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종주[네번째구간]




백두대간종주 [네번째구간]


여원재-고남산-사치재-복성이재


 


그동안 차일피일 게으름 피우며 미루다 월드컵 핑계로 산을 쉬는 동안 밀린 산행기를 정리하여
올립니다.


 


일시 : 2002년 4월 14일 (일요일)


날씨 : 맑음


종주자 : 이대명 혼자서


 


종주 경로 : 여원재-고남산-매요리-사치재(이실재)-새맥이재-시리봉[우회]-복성이재


 


구간별 고도 :   여원재 : 해발 470m (남원-함양간 24번 국도上)


                     고남산
: 해발 846.4m


                     매요리
: 해발 510m


                     사치재(이실재)
: 해발 499m (대구-담양간 88올림픽고속도로上)


                     시리봉[우회]
: 해발 776.8m


                     복성이재
: 해발 550m


 


구간별 거리 : 여원재-4.3km-고리봉-4.0km-매요리-약3.0km-사치재-약7.0km-복성이재


[전체 종주 거리 : 총 18.3km (+α)]


[전체 운행 시간 : 12시간 10분 (운행 9시간 50분 + 휴식 2시간 20분)]


 


시간대별 정리 :


 


4월 14일 (일요일)


00:22 수원역 출발


04:25 남원역 도착


05:10 택시로 여원재 도착


05:20 여원재 출발


05:30 마을 시멘트길 삼거리 "ㅏ"자 모양의 길에서 에서 직진


05:46 고개위에서 오른쪽으로 대간길을 찾음


05:50 텐트두개지남


06:00 묘에서 오른쪽 경사면으로 내리막길


06:20 송전탑을 지나면서 오름길 올라서니 불에 탄 나무들


06:40 능선을 넘어


07:15 전망이 트임. 급경사 오르막 시작


07:39 계속된 급경사후 능선길 평탄...내리락 오르락...


07:45 바위에 밧줄


08:00 고남산 정상 (846.4m)  매요리4.0km  여원치 4.3km  표시


08:20 출발


09:15 고갯길 지남 이후 10분정도 오름길 이후 내림길


09:30 또 고갯길 완만한 오르락 내리락


10:15 거의 다 내려온 듯... 밭이 나타나고 신작로따라 대간길


10:25 매요마을 휴게소 도착


11:00 출발


11:40 휴식


12:10 출발


12:15 봉우리


12:22 내리막 너덜


12:30 고갯길


12:50 사치재(이실재)도착-고속도로


13:00 출발


13:25 정상 헬기장


13:45 봉우리


14:00 봉우리


14:28 차가 다닐만한 고갯길 (새맥이재?)


14:44 아까 그 고갯길과 만나서 잠깐 내려감


15:30 시리봉 오름 길에 지쳐서 휴식


15:50 출발후 금방 봉우리 지나서 헬기장


17:00 마지막 오름길 입구-복성이 뒷재인 듯


17:10 아막성터


17:30 복성이재 직전의 비포장 고개 도착


18:20 흥부마을 앞에서 남원행 버스(2750원)


 


 


종주기 ---


 


4월 14일 (일요일)


0시 22분. 수원발 남원행 무궁화호 기차표를 손에 들고 뛴다.


열차 출발 시간이 임박해서 마음이 급하다.


겨우 수원역 홈에 닿으니 아직 캔 맥주를 살만한 여유가 남아서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기차를 타본지도 한 십 년쯤 되었나보다.


 


내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나를 보고 일어나려해서 잠시 도로 앉아있게
하고


기차여행의 참 맛을 오랜만에 조금이나마 즐기기 위해 캔 맥주를 들고 탑승구쪽으로
나왔다.


예전에는 무궁화호의 탑승구는 자동문이 아니어서


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서서 경치감상에 빠지곤 했는데


자동문으로 바뀐데다가 밤이어서 예전같은 운치는 없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창 밖을 내다보며


캔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한껏 촌스런 폼을 잡고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새벽 4시 25분 남원역에 도착, 역전 스넥코너로 들어가 우동 한 그릇을 후루룩
마신다.


