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종주 6구간
(산줄기 139일째)

일 자 : 2002년 10월 16일
구 간 : 모래재 ∼ 칠보산 ∼ 좌구산 ∼ 밤티재
날 씨 : 맑음

참석자
김종국, 나종학, 장성인, 류민형, 조삼국, 유정홍, 박덕주, 김태웅, 구용회, 허문선, 김수남, 최경섭, 우종수, 이영주, 김호택, 설기현, 선종한(17명)

도상거리 : 13.6km
모래재(228m) - 0.8 - 344.1봉(△344.1m) - 2.7 - 595.5봉(△595.5m) - 1.3 - 칠보산(×543m) - 4.2 - 질마재(330m) - 2.8 좌구산(△657.4m) - 1.8 - 밤티재(370m)

종주일정
09:55/모래재(34번 국도) -- 10:08/344.1봉 -- 10:15/380봉 능선분기점 -- 10:22/송치재 -- 10:43/460봉 -- 11:06/595.5봉 -- 11:24/산판길 -- 11:42/칠보산 -- 12:00(12:20)/중식 -- 12:36/칠보치 -- 13:10/400봉 -- 13:35/질마재(529번도로) -- 14:06/610봉 능선분기점 -- 14:53/좌구산 -- 15:12/능선분기점 -- 15:40/밤티재 -- 16:00/율리 부점촌

산행시간 : 6시간 5분(휴식 및 접속구간 포함)

후 기
화청소(花靑素)라고도 하는 안토시안(anthocyan)은 색소배당체인 안토시아닌과 그 아글리콘(非糖部)인 안토시아니딘의 두 가지를 말한다. 그리스어로 꽃을 뜻하는 anthos와 청(靑)을 뜻하는 kyanos를 복합시킨 말로, 적색 청색 보라색 꽃이나 봄의 새 눈, 가을의 단풍 등은 이 색소 때문이라나, 단풍은 가을의 저온과 강한 자외선에 의하여 잎의 세포에 함유되어 있는 엽록체의 작용이 쇠퇴해서 엽록소가 분해하기 시작하여 안토시안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사리와 비유하면 단풍은 나무들에게 '늙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잎은 나이순서에 따라 가지에 맨 밑에 달린 잎부터 시작해 중간에 있는 잎, 끝에 달린 잎 순으로 단풍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나무는 이런 노화과정의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계속 성장하고, 정맥꾼들은 삶의 한 페이지를 남기기 위해 정맥으로 가고 있다. 만산홍엽, 어느새 붉디붉게 타오르는 정맥능선...

09시 55분 보광산관광농원이 들어서 있는 모래재 고갯마루에서 산행준비를 한다. 정맥길이 되어버린 관광농원 진입로, 가을이란 이름의 방가로가 눈길을 끈다. 이어 도당리 D지국이란 표지판이 붙은 자그마한 SK텔레콤 통신시설을 보며 콘크리트계단을 올라서고 농원건물 사이로 철망울타리, 정맥으로 이어지는 출입문을 통과하며 날등에 붙는다. 또 다른 높아 보이는 통신탑, 어느새 정맥의 능선에도 곱게 단풍이 물들어오고 있다.

10시 08분 완만하고 여유로운 오르막길이 급해지다가 올라선 344.1봉, 글씨를 판독할 수 없는 삼각점을 확인할 수 있다. 2분 뒤 능선분기점을 만나면서 왼쪽으로 다시 Y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잡목숲이 조금은 거치적거리고 정맥의 숲은 고즈넉하다. 서서히 오름길이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선 봉이 380봉이다.

10시 15분 묘 1기가 지키고 있는 380봉, 이어 올라선 정맥은 선명한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의성 김씨 묘지를 가로지르며 숲길로 들어서지만 길은 제법 넓은 산판길이다. 내리막길은 5분 뒤 산판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한차례 정맥특유에 잡목지대와 쓰러진 나무들과 한판승부, 고요한 정맥길에 갑자기 개짓는 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10시 22분 좌측으로 '감전주의'라는 안내판이 보이는 십자로 안부에 내려선다. 여기가 송치재, 그리고 다시 숲길로 들어서면서 옛 고갯길, 돌무더기와 돌탑, 송치재를 뒤로 소나무 숲에 잡목지대, 목장지대의 철선이 나타난다. 잡목이 거치적거리는 철선 밖보다 차라리 안쪽으로 들어서는 것이 한결 부드럽다. 안개를 가르며 가는 정맥꾼들...

