수 있는 쌍암리쪽 지릉을 버리고 정맥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내려서는 길에 좌측으로 축사와 법주리의 마을들, 571번 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안부에서 능선마루에 오르고 오른쪽으로 넓은 공터의 봉을 만난다. 이제 그동안 같이했던 청원군과 헤어져야할 시간, 정맥은 직선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팍 꺾으며 작은 참나무 숲을 낙엽을 헤치며 내려선다.

15시 03분 400봉에 올라서니 지나온 604봉에서 이어온 오르내림의 봉들이 마치 한 폭으로 그림처럼 다가온다. 잡목이 거치적거리는 능선길, 인삼밭을 보며 간다. 개짓는 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완만한 내림길, 묘지 터를 만나면서 직선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5시 12분 법주리 양지말로 내려설 수 있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안부에 내려선다. 우측 아래로 이번 추위에 얼어버린 김장배추가 정맥꾼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산판길을 따라 이어지는 정맥길, 돌제단을 보며 언덕을 넘는다. 음침한 숲길, 야릉의 잡목과 가시넝쿨,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묘지군락을 통과하며 내려선 곳이 2차선 아스팔트포장도로인 571번 도로다.

15시 25분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와 회북면 쌍암리를 잇는 571번 도로가 지나는 동저울 고갯마루에는 통행주의 지역이란 교통표지판이 서있다. 도로를 가로지르며 만나는 언덕 위에 인삼밭, 정맥꾼들은 인삼밭을 끼고 오른쪽으로 한동안 우회하며 정맥능선을 찾는다.

15시 36분 인삼밭을 뒤로 음침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며 이내 가파른 오름길로 이어진다. 예전 구들장으로 사용했던 깨어진 판석 조각들이 눈에 살짝 덮인 채 발바닥에 닿아 미끄러운 오름길은 멈출 줄 모르고, 정맥의 겨울 숲은 을씨년스럽다. 오늘따라 오름길을 만나면 힘겨워하는 김수남씨...

15시 46분 구룡산으로 오를 수 있는 능선마루에 오른다.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왼쪽(북동)으로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면서 오름에 한차례 다리품을 판 뒤라 제법 여유로움을 느낄 수가 있다. 지나온 604봉이 여기까지 따라온다. 2분 뒤 안부를 가로지르며 오르는 능선길에서 눈길을 끄는 작게 쌓은 돌 제단(?), 고도 400m 정도의 봉우리의 작은 오르내림은 한차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다시 오르내림으로 이어진다.

16시 01분 법주리 와 아곡리를 넘나들던 옛 고개길인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십자로안부를 통과한다. 계속되는 작은 오르내림, 능선마루에 큰 웅덩이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북동)으로 간다. 우측아래 평화롭게 자리잡은 아곡리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16시 10분 가파르게 올라선 봉이 426봉이다. 잠시 내려서니 좌우로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정맥의 능선, 특히 좌측으로는 벼랑을 이루고 있다. 안부를 가로지르면서 올려다보는 올라서야 할 봉우리가 마치 여인네의 아름다운 젖무덤 같다. 저렇게 고울 수가 있을까?

급경사로 능선마루에 오르고 정맥은 오른쪽(북동)으로 이어진다. 우측으로 19번 국도와 아곡리 마을이, 좌측으로 법주리마을이 보인다. 바위지대를 지나며 가파르게 올라선 곳이 475봉이다.

16시 19분 475봉에는 작은 시설물이 눈에 띈다. 구봉산(506m)를 바라보며 능선길을 잠시 내려서다가 작은 오름길이 시작되면서 오른쪽(동)으로 팍 꺾으며 내려서야 하는 수직의 바위벼랑이 정맥길이다. 의지할 만한 것은 곳곳에 있지만 눈길이라 신경이 쓰인다. 뚝 떨어지다가 바윗길을 벗어난다. 그러나 이번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낙엽 위로 살짝 덮인 눈길, 특이 미끄러운 길에 약한 나는 고통의 길이다.

16시 33분 잡목 터널숲을 통과하며 묘지를 지나 안부를 가로지른다. 오름길은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고 묘지를 통과하며 허기를 채우는 정맥꾼들, 6분 뒤 고도 370m의 능선마루에 올라 정맥은 왼쪽(북동)으로 내려선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추위에 얼어붙은 얼굴이 화끈거리다. 참나무 숲을 뚫고 나가다보니 나뭇가지들이 따갑게 얼굴을 후려친다. 19번 국도로 지나는 자동차가 반갑다.

16시 45분 네모 반듯한 흙무더기(?)가 있는 봉을 넘는다. 우측으로 바깥대안마을을 보며 걷는다. 하얀 이불을 뒤집어 쓴 묘지 1기, 잣나무 군락지를 끼고 내려선다. 어느새 해는 서산에 지고 어두움이 밀려오고 있다.

16시 50분 19번 국도가 지나는 대안리고개에 내려선다. 오늘도 힘겹게 한 구간을 해낸 내 자신을 대견하게 느끼며 어느새 마음을 다음구간을 달리고 있다.

종주 사진첩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