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에 대지위에 단비가 촉촉이 내린다. ꡐ이 비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에 푸른 풀 돋우것다.ꡑ예전에 배웠던 한 구절인데 맞는지.... 이왕 내릴거 왕창 내려서 농작물이나 식수해갈에 큰 도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산행에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이 정도라면 기꺼이 맞고 겅중겅중 뛸 수도 있겠다.

새벽3시5분 조금 이른 듯한 느낌이지만 준비를 마친 일행들은 밤티재를 출발한다. 비는 그쳐 있었으나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어서 시계가 2~30m에 불과했다. 물먹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싱그런 향기가 그렇게 맑게 느껴질 수가 없다. 경사를 완만하게 20여분 남짓 오르면 629m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곳에는 허물어져가는 묘가 한기 있다. 그리고 잠시 내려가는 듯하다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군데군데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이러한 바위지대는 문장대 수백 미터 전까지 계속되는데 아주 위험한곳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었으며, 이것도 안전하지 않을 때에는 준비한 자일을 걸고 이동하기도 한다. 바위가 물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더 주의를 해야 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한쪽에는 절벽이 위치하고 있어서 긴장을 늦추면 절대 안 된다.

이구간은 집채만 한 바위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그 사이사이 마다 교묘하게 사람이 빠져나갈 정도의 개구멍 같은 곳도 있고, 침니 형태로 갈라진 바위틈으로 기어올라야하는 곳도 있다. 제법 난코스이기에 정체가 만만찮다. 그렇다고 릿지등반이라고 하기엔 격이 낮은,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사실 이구간은 날씨가 화창할 때 주변산세와 경관을 감상하면서 지나는 곳인데 어찌하다보니 비 맞은 생쥐꼴 마냥 우습게 되어버렸다.

6시22분 문장대 도착. 몇 년 만에 와보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항상 문장대위에 올라가서 시원하게 펼쳐진 사방의 경치를 두루 살피고 내려오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흘낏 쳐다보고 지나간다. 말없이 조용히... 안개는 걷칠줄 모르고 안개비가 되어 머리를 적신다. 능선 길은 아주 잘나 있으며 관리공단에서 등산로 보호차원에서 계단을 설치하여 특별한 어려움 없이 산행할 수 있다.

6시48분 신선대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는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휴게소 주인아주머니는 화들짝 놀라서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다. 산행에서 신선대 같은 널찍한 바위에 걸터앉아 넋을 놓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아련함에 피로감을 줄여줄 수 있을 텐데 오늘은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천황봉까지는 속리산의 비경을 모두 담고 있는데 문장대를 비롯하여 신선대, 입석대, 비로봉, 천황석문 등이 바로 그렇다. 작은 바위위에 집채만 한 크기의 바위가 절묘하게 놓여진 것은 참으로 기하학적인 배치로 아슬아슬해 보인다. 또한 속리산에 내린 비는 한강, 금강, 낙동강으로 나누어 흘러가기 때문에 삼파수라고 불린다고 한다.

8시12분 천황봉(1,057m)에 도착. 안개 때문에 주변조망은 포기하고 물과 싱싱한 방울토마토로 기운을 돋구어 본다. 이곳에서 먹는 과일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저마다 카메라를 보며 자세를 잡는다.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10분정도 가다보면 작은 안부에 대목리 갈림길이 나온다.

안개가 많이 걷혀서 제법 멀리까지 내다볼 수가 있다. 잡초에 가려진 헬기장 옆을(9시19분) 지난 후 703m 지점을 올라가면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잘 나타나 있다. 이번 구간에도 중간 도처에 갈림길이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괜히 아차 싶으면 엉뚱한 곳으로 빠질 수가 있다. 그래서 표시기를 매달기는 했으나 그것도 많질 않아서 더 이상 매달수가 없었다. 처음 산행하는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지도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무겁지가 않음) 행여 혼자 떨어져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는 지도를 가야할 능선에 맞추어 놓고 길게 뻗어나간 능선을 지도와 일치시켜 보면 특별한 지형을 제외하곤 대부분 알아볼 수가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백두대간 표시기를 따라가면 된다. 물론 나침반을 사용한다면 더 확실하게 찾을 수 있다.

9시49분 667m 지점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서 내려가다 다시 완만한 능선을 지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몇 마디 담소를 나누다보니 쉽게 피앗재에 다다른다.(10시10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비탈길을 올라가면 정상에 올라섰다 싶지만 앞에는 또 커다란 봉우리가 있다. 즉 도착한곳은 형제봉이 아니라 지표 803.3m 이다. 그렇다고 앞능선이 밋밋하냐하면 그렇지가 않다. 사정없이 내려갔다가 낑낑대며 올라야 형제봉에 도착할 수 있다.(10시51분) 이곳에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면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동편으로는 포장도로가 보인다.

내리막길을 10여분 남짓 걸으면 갈령삼거리가 나온다. 동편으로 가면 갈령 마을로 하산하게 되며 대간능선은 우측으로 즉, 정남방향으로 가야한다. 어느새 맑게 갠 하늘은 해가 높게 솟아 있었으며 얼굴을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다. 헬기장에 도착(11시38분)하여 간식을 먹는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라 휴식도 필요했다. 앞에 놓여진 봉우리만 넘으면 되겠지 했는데 넘으면 또 나오고.... 또 나타나고.... 일행들 입에서는 탄식을 넘어서 신음소리가 배어나온다. 그렇게 마지막 봉우리인 510m을 힘겹게(표고는 낮지만 실제로는 높다.) 올라서니 도로가 보인다. 환호성과 함께 비재에 도착한 시간은 12시35분이었다.
총산행시간 9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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