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쥬신다물이라는 아이듸를 쓰고있는 꼬마입니다. 글을 올려보라는 추천이 있어서 함 올려봅니다. 그다지 잘 쓴 글은 못되지만 함 봐주셔요.


1.일 자:2002년 2월 2일~4일(1박3일)
2.장 소:지리산(천왕봉~성삼재)
3.준비물:스틱,장갑,여벌 옷,스패츠,아이젠,오버복(上,下),우모복,행동식,
김밥(4줄),지도,나침반,소주1,식수1,건전지(3set), 소설 토지1,2권
4.비 용:서울~진주 (21,900)
진주역~터미널-택시(1,500)
진주~중산리(3,500)
성삼재휴게소~구례구역-택시(25,000)
구례구역~서울(16,900)
김밥(4,000), 2/3조식(4,000), 2/4석식(4,500), 맥주(1,600*2=3,200)
벽소령대피소 산장비(5,000)
지리산 입장료(1,300)

계 : 90,800

5.일 정
1) 2월 3일
22:09 ~ 04:51 영등포~진주
05:30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06:50~08:00 진주터미널~중산리
08:23 매표소
08:40 산행시작
08:45 중산리야영장(천왕봉 5.4, 장터목대피소5.3, 법계사3.4)
09:56 망바위-해발1,068m(천왕봉 3.0, 법계사 1.0)
10:25 문창대
10:35 로타리대피소(천왕봉 2.0)
11:25 개선문(천왕봉 0.6) - 점심식사
12:15 천왕샘-해발1,850m(천왕봉0.3)
12:35 천왕봉-해발 1,915.4m
13:20 제석봉-해발 1,808m(장터목산장0.6, 천왕봉1.1)
13:35 장터목산장
14:15 연하봉-해발1,667m(세석대피소 2.6)
15:10 촛대봉-해발1,703m
15:25 세석대피소(벽소령6.3, 거림6.0, 백무동6.5)
15:40 영신봉-해발1,651m(벽소령5.7, 연하천 6.3)
16:20 칠선봉(벽소령 4.3)
17:05 선비샘-해발1,491(벽소령2.4)
18:00 벽소령대피소

2월 4일
06:30 기상 및 아침식사
08:10 출발
08:41 형제봉-해발1,443m(노고단12.6, 장터목11.2, 벽소령1.5, 세석7.8)
09:30 연하천대피소(뱀사골4.2, 노고단10.5)
10:50 토끼봉-해발1,533m(천왕봉18, 뱀사골1.4, 노고단7.5)
11:10 화개재
11:50 삼도봉(노고단5.5, 뱀사골1.0, 천왕봉20)
12:07 노루목
12:40 임걸령(노고단2.7, 피아골산장2.5)-점심식사
13:00~14:15 노고단-해발1,507m
14:30 노고단산장-해발1,370)
15:10 성삼재
17:20~22:20 구례구역~서울역(무궁화)


6. 산행기

백두대간! 통상거리 640km 지리산 천왕봉을 시점으로 하여 남한의 한계인 진부령까지의 거리이다. 백두산까지 가야함이 기본이겠으나 우리네 후손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우리민족의 성산도 찾아가지도 못하는 못난 민족이 되어버렸다. 각설하고,
새로운 시작이다.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번쯤을 꿈꿔볼 백두대간. 그 이름만으로도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설레임이 이는 말이다. 남한구간만 종주하는데 50여일이 소모되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한 구간이다. 나는 지금 그 첫발인 1구간을 무사히 종주하고 돌아왔다. 할수있다는 희망과 성취감으로...

1) 2월 2일
시작! 가슴이 설레인다. 3일전에 싸놓은 배낭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행여 없는게 있을까봐 걱정이되고 여러가지를 대비한 장비를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배낭을 매보고 다시 고쳐 매보고...

영등포역 역사 앞에서 한때의 젊은이들이 어설픈 안무를 하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무슨 모금을 위한 봉사활동인듯하다. 문득, 내가 너무 내 자신만을 위해 사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어떤 놈이지? 편협하고 이기적인 놈은 아닌지...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낯선이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어딜 가느냐? 부럽다는 등등의... 이상하게소 속세에서는 난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간단하게 몇마디를 하고 기차를 탄다. 미친짓인줄 알면서도 이번에 구매한 소설 토지 1,2권을 준비해왔다. 책의 무게만도 2kg은 될터이고 거의 25kg정도되는 배낭의 무게엔 엄청난 부담일터이지만 기다림의 무료함을 달래고 지식의 깊이를 키우기 위해 준비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새 12시다. 전일 일이 많아 피곤함이 쌓여있을거 같아 잠을 청하지만 잠이 쉬이 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시작이라는 그 부담감의 무게로인한것 같다. 도면에 나온 시간상으로만으로도 이틀이 꽉 차는 코스다. 거기에 겨울산행. 눈에다 낮시간의 길이도 짧기에 그 부담감은 더더욱 크다. 어째튼 잠은 자야겠기에 맥주한캔을 사서 마신후 술기운을 빌려 잠이 들었다.