10시 27분 파란 물탱크가 자리잡고 있는 정맥의 봉우리, 바람에 날리는 억새와 한 그루에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목장 언덕에 오르고 여기서 정맥은 오른쪽(동남)으로 잠시 같이했던 목장지대와 작별을 하며 들어서는 오르막길은 안개가 가득하다. 철거한 구조물의 기초가 보이고, 참호가 있는 능선마루에서 한차례 가파르게 오른다.

안개가 거치고 간 자리에 아침햇살이 숲을 비집고 들어서는 능선길, 거미줄에 걸린 물방울이 햇볕에 반사되어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 묘지를 통과한다. 그리고 만나는 T자 갈림길 정맥길은 왼쪽으로 소나무숲길을 따라 올라선 고도 460m을 가리키는 봉...

10시 43분 바위가 드문드문 있는 460봉을 뒤로 다시 한차례 커다란 바위를 끼고 올라선 참호가 있는 봉, 평탄하게 이어가는 정맥길, 단풍 숲을 가르며 좁은 날등을 타고 간다. 일주일전 만해도 푸르기만 않던 나무들이, 6분 뒤 목장 울타리가 나타나는 470m 봉, 철조망을 끼고 간다. 좌측 아래로 축사가 내려다보이고, 정맥의 숲엔 철모르는 진달래꽃이 눈길을 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정맥의 숲길을 한차례 올라 만나는 능선분기점,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잠시 더 올라서면 국방부지리연구소에서 설치한 원형의 대삼각점이 있는 595.5봉에 오를 수 가있다. 잡목으로 둘러싸여 시야가 막혀있는 정상...

11시 06분 잡목이며 싸리나무로 둘러싸여 시야가 막혀있는 595.5봉을 뒤로 잠시 되돌아 내려서서 능선분기점에서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잠시 내려선 바위지대의 안부 그리고 올라선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다시 1분 뒤 두 번째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간다. 싸리나무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안부에는 푸른 소나무가 눈길을 끌고, 이내 누렇게 말라버린 솔잎들이 애처로운 정맥길....

한동안 우회길을 따라간다. 싸리나무와 억새풀, 우측으로 철선의 목장울타리가 나타난다. 오랜 세월 철선에 얽매여 흉터가 되어버린 나무들, 제법 넓은 정맥길, 옛 산판길인 듯한 넓은 길에 내려선다. 칠보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위치는 몰라도 칠보산에서 백마산 쪽으로 그네고개라는 고개가 있는데 예전에 넘나들던 고개라나, 옛날에 이 그네고개로 상여를 못 가게 했다고 한다. 상여가 넘어가면 동네가 망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딱 한사람 조선시대 송감사라는 사람이 권력으로 밤에 몰래, 많은 사연으로 얽힌 정맥의 고갯길들...

11시 24분 잠시 산판길을 따르다가 산판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팍 꺾이는 정맥길, 밋밋한 봉을 넘고 연이어 봉을 넘는다. 진달래와 철쭉군락을 가르며 가파른 오름길, 새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을 보면서 참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한차례 올라선 능선분기점, 정맥은 오른쪽이다. 칠보산은 조금 더 올라서서 평범한 능선 상에 표지석을 만나면서 정상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괴산군 청안면에 위치한 높이 541.5m의 칠보산(七寶山)은 무슨 보물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어도 일곱 가지 보물이 있다고 한다. 산등성이 샘이 있던 자리에 예전에 사람이 살았는데, 그 물 맛이 술맛이라나, 그래 사람들이 술 먹고 싶으면 올라와 먹곤 했단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하루는 어떤 여자가 나물 뜯으러 칠보산에 왔다가 목이 말라 물을 얻어먹으려고 그 집엘 들러 큰 바가지를 들고. 샘으로 가는 여자에게 그 집 쥔이 많이 먹으며 취하니 조금만 드세요 하니까, 그까지 물 가지고 인심이 사납다고 그 바가지로 마당 흙을 퍼 가지고 샘에다 냅다 뿌리가 갔다나, 그 후로 술맛이, 믿거나 말거나...

