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구간(육십령-빼재)

1. 일시 : 2002년 7월 17일 제헌절
2. 참석자 : 문학기,김홍식 그리고 윤기웅
3. 산행소요시간 : 15시간 27분(휴식시간 포함)
4. 산행개요 : 오전에는 흐렸으나 오후내내 강렬한 햇빛을 벗삼아 걸었음
풀숲에 묻어있던 수분에 의해 발이 젖어 발컨디션은 엉망-물집생김
산행내내 컨디션은 좋았고 다만 쉴때마다 수마와 싸움
모든 상황에서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낌
백두대간 산행은 정신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음
5. 산행기 :


`육십령` 들머리의 표지기들은 무당집풍으로 어둠속에서도 우리를 반긴다.나의 산행은 언제나 홀로 산행 이었지만 오늘은 문학기형님 그리고 김홍식씨와 동행이다.김홍식씨는 백두대간을 올 2월에 시작하여 이번엔 4구간인 `육십령구간`을 가는데 나는 1구간 `지리산`만을 끝낸터라 2구간을 이어야지만 장마철에 산행 타이밍을 두 번이나 놓친데다가 미리 이구간의 동행을 약속한터이라 오늘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바람이 서늘하게 불고 있는 가운데 맑은 날씨를 기대하면서 처음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얼마간 비알을 오르자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첫 번째 만난 무덤 지나 `구조표지판`이 보인다.(04.20)길은 예년보다 넓어져 보이고 혹 앞선 산객이 있었는지 모르나 앞을 가로막는 거미줄이 거의 없어 운행하기에 좋았다.홍식씨는 새벽에 먹은것이 좋지 않은지 조금씩 처지고 있었고 반면에 나의 컨디션은 아주 좋았으므로 첫번째 봉우리의 암릉을 올라섰을때는 두사람이 제법 멀어져 있는 느낌이다.(4.39)

얼마를 더 올라 암릉을 지나 `할미봉`정상의 삼각점에 섰을 때 주위는 온통 안개로 가득차 있었고 해가 뜨려는지 동쪽 하늘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5.07)일출을 보려는 기대는 수시로 흩날리는 안개로 인하여 무산되었으나 그럼에도 안개사이로 간간히 터지는 남덕유산의 위용은 우리를 감탄시킨다. `할미봉`을 떠나 급경사 절벽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는 마지막 즈음에 혼자서 왼쪽의 우회로로 길을 들어 조금 더 내려갔다 올라오는 수고를 했다(5.20). 이어 `938m봉`(5.38)에서 잠깐 쉬고는 제법 순한 길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교육원삼거리`이다.(6.16)

이제부터는 한참을 줄이 쳐있는 비알을 따라서 올라야 하는데 길은 표토가 많이 패어져 있었고 길옆의 산죽 또한 빈약해 보여 훼손된 등산로와 자연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쉬지않고 경사를 올랐고 얼마후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길은 바위 날등으로 이어지며 결국은 좌우가 만나게 되므로 여기서는 자신의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서 가는게 좋을 듯하다.주위가 터지면서 바위가 보이기 시작하면 서봉에 가까와진것인데 예서 서봉까지 길옆 수풀에 묻은 물기로 인해 신발속이 무참히 젖어들어가며 드디어 `서봉1492m`에 선다.(7.36)

`장수덕유산으로 불리우는 이곳에서는 `남덕유`가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사위가 온통 구름바다에 빠져있어 멀리까지의 조망은 아쉽다.그래도 해가 비치면서 운해의 황홀경을 보여주므로 일행 모두는 감탄해 마지 않으며 갈길을 잠시 멈추었다.길은 정상 너머의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가파르게 난 철계단을 따라 내리고 한참을 내려서서는 산모퉁이에서 문득 보이는 `서봉`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대간길이 갈라지는 삼거리(8.20)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약 300m를 더 올라야 `남덕유산`의 정상을 볼수있다.