요즈음은 일교차가 커서 새벽공기는 차가운데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속이 풀리는
것 같다.


늘 승용차를 이용하다보니 차량 회수도 불편하고 하산주도 즐길 수가 없어 아쉬웠던
차에


이번에는 겨우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고 내려오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올라가는 표를 미리 끊어 놓으려다 그냥 돌아섰다.


어차피 좌석표 구하기는 틀린데다가, 기차 시간을 정해 놓으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질 것 같아서


시간을 정하지 않고 실컷 여유로운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택시를 타고 여원재로 가는데 거리가 꽤 멀다.


5시 10분 여원재에 도착하니 雲城大將軍께서 어둠 속에 홀로 서서 2주만에 찾아온
나를 반겨주신다.


버스승강장에서 헤드랜턴등 간단히 산행준비를 끝내고 남원 방향으로 몇미터 걸어가다보니


대간 들머리에서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다.


雲城大將軍을 돌아보고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를 한 후에 숲 속 대간으로 스며든다.
(05:20)


 


숲 속 길은 낙엽으로 덮여 있어서 희미한 헤드렌턴 불빛으로는 길 찾기가 좀 헷갈린다.


대충 눈대중으로 숲 속을 벗어나니 마을이 보이고 시멘트길로 내려선다.


시멘트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다보니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이 고남산 방향인듯하여 밭 사이로 난 길을따라 마을로 들어서니 장동마을회관이
나타난다.


회관앞에서 마을 길이 골목골목 여러갈래로 갈라지지만 표지기는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에 마을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느낌이 이상하여 혹시나 하고 돌아서서 밭 사잇길로 다시 빠져나가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갑자기 나타나는 왼쪽 산길이 보여서 조금 진행하니 작은 고갯길로 올라서고


고개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다.


 


잠깐동안의 알바 후에 다시 대간에 드니 다행스럽다.


숲 속 평탄한 곳에 텐트 두동이 늦잠을 즐기고 있는데 종주자들인 듯하다.


약간의 오름길을 올라서니 묘가 나오고 오른쪽 급한 내리막 입구에서 표지기들이
대간길임을 알린다.


직진으로 진행하면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합민읍성터인 듯 한데 대간길은
아니다.


급경사를 내려서니 갑자기 숲이 사라지고 탁 트인 곳이 나타난다.


주변을 보아하니 엄청난 나무를 베어내고 개간한 듯 한데 대간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개간한 터의 건너편에는 묘가 하나 있고 그 옆에는 버려진 냉장고 두 대가 마치
묘비처럼 서 있다.


 


개간터를 지나면서 나무숲 사이로 아침해가 솟는다. (06:10)


잠시 일출을 감상하고 다시 완만하게 진행하다 송전탑을 지나면서 오름길 올라서니


산불이 있었던 듯 나무들의 밑동이 온통 불에 그을려 흉물스럽다.


힘겹게 능선을 넘어서니 나무들 사이로 고남산이 손에 잡힐 듯 하여 바라보는데


멀리 고남산쪽에서 '야호'소리가 메아리친다.


이른 아침부터 산에 올라 고함을 질러대다니...


그 기분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새벽잠 곤히 자다가 놀랄 숲 속 동물들 생각도
좀 했으면...


 


아침 해는 고남산에 가려있어 아직은 선선한 틈을 타 열심히 진행하다보니 전망
좋은 곳에 이른다.


뒤돌아보니 수정봉이 정면으로 보이고 남원시가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땀 좀 식히고 고남산 자락으로 드니 급경사 오르막 시작이
시작된다.


10여분을 땀 쏟으며 올라서니 평탄한 능선길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길을 인도한다.


