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북기맥 제4구간 문수산군 구황산구간

일 시 : 2002. 6. 29 (흙의날) 맑음 신경수

구간거리 : 13.5km 기맥거리 : 8.5km 접근거리 : 3km 하산거리 : 2km

구간시간 11:30 기맥시간 6:40 접근시간 0:50 하산시간 0:20 휴식시간 3:40







근 1달만에 다시 찾은 영산북기맥이다
길이 거의 없다는데 갈 수 있을는지 삼일간 내리 비가 내린다는데 과연 가야 할는지 처는 아예 포기를 하고 나를 회유한다 가까운데 있는 산을 가자고
예매해 놓은 기차표 핑게를 대면서 터덜터덜 길을 나선다

졸다 보니 에그머니 장성 지나 송정리까지 와 버렸다 초장부터 무언가 불안하다
내평생 기차타고 처음으로 행선지를 지나쳐버렸다
좌우지간 장성을 가야하는데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길 건너서 135번 버스를 타라고 하고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여기서는 차편이 없으니 2만원에 택시 타고 가라고 하고
24시 마트에 들러 물어보니 광주터미날 가서 갈아타라고 하고
파출소에 들어가 물어보니 기차를 다시 타고 가라고 한다

왔다 갔다를 반복하다 보니 날은 밝아오고
예라 무조건 택시타고 메다요금 6000원에 광주 광천 버스터미널로 간다
장성에 내려(요금 1400원) 통안리 가는 차편을 알아보니 8시 40분에 있다고 한다
2시간 이상을 어떻게 기다려 또 택시타고 통안리로 간다
장성택시들은 메다요금만 받는단다 10000원을 지불하고 지리지리한 임도 따라 오른다

통안리 : 07:00

아무리 생각해도 전번에 내려왔던대로 역으로 오를 기분이 안난다
왼쪽 산줄기가 기맥인데 제일 낮은 안부가 서우치가 틀림없으니 눈대중으로 제일 낮은 곳을 찾는다
오래되어 퇴락된 孝子任公侍墓紀蹟碑가 있는 곳이 제일 낮게 보여 대숲을 치고 오르려니 대숲 사이로 인간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효자임공시묘기적비 : 7:40 8:00 출발

잔해만 남은 초가집 지나 임도 왼쪽으로 제법 길다운 길이 보인다
잠깐 오르니 경주최씨세장산 비석을 지나 희미한 길은 무덤에서 무덤으로 연결되었고 마지막 잡초만 무성한 무덤부터는 길이 없으나 치고 나갈만하다
대충 감잡고 평지 비슷한 산사면을 잠깐 가면 낡은 임도가 나온다 풀만 무성하다

서우치 : 8:10

540봉까지 갔다 오려다 옆사면으로 온 것으로 치부하고 낡은 임도 따라 왼쪽으로 가다보면 길은 산 왼쪽 8,9부 능선으로 계속된다
많은 의심이 들었으나 능선으로 채고 오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임도 끝은 잡초만 무성한 허무러진 너른 묘지터이며 441봉을 넘어 남진하는 능선과 만나게 된다 결국 441봉을 왼쪽 사면으로 해서 능선으로 붙은 것이다

441봉 : 8:30

이내 길이 없어지며 능선은 칡넝쿨과 각종가시 싸리 등 잡목으로 작은 짐승조차도 갈 수 없는 밀림 상태다 다져가며 눌러가며 끊어가며 온 몸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온 몸의 진이 다 빠져버린 것 같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뚫고 갈 수 없는 능선으로 간다는 것이 불가능으로 다가온다
도면을 보니 고창쪽에서 살우치 오르는 하얀길이 능선 옆으로 흐른다
그래 탈출해서 임도 따라 살우치로 오르자
오른쪽 사면 따라 탈출하는 것은 의외로 쉽다 키 큰 나무 밑 초지로써 걸리적거리는 것이 전혀 없다 임도로 내려서니 살우치가 빤히 쳐다보인다