11시 42분 정상을 뒤로 내려서며 이름에 걸맞지 않는 칠보산이라고 한마디 던지는 유선배,정맥은 능선분기점에서 서쪽으로 내려선다. 좁은 날등의 내리막길, 6분 뒤 정맥길이 누그러지면서 솔밭길이다. 이어 만나는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연이어 왼쪽으로 일찍 내러가고 싶은 사람은 마음대로 하세요, 싸리나무와 진달래나무를 헤치고 간다. 좁은 날등의 정맥길...

11시 52분 다시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서 내리막길이 되다가 1분도 안 돼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내려서는데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잡목숲길을 헤치며 간다. 칡넝쿨지대 좌측으로 낙엽송 군락이다. 다시 오름길, 이내 음침한 소나무숲길이 내리막길로 바뀐다. 잠시 우회길을 따르다가 내려선 안부 여기서 짐 좀 덜고 가자...

12시 20분 중식을 끝내고 잠시 내려서면서 묘지를 만나는데 모두다 한마디씩 조그만 더 내려왔으면 명당자리를 만나는 걸, 사실 정맥꾼들의 식탁은 묘지 잔디밭이 최고지, 안부를 가로지르고 참호 있는 봉에 오른다. 연이어 참호가 있는 밋밋한 봉, 완만한 정맥길엔 진달래며 잡목들이 성가시다.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서면서 참호와 공터가 있는 능선분기점인 405.6봉, 여기서 내려서다가 오른쪽으로 잡목숲을 헤쳐야 한다.

12시 36분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부드러운 솔밭길을 따라 정맥길은 임도를 가로지르며 중키에 소나무숲길로 내려선 곳이 칠보치다. 자갈이 깔린 비포장길, 좌측으로 경작지가 보인다. 그리고 도로를 뒤로 숲길로 들어서면 얼굴을 드러내는 희미한 옛 고개길, 효근리와 문당리를 넘나들던 고개, 묘지를 통과하며 올라서니 우측으로 평화롭게 자리잡은 마을이...

12시 42분 참호 있는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왼쪽(남)으로 갓 떨어진 솔잎 감촉이 유별나다. 잠시 안부에 내려섰다가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한차례 올랐다가 연이어 묘지를 통과하며 올라선 봉이 415.2봉이다. 정맥은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남)이다. 우측으로 문당리의 어느 마을에선가 이장님의 안내방송소리는 정맥의 삶과 함께 흐르고 있다. 좌측으로 목사동 마을 농가가 보기 좋고, 시야에 넘어야 할 정맥의 높은 봉들이...

12시 50분 중키의 소나무 터널 숲의 내리막길, 인삼밭이 보이는 안부에는 물웅덩이가 보인다. 언젠가 이화령을 향하면서 만났던 올챙이가 놀던 대간상에 물웅덩이가 생각난다. 한차례 가파르게 오르는 정매길, 3분 뒤 경고문을 만나면서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는 봉이다. 가을걷이를 준비하는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내려서는 길이 우중충한 중키의 소나무숲이 솔잎이 시들고 있다. 정맥길은 방향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간다. 들국화 피어있는 의령 남씨와 연안 이씨 쌍묘를 통과한다.

십자로 안부를 뒤로 잡목 숲을 뚫고 오르는 정맥길엔 불청객에 놀란 산까지 한 마리가 나르고 있다. 길목을 지키고 있는 가지버섯, 지난번 가지버섯으로 사랑을 받은 정맥꾼들은 오늘은 처다 보지도 않는다. 그 후로 점수를 잃었나, 유난히 아름답게 피어있는 이름 모를 정맥의 꽃, 긴 오르막, 그런데 마을주민일까? 버젓이 담배를 입에 물고 정맥꾼들과 마주친다. "담뱃불 끄세요" 항상 산불만 나면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하는 산꾼들...

13시 10분 칡넝쿨이 널려 있는 밋밋한 고도 400m 정도 되는 봉이다. 정맥은 바위지대를 통과하면서 남서쪽으로 역시 군데군데 바위지대의 내리막길, 이어 가을을 보내는 고즈넉한 정맥길이다. 5분 뒤 내리막길에서 만나는 능선분기점, 직선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서는 길에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보기 좋다. 다시 만나는 마을여인들인가? 도토리를 줍다가 "사람을 만났으면 쉬었다 가세요" 라고 한마디씩 한다. 십자로 안부를 가로지른다.