갑자기 암릉길을 만나서 로프를 붙잡고 올라서니 북사면으로 길이 나 있고


아슬아슬한 사면을 지나 올라서니 고남산 정상임을 알리는 철탑이 보인다. (08:00)


대간 능선을 차지한 북동쪽의 거대한 한국통신 송신탑을 바라보며


해발 846.4m의 고남산 정상의 표지석 밑에 앉아 아침햇살을 밭으며 김밥하나를
해치운다.


아까 들렸던 '야호'의 주인공들은 간데 없고, 오늘도 역시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나온 능선을 감상하다 일어나서 산불감시초소아래의 헬기장으로 내려섰는데


왼쪽으로 대간이 진행된다.


또 다른 헬기장을 지나니 한국통신 시설물이 대간을 가로막고 있다.


어찌해 볼 도리없이 왼쪽 경사면으로 해서 시멘트길로 내려서서 길을 따라 진행한다.


5분정도 넓은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가다 표지기를 따라서 왼편 숲속으로 들어서니
걷기가 한결 났다.


급경사 없이 완만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왼쪽을 보니 멀리 계곡 깊은 아늑한
곳에 사당이 보인다.


작은 고갯길을 지나 이후 10분정도 오름길을 걷다가 다시 내림길로 내려서니


또 작은 고갯길이 나오고 다시 오름길로 올라서니 삼각점이 하나 나온다.


특별한 급경사 없이 계속되는 완만한 길은 무릎이 시원찮은 내 산행 체질에 딱
맞다.


멀리 대구-담양간 88고속도로를 바라보며 산책하듯이 진행하니


거의 다 내려온 듯 밭이 나타나고 신작로에 내려서게 된다.


신작로를 따라 내려서서 마주치는 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니 매요마을이 보인다.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길이 갈라져서 오른쪽 마을길로 내려가다 보니 매요 마을회관이
왼편에 있고


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오늘 산행후 처음으로 사람을 만나니 반갑다.


좀 더 내려가다 왼쪽 넓은 길로 돌아서니 매요휴게실의 빨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0:30)


 


휴게소에 들러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앉아서 다리를 좀 쉰다.


막걸리 한 통을 권하셨지만 음주 산행에 자신이 없어서 사양하고


캔 커피하나로 목을 축인 다음 할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등산화를 벗고 평상에
누워 몸을 쭉 뻗으니


어젯밤 밀린 잠이 쏟아진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벌써 이 삼십분이 흘렀다.


잠깐이나마 등산화를 벗고 있는 동안 발의 땀이 말라서 시원했었는데


등산화를 신고 땅에 발을 딛자마자 다시 답답해진다.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출발한다. (11:00)


매요 휴게실 뒤편으로 매요 교회가 있고


맞은편에 있는 운성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길을 따라서 언덕을 넘으니 인월, 함양으로 가는 24번 국도와 만나고


도로 왼편 숲 속 길로 잠시 진행하다


번암 장수로 이어지는 19번 국도와 인월 함양으로 가는 24번 국도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다시 도로로 내려와서 건너편에 있는 목재소를 지나니 24번 국도 왼편으로 대간이
이어진다.


 


완만한 오름길을 올라서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고 허기가 느껴지면서 진이 빠진다.


매요마을에서 충분히 쉬었는데 그때보다 더 힘이 드니 이상한 일이다.


하나 남은 김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마냥 있을 수가 없어서 다시 출발한다.


계속되는 완만한 굴곡을 올랐다가 내려서는데 잠깐동안 너덜길도 보이고 작은
돌탑도 만들어져있다.


작은 고갯길로 내려섰다가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 조금 진행하니 88 고속도로의
사치재가 눈에 들어온다.


고속도로로 내려서니 왼쪽으로 장수군 표지판이 있고 오른쪽으로 남원시 표지판이
서 있다.


고속도로 건너편 철조망에는 대간길을 알리는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어서


잠시 차가 한가한 틈을 타 주저없이 냅다 뛰어서 건넌다. (12:50)


 


원래 계획했던 오늘 구간은 다 마친 셈이지만


여기서 오늘 구간을 마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고민에 빠진다.


