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종주 십이구간 (첫날)
(산줄기 140일째)

종주일자 : 2002년 10월 22∼23일
종주구간 : 27번 국도(초당골) ∼ 오봉산 ∼ 경각산 ∼ 쑥재
날 씨 : 흐림

종 주 자
김종국, 나종학, 류민형, 조삼국, 박덕주, 김태웅, 구용회, 허문선, 최경섭, 김호택, 이영주(11명)

도상거리 : 21.1km
초당골 - 1.6 - 293봉(△293) - 2.6 - 오봉산(△513) - 2.5 - 365봉 - 0.2 - 49번도로 - 7.6 - 불재(310) - 1.7 - 경각산(△660) - 4.9 - 쑥재

종주일정
06:20/초당골 -- 06:59/293.4봉 -- 07:28/749번도로 -- 08:00/오봉산 -- 08:24/헬기장 -- 08:44/518봉 -- 09:22/무명봉 -- 09:44/49번도로 -- 10:03/520봉(검산?) -- 10:35/작은불재 -- 11:31(11:50)/600봉 헬기장 -- 12:52/불재 -- 13:52/경각산 -- 14:15/전망대 -- 14:30/효관치 -- 15:05/520봉 -- 14:40/옥녀봉 -- 16:30/쑥재 -- 16:40/삼막마을

산행시간 : 10시간 20분(접속 및 휴식시간 포함)

가슴 터지도록 벅찬 감격의 순간들
상강(霜降)을 하루 앞두고 전국의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서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은 쌀쌀한 날씨는 강원산간지역에 첫 얼음이 얼었고, 서울지역의 경우, 현재 수은주가 2.6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다소 강한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아침기온이 대관령 영하 2.1도를 비롯해 철원 영하 1.7도, 춘천 0도, 원주. 영월 영상 0.8도 등을 기록했다. 전방 고지도 대성산 영하 7도, 적근산 영하 5도, 백암산과 화악산 영하 4도 등 수은주가 크게 떨어졌다.

전북지방의 날씨도 장수의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임실 0.3도, 남원 2.7도, 정읍 3.6도, 전주 4.7도 등 동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뚝 떨어졌으나 얼음이 얼거나 서리가 내린 곳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다. 상강 이후 보름 정도 쾌청한 날씨 속에,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지표에서 수증기 엉기고 서리 내린다는 절기다. 옛 중국에서는 이 때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고, 초목이 누렇게 되며, 벌레들이 동면을 위해 땅으로 숨는다고 했다.

우리의 산줄기를 찾아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시작했던 호남정맥 답사팀이 마지막 마루금을 잇기 위해 떠나는 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두려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종주길, 교우들과 함께 부른 찬송가 '너 근심걱정 말아라'가 오늘따라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 힘내자 힘차게 걸어보자, 아무 때나 어디서나 주 너를 지키리 늘 지켜 주신다고 하지 않았던가...

밤 9시, 4시간만에 고속도로를 달려와 도착한곳, 정맥 마루금을 가로막고 있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초당골마을의 운암 막은댐가든이 정맥꾼들의 숙소다. 주인 김인기씨 말에 의하면 1965년 댐 건설당시 옥정호 수위가 높아져 정맥 안부를 높이고 도로를 개설했다고 한다. 정맥의 밤은 정맥꾼들의 코고는 소리가 자장가 소리로 바뀌며 자정을 넘긴다.

10월 23일
06시 20분 막은댐가든의 유리문을 나서면서 곧바로 정맥의 마루금이 시작된다. 순창, 강진과 전주를 잇는 27번 국도에서 분기되는 2002년 5월 완공된 749번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옥정호를 보며 임실과 운암을 가리키는 이정표(임실:32km, 운암:11km)가 서있는 아스팔트포장도로를 따라 간다. 갑자기 나타난 정맥꾼에 놀란 산토끼 한 마리가 계곡으로 떨어지듯 도망을 치고, 5분 정도 도로를 따르다가 왼쪽으로 산길로 들어서며 묘지군락을 가로지른다.