13시 19분 봉에 올라서며 만나는 안테나와 바위지대 그리고 좌측 소나무 숲 사이로 길마재로 올라서는 도로가 보인다. 3분 뒤 연이어 봉을 넘어서는 정맥길은 낙엽이 수북하고 작은 오름 뒤에 내리막길은 왼쪽으로 간다. 평탄한 능선길, 길마재를 지나는 자동차의 소음소리, 진행방향은 동쪽으로 정맥길 답지 않는 호젓한 길, 우회길을 버리고 한차례 올라서는 길은 정맥특유에 가시나무가 질세라 옷깃을 붙잡는다. 남에 속도 모르고 임을 부르는 산새 한 마리...

13시 35분 절개지를 만나면서 내려선 곳이 592번 지방도가 지나는 질마재다. 좌측으로 조금 아래 최원용 공적비를 볼 수가 있다. 잠시 다리쉼을 하던 정맥꾼들이 소로에 들어서며 곧바로 오른쪽으로 가파른 오름길이 된다.

가파를 오름길이 10여분 이어지고 잠시 누그러지는 듯하더니 다시 가팔라지는 정맥길, 제법 고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정맥길, 능선분기점에서 왼쪽(남서)길이다. 뚜렷한 정맥길, 모처럼 완만해 지는 듯 하더니 쓰러진 나무들이 성가시다. 오랜 세월 정맥을 지켜왔을 저 나무들이...

14시 긴 오름막길을 올라서며 만나는 능선갈림길, 여기서 정맥은 왼쪽(남동)으로 다시 완만하게 봉을 하나 넘는다. 연이어 편안한 마음으로 오르는 정맥길, 잠시 백봉리 손동이란 마을의 유래를 들어보자, 손동은 산에 올라보면 동네가 마치 손모양 같다해서 손동이라 부렀다고 한다. 마을 중간에 4백년 정도 되는 나무가 아주 큰 것이 있었는데 비가 와서 썩어 넘어지고 지금은 작은 것을 새로 심었는데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거기가 여자의 거시기 마냥 생겨서 거기를 막지 않으면 동네가 해롭다하여 여자의 거기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곱고 고운 단풍길, 덩달아 정맥꾼들의 얼굴에서 수줍음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은 남자들의 계절...

14시 06분 바위지대의 봉 그리고 1분 뒤 올라선 봉이 고도 610m을 가리키는 능선분기점이다. 정맥은 오른쪽(남서)이다. 백두대간 속리산(1057,7m)에서 분기된 한남금북정맥이 시루산(482,4m)과 선도산(547,2m), 상당산성, 구녀산(484m)을 거쳐 좌구산(657.4m)을 세웠고, 질마재를 향하면서 610봉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산줄기 하나가 청천의 주산인 설운산(588m)을 우뚝 세워놓았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 한남금북정맥과 백두대간 사이로 화양구곡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달천이 되었다가 충주호로 합수하여 남한강을 이룬다. 두 산줄기 사이에 청천면, 청천에는 우암 송시열(1607-1689년) 선생 묘가 있다. 원래 묘소는 숙종 15년(1689) 왕세자 책봉 문제로 정읍에서 사사된 후 수원 무봉산에 있었으나 8년이 지난 후 숙종 23년(1697)에 이곳으로 이장하였다고 한다. 청천은 송시열이 벼슬을 물러난 후 은거했던 화양동계곡과 노론사림의 중심인 화양서원이 있는 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 자리는 장군대좌형인데 주변 산세에 졸병에 해당되는 산들이 없으므로 발복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후손들은 시설자금 300냥을 기부하고 청천시장을 개설하여 사람들이 몰려들게 하자 그러자 마을도 번창하고 송씨 가문 후손들도 번창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떡본 김에 한차례 다리 쉼을 하며 허기를 메꾸며 기다려도 오지 않는 김수남씨, 항상 잘 달리던 김수남씨가 오늘은 무슨 일이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힘겹게 올라서면서 하루건너 산을 탔더니 힘이 든단다. 살림은 언제하고 산에만 다닙니까...

잠시 후 올라선 돌들이 깔려있는 봉에는 '1987부대 산악행군로' 라는 작은 안내판이 나타난다. 방향은 정맥길을 가리킨다. 좁은 날등의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내리막길이 가팔라지더니 연이어 나타나는 산악행군로 안내판...