임도 : 9:30

그늘 한점 바람 한점 없는 임도는 그야말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 속수무책이다
축 늘어진 상태로 살우치 오르는 길은 양 옆으로 양봉인지 한봉인지 벌통이 좌우로 도열해 있다 無心으로 오른다
오르고 나니 임도 삼거리로써 6395부대장의 출입금지 안내판이 나오고
포부대 사격연습장으로 불발탄이 발생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판과 무인카메라작동중이라는 붉은 나무 팻말도 있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졸음이 몰려온다 아무 생각없이 눈을 감는다

살우치 : 9:45 10:20 출발

앞에 보이는 임도 따라 잠깐 가다 오른쪽 산사면에 있는 묘2기를 관통해서 능선으로 올라 좌측(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도면상 460봉을 오른다
역시 길은 전혀 없다 가시 등을 피할 수 있는대로 피하면서 필사적으로 오르다 보니 정글 속에 갇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빼곡한 칡넝쿨을 끊고 보면 가시가 기다리고 있다 산딸기나 맹감은 양반축에 드는 가시다 낚시바늘 같은 가시는 옷이나 살 닿는대로 북북 그어 놓는다
넘어뜨려 발로 다지며 온 몸으로 밀면 사람 키만한 면돗날 같은 감촉의 억새 소름이 돋는다 1m 전진하는데 10분씩 걸리니 말이 전진이지 제자리를 뱅글뱅글 도는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사정없이 내리꼿친다 인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 같다

칡넝쿨을 잡으려니 뭔가 이상해 쳐다보니 아니 뱀한마리가 넝쿨 위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11시 정각이다 이 놈의 뱀은 11시만 되면 햇볕 쏟아지는 곳에 자리를 잡고 몸을 말린다
기진맥진해서 조그만 나무 그늘아래 털썩 주저앉는다 불과 몇M 진행하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1시간 20분이나 흘러가 버렸다
폭포수 쏟아지듯 흘러내리는 땀 또 조름이 밀려온다 40분이 순식간에 흘러버린다

산사면 : 11:40 12:20 출발

이 봉우리만 넘어 보자 그러면 길은 없을지라도 칡넝쿨과 가시 잡목이 좀 적어지며 경험상 능선을 가늠해서 헤쳐갈 수 있지 않을까
온 몸을 난도질 당하며 어렵게 정상에 서니 앞에 보이는 480봉까지 (그 너머는 안보이므로 모름) 지금 지나온 곳과 다름이 없다 오히려 더 광범위하게 확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옥같은 넝쿨 가시 폭염 속을 탈출하자 그 다음은 그 때 가서 생각하자
넝쿨 가시가 없는 오른쪽 산사면으로 빠져 나오고 보니 온 몸에 풀독이 올라 살갗이 닭살내지는 두꺼비살이 되어 화끈거리고 속은 니글니글한게 도저히 힘을 쓸 수가 없다 아마도 더위까지 먹은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잠이 들었다 이것을 기운이 쇄진되어 널부러졌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

산사면 : 14:30 14:50 출발

온전히 탈출할 것을 결심하고 오른쪽 사면을 치고 내리는데 그 또한 만만치가 않다
뚫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산사면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드디어 탈출 성공 이게 웬 임도냐 지도에도 없는 임도가 산 7∼9부 능선 정도로 산줄기 옆사면을 굽이굽이 돌고 도는 것이다 이게 웬일이냐 횡재한 느낌이다
임도 옆 산에서 돌맹이 사이로 물까지 흐르니 금상첨화 아니냐 지금까지 고생한 것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 같다 씻고 닦고 임도 따라 걷는다

임도 : 15:20 15:40 출발

가다보니 이 임도는 절대로 능선마루로 오르지 않고 옆사면으로 한없이 이어지고 있다
임도가 하늘로 올라가길레 도면상 구황산 바로 전 죽림리(청림) 내려가는 임도로 연결되길 기대하면서 오르니 천만의 말씀이다 구황산 오르는 안부는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 하염없이 걷는다
가끔 갈림길이 나오나 산사면을 도는 맨 윗길을 택해서 가면 된다
철조망이 나오며 흑염소 방목장이 한동안 계속된다