06시 33분 능선마루에서 왼쪽으로 방향으로 틀며 참나무숲을 헤치다 올라선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동)으로 내리막길은 잡목과 가시넝쿨이 마중 나온다. 오름길은 바위지대가 있는 밋밋한 봉을 넘고 6분 정도 가파르게 올라선 봉에서 건교부에서 설치한 314번 측량점과 만날 수 있다. 좁은 날 등의 평탄한 정맥은 우측으로 옥정호 검은 수면과 동녘의 붉게 물든 새벽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06시 59분 삼각점이 있는 293.4m 봉에 올라서니 어느새 아침해가 인사를 한다. 봉을 하나 우회하며 내려선 십자로안부를 가로지르며 한차례 돌발길로 올라선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오른쪽(동)으로 바위지대를 오른다. 완만한 내림길은 한차례 뚝 떨어지면서 우측 아래로 749번도로를 보며 칡넝쿨과의 한판승부를 버린다.

07시 18분 밋밋한 봉을 우회하고 이어 올라선 칡넝쿨이 가득하고 잡목으로 꽉 들어찬 봉에서 내려서는 길에 빨간 열매가 가을 전시회를 열고있고, 고만고만한 봉들과 좌측 아래로 아침을 열고있는 농촌마을의 풍경, 덩달아 아침을 노래하는 새들의 합창소리, 밋밋한 묘지 1기가 지키고 있는 봉을 넘어 내려서는 길에 예고도 없이 나타난 절개지가 앞을 막는다.

07시 28분 749번 도로를 가로지르면서 절개지 좌측으로 올라선 완만한 오름길은 5분 뒤 능선분기점에서 왼쪽(북)으로 방향을 바꾸며 내림길이 되는데 다시 조금 전 뒤로했던 도로가 기다리고 있다. 다시 도로를 가로지르고 콘크리트로 포장한 임도를 조금 따르다가 오른쪽으로 능선에 붙는데 역시 조금 후에 다시 임도와 만나는 정맥길...

07시 54분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 참나무 숲을 따라 10여분 정도 올라선 고도 420m를 가리키는 봉, 시야에 들어오는 몇 개의 봉이 병풍을 두른 듯 보기 좋고, 다시 6분 가량 바윗길로 연이어 가파르게 올라 좌측의 하산길을 확인하며 올라선 좁은 공터에서 오른쪽으로 전망대를 이룬 곳이 오봉산(513.2m) 정상이다.

08시 완주군 구이면, 신덕면과 임실군 운암면 사이에 솟은 오봉산은 육산과 골산으로 어우러진 호남정맥의 산으로 활짝 핀 연꽃 모양을 한 연꽃봉, 떡시루 모양을 한 시루봉, 산수화가 그려진 병풍 모양을 한 병풍바위, 치마모양을 한 치마바위, 베틀바위 등 각기 다른 모양의 다섯 봉우리로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옥정호의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 동남쪽으로 지리산 연릉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북동쪽으로 두 말귀의 마이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오고 지나온 정맥능선이 정겹다. 파도치듯 연이어지는 봉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가슴이 터지도록 벅차 오른다. 시야가 트여 시력만큼 볼 수가 있다. 그냥 주저앉고 싶은 충동...

삼각점과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금속팻말(초당골:4.2km 365봉:2.5km, 소모마을:2km)이 서있는 정상에서 아쉬운 발걸음으로 공터를 통과하면서 성벽 같은 날 등을 내려서다 오른 곳에는 헬기장인 듯한 넓은 공터를 만날 수 있고, 햇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옥정호의 푸른 수면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08시 15분 넓은 공터의 안부를 가로지르고 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정맥길은 5분 뒤 능선분기점인 바위봉에서 왼쪽(북서)으로 잠시 발걸음을 붙잡던 오봉산을 뒤돌아보며 간다. 완만한 내림길, 아름드리 소나무 숲의 마치 융단을 갈아놓은 듯 부드러운 솔밭길, 우측 아래로 농촌마을과 황금색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이제 한동안 같이했던 옥정호가 숨어버린다.

08시 24분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며 갓 떨어진 낙엽들이 발길에 채이는 오름길이 좁은 공터를 통과하며 모악산이 시야에 나타난다. 연이어 봉을 넘어서는 정맥길에서 내려다보는 붉게 물든 단풍나라, 한차례 오름길은 장송 숲이 보기 좋다.

08시 44분 518봉이다. 넓은 공터의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북)으로 경사길의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한차례 뚝 떨어지며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벽돌을 헐어버린다. 안부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평탄한 정맥능선에서 우측 아래로 시야에 들어오는 마을길과 조그마한 저수지...