2) 2월 3일
진주역에 내리니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가 아주 대단하다. 가뜩이나 번잡함을 싫어하는 내게 이런 모습은 이 도시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게 한다. 진주역 옆을 보니 새벽5시인데도 문을 여는 식당이 있어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께서 계신다. 입이 비교적 짧은 내겐 경상도 음식은 아주 쥐약이다. 경상도 인근에 여행을 떠날때마다 제일 고민스러운게 바로 음식이다. 하지만, 나이 드신 두분을 믿고 가장 흔하고 가장 쉬운 김치찌개를 시켰다.
식사를 하며 바깥 어른한테서 많은 얘길 듣는다. 진주시의 인구는 35,000여명 정도 되는데 이중 토박이가 5,000여명밖에 안된단다. 분포로 말하자면 서울보다야 많겠지만 이러다 보니 사람들의 애향심이 적어 진주역앞에서 호객행위를 하여 도시를 욕먹이는 행동을 한다며 머라하신다. 평생을 진주에서 살았다하는 그 눈속엔 진주에 대한 애향심으로 가득했다.
'애향심' 애향심은 그 고장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그 애향심은 이 나라를 아름답게 한다. 가끔가다가 '조선놈은 이러저러해서 안되!'하는 얘길 들을때가 있다. 그런말을 하는 당신들은 아는가? 그 말은 일본얘들이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죽이기 위해 유행시킨 말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것을... 내가 백두대간을 홀로 하는건 아마도 나를 찾기 위해서가 첫째일 것이고 나라사랑 실천의 시작이 되기 위함이다. 얼마나 많은것을 배우고 느낄수 있을런지...

진주버스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이동한 후 1시간여를 기다린끝에 중산리행 버스를 타게 되었다. 전일 야근을 한 탓일까? 피곤함에 지쳐 금새 잠이들어버렸다. 완행버스인지라 중간중간 계속 사람들이 오르내리는걸 느끼며 계속 잠을 잤다. 덕분에 그네들의 사람사는 얘기와 지리산의 안개의 향연을 보질 못했다.
매표소앞에서 멀리 천왕봉을 바라보다가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은 묵직한 배낭. 과연 내가 이 배낭을 지고 대간종주를 할수 있을까? 자신만의 고행을 무사히 완료할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발걸음이 그다지 가볍지가 않다.
날씨가 저번주에 비하면 완전 천국이다! 햇살이 이토록 따스할수가 없다. 그 덕에 얼마안가서 온몸에 땀이 비오듯한다.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힌다. 겨울에 쉬이 땀을 흘리지 않는 나인데... 웃옷을 벗어 재끼고 스틱을 꺼내어 산행을 한다. 주말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웃옷을 벗어 재끼고 베낭은 제 몸만한걸 진 나를 보며 머라들한다. 춥지 않느냐? 어째서 혼자만 이렇게 짐을 메고 가냐?하며 있지도 않은 일행을 나무란다. 그져 허허하는 답을 할뿐 그다지 큰 답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걱정해주는 그분들의 맘 씀씀이가 고마울뿐이다. 문창대에 오르니 천왕봉이 가까이보인다. 저곳이 대간의 시작이구나! 천왕봉의 거대한 모습에 위압감이 든다. 천왕봉에 한두번 온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왜 이리도 거대해보이는건지...
로타리산장을 지나 천왕봉까지 2.0km 쉽지않은 코스다. 네발로 기어가며 숨은 헉헉거리며 오른다. 땀은 비오듯하고 햇살은 따스하다못해 강렬하여 선그라스를 쓰지않고서는 반사광때문에 눈이 자꾸 지뿌려진다. 체력소모가 많아서일까? 개선문을 지날때쯤에 배가 고파서 눈이 빠질지경이다. 결국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미리 준비해온 김밥 4줄중 2줄에 귤-캔을 꺼내 먹었다. 겨울철에 점심식사시 저체온증에서 벗어나고 시간절약을 위해 김밥을 준비한 내 생각이 너무도 뛰어난거 같아 내 자신에 흡족해하며 다시 산행시작!
천왕봉까지 0.6km 우와! 왜 이렇게 가파른거야! 눈이 녹으면서 땅이 몹시 미끄럽다. 게다가 배낭마져 크고 무거우니 행동이 굼뜨다. 이래가지고 대간을 계획대로 실행할수 있을지 자꾸 시간에 쫓기게된다.