흑염소 방목장 : 16:10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가는 임도는 지능선 상으로 흐르다가 다시 기맥 능선 옆으로 계속된다
갑자기 길가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장끼 한 마리가 푸드덩하니 내 가슴이 떨렁한다
이 높은 임도에 무슨 볼일인지 차가 한 대 오르면서 나를 뚫어져라고 쳐다본다
왼쪽으로 도는 코너 바른쪽 소나무 밑 바위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30분간 땀도 식히고 밥도 한술 뜨니 원기가 좀 회복된 것 같다
이윽고 내 예상대로 구황산 옆사면으로 해서 893번 지방도로로 떨어졌다

893번 지방도로 : 18:00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금치로 오른다
청송삼계간 도로확포장공사비가 나오는데 2차선 포장도로로 94년 준공했다고 한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창 , 어서 오십시오 장성" 안내판을 지나 낙석방지용 돌철망이 있는 무금치 정상으로 오르니 무금치가 아니고 암치재라 적혀있다
교통량이 제법된다

암치재(무금치) : 18:10

장성쪽으로 방향을 잡고 음식점 몇 개를 지나면 삼태마을이며 버스정류장이 있다
대기소 안을 보니 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다 19:10, 21:00 장성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니 기다리기도 무료하고 해서 내친 걸음 생촌리까지 걸어간다

삼태마을 : 18:20

생촌리 : 18:30

그후
정류장 대기소에 계시는 노인에게 능선길에 대해 묻는다
그 능선은 아주 옛날엔 길이 잘 나있었는데 요즘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없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저기 뾰족한 봉우리가 구황산이죠 하니 눈이 커지면서 외지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놀랜다
다음 구간인 고산 고성산 길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 보니 역시 길이 없단다
고산은 마을 뒤로 해서 오르면 올라가는데 그 앞봉까지만 갈 수가 있다고 한다

여름철 진행하는 것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필시 오늘 경험한 것과 똑 같은 상황이 될 것 같다 과연 임도 따라 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일시 미루자 온 세상이 흰옷을 입고 정적이 감도는 겨울에 종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서 차가 한 대 나오면서 타라고 한다 태워달라는 소리도 안했는데 내 몰골을 보고 타라고 한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내릴 곳을 묻길레 광주 가는 버스 타는 곳에 내려달라고 하니 자기도 광주까지 간다면서 자기가 가는 곳이 하남공단 버스종점이라서 수시로 터미널 가는 버스가 있다고 아주 친절히 설명을 해준다
또 고맙습니다 좋은 날들 되십시요를 연발하면서 내린다

이 아주머니는 아버님과 같이 광주로 저녁 초대에 간다고 한다
딸이 차를 몰고 아버지가 옆에 앉았는데 꽁지 머리를 하고 개량한복을 입고 약간 야윈 모습으로 앉았는데 도인풍이다
광주에도 집이 있는데 시골에 있기를 좋아해서 지금은 거의 생촌리에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지도에는 무금치인데 왜 암치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둘다 통용되지만 옛날 무금치 마을이 지금은 거의 없어진터라 고창군에 있는 암치마을이 큰 마을이기 때문에 지금은 암치재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남서 버스 타고 터미널에 내려달라고 했는데 1시간을 가도 내려 줄 생각을 않는다 그런데 이런 기막힌 일이....
오늘이 우리나라 월드컵 3, 4위전을 하는 날이라 붉은 악마들이 버스 안에서 북새통을 이루고 나는 졸고 해서 몇 번을 소리 질렀는데도 안내리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심야 버스를 탈수밖에 없었다

서울 강남터미날에 도착하니 다음날 4시15분이다 에고 피곤해라
응원하고 아직 안들어간 악마들이 강남터미날 앞에도 애를 안고 택시를 타는 젊은 부부도 있고 밤새 부등켜안고 있는 연인 사이도 가끔 눈에 띈다
광화문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자고 있는 악마들도 상당수가 있다
대단한 열정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없는 짜증나는 사건만 연일 터지고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마는 정치 현실 앞으로의 삶의 암담한 비젼없는 세월에 무기력해져 있다가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하나의 공통된 목표아래 전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친 에너지의 폭발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눈시울을 뜨겁게 달군 대단한 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 민족이 유사 이래로 이렇게까지 뭉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을 계기로 삼아 더욱더 성숙된 민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며 특히 정치가 제대로 되어 이끌어 가는 사회가 되면 모든 국민은 한민족의 하나로 뭉쳐 세계만방에 우리의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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