08시 54분 삼각점(갈담 432, 87년 복구)과 폴이 서있는 있는 봉(365?)에 오른다. 잡목과 진달래나무가 가득하고 낙엽이 수북한 정맥길은 넓은 공터의 묘지를 통과하며 좌측으로 푸른 지붕의 민가와 자동차의 소음, 연이어 내려선 십자로 안부에는 돌무더기가 낙엽에 덮여 있다.

09시 11분 한동안 오름길로 이어지던 정맥길이 둥근 바위가 앞에 나타난다. 바윗길이 가팔라지고 정맥길은 암릉을 우회하며 오른다. 수직에 가까운 오르막길이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굵은 마사토와 낙엽까지 합세하여 자칫 붙잡은 나무를 놓치기라도 하면 사정없이 바닥까지 굴러 떨어질 듯한 고난의 길, 10여분의 사투라고 할까...

09시 22분 고도 480m 정도 되는 봉에 오른다. 잠시 물 한 모금으로 거친 숨을 달래고 여기서 정맥은 북동쪽으로 꺾으면서 바윗길로 낙엽이 수북한 미끄러운 길을 또 한차례 나뭇가지에 의지해야 되는 내리막길, 안부에서 바위지대를 끼고 간다. 365봉 삼각점은 어디에 숨어있을까? 정맥은 오른쪽(북)으로 꺾으며 내려설 도로가 나무숲 사이로 나타난다. 낙엽에 덮여 길마저 희미하던 가파른 내리막길이 완만해지더니 절개지가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선 곳이 17번 국도와 27번 국도를 잇는 49번 도로다.

09시 44분 임실군 신덕면과 완주군 구이면 교통표지판이 서있는 2차선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가로지른다. 절개지 우측으로 올라 능선에 붙으면서 완만한 오름길이 되는데 480봉을 넘을 때 많은 체력의 손실을 본 정맥꾼들이 힘겨워한다. 사태지역을 지나 봉에 오르며 내려다보는 27번 국도의 흐름, 시야에 들어오는 520봉이 만만찮아 보인다. 암릉길의 연속, 그리고 520봉에서 좌측으로 흐르는 능선의 푸른 소나무 숲...

10시 03분 바위 날 등을 타고 올라선 곳이 능선분기점인 520봉이다. '여기는 480m 검산정상이다'이란 표지리본 하나가 눈길을 끈다. 정맥은 오른쪽이다. 잠시 허기를 메꾸며 10분 정도 휴식시간을 보내고 내려서는 길도 바위지대라 껄끄럽다.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10시 17분 좁은 공터의 능선분기점을 만나면서 북서쪽으로 내려선다. 바닥에 깔린 싸리나무군락, 이어 측백나무군락을 지나 안부에서 오름길은 완만하게 간다. 10분 뒤 450봉 직전 잘 정돈된 4기의 묘지를 보며 내려서는 가파른 경사길, 안부에서 좌측의 우회길을 버리고 능선 날 등을 탄다. 연이어 봉을 넘으며 오른쪽으로 틀며 간다. 답사 팀의 여섯 말이 있는데 하나같이 경주마 출신들이라 구용회, 이영주는 어디까지 도망쳤는지 접어놓은 지 오래고, 야생마 나선배와 또 다른 경주마 김호택도 거침없이 달린다.

10시 35분 작은불재를 가로지르며 각개전투 실시, 잡목들이 발목을 붙잡는다. 긴 오르막이 한차례 돌발길을 통과한다. 고도 420m 정도 되는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내림길이 되고, 600봉이 시야를 높아만 보인다. 정맥길은 좁은 날 등을 끼고 이어지다가 삼거리를 만나는데 정맥은 오른쪽이다.

11시 여기서 선답자들의 탈출지점으로 부착한 리본하나가 10여분의 아까운 시간을 빼앗아 버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올라야할 600봉을 확인했는데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오른쪽으로 들어서며 이어지는 긴 오르막, 우측의 아름드리 소나무와 좌측의 참나무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11시 31분 억새밭의 헬기장 그리고 올라선 능선분기점이 600봉이다. 헬기장 넓은 공터가 정맥꾼들의 식탁이 된다. 20여분의 시간, 뒤쳐졌던 후미 그룹이 도착하고 묵은 묘지가 있는 600봉에서 왼쪽으로 다시 만나는 치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분기점, 정맥은 왼쪽이다. 돌밭길이다.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경각산...