겨우 올라온 천왕봉! 사람들의 야호소리로 산 정상이 시끄럽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에서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로 요란하다. 그 요란함에 질려 바로 대간코스를 진행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쥬신다물 양승현'이의 백두대간이 시작된것이다.
가슴 뿌듯한 시작의 설레임보단 오늘 계획한 구간을 시간내로 할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맘은 바쁜데 오후가 되면서 녹기 시작한 눈이 자꾸 내 발을 잡는다. 결국은 제석봉앞에서 아이젠과 스피츠를 설치하고 산행을 하다가 속도도 느리고 장거리산행을 해야하는 내 무릎에 무리가 올것같고 아이젠으로 인해 깨진 바위와 헤진 나무뿌리를 보고 아이젠을 벗고 산행을 했다. 겨울산은 진행시간의 1.5배라는 것때문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서 성큼성큼 산행을 한다.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몇번의 오르내림끝에 촛대봉을 지나 세석대피소로 내려왔다.
오늘의 계획량은 벽소령 대피소. 현재 시간은 15:25분 벽소령까지의 거리는 6.3km
일몰시간은 18:00. 이 시간 이내에 나는 6.3km를 완주해야한다. 잠시의 지체도 없이 바로 이동! 힘들다. 이 힘듬이 왠지 기분 나쁘지 않다. 미친듯이 네발로 기어가고 있는 나! 거기에 반팔차림으로...
시간은 17:05 선비샘 벽소령까지 2.4km 여기서 어르신 한분을 만나 뵈었다. 어제 저녁 진주역에서 같이 내린 분이었다. 그분에게서 따스한 커피를 한잔 얻어먹고 벽소령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벽소령까지 가는길에서 우린 엄청난 인연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알고보니 어제 우린 같은 열차에 같은 량에 타고 있었고 군대에서 휴가나와서 첨으로 해본 지리산종주때 우린 이곳 선비샘에서 만났었던것이다. 그분은 그당시 선비샘앞에서 해먹을 치고 잠을 잤고 나는 거기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에서 비박을 했다. 그때 해먹을 한 그 사람을 보며 무척 부러워했었는데 그분이 이분이라니... 인연의 고리가 이렇게 엮여있을줄이야. 그분의 나이는 41세 자알 벗겨진 대머리에 옆 머리를 짧고 깔끔하게 친 모습이 이분도 꼴통기질이 다분한 분임을 느낄수 있었다. 하긴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정상인 사람이 없지. 흐흐 이레저레 많은 얘길 듣고 인연의 고리덕에 생각치 못한 꼬냑에 든든한 저녁을 먹을수 있었다.
대간 첫날밤.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시간이 아직 이름도 있지만 오늘 하루를 되새겨보니 너무 힘들었다. 춥고, 배고팠고, 몸도 마음도 고통스러웠다. 어깨는 짓눌리고 종아리근육은 마구 땡긴다. 내가 과연 이런대간을 잘 할수 있을까? 그래도 오늘은 식수를 보충하기가 편해서별도로 물을 지지않은데다가 산장이 있어서 텐트도 준비하지 않았다. 대간2구간부터는 못해도 5kg정도가 더 늘어난다는 소린데...
걱정이다. 한편으론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하다. 하계면 몰라도 동계때는 벽소령까지는 힘들것이고 성공하더라도 밤늦게 도착해서 무척 힘든산행이 될거라했는데 계획한 시간대로 들어온 내가 대견했다. 그리고 지리산에 매니아가 북쩍이는 이유를 알수있을거 같았다. 우선은 그 힘듬! 땀을 뻘뻘흘리며 산행해야하는 험난한 코스! 거기에 적절한 휴식공간과 경치! 그 넓음으로 인한 다채로움! 그 넓이 때문일까? 여기에 오는 이들은 초면이더라도 오랜기간 만난 사람처럼 정이 통한다. 나도 지리산은 이번이 7번째. 그러고보니 태백산에 간 숫자만큼 왔다. 바로 이런점때문에 지리산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간1구간만 아니었으면 지리산은 찾기가 싫었다. 지우고 싶은 추억이 많았기때문에...
하지만, 오늘의 경험에 의해서 난 지리산 매니아가 될거같은 느낌이 든다. 난 산을 찾을때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도 한번 만나고 두번만나고 틀린건데 하물며 산의 모습은 어떨까? 그렇기 때문에 한번 찾아 좋은산은 자주 갈려고 애쓰는 편이다. 지리산은 그 크기가 커서일까 너무도 다채롭다. 대간이 끝나고 나면 한 1년동안 지리산에서 뽕을 뽑아볼까? 흐흐. 이리뒤척 저리뒤척 이생각, 저생각 추억을 더듬어보다가 대간 첫날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3) 2월 5일

