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이화령~죽령구간 산행결산


1. 산행요약
1-1 일 시 : 2002년 8월 2-4일
1-2 산행코스 : 이화령 - 조령산 - 탄항산 - 포암산 - 대미산 - 황장산 - 도솔봉 - 죽령
1-3 소 재 지 : 경북 문경, 영주

2. 운행결산(거리=KM, 시간=H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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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점/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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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2300 울산출발
8/2 0327 이화령 도착(울산-서안동-이화령 300km)
0637 첫째날 산행시작
0703 헬기장
0723 조령샘/이화령2.0k 조령산1.0k
0738 갈림길/좌-촛대바위, 우-조령산
0749 조령산
0825 갈림길/좌-신풍2.9k, 우-새재주막2.0k, 전-3문관4.0k
0901 신선암봉 937H/전-3관문, 좌-절골 수옥폭포
0948 밧줄지대
1020 821봉
1129 깃대봉갈림길/전-깃대봉1.0k, 우-3문1.0k
1154 조령
1302 마패봉 920H/전-지릅재2.1k, 좌-신선봉1.5k
1323 북(암)문/전-부봉3.0k, 좌-지릅재1.7k, 우-동화원1.3k, 후-마패봉0.7k
1444 동(암)문/전-주흘산4.1k 부봉1.3k, 좌-미륵리2.9k, 우-동화원1.4k
※ 미륵리 방향에서 평천재로 이어짐.
1458 갈림길/전-부봉0.5k, 좌-주흘산3.5k, 우-3문4.6k 동화원
1506 부봉(1봉)/좌-동화원2.9k, 우-주흘산3.9k 동문1.2k
1609 갈림길(959봉)/좌-하늘재3.2k, 우-주흘산2.6k, 후-부봉1.3k 3문4.7k
1630 평천재/우-탄항산, 좌-동문으로 연결
1700 월항삼봉(탄항산)
1738 766봉
1758 하늘재/첫 날 산행 마침, [17.3km 11:21소요]

8/3 0654 둘째날 산행시작
0738 포암산
0803 이정표840H/전-억수리5.9k , 후-포암산2.5k
0821 이정표/전-대미산8.7k, 후-포암산2.2k
0833 갈림길/우-대마산, 좌-만수봉2.2k, 전-억수리4.0k
0913 897H
0958 수색골위쪽 전망대
1140 부리기재900H/전-대미산 40분, 후-포암산 6시간
1208 대미산
1250 갈림길/우-황장산6.3k, 전-문수봉1.8k, 후-대미산0.8k
1308 헬기장
1438 송전탑
1442 차갓재/우-생달, 전-작은차갓재 ※길이 뚜렸한 우측 생달방향을 버리고 직진하면
곧 헬기장있는 작은 차갓재에 닿음.
1636 윗등바위
1641 황장산
1714 황장재
1722 치마바위
1809 928H/우-벌재, 전-방곡리
1938 벌재/둘째날 산행 마침, [26.6km 11:44소요]

8/4 0651 세째날 산행시작
0716 산불감시초소
0827 문복대
0910 임도
0925 저수령
1015 촛대봉
1021 이정표/전-고비밭 싸리밭, 후-촛대봉0.5k
1025 투구봉1080m ※ 이정표 뒷면에 시루봉으로 표기되어있음.
1136 배재/전-싸리재0.95k, 우-야목마을2.5k, 후-투구봉2.6k
1150 전망대
1202 싸리재/전-흙목정상, 우-원용두2.66k, 후-배재0.95k
1246 흙목정상/전-헬기장2.0k, 우-임도0.55k, 후-싸리재1.2k
1305 송전탑/서기윤님 원용두 방향 하산
1326 헬기장/전-모시골1.9k, 우-초령마을, 후-흙목정상2.0k
1432 모시골정상/전-묘적령1.7k, 우-모시골마을1.7k, 후-헬기장1.95k
1504 묘적령/좌-대간길, 우-모래재1.95k, 후-모시골1.7k
1518 전망바위
1537 묘적봉
1646 갈림길/전-죽령6.0k, 좌-사동리3.2k, 후-묘적령1.9k
1652 도솔봉
1742 삼형제봉
1816 이정표/전-죽령3.2k, 후-도솔봉2.7k
1928 죽령/세째날 산행 마침, [25.4km 12:37소요]
8/5 0005 울산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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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거리 : 69.3km 울산-서안동-이화령 : 300km
산행시간 : 35:42 이화령-하늘재, 하늘재-벌재, 벌재-죽령, 죽령-울산외 : 349km

3. 산행정보 : 하늘재 - 이화령 택시요금 : 18,000원 문경택시 허해정기사 011-538-2809 054-571-0373
문경종합온천(시영 온천) 4,500원/명
갈전마을에서 문경시내행 막차 : 16:00
저수재휴게소(043-422-4630)에서 벌재, 저수재, 죽령간 차량 지원받을 수 있음.