11시 58분 직선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뚝 떨어진다. 이럴 때마다. 한차례쯤은 땅을 사야 정상이지, 낙엽이 수북히 쌓인 정맥길, 경사가 누그러지며 좌측으로 우회길이 나타난다. 평탄하던 정맥길이 완만한 오름길이 되더니 흙무더기 묘 1기를 나타난다. 연이어 봉을 넘으며 북서방향으로 간다.

11시 23분 바위지대를 통과하며 봉에 올라서니 더욱 가깝게 다가온 경각산이 어서 오라 재촉한다. 좌측으로 모악산도 계속 따라오고, 바위지대를 끼고 한차례 미끄러운 내림길은 다시 봉을 넘으면서 불재로 오르는 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오르내림, 416봉으로 오르기 직전 왼쪽으로 산허리길로 내려선다. 그리고 다시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봉에 올랐다가 송전탑을 보며 내려선 곳이 불재다.

12시 52분 도예원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불재 고갯마루에서 정맥길은 넓은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서 연이어 묘지를 통과한다. 멀찌감치 우리를 따돌리며 앞서간 조랑말 구용회, 지금쯤 경각산을 넘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소나무숲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지 않는가, 구용회 왈, 과외비를 많이 지불했다나, 하긴 그 덕에 우린 아르바이트 없이 잘도 왔지...

13시 27분 날씨 탓인가 소나무숲길이 을씨년스럽다. 완만하게 오르다가 바위지대를 지나 오름길이 가팔라지고, 우회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잡목을 헤치며 올라서니 조금 아래쪽으로 전망대바위가 유혹한다. 모악산과 구이저수지, 그리고 산 너머로 전주시가지가 정겹게 다가온다. 잠시 조망을 즐기던 정맥꾼들이 올라선 능선에서 연이어 봉을 넘는다. 넓은 공터에 멋진 노송 한 그루...

13시 42분 한해를 다한 나뭇잎들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능선길, 붉디붉은 낙엽이 활활 타오르는 정맥길, 봉에 올랐다가 북동쪽으로 틀며 내려서는 길은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정이 넘쳐흐르는 길, 너른 바위를 지난다. 밋밋한 봉을 넘는다. 단풍과 어우러진 바위지대, 연이어 오르는 정맥길, 산불감시초소가 기다리고 있다. 바위벼랑 위에 자리잡고 있는 산불감시초소, 낙엽이 수북한 바위 날등...

13시 50분 산불감시 초소에서 2분 거리에 있는 넓은 공터의 헬기장이 경각산(659.8m) 정상이다. 완주군 구이면과 임실군 신덕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억새밭의 헬기장 한쪽으로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정상표지금속팻말과 이정표(쑥재;5km, 불재:1.8km, 정각사:1.1km) 그리고 삼각점(갈담 304, 84년 재설)을 확인한다. 휘둘러보는 조망이 막힘이 없다. 북서쪽으로 모악산과 고덕산 사이로 김제평야와 전주시내가 지평선을 이룬다. 북으로 만덕산과 이어지는 정맥이 뚜렷하고, 멀리 운장산이 하늘금을 이루고,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높고 낮은 산릉들이 끝도 시작도 없다.

경각산은 고래경(鯨), 뿔각(角)을 써서, 고래 등에 난 뿔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산 아래의 광곡마을에서 바라보면, 모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향한 고래의 모습이며, 정상에 있는 두 개의 바위가 마치 고래의 등에 솟아난 뿔의 형상이란다. 지역주민들은 구이저수지와 풍요로운 들녘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경각산과 모악산을 아버지와 어머니 산으로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모악산은 어머니가 치마를 입고 있는 모양이고, 고어(古語)로 '엄뫼'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어머니의 따듯한 품안을 연상케 하는 모성적인 산이고, 반면, 경각산은 머리에 뿔이 난 동물의 '숫컷' 또는 이름 그대로 '해중대어(海中大魚)이며, 강인한 남성적인 산을 의미한다나...

북동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정맥의 능선을 확인하며 왼쪽 능선길으로 평탄한 좁은 날 등은 을씨년스런 날씨지만 산행조건만큼은 최상의 조건 같다. 좁은 암봉을 오르기 직전 오른쪽으로 우회길로 내려서면서 뚝 떨어진다. 바윗길의 낙엽이 복병이고,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중상 아니면 사망, 어렵게 내려선 안부에서 다시 힘겹게 오르는 오름길, 무엇을 얻으려고 사서 이 고생을 할까, 반문하며 오른다.