14시 18분 돌무더기가 보이는 십자로 안부를 지나 연이어 나타나는 바위지대, 뾰쪽한 봉을 우회하면서 산불지대가 나타난다. 앙상한 나무들의 시체가 을씨년스럽고, 쓰러진 나무들과 돌길이 정맥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자칫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상황 끝, 거기에다 잡목들도 덩달아 설치는 거친 정맥길, 옷을 갈아입은 멋진 능선을 힐금힐금 보면 간다. 좌측으로 백두대간에서나 보아왔던 멋진 그림의 연봉들, 우리의 산줄기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기기묘묘한 나무들의 만남, 다시 한차례 싸리나무를 헤치고 올라선 봉 좌측으로 유난히 푸른 숲이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와 닿는다. 아름드리 고사목이 쓰러져 누워있는 고도 550m를 가리키는 봉에 오른다. 정맥은 왼쪽으로 좌구산이 가깝게 닿아와 있고,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 좌측계곡으로 빨간 지붕이 보이는 안부, 다시 오름길 우측으로 율리 어느 마을인가 산을 병풍 삼아 너무나 아늑하게 보인다. 좌우로 내려다보면 제법 고도를 느낄 수 있는 정맥길, 조그마한 흙무덤 1기 또 다시 만나는 고사목들, 바람도 불어주고 덩달아 깊어 가는 가을을 노래하는 풀벌레소리, 시야가 트이는 벌목지대, 바위길의 좁은 날등을 올라서면서 드디어 좌구산이다.

14시 53분 높이 657.4m의 삼각점이 있는 좌구산, 한남금북정맥 최고봉에 오른다. 앉을 '좌(坐)'자 거북 '구(龜)'자. 거북이가 앉아 있는 형국이다 해서 좌구산이라 쓰는데 원래는 앉을 '좌(坐)'자 개 '구(拘)'자. 좌구산(坐狗山)였다고 한다. 왜 그런가 하면 예전에는 민가 없이 그냥 산만 있는데 그 산에 올라가면 개짓는 소리가 났다나, 그래서 좌구산(坐狗山)이라고 하다가 나중에 풍수적으로 좌구산(坐狗山)으로 고쳤다나...

14시 57분 정상을 뒤로 흙무덤을 만나면서 오른쪽(남서)으로 팍 꺾는다. 역시 정맥길은 산악 행군로를 따라 내려서면 된다. 가파른 내리막 바윗길이 위험하다. 안부에서 봉을 넘어서며 만나는 돌탑, 능선분기점에서 4분 거리에 있다. 정맥은 오른쪽(서)으로 내려선다. 여기서 푸른잔디 선총무 애인 생각하다 아르바이트, 올려다보는 단풍으로 진한 화장을 한 좌구산, 다시 4분 뒤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남서) 사면길로 다시 뚝 떨어진다.

참나무숲길 군데군데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늘어선 평퍼짐한 능선길, 좌측으로 낙엽송지대가 나타나며 정맥길은 완만하다. 아주 작은 묘지 하나가 눈길을 끌고, 좌측으로 작은골이 한강과 금강을 가르는 산줄기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15시 12분 능선분기점에서 왼쪽(남)으로 역시 산악행군로, 평탄한 능선길은 제법 여유롭고 단풍으로 물들어있는 정맥길은 1분 뒤 다시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서)으로 간다. 이내 정맥은 왼쪽(남서)으로, 평탄하던 길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 숲의 작은 오름이 있고, 다시 작은 오름을 오르는 듯하다 만나는 산악행군로는 왼쪽(남동)을 가리킨다.

밋밋한 봉을 넘으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떨어져 있는 정맥의 내리막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방향을 서남쪽으로 바뀌며 가팔라지기 시작하더니 거목의 소나무 지대를 통과하며 완만해지다가 안부를 가로지른다. 어느새 정맥의 봉우리 위로 해가 넘어가려고 하고, 길을 재촉하는 정맥꾼들 앞에는 바위들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 가파른 오름길이다.

15시 25분 가파른 바윗길을 올라 좁은 날등의 평탄한 정맥길, 완만한 내림길이 되면서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서 간다. 돌발길이다. 헐벗기 시작하는 나무들, 키만 훌쩍하게 자란 소나무숲, 그리고 내려선 곳이 비포장 도로다.

15시 40분 우측으로 율리로 내려설 수 있는 고갯마루, 밤티재라 불러 본다. 20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선 곳에 율리 부점촌 다시 내려선 율리 삼거리 밤티마을에서 조촐한 먹거리, 정맥의 추억거리는 하나씩 쌓여간다.

종주 사진첩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