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8일 (토요일)

 

◈ 산행일정

남부터미널(06:30)
진주터미널(09:50)
발산재(10:57)
깃대봉(12:08)
응내무재(12:32)
418.5봉(12:50)
염소농장안부(13:03)
남성치(13:38)
용암산(14:13)
탐티재(14:42)
필두봉(15:23)
새터재(16:14)
탕근재(16:43)
신고개(17:22)
매봉산갈림봉(17:39)
배치고개(18:17)
덕산(18:34)
455봉(19:02)
장전고개(20:37)
고성읍내

 

◈ 산행시간
약 9시간 40분

 

◈ 산행기

 

- 깃대봉
한창 도로공사중인 발산재에서 내려 시멘트 비탈길을 따라 오르니 한낮의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고 제철 만난 풀벌레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마침 젊은 부부가 바로 앞에서 산을 오르는데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몇발자국마다 쉬며 남편만 바라보는 부인이 안스럽기는 해도 그 정다운 모습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잡초들이 가득찬 넓은 가족묘지를 지나고 가파르게 능선에 붙어 바삐 산길을 걸어가니 하루 노숙할 요량으로 잔뜩 챙겨넣은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파고든다.
잡목들을 헤치고 전망대같은 넓은 바위에 오르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도로가 발아래에 보이며 서북산과 여항산을 지나 발산재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성한 억새밭을 헤치고 바위지대들을 넘어 너럭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돌멩이만 몇개 놓여있고 깃대봉이라 생각해 돌아다녀도 삼각점은 찾을수 없다.
암릉들을 거푸 지나고 잡초사이에 정상석이 서있는 깃대봉(520.6m)에 오르면 왼쪽으로는 대방리로 내려가는 등로가 이어지고 그너머로 울퉁불퉁한 적석산이 진해만을 배경으로 멋지게 솟아있다.

 

- 용암산
예상치 못한 무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다가 서늘한 그늘숲을 반가워하며 비탈길을 내려가 뚜렸한 사거리안부인 응내무재를 건넌다.
밤나무 과수원을 지나고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삼각점이 있는 418.5봉에 오르니 주위는 벌목되어있고 머리위에서 작열하는 태양을 잠시라도 견딜수 없다.
염소농장 울타리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다시 가파르게 385봉을 올라 바람 시원하게 부는 송림에 앉아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한동안 쉬다가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남성치를 건너고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낮은 봉우리를 넘어 키작은 소나무와 억새들을 따라간다.
잡목들이 들어찬 용암산(399.5m)에 올라서니 풀속에 숨었는지 철제삼각점은 확인할수 없고 후끈거리는 지열이 올라오며 등을 떠민다.
억새들을 헤치며 송전탑을 지나고 가파르게 암봉을 넘어 야산길을 이리저리 내려가면 청심목장이 내려다 보이며 곧 구만면과 개천면을 잇는 1002번 지방도로상의 탐티재로 떨어진다.

 

- 필두봉

흘낏거리며 지나가는 차량들을 보내고 무덤을 지나 까시나무들이 극성을 부리는 넓은 길을 오르면 전신주들이 연신 나타나고 곧 커다란 통신탑을 만난다.
까시덤불과 잡목들을 헤치며 급한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니 오늘 구간중 제일 높은 봉우리인 필두봉(420m)이 나오는데 삼각점도 없고 그저 펑범한 잡목숲뿐이라 맥이 빠진다.
평탄해진 솔밭길을 따라가다 마루금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지고 사거리안부를 넘어도 또 다른 봉우리가 계속 나타난다.
정맥종주를 하면서 웬지 가장 쉬울것 같던 낙남정맥인데 의외로 굴곡이 만만치 않고 까시덤불도 호남정맥 못지않으며 교통 또한 좋지 않아 힘이 더 드는것 같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야산길과 변화없는 잡목숲에 짜증을 내며 지루한 능선을 따라서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새터재로 내려서니 벌써 기운이 빠지고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 탕근재
수원백씨묘지 비석을 지나고 가파른 잡목숲을 헤치며 탕근재(369m)에 오르니 잡목들은 베어져있고 아무리 풀섶을 뒤져봐도 삼각점은 또 보이지 않는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역시 잡목이 들어찬 봉우리를 넘는데 10여미터 앞에서 큰 울음소리가 나더니 멧돼지 한마리가 푸푸거리며 옆 숲으로 지나간다.
억새와 싸리나무들이 무성한 잡목길을 따라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신고개로 내려서면 입산금지 안내판이 걸려있고 저녁이 다가오며 더욱 적적한 분위기가 든다.
철조망을 넘고 밤나무농장으로 들어가 급사면 초지를 오르면 매봉산 갈림봉이 나오고 키 큰 산죽밭을 지나 다시 밤나무농장을 따라간다.
봉우리를 넘고 계속 이어지는 잡목숲을 헤치며 개천면과 마암면의 경계가 되는 1007번 지방도로상의 배치고개로 내려서니 녹슨 목장철문이 바로 옆에 보인다.

 

- 455봉
도로를 건너고 잠시 가파르게 잡목숲을 올라가 삼각점이 있는 덕산(278.3m)을 지나서 정맥은 다시 고도를 낮추며 내려간다.
묘지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들을 넘으면 점차 숲은 어두어지기 시작하고 랜턴에 불을 밝히며 야간산행을 대비한다.
힘들여 455봉으로 추측되는 봉우리에 오르니 날은 완전히 어두어지고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지는데 연화산 갈림길은 확인도 못한채 표지기만 바라보며 바삐 산길을 간다.
암릉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흐릿한 산길을 따라가다 보니 억새와 잡목들이 가득한 송전탑이 나오는데 그만 여기에서 길이 사라져 버린다.
455봉까지 다시 돌아가며 혹시 정맥에서 벗어난 성지산으로 잘못 들어왔나 확인도 해보고, 갈팡질팡 길을 찾다가 다시 송전탑으로 돌아와 무조건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고 들어가니 그제서야 반가운 표지기가 달랑거리며 맞아준다.

 

- 장전고개
찰흑같은 숲속에서 길을 놓칠까 긴장하며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어디선가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지만 또 희미한 능선을 놓치고 만다.
방향만 맞추고 잡초사이를 빠져 나오니 1009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장전고개인데 불빛하나 없고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고개의 간이버스정류장에서 노숙을 할 예정이라 물을 구하러 근처의 불켜진 제일목장으로 올라가 소리를 질러도 사람은 나오지 않고 사나운 개떼들만 울부짖으며 몰려든다.
도로를 조금 내려가 번듯하게 보이는 백운농장에 가서야 관리인이 나오고 고성읍내가 멀지 않다는 말에 노숙을 포기하고 택시를 부른다.
외로이 불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밑에 앉아 소주 한잔을 마시며 쓰라린 낙남정맥을 생각하고 쓴웃음을 짓고 있으니 어느새 택시 한대가 고개를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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