널찍한 계단상 오름길에는 너구리의 배설물을 볼 수 있었고 다시 정상아래 갈림길 전 까지 무수한 고추잠자리의 군무를 볼수 있었는데 벌서 절기가 가을이 가까웠음을 알려주는 자연의 섭리이리라.`남덕유산` 정상에는 약간 삐딱한 이정표 하나와 돌탑,그리고 예년엔 없던 정상석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어 올라온 일행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고 바람만이 시원하다.(8.33)

`향적봉` 만큼이나 조망이 좋은 정상에 머물며 항공사진을 보듯이 구름사이로 보이는 주변과 저기 멀리보이는 첩첩한 산그리메를 조망하며 이른 아침을 먹는다.메뉴는 `수류탄`이라 닉을 붙인 주먹밥인데 웬만한 어른의 주먹보다 커서 밥 한공기는 충분히 될것같은데 두 개를 먹고서야 양이 차는 것을 보면 체력소모가 심한 것인지 아님 배가 큰건지는 잘 모르겠다.청주에서 왔다는 부부가 `향적봉` 가는 길을 묻기에 알려주고 산정을 떠났고 이내 만나는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에 매어져있는 대간기를 확인하고는 `월성치`로 내려간다.(9.00)

월성재까지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미끄러운 내리막에서 양손에 든 스틱이 균형을 잡아주고 무게를 분산시켜 편안히 내려왔고 `월성재`에서 잠시 쉬면서 일행을 기다릴 때 비로소 반대쪽에서 오는 산객들과 마주친다.(9.25/9.38)이후론 `삿갓재`까지 약한 오르막인데 마주오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면서 가다보니 어느덧 이정표 두 개를 지나치고 `삿갓봉`이란 표지판에 도착한다.작년의 `덕유종주` 때에는 비를 맞아 지친 까닭에 가보지 못하였으므로 대간길은 아니지만 오른쪽으로 비탈을 치고 오르니 `삿갓봉1429m`이란 표지석이 서있다.(10.28)

몇분 뒤 청주 부부가 올라와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아래로 내려가니 갈림길에서 김홍식씨가 기다린다.옛날 생각에 `저 모퉁이만 돌면 대피소가 나온다` 말했는데 몇 모퉁이를 돌아도 도착하질 않자 핀잔을 하기에 서둘러 내빼다보니 발전기 소리와 함께 어느새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한다.(10.51)우선 물을 사서 보충하고는 대피소 계단에 나란히 앉아 관리인과 사진도 찍고 화장실에도 다녀온다.컵라면의 유혹이 강했지만 다여트와 컨디션 조절을 위해 포기하고 준비를 마치는데 청주에서 온 부부가 먼저 출발한다.

연전에 보았던 커다랗고 새카만 개가 않보여 관리인에 물어보니 올초에 누군가가 데려갔다는데 전혀 반항하지 못한걸 봐서는 개장사의 소행일 것이라 추측하며 그땜에 1달여를 잠못이루었다는 관리인의 한숨을 뒤로하고 길을 나선다.(11.13)이후로는 지속적으로 오르막이 계속되는데 중간의 초원에 펼쳐진 원추리 군락은 비록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뒤 등성이에는 가지만 남은 나무가 기괴함을 연출하는데 `소백산` 오름길 비슷하게 통나무로 계단을 구획한 산상초원을 지나고 약간의 바윗길을 지나면 표지석과 이정표가 서있는 `무룡산,1492m` 꼭대기.(11.56)

드디어 `무룡산(無龍山)`에 용(龍)이 나타났음인가?날이 더 들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잘 보이는데 헬기장 표식이 있는 정상에서는 우리가 가고 있는 `덕유능선`에서 `향적봉`에 이르는 `중봉`오름길과 `백암봉`오름길 그리고 갈라져 흐르는 대간능선이 아주 또렸이 보인다.파리가 귀찮게 달라드는 가운데 발도 쉬게하고 생식과 물을 먹으면서 기다리는데 얼마 뒤 청주 부부는 지나치고 홍식씨는 30분이 다지나고 도착한다.속이 좋지 않은데다 가끔 속썩이는 무릅이 힘들게 하므로 자기 페이스대로 `백암봉`까지 가보고 컨디션에 따라서 `향적봉`이든 `신풍령`이든 진행하기로 약속을 하고 길을 나선다.(12.38)