5. 산행후기

8월 2일

하루 종일 아무 생각도 않고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휴가를 나누어 백두대간 구간종주 중 빠진 구간을 산행하기로 했다. 전부터 어디 함께 가보자고 약속했던 서기윤님과 언제나 잘 따라 주는 총무님과 셋이서 길을 나섰다.

신나는 여행길, 음정 박자 무시하고 고성방가로 무한정 망가지고자 했지만 연장자와의 동행이라서 그런지 욕심과는 달리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4시간의 짧은 여행 끝에 짙은 안개에 쌓인 잠든 이화령휴게소에 도착했다. 차 안에 앉거나 누워서 새우잠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곰탕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안개에 쌓인 조령산을 향해 오른다. 바람한점 없는 여름, 땀은 비 오듯 하고, 안개는 몇 발자국 앞만을 간신히 살필 수 있을 정도로 짙다. 이거 생각 잘못한거 아닌가 하는 갈등을 하면서 조령샘을 지났다. 안개는 비가 되고, 바람이 되어 우릴 놀리듯 지난다.

안개에 쌓인 조령산에 오른다. 사방 짙은 안개만이 보일뿐 조령산의 산세는 가늠할 수 없었다.
능선에는 바람이 제법 있다. 여름엔 시원해서, 겨울엔 매서워서 좋은 바람을 맞는다.

올망졸망 재미있기도 하지만 물기로 미끄러운 바위들을 지나 조령에 닿았다.

나침반을 처음 가지고 산행에 나선 서기윤님은 갈길을 정확히 알려주는 나침반의 유용성에 신기해 한다. 오래전에 잊어버렸을 나침반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듯 정말 열심히 맞춰본다. 맘껏 떠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저리도 좋아할까! 이젠 혼자서도 산행이 가능할 것 같다는 그 표정이 보기 좋다.

이화령에서 하늘재 구간은 거리와는 달리 그리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부봉을 지나면서 부터 발걸음이 무뎌진다. 어렵게 하늘재에 도착해 갈전리까지 걸어 내려가니 막차는 끊어진지 오래란다.
조사한 자료에는 아직도 막차시간은 멀었는데..., 터덜거리며 도로를 걷다가 지나는 트럭을 얻어 타고 갈평리까지 나와서 택시를 불러 이화령까지 돌아갔다.

내몸의 냄새라고는 믿기 싫을 만치 거북한 땀 냄새를 씻으러 문경온천에 갔다. 한여름의 온천욕이 이렇게도 좋은지 처음경험이다. 늘어지게 한잠자고 다시 하늘재로 올라갔다.

하늘재에서 자동차 불빛에 기대어 저녁을 준비했다. 라면에 햇반을 넣은 저녁은 김치하나로도 넉넉했다. 포암마을 회관으로 이동하면서 개울에서 땀에 젖은 등산복을 헹구었다. 내일 또 입을 요량으로 등산복을 길가 풀 위에 얹어놓고 뽀송뽀송한 촉감에 산만한 배를 두들겨가며 다시 차안으로 구겨져 들어갔다.

총무님은 이내 드르릉거린다. 자긴 못들어서 해당 없다지만 사실은 사실이라고 쑥덕거리곤 우리도 맛있는 잠에 빠졌다.



8월 3일

서기윤님의 깨우는 소리를 못들은척 하고 돌아눕는데 총무님이 부스럭거리며 일어난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기상.
그런데 에고 싫어라! 비가 장난 아니다. 그냥 커피나 끓여먹고 하루 놀았으면 좋겠다 싶은데 나만 빼고 둘다 산행을 하자고 한다. 쩝! 아쉽지만 하늘재로 올라가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 아침도 햇반에 라면이다. 그래도 맛은 그만이다. 세수도 안하고 기름기 줄줄 흐르는 얼굴이지만 밥맛은 꿀맛이다. ‘책임완수 인화단결’과 어제의 고행담을 얘기해가며 마지막 한 숟가락 까지 퍼먹는다.

헹구어 물기를 뺀 등산복은 땀 냄새가 그대로이고, 그 칙칙한 느낌은 지금도 싫다. 억지로 모른척하고
커피를 후후 불어가며 넘기고선 산행을 시작한다.

포암산 오름길 또한 덮긴 어제랑 다름없다. 드디어 포암산 정상이다. 먼저 오른 서울 산우들이 빗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빗속에서도 여유 있는 모습이다. 인사를 건네고 출발.

등산로가 좋아서 모두 신이 났다. 내친김에 오늘 죽령까지 가자고 모의를 하고선 내게 동의를 구한다.
까짓 그러자고 동의를 하고 시간을 보니 못갈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대미산까지의 편안한 길 곳곳엔 비에 젖은 낙엽에 가을이 함께있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올가을엔 어딜 가면 좋을까 ?

