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23차 구간 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8. 4(일)
2.산행구간 : 한계령-대청봉-무너미고개(10.0Km)
3.산행동지 : donkey's wife
4.산행여정
- 8/4 : 제33소구간(한계령-대청봉-무너미고개 : 10.0 Km)
23:26 울산 출발-청량리행 열차, 영주에서 강릉행 열차로 갈아탐.
07:05 강릉 도착
08:20 양양
09:38 한계령 도착 및 산행 시작
11:29 귀때기청봉 갈림길
14:22 끝청봉
15:00 중청봉(대피소)
15:23 대청봉(1,708m)
17:25 희운각 대피소-1박

5.산행기
- 한계령
백두대간! 그 가슴 설레이던 백두대간 종주의 마지막차 구간 종주를 떠난다. 백두대간의 반쪽일 망정 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 완주를 하고 그 진한 감동을 맛보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이 이젠 눈앞으로 다가 왔다. 대청봉을 넘어 공룡등을 타고 미시령까지만 같이 가자고 집사람을 꼬드겨 함께 출발한다.

양양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한계령으로 오른다. 계곡에는 피서를 나온 사람과 형형색색의 텐트들로 만원이다. 하늘 곳곳에 뭉게구름이 피어 있고 그 사이로 파란하늘이 살짝 보인다.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한계령휴게소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휴게소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은 넋을 잃을 지경이다.

한계령휴게소 뒤로 하고 108계단을 오른다. 인간사의 모든 번민과 고뇌가 108가지라 했던가!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번뇌의 108은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을 구성하는 육근(六根)인 눈,귀,코,혀,몸,생각에 좋고 나쁘고 평등한(好惡平等) 세 가지의 감정으로 18가지 번뇌를 가져오고, 또 고통 즐거움 고통도 즐거움도 아닌(樂受 苦受 捨受) 세 가지 작용으로 18가지 번뇌를 가져와 36개 번뇌가 되고 이를 과거 현재 미래의 3세를 합하니 108가지가 된다고 했단다. 계단 하나에 번뇌 하나를 떨쳐 내기를 기원하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내 딛는다.

- 아내와 함께 선 대청봉
매표소를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길은 잘 닦여져 있다. 아내를 앞장세우고 고도를 약간씩 높여 나간다. 안개가 갑자기 몰려 와 산허리를 감싼다. 산행하기에 좋겠다던 하늘은 온통 비구름으로 돌변한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모처럼 집사람과의 산행을 시샘이라도 한 것일까? 서북주릉으로 이어지는 귀때기청봉 갈림길에 이르자 기어이 비를 뿌리고 만다. 비는 계곡에서 불어 오는 바람에 실려 와 몸을 때린다. 몸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지만 우의를 꺼내 입어 본다. 산은 안개로 가리워지고 숲은 비에 젖어 있다. 안개만 없었더라면 멋진 전망을 제공해 주었음 직한 전망대를 지난다. 잠시 바람을 피해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는다.

안개비에 갇혀 바위 너덜의 끝청봉(1,604m)에 오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온다. 안개 속에 보이는 것은 아내와 나뿐이다. 어디가 산이고 어디가 계곡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와 비 그리고 바람뿐이다. 아내의 걱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 빗속에 대청봉은 어떻게 오를 것이며 내일의 공룡능선을 어찌할 것인가! 아내를 달래며 중청대피소에 닿는다. 사람소리는 나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청봉으로 가는 바위 길을 오른다. 천지를 삼킬 것 같은 바람이 분다. 빗방울은 어떻게 비집고 들어 왔는지 귓전을 때린다. 오래 전 3월에 이 길로 대청봉을 오르다가 이 세찬 바람에 오른쪽 귀가 동상에 걸린 적이 있었다. 3시 23분에 대청봉(1,708m)에 오른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눈도 뜰 수가 없다. 비와 땀에 젖은 몸이 춥다. 안개는 한치 앞을 보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대청봉 표지석은 온 몸으로 이를 감당해 내고 우뚝 서 있다. 마치 백두대간의 지킴이처럼...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어디로 나 있는지 모르겠다. 온통 출입금지 표지판이고 철조망이다. 이대로 대간 마루금을 타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겁먹은 아내를 데리고 중청대피소로 내려 온다. 비에 젖은 많은 등산객들이 제각각 비를 피하고 있다. 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 컵라면으로 허기를 면하는 사람, 침구를 받아 미리 잠자리에 드는 사람 등 대피소 안은 분주하다. 따끈한 캔 커피로 몸을 녹인다.