여기서 `동엽령`까지는 고저차가 그리 크지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그늘막도 없는 `동엽령`에는 두가족 예닐곱명이 땡볕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적어도 2시간여를 어른들을 따라서 올라왔을 꼬마들의 모습이 장하다.(1.47)얼마인가를 진행하다가 갑작스레 허기가 지므로 체면불구하고 길옆의 바위에 퍼질러 앉는데 하필 누군가가 바위 뒤쪽에 김치를 버렸는지 냄새가 진동한다.주먹밥을 먹고 힘을 내서 일어나는데 도중에서 쉬다 온다는 청주부부와 또 마주쳐 같이 길을 떠났다.

바위벽 오르기 직전의 숲머리에서 쬐끄만 비암이 꼬리를 보이며 도망가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 바위를 한발 한발 오르니 드디어 `송계삼거리`라 불리는 `백암봉`에 도착하였고 하오의 햇빛이 아주 강렬하다.(3:04)국립공원 이정표와 `백암봉`표지석 그리고 `중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혼자 `육십령`에서 `향적봉`까지 종주 했던 작년 그때를 반추한다.그때는 종주 시작부터 줄곧 장대비를 맞으며 운행하였고 `동엽령`에 이르러서야 날이 긋기 시작하더니 `백암봉`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맑은 하늘을 보았다.

`삿갓재대피소`에서 생식과 커피 한잔 말고는 이후엔 먹은게 없어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도착한 `백암봉`에서 바라뵈는 `중봉`은 정말 손에 잡힐듯 가까와 보였고 또 목책과 나무계단으로 정리된 길은 정말 목가적인 분위기였다.그러나 다시 길을 떠나자 중봉은 저 멀리에 거대한 벽처럼 우뚝섰고 오름길에 몇번을 쉬었는지 모를 정도로 힘겹게 올랐는데 그 위 `덕유평전`에서 펼쳐진 원추리군락의 자태는 그동안의 피로를 잊게 할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는 대간길과 `향적봉` 오름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인지라 산객들로 북적거린다.`남덕유산`에서 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였던 부부와 이제는 작별을 고하고 오른쪽으로 난 대간길에 접어들자 이내 내리막 수풀이 시작된다.`송계사` 쪽으로 하산하는 산악회원 몇 명이 앞서가고 있는데,우리는 동행했던 홍식씨를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온 것이 마음에 걸려 전화를 켜보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가고있는 길 우측에 날등으로 난 희미한 길이 있지만 대간길은 능선 옆으로 약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게 되는데 중간에서 홍식씨와 겨우 서로의 뜻을 알아들을 정도로 통화가 되더니 이내 끊겨버린다. 길섶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할때 수마는 사정없이 몰려오고 산악회 팀 몇 명이 지나칠 때 우리는 복분자주 한모금씩을 나누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아니 이럴수가! 평소 산행때는 술을 않하지만 지금처럼 지쳐있을 때 약한 알콜의 자극은 심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실하게 느꼈다.단 소량일 때에만 해당되지만 말이다.힘을 내어 바쁘게 진행하다보니 웃자란 잡목숲을 지나고 헬기장도 지나고 어느새 산불감시 초소가 나온다.곧이어 `횡경재`에 도착하였고 쉴때마다 문형님의 권유대로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발을 통풍시키며 쉬게하였는데 이덕에 휴식시간도 일정하게 되었고 얇은 릿지화 바닥에 충격을 받았던 발이 불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컨디션을 유지하였다 생각한다.

여기까지 같이 왔던 산악회 팀원들은 오른쪽의 `송계사 계곡`쪽으로 하산하고 이제 대간길은 왼쪽으로 휘어지며 진행한다.인적도 끊어진 길에는 간간히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만이 지루함을 달래주는데 갑자기 앞에서 한사람이 나타나서 반갑게 맞았더니 `횡경재`로의 하산길을 놓친 산악회 회원이었고 그의 걸음걸이로 봐서는 상당한 거리를 도로바이트 하는 것 같았다.`지봉안부`는 이정표 하나 없는 사거리로 등산로 아님 표지판만이 외롭게 지키고 있었고(4:36/4:45) 잠시 쉬면서 대간길의 흐름을 그려본다.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하여 `헬기장`(4:58)을 지나 `지봉`에 도착하였다.(5:02) 정상은 그다지 특징이 없는데 자그마한 대리석으로 `못봉 1342m`라는 정상석이 서있으며 뒷면에는 방위표시가 되어있는 말뚝이 이채롭다.황도통조림을 꺼내 나눠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조망이 괜찮아 지금까지 온 길도 잘보이고 앞으로 갈 길이 그려지는데 저멀리 뒷쪽의 커다란 등성이를 넘으면 곧 목적지 일거라 어림 짐작하며 정상 왼쪽에 나있는 길을 따라서 하산을 시작한다.