대간길이란 것이 시간과 비용면에서 한번 오기가 어려운데


횟수를 줄이자면 이왕 온 김에 좀 더 진행해서 복성이재까지 끊어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더위에 매우 지친 상태이고 남은 물도 넉넉지 않은데다


복성이재까지는 계획에 없었는지라 지도도 없고 거리도 얼마나 될지 모르는데...


복성이재로 이어지는 대간길을 올려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쩔까...여기서 중단할까...그러면 다음에 여기로 접근하는 것은 또 어렵지 않을까...


한참을 망설이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대간으로 들어서고 말았는데


두고두고 후회하는 고통의 길이 되고 말았다.


 


초입부터 만만찮은 오름길인데다 지친 몸이라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은 터질
것 같다.


기다시피 20여분만에 올라서니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고 전망이 탁 트인다. (13:25)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능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나무들이 온통 불에 타서 황량한 민둥산인데


타다 남은 나무들은 마치 제석봉의 고사목처럼 을씨년스럽게 서 있고


군데군데 쓰러져서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썩어가는 나무의 잔해를
넘어


대간을 걷는 마음이 편치 않다.


손상된 대간이 슬퍼서 억새는 군락을 이루며 바람에 울고 있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진달래가 마치 애도하는 조화처럼 흩어져서 아픈 대간을 위로한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홀로 패잔병이 되어 걷는 발길에


쓰러진 나무들은 마치 피를 토하고 쓰러져간 전우처럼 누워서 발길을 붙잡는다.


애써 뿌리치고 걷다보니 작은 봉우리에 이르렀다. (13:45)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88 고속도로의 지리산 휴게소는 마치 딴 세상처럼 조용하고


멀리 지리능선이 장쾌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천천히 걸어서 또 하나의 봉우리에 이르렀는데 (14:00)


길 한가운데 호랑나비가 화려한 날개를 우아하게 편 채 앉아서 쉬고있어서 사진에
담고


무심코 진행하다보니 갑자기 길이 희미해지더니 까마득한 낭떠러지에서 길이 끝나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진행하다 길을 잘못 든 것이 틀림없었다.


온통 불타서 길이 뚜렷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자칫하면 잘못 들기가 쉬운데


나비를 촬영하느라 길 찾기에 주의를 하지 않은 결과이리라.


하는 수 없이 아까 나비 있던 곳까지 되돌아 나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진행한 직진길은 표지기가 하나 달려있었고


왼쪽으로 꺽어진 길에는 대여섯개의 표지기가 보였다.


왼쪽의 표지기들을 보지 못하고 하나 달려있는 표지기만 믿고 무심코 진행한 것이다.


무책임하게 엉뚱한 곳에 달아놓은 표지기 때문에 알바를 하다니...


화도 났지만 잘못 달린 표지기를 떼어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고 길을 서둔다.


 


내림길로 진행하다보니 차가 다닐 만큼 널찍한 임도에 이르렀는데 새맥이재인
듯 하다. (14:28)


가로질러 올라가서 다시 우측으로 계속되는 내림길로 진행한다.


헬기장이후 불에 탄 지역을 지나면서 그늘을 만나지 못하다가 간간히 나타나는
그늘이 반갑다.


묘를 하나 지나다가 눈에 띄는 꽃이 있어 다시 보니 할미꽃이다.


키 작은 꽃대가 꼬부라져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할미꽃을 근접촬영으로 카메라에
담고


새맥이재 임도와 다시 만나서 잠시 진행하다 왼쪽 숲으로 잠시 들었다 다시 나오니
넓은 공터.


임도를 건너서 한동안 헤어졌다 만났다 하던 새맥이재와 작별을 하고


시리봉을 향해 오름길로 올라선다. (14:47)


 


한동안 평탄한 길을 걷다 오름길을 만나니 금방 지쳐온다.


헐떡이며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천근같이 무겁고 목이 바짝 바짝 타 들어온다.