소청봉을 지나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데다 비까지 와서 미끄러운 곳이 많다. 고도가 낮아지자 안개구름도 엷어진다. 간간이 속초시내가 눈에 들어 온다. 청초호와 영랑호는 물론 동해바다까지 보인다. 천불동 계곡의 아름다운 암릉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내일 넘어야 할 공룡능선위로 짙은 구름이 넘나 든다. 아내는 공룡이 무서운가 보다. 감탄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얼굴에는 걱정이 역력하다.

- 눈물의 하산
희운각대피소는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든다. 일찌감치 저녁을 챙겨 먹고 침상을 배정 받아 잠자리에 든다. 밤이 깊어지자 비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을 맞는다. 우두커니 일어 나 앉아 어찌할까를 고민한다. 비바람이 몰아 치는 공룡능선을 아내와 넘을 것인가, 아니면 설악동으로 하산할 것인가? 여기서 내려 가면 다음이 또 걱정이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아내를 깨워 밖으로 나간다. 몇몇 등산객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날씨가 험악하다. 일단 여기서 하산하기로 한다. 무너미고개에서 저 만치 공룡능선쪽으로 걸어가다 나온다. 비를 맞으며 내려와 양폭산장에서 미숫가루로 아침을 대신한다. 천불동을 내려와 비선대 통제소에 도착하니 입산을 통제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호우주의보가 발령 중이란다. 국립공원관리와 몇몇 등산객이 굳게 닫힌 철문을 사이에 두고 입씨름을 한다. 마지막이 될 뻔 했던 구간 종주를 마친다.(終)

- 게릴라성 폭우 때문에...
동서가 나의 백두대간 종주를 환영하기 위해 잡아 놓은 미시령 아래 일성콘도에서 울산바위와 그 뒤에 펼쳐진 공룡능선을 바라다 보며 구름이 걷히기를 학수고대 한다. 오후에 간간이 구름이 엷어지듯 하다가 또 비가 내린다. 누워서 하늘만 쳐다 본다.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바뀐다. 뉴스는 온통 비소식이다. 이튿날도 마찬가지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구나. 이번 휴가 때 구간 종주를 마치겠다던 계획은 점차 멀어진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린다. 하루종일 내리고 또 내린다. 그렇게 또 하루를 기다렸는데...

배낭을 챙겨 속초를 나와 강릉에서 기차를 탄다. 전국이 빗속에 잠긴 것 같은 느낌이다. 기차가 가장 안전할 것 같아 선택한 것이다. 기차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남쪽으로 달린다. 동해를 지나고 도계를 지나 스위치백 구간이라는 지그재그운행구간도 지난다. 통리역에서 한참을 쉬더니만 정상적인 운행이 어렵다면서 태백-제천-영주로 우회하여 운행한단다. 어디로 가던지 울산에만 가면 되는 것 아닌가? 비는 하염없이 내린다. 산의 조그만 계곡마다에는 폭포수 쏟아지듯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진다. 기차는 한 정거장을 가더니만 동백산이라는 조그만 역에서 주저 앉고 만다. 더 이상 운행이 불가하므로 우리열차는 다시 강릉으로 올라간다는 안내 방송을 한다. 기차 불통을 머리에서 꼬리 쪽에 갖다 붙인다. 우리는 그렇게 꼬리가 잡혀 뒤로 끌려 가듯 다시 강릉으로 가고 있다. 동해역에서 내려 먼저 영덕까지 내려 갔던 처남을 불러 집으로 돌아 온다.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강릉(기차 20,200x2) 강릉-양양(셔틀버스 6,000x2) 양양-한계령(택시 27,000)
- 복귀로 : 설악동-속초(버스 650x2) 속초-일성콘도(택시 10,000) 속초-강릉(버스 5,300x2)

7.제24차 구간 종주 계획
- 일정 : 미정
- 구간 : 무너미고개-미시령-진부령(26.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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