꿈을 꿨다. 그 아이와 다시 만나 즐거이 산행하는 꿈을...
일어나보니 새벽 4시 일어나려고하니 산장안에 사람들이 너무도 곤하게 잔다. 차창 밖을 바라보니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꿈을 꾼대다가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담배한대 피고 싶어진다. 아마 담배가 옆에 있었다면 올해들어 그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을것이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려다가 사람들이 잠에서 깰거같아 한숨 더 붙이기로 마음먹고 다시 잤다. 다시 일어났을땐 5시 여진히 잘들 잔다. 우씨 일어날 생각들을 안한다. 결국엔 6시반에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밥을 준비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일어난다. 모두들 너무 이르다는 눈빛이다. 누군 속이 타서 죽겠는데... 후다닥 한다고 하는데 날씨도 추운데다가 워낙 행동이 굼뜬나!
거기에 화력이 약한 가스로하자니 물도 쉽게 끓지 않아 시간소모가 큰 편이다.
그렇다고 콜맨을 새로 마련하기엔 예산소모가 커서 싫다. 우선은 이대로 버텨봐야지... 결국 둘째날의 산행은 08:10부터 시작되었다.

산장안에서 두꺼운 침낭을 깔고 자면서 더워서 침낭을 열어두고 잔게 감기기운이 돈다. 반면에 몸은 가볍다. 속도가 제법 붙는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날씨가 그다지 좋지가 않다. 새벽엔 별이 쏟아질것같이 날씨가 좋았었는데... 형제봉을 지나니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한다. 연하천산장에 도착하여 시원한 물을 몇모금 들이키고 또다시 반팔산행이 시작되었다. 둘째날의 가장 힘든코스라고 예상했던 토끼봉에 비교적 쉽게 도착했다.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까지와의 거리 16km. 그동안 아껴놨던 카메라를 꺼내 천왕봉의 설경을 찍고, 화개재를 향해 내려가는데 한때의 여인들이 지나간다. 그들의 나를 쳐다보는 눈길에 친근감이 있다. 어제 그 어르신도 이곳 지리산에서 32에 평생지기를 만났다하시던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자주 지리산에 와야겠다. 어제 오늘사이에 제법 맘에 드는 아가씨들이 많이 지나가던데... ㅋㅋ 그런데 그아가씨정도 꼬실려면 체력이 상당해야할거 같다. 글구 산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다. 산을 좋아하는건 나하나로 족하다.
내가 지금 대간종주를 시작하는 이유는 나중에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결혼후 처자식을 두고 나 혼자만 즐기겠다고 산에가는건 분명히 이기적인것이다. 분명히 결혼후에는 사느라 바쁘겠지? 하지만 편안하고 여유로운 노년을 위해선 그 편을 택할란다.
어찌됐든 화개재에 내려오니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여기서 밥을 먹으면 포만감에 힘들거 같아 임걸령에서 먹으려고 산행을 진행했다. 아!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오늘 최대의 악재가 토끼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도 없이 이어진 삼도봉까지의 계단길! 거기에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이들의 모습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않았을 정도의 나이들의 녀석들. 초코파이를 먹고 휙 버리다 가뜩이나 짜증이 나 있는 내게 혼난다. 헉헉 거리며 올라가면서 원망스러운 계단때문에 연신 욕을한다. 도면상에는 20분 걸리는 거리라 했는데 40분이나 걸렸다. 화개재까지 계획시간보다 30분 줄여놨더니 여기서 다 까먹어버렸다.
삼도봉에 오르니 우측으로 반야봉이 보인다. 반야봉의 낙조가 지리산 10경에 속한다는데... 언젠가 좋은 이 그러니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이곳에서 낙조를 바라보며 그곳에서 비박을 하고싶단 생각을 하며 허기진 배를 움켜잡으며 임걸령을 향했다.
가깝던 임걸령이 왜 이다지도 먼건지... 겨우 임걸령에 도착해서 남겨둔 김밥 두줄을 먹기 시작했다. 나의 잔머리를 칭찬하며...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예전에 이곳에서 칠부와 함께 낮잠을 잤었는데... 그 자리에서 밥을 먹었다. 괜히 목이 깔깔해진다.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체감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진다. 점심을 20여분만에 후딱 처리하고 바로 이동하였다. 여기서부턴 돼지평전이라하여 산새가 비교적 완만하여 속도를 내고 싶은데 자꾸 졸립다. 봄이나 가을같으면 한숨 자고 싶다.
무사히 노고단에 도착하여 성삼재로 가려고하는데 종석대로 가는 길이 영구적으로 자연휴식년제로 지정하여 폐쇄되어있다. 진행해볼려고 깝죽거리다가 관리소 직원이 나를 의심스레 처다보는거 같길래 대간구간에서 벗어난 길을 따라 어쩔수 없이 하산했다.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하니 기분이 그렇게 좋을수 없다.
백두대간 책자에는 도상거리 30km 실거리 50km 이 어마어마한 거리의 시작을 비교적 깔끔하게 완료했다는 기분이 정말 좋다. 휴게소 직원 아주머니께서 내 배낭을 보고 대간종주하냐며 따스한 꿀차를 한잔 준다. 따스하고 단내가 가득한 꿀차를 마시니 온몸의 피로가 싹가시는듯하다. 아마도 그 맘 씀씀이로인해서 더 피곤이 가시는거 같았다. 그 따스함에 감동하여있을때 갑자기 전화밸이 울린다.
우띠! 뭐야! 설마 회사는 아니겠지? 미혜누나다. 누나가 드디어 날을 잡았다한다.
집안에서 반대를 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일사천리로 해결을 한 모양이다. 두분의 그 깊은 사랑이 비로서 이루어지는거 같아 기분이 좋아 피식피식하며 웃게된다.
기분 좋은 산행에 기분좋은 차한잔, 거기에 기분좋은 소식까지...
대간 첫 구간의 시작이 이렇게 기분좋게 시작하니 우째 예감이 좋다.