그늘진 바위를 골라 배낭을 내려놓고 쉬면서 이온음료 한모금 마시고


허기가 지기 시작하여 양갱과 쵸컬릿을 먹었는데


끓여온 보리차 물이 조금밖에 남지 않아서 물을 아끼고 이온음료를 마시다 보니
입에서 단내가 난다. (15:30)


이온음료와 물을 1리터씩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물이 모자란다.


이제 갈수록 더워질 것이므로 앞으로는 이온음료보다는 물을 더 많이 준비해야겠다.


무릎의 통증이 심해져서 충분히 쉬었다가 다시 힘내어 오름길을 올라서니 헬기장이
나온다. (15:50)


헬기장을 지나자 약간의 오름길과 내림길이 반복되는데


힘든 코스가 아님에도 지쳐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다.


 


781봉이라고 추정되는 봉우리를 지나면서 내림길로 접어드니


멀리 복성이재인 듯한 도로가 보이고 천문대처럼 생긴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16:20)


이제 멀지않았다는 안도감에 다시 힘을 내어 내려오는 길은 무성한 잡목지대가
진행을 더디게 한다.


간간이 꽃 몽우리를 머금고 있는, 철쭉인 듯한 억센 가지들이 키를 훨씬 넘도록
자라서


그 사이로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을 따라 진행하는데


팔과 다리는 긴 옷을 입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얼굴을 긁고 눈을 찌르는 통에


모자로 가려보지만 진행이 어렵다.


이런 구간이면 오토바이 헬멧이라도 덮어써야 할 것 같다.


 


잡목을 헤치고 겨우 내려와서 숨을 돌리니 마지막 오르막길에 작은 임도와 만나있다.
(17:00)


산행후에 확인해보니 '사람과 산'의 종주 지도집에는 아막성터 직전의 '복성이
뒷재'로 나와있다.


오르막을 올라서니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아막성터가 나오고


성터 중간을 잘라 내려서니 다름 아닌 너덜지대다.


무릎이 아파 살살 내려오는데 전화가 울려 받아보니 JJ의 전화다.


얼마 남지 않은 길이지만 갈증과 탈진직전의 상태에 한 걸음 떼어놓기가 어려운
시점에서


전화를 받느라 좀 쉬면서 격려를 받다보니 다시 힘이 생긴다.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돌 무더기 사이를 내려서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다.


홀로 가는 대간길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낭패이므로 신중하게 한발씩 내려와서
다시 올라서니


오늘 아침 넘어온 고남산이 아득히 눈에 들어온다.


 


완만한 마지막 숲속길을 지나니 꽤 넓게 정돈된 임도가 나타나는데


비포장인걸 보니 복성이재는 아니고 아막성터와 복성이재 사이의 임도인 듯 하다.


임도의 맞은 편에 대간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복성이재는 작은 고개만 넘으면 될
듯 하지만


지칠대로 지쳐서 도저히 자신이 없다.


무사히 벗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고 여기서 일단 탈출하기로 한다. (17:30)


 


임도를 따라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밭 사이로 개울이 흐른다.


배낭을 내려놓고 얼굴과 손을 씻고 나니 정신이 좀 든다.


좀더 내려오니 역시 비포장의 큰길을 만나는데 '상복성골 산신당'이라는 검은
비석과


'흥부전의 발상지 흥부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오른쪽으로 내려오다 길 옆의 야생화(현호색)를 사진에 담고


상성마을회관을 지나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서니


마을 입구에 '흥부마을 발복지'라는 돌기둥과 흥부가 박을 타는 모습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가게라도 찾아서 막걸리로 갈증을 달래고 싶지만 멀리서 버스가 오고 있다.


이 버스를 보내면 또 언제 올지 몰라 갈등하다가


남원행이라는 표시를 보고서는 아쉽지만 무조건 올라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18:20)


버스비 2,750원에 남원역까지 갈 수 있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아영면 사무소와 인월을 경유하여 남원역에 내려서 가게로 뛰어들어 갈증을 달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캔 맥주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