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훤해올 무렵 선두 일행은 신선봉에 다달았다.
저멀리 간성 방향으로 운해가 짙게 깔린 모습에 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도 몇장 찰칵 찰칵∼

박진서 사장님과 교장선생님이 선두로 나서고 나는 중간에서 앞뒤를 연결시켜야만 했다.
아직도 일부구간에는 눈이 허벅지까지 빠질 정도로 많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는 심설산행에서 단련된 산울림 대원들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장애물이다.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아 있었고 우리 일행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 얕으막한 자리를 잡고 각자 갖고온 식량을 꺼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난 받기만...
그렇게 한바퀴 돌면서 뱃속에 차곡 차곡... 얌체처럼...
후미 이동원氏와 아무 이상없다는 무전교신을 한후 난 선두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입밖으로 흰거품을 쏟아내며 헥헥댄지 한시간이 지날쯤 선두가 마산에서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아! 저기구만!! 조금만 더∼
마산 정상에 도착하니 멀리 눈덮인 향로봉이 손짓하며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 있는 건봉산, 까치봉, 고황봉으로 이어진 철책선은 내가 근무했던 부대이며 또 그시절 내가 100km 행군을 했던곳이 바로 진부령, 미시령이기 때문에 아주 낯익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저곳...
내저곳을 살아생전 밟아 볼수 있을까 생각하니 왠지 서글픔이 앞선다.
삼천포 아저씨는 벌써 윤사장님을 비롯한 몇몇분들과 함께 미리 준비한 하산주를 드시고 계셨다.
덕분에 나도 한잔, 크∼직인다!!
뒤에 처져있던 대원들은 속속 정상에 도착하여 종을 뎅뎅뎅 치기도 한다. 정여사님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신다.
단한번의 결석도 없이 오늘 그 대망의 완주를 눈앞에 둔분.
백두대간도 성에 안차서 해외 원정길에 나서기 시작, 일본 북알프스산(3190m) 종주!!
이것도 너무 약해∼ 해서 간곳이 히말라야 해발 5000m가 넘는 고지까지의 등정!!!
그래서 어떤분이 이르기를 무늬만 아주머니라고 표현한 분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꼭 마쳐야한다는 소망과 함께 가족들의 격려가 있어서 가능하다고 하신다. 정신력의 승리라고나 할까!!
그리고 의지의 한국인이라고나 할까...

이때 대장님의 무전기가 요란스리 울린다.
무전 내용은 아래지점까지 하산한후 포장도로를 따라서 하산하라는 지령이었다.
난 모든 분들게 전파하고 밑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아래 알프스스키장에는 녹아내리는 눈위에서도 몇몇 인사들이 악착같이 스키에 매달려 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런 사람들을 스키광이라 한다나?
우리보다는 그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이곳은 가장 눈이 늦게 녹아서 4월까지도 스키장을 가동하고 있단다.

KBS의 김국장님은 당초 계획했던 코스로 가고 싶다고 하신다. 오늘 산행 목적이 1차때 이곳을 빼먹었기 때문에 꼭 이어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나도 이에 동감을 하고 앞장을 섰다. 그러나 야산을 하나 넘으니 군부대 훈련시설이 있었고 나아가서는 철조망까지 둘러쳐 있어서 더 이상 갈수가 없었다.
워쩌랴 아쉽지만 다음기회로 미루는 수밖에...

하산주를 거하게 마시고 또 된장찌게와 함께 식사를 마친후 완주기념 행사를 위하여 진부령으로 이동하였다.

- 계속 3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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