14시 10분 암봉에 오른다. 아니 끝내주는 바위전망대에 오른다. 야생마, 경주마, 조랑말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조망을 즐기고 있다. 특히 옥녀봉 쪽으로 단풍이 물들어오는 계곡과 저수지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금남정맥의 운장산, 금남호남정맥의 마이산, 부귀산, 팔공산 그리고 경각산 위로 창공으로 활공하는 패러그라이더의 활기찬 모습은 마치 우리의 종주길을 환영이라도 해주는 듯하다.

14시 15분 진달래나무가 줄을 잇고있는 내리막길을 암릉을 요리 저리 피해가며 다시 뚝 떨어지면서 정맥꾼들은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바위와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곳, 8분 뒤 내리막길이 누그러지며 좁은 날 등의 정맥길은 연이어 봉을 넘는다. 그리고 내려선 곳이 겨울철에도 빛을 잃지 않는 전나무조림지가 있다는 효관치다. 효관치는 옛날 효관마을에서 임실군 신덕면 조월리로 넘나들던 고개로 지금은 정맥꾼들의 휴식장소가 되어주는 곳...

14시 30분 효관치를 가로지르면서 쓰러진 나무들과 잡목들이 성가시다. 오름길이 바윗길이 되고 좁은 날 등의 바위지대는 이젠 자연스럽게 모두의 친구가 되어준다. 10분 뒤 바위봉을 우회하고, 바윗길을 올라서며 뒤돌아보는 지나온 전망대바위, 완만한 좁은 날 등의 참나무 숲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고난을 이기려는 정맥꾼들을 환영이라도 해주듯 도열해 있다.

14시 46분 참호의 흔적이 있는 넓은 공터의 바위봉에서 방향을 남동쪽으로 틀면서 내려서는 길은 측백나무군락이 눈길을 끈다. 측백나무 사이길로 정맥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커다란 바위들이 차지하고 있는 능선분기점에서 우회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틀며 안부에 내려서게 되고 연이어 봉을 넘어서며 측백나무군락을 만난다.

15시 05분 칡넝쿨이 온통 봉우리를 덮어버린 520봉에 오른다. 좌측으로 왜목치로 내려설 수 있는 등산로가 선명하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옥녀봉을 겨냥하며 한차례 뚝 덜어지는 길, 두길 중 선택은 자유, 그러나 우측길로 내려서다 왼쪽으로 허리길을 따라 능선에 붙는 것이 조금은 안전한 것 같다. 평탄하게 이어지던 정맥길이 한차례 작은 오름 끝에 만나는 능선분기점, 정맥은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옥녀봉이 있다.

15시 34분 삼각점(갈담, 417)이 있는 옥녀봉9578.7m)에 오른다. 원을 돌 듯이 이어온 정맥의 봉들을 하나 하나 확인할 수가 있다. 그리고 자칫 순간을 망각하면 정맥길을 찾아 헤맬 수도 있는 곳, 15분 뒤 다시 능선분기점으로 되돌아와 동쪽으로 사정없이 떨어지는 정맥길, 이제 모두가 이력이 나 잘도 간다. 참나무사이로 진달래나무군락이 이어진다.

16시 03분 아름드리 참나무 몇 그루가 보기 좋은 안부에서 밋밋한 봉, 다시 십자로 안부, 뒤돌아보는 옥녀봉과 능선분기점이 잘 조망된다. 밋밋한 정맥능선의 단풍, 지금 정맥꾼들의 바램은 빨리 하산해 죽림온천에서 목욕을 끝내고 시원한 맥주에, 이영주는 막걸리...

16분 19분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한차례 잡목지대의 가시넝쿨을 헤치다가 3분 뒤 다시 만나는 밋밋한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내리막길이 오르막길이 되고 다시 한차례 떨어지면서 내려선 곳이 쑥재다. 오늘 숙제 끝...

16시 30분 쑥재는 완주군 상관면 과 임실군 신덕면 경계를 이루고 임도가 나있지만 버림받은 채 억새풀만 무성하다. 좌측으로 27번 국도 변에 유황성분으로 유명한 중림온천이 있다.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 억새밭을 헤치며 내려선 곳이 임실군 신덕면 월성리 삼막마을, 쓸쓸하게 염소와 닭을 키우며 살고있는 노부부, 정맥에서 첫날을 보낸 정맥꾼들이 다시 막은댐가든으로 돌아온 시간은 밤 9시, 두 번째 날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든다.

종주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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