성삼재휴게소에서 구례구역까지 동계라서 버스가 없는탓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구례구역앞에서 출출한배를 해결하고자 비빔밥을 시켰는데 그 맛이 진주보다 더하다. 우씨! 반찬 가짓수도 세가지! 전라도 음식인심이 이처럼 고약한곳은 첨 봤다.
구례구역에서 제일 가까운 식당(회집을 겸하고 있음)은 절대로 가지말길... 이왕이면 그곳인근은 추천하고 싶지않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경쟁이 되었다면 아마도 틀렸을거다. 아무튼 그동안의 남도 여행에서 가장 맛없는 곳이었다.
미리 예약을 해둔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압록을 지나는 과정에서 우측으로 섬진강이 보인다. 어쩌면 올해들어 첨이자 마지막이 될 섬진강의 아름다운 모습!
내가 생각하기에 섬진강이 아름다운 이유는 비단 강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하는 산, 논, 그런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 아닐까? 군데군데 피어나는 흰 연기가 그토록 정겨울수가 없다. 그 세속에 찌들지 않은 모습이 이곳엔 영원히 함께하길 바래본다. 터널 몇개를 지나 구례구역 다음으로 나오는 곡성역! 내 고향이다. 말이 고향이지 여기서도 한시간여를 들어가야 본가가 나온다. 엄청날 골짜기지. 저멀리 선주산의 형제봉이던가 그 모습이 저녁 노을에 비춰 아름답다. 어렷을적 소나기가 내리고 나서 해가 뜰때 그 형제봉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었는데... 아마도 나는 어렸을적부터 자연을 보고 즐기는걸 좋아했던거 같다. 비교적 계발이 느려 그 정겨움이 계속되는 곡성역을 지나서는 박경리씨의 소설 토지를 읽었다. 소설속의 공간적 대상인 지리산 밑자락의 토지리를 도면으로 찾아보고 혼자서 웃어보고 박경리씨의 뛰어난 표현력과 각 인물의 뚜렸한 개성 표현에 감탄을 연신하며 보다보니 2권의 1/3까지 읽어버렸다. 서울에 도착할때까지 나의 모든 감각은 지리산에서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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