여기부터 하산로는 아주 가파르며 한참을 내려가며 조망도 되지않는 숲길의 크고 작은 돌들은 발놀림을 조심스럽게 만든다.얼마의 내림끝에 자그마한 안부에 도착하였고 `싸리듬재`(다름재) 같은데 지도상으로 확인은 못했지만 gps에 찍힌 좌표는 오차 10m 이내의 지점으로 표시해 주었으며 상당한 고도를 잃었다.여기서 `대봉`까지는 약 1km 남짓되는 길고 급한 경사를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한동안 보이지 않던 표지기가 멀리 산중턱에서 빨갛게 보이므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싸리나무가 내키 이상으로 웃자라 헤치고 나가기 힘드는데 문득 돌아보니 `지봉`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장중하게 흐른다.이젠 힘이 든다.운동이던 등산이건 새벽부터 시작하여 일정시간이 넘어가면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에너지의 대부분은 고갈된다.이때부터는 먹는 것이 에너지원으로서 직접 작용하므로 `먹는만큼 간다`라고 하는 것이며 더 많은 활동을 위해서는 정신력이 필요하다.산행한지 14시간여 되는 현재가 바로 그런 상황이리라.해서 나홀로 대간길을 가는 이들은 체력유지 못지않게 정신력도 중요하리라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은 간다는 생각도 가야겠다는 생각 또한 없고 힘들거나 어렵다는 생각 또한 아무것도 없다.오직 몸 가는대로 가고 있을 뿐이다.보이지 않던 동행자의 목소리가 무위의 시간을 깨웠으므로 잠시 기다려 합류한 뒤 얼마의 오름짓을 마치자 `대봉`이다.잡목으로 가려진 정상에서는 볼게 없어서 이내 지나치면서 다시 이어지는 산길 또한 긴긴 내리막이었고 또 몇개의 고만고만한 봉을 넘자 갑자기 너른 공터가 나오고 찻소리는 가깝게 들리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었다.마지막 남은 물을 마시고 힘을내어 봉하나를 넘어 숲을 가로지르니 전봇대가 가로막고 그 앞에는 길이 없는데 드디어 `신풍령`절개지 끝에 도착한 것이다.

예서 오른쪽으로 숲길을 뚫고 내려가면 시설물로 이어진 임도와 만나는데 주변에 있는 복분자는 이미 말라 따먹을게 없었다.도로에 내려서자 `수령(秀嶺)`이라 써있는 비석과 `덕유산 국립공원`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고 도로는 S자로 무주쪽으로 이어지는데 산을 절개하여 도로를 내면서 약 30여미터의 흉칙한 절벽을 만들어 놓았고 그 아래에는 정자와 휴게소 그리고 주유소도 보인다.(7:38)

`수령(秀嶺)`은 잘못 표기된 것인데 과거에 사냥꾼들이 사냥한 동물의 뼈를 많이 쌓아 놓아서 `빼재`라고 하던 것을 유식하게? 한자로 고쳐 `수령`이라 부른다는데 암튼 비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등산화와 양발을 벗고 이제껏 고생한 발을 쉬게하고 있으니 잠시 후 김홍식씨가 도착하므로 장비를 싣고 다음의 들머리를 확인하고는 무주를 거쳐 육십령으로 향한다.

차안에서 가는동안 졸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다.당장 마음을 비웠다고 착각했으니 몸이 따르질 못하는 것이리라. 차의 흔들림과는 무관하게 몸과 마음의 갈등은 아주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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