작은 차갓재를 넘고서 잠시 기절타임을 가졌다.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가 일어서니 다리에 힘을 실을 수 없다. 건빵을 꺼내 들었는데 잡을 힘이 없어 손아귀에서 건빵이 빠져 나간다.
아! 이래서 죽을 수 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한모금, 사탕 한알, 또 부스럭거리며 먹을 것을 찾았다. 한참을 앉아 있은 다음에야 묏등바위에서의 조망도 눈에 들어온다.

다시 산행은 제 속도를 내는데 이번엔 서기윤님이 안 따라 온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 나타난 서기윤님 또한 탈진했었나 보다. 쉬었다 온다는 얼굴에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늦긴 했지만 그렇게 벌재에 도착하여 동로까지 트럭을 얻어 타고 나왔다. 현지 택시가 점촌에 있어서 지나가는 차를 잡지만 모두들 그냥 내뺀다. 의논 끝에 총무님만 하늘재까지 보내기로 하고 우린 길가 공원 벤치에 앉았다. 밤 아홉시를 한참 넘기자 추워온다. 재킷은 입었지만 반바지 차림의 종아리가 추워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젖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공원을 셀 수 없이 오락가락 한 다음에야 총무님이 차를 가지고 왔다. 너무 반갑다.

차를 타고 벌재를 지나 황정약수터 앞에 주차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은 열무비빔밥이다. 된장을 끓여 밥에다 들이붓고 고추장, 참기름에 열무김치를 넣고 비볐다.
어째 좀 생긴게 맘에는 안 드는데 맛은 그만이었다. 바닥까지 벅벅 끍어먹는다.

약수물을 받아 고양이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세상 아쉬운게 없다.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아빠 다치지 않고 꼭 오세요” 우리 꼬마 아가씨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돌아가면 더 많이 사랑해야지 맘먹는다.

오늘은 자리를 바꿔 내가 조수석에서 졸기로 했다. 운전석보다 훨씬 넓고 발끝에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어서 어제와 비교하면 천국이란 생각을 하며 꿈나라로...

산중의 저녁날씨는 적당히 선선하다. 침낭에 들어가서 땀으로 끈적거리는 옷을 벗고 꼼지락 거려본다.
참 좋다. 이 또한 산행중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작은 행복아닐까...


8월 4일

오늘은 날씨가 맑다.
어제 힘든 것도 있고해서 배낭을 최소화 했다. 아침밥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도 바람한점없다. 그래도 마지막이라 힘이 난다. 어렵잖게 저수령에 닿고, 어제 부터 빙수가 먹고싶다고 투덜거리던 소원을 천 원짜리 빙수로 해결한다.

얼음이 들어가서 인지 죽령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출발.
투구봉을 지나면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너무 절박하여 숲으로 들어가 보니 너구리인지 오소리인지 한마리가 올무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안된 마음이지만 손을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고 내갈길을 간다.
힘이 많이 들었는지 서기윤님은 하산하겠단다. 어제 힘들기도 하였고 또 죽령구간도 남아있는터라 그러자고 하고 헤어졌다.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쏟아진다. 무게 줄인다고 배낭커버며 비닐 주머니까지 거의 놓고 왔는데, 맘이 바빠진다. 아직도 갈길은 절반이상 남았는데. 하지만 맘만 바빠지면 무엇 하랴 대책이 없는데...

조금 추워진다. 이러다 사고 당하지 하는 생각을 하며, 체온유지에 신경을 쓰면서도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한 시간 내내 비를 맞고 묘적봉에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도솔봉을 향했다. 도솔봉 가는 길이 기억과는 영 딴판이다. 힘들게 올라선 도솔봉은 힘든 만큼 좋았다. 풍기읍과 멀게 영주가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 버리고 사동리쪽의 밤톨만한 마을들, 그리고 몇년전 겨울 울고싶도록 지루하던 임도의 굽이진 모습도 지금은 정겨워보인다.

그런데 도솔봉을 올라보니 앞에 또 하나 산이 버티고 있다. 지도에 삼형제봉이라 되어있다.
저것쯤이야 하고 올라보면 또 건너편에 다음 봉우리가 버티고 있고, 그걸 올라보면 또 하나 봉우리가 있다.
갑자기 지난여름 삿갓봉을 오를 때 생각이 났다. 그때도 저것만 넘으면을 수만번을 하고서야 삿갓봉을 넘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참 힘들었는데 오늘도 그 꼴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도 많이 들고 비 맞은 배낭은 지금껏 매어본 배낭중에 젤 무거운 것 같다.

그만 가고싶다는 생각, 대간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 생각을 첨으로 했다. 간신히 마지막 봉우리에 오르고 나서야 완경사의 죽령을 향하는 길로 접어들 수 있었다.
사람소리, 차소리가 정겨운 죽령에 도착했다. 3일간 약 70km의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기분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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