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 9. 26(일) 추석 연휴 이틀째, 맑음.
◎ 포천시 화현면과 내촌면의 경계 56번 지방도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포천시 소흘읍 무림리 98번 지방도로다름고개에서 산행을 마침.
◎ 도상거리 (약 20km)
◎ 임상택, 권재형(각자 따로 출발 홀로 걸음)
◎ 산행시간 8시간 5분(마지막 도로에 내려서기 전 천도교 공원묘지 끝 지점에서 군부대가 정맥능선을 막고 있어 독도를 하면서 시간지체)

 

산행기록

 

05:00 예약을 한(05시 30분) 아침을 먹으려면 이 시간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몸은 가뿐합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도시락을 두 개 싸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06:00 여명이 밝아오면서 랜턴이 없어도 길이 보입니다. 47번 국도 위에 선배님을 내려드리고 우리는 56번 지방도로를 향해 달려갑니다.

 

06:15 포천시 신팔리 검문소를 지나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밝았습니다. 들머리에는 타이어로 계단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여뀌가 무리를 지어 붉게 피어있습니다. 거미줄이 시작부터 길을 막습니다.
 좌측 산아래 마을 농장에서는 개들이 짖어대고 산길에는 방공호가 어지럽게 이어집니다.
 수원산을 향해 올라가는 산길은 넓으면서 급경사는 아닙니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갑니다. 굵은 나무가 온몸으로 뿜어주는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시원한 대기를 가르며 걸음을 내딛지만 이내 땀이 흘러내립니다.

 

06:55 오르막은 군부대 철조망이 가로막으며 길은 좌로 꺾여지면서 철조망을 우측에 두고 사면으로 이어집니다. 고라니 발자국이 여럿 보입니다.

 

07:00 수원산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군부대 철문까지 올라가서 350도 돌아서면 넓은 공터를 지나 숲으로 들어가는 능선길이 보입니다. 숲으로 들어서서 푹신한 자리를 골라 앉습니다.

 

07:10 귀 울음 약을 먹고 정비를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2분을 걸어가니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한 훈련장이 나옵니다. 넓은 터에 검은 칠을 한 장애물이 부서져 있습니다. 진행방향으로 작은 봉우리가 바로 앞에 보입니다.

 

 오르막길에 검은색과 흰색이 등판에 찍혀있는 고양이가 길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앞서 걸어갑니다. 몸집이 커서 꼭 살쾡이 같습니다.

 

07:20 수원산 다음 봉우리에 오르기 전 바위가 먼저 반깁니다. 바위를 지나니 흙 길이 나오고 길은 부드럽습니다.

 

07:23 헬리포트 주변으로 두메부추가 많고 좌측은 멀리까지 전망이 참 좋습니다. 산은 옅은 구름을 둘러쓰고 첩첩이 쌓이고 쌓여 유연한 능선을 이루는데 능선도 겹쳐지면서 가깝고 먼 것을 허물어 하나로부터 열이 되고 열은 하나가 됩니다.
 잣나무가 쭉쭉 뻗어있고 걷기 좋은 산길에 바람까지 시원하고 잣의 진한 향내까지 더하니 느긋함이 가슴에 자리합니다.

 

07:40 헬리포트가 다시 나오고 잣나무 숲길이 이어집니다. 포천 지역이지만 그래도 가평과 가까운 곳이라서 그런가요 잣이 굵고 향내도 진합니다. 다람쥐가 까먹었는지 빈 껍질만 수두룩한데 알이 꽉 찬 잣송이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만 주워가도 그 양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양식으로 하는 것들에게 양보하고 그냥 못 본 척 걸어갑니다.

 

07:45 헬리포트에 오르자 선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우선 반갑습니다. 47번 도로로 내려섰다가 다시 56번 도로로 올라간다는 내용입니다. 아무튼 분발 또 분발입니다.


 헬리포트를 지나자 벙커 좌측으로 길을 잡습니다. 방공호들이 나옵니다. 능선을 중심으로 좌측은 잣나무요 우측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는 방향으로 높은 봉우리 위에 철탑 두 개가 보입니다.

 

비둘기 한 마리가 놀라 날아오르자 부는 바람에 그러지 않아도 나무로부터 떨어지려는 마른 나뭇잎이 기회다 하고 우수수 바람에 흩날리며 건너 계곡으로 날아갑니다. 울고싶은데 때려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나뭇잎은 "가을입니다, 가을입니다" 외치며 떨어집니다.

 

08:05 콘크리트벙커가 있는 봉우리정상입니다. 우측 3시 방향으로 길은 꺾여집니다. 이제 참나무길입니다. 잣나무는 보이지 않습니다.

 

08:12 벙커와 철탑이 있는 봉우리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많이 불어옵니다. 좌측 산아래 47번 도로가 보입니다. 도로 건너 능선이 내가 걷는 능선과 나란히 두 팔을 뻗고 있습니다.

 

08:18 바위봉우리(620m)에 올랐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등뒤에서 세차게 불어옵니다. 우측 전방으로 북한산과 그의 일당들이 바위를 허옇게 들어내고 어서 오라고 내게 손짓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이게 제일 빨리 가는 방법입니다. 갈 길이 멀다고 조급해서는 발병이 납니다. 철탑은 산을 따라 이어지고 포천 시가지는 옅은 안개에 덮여있습니다.
 좌측 도로건너에는 파헤쳐진 채석장과 베어스타운스키장이 보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보입니다.
3분 경치감상을 하고 봉우리를 내려갑니다.

 

08:27 철탑을 지납니다. 굵은 전선에 바람이 닿으며 윙윙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음흉합니다.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08:35 연이어 철탑이 나옵니다. 높이 솟아있는 철탑과 그곳에 걸려있는 굵은 전선은 언제나 봐도 위협적입니다.


5분을 더 걸어가니 또 철탑입니다. 다음 철탑은 좌측 산 아래로 이어지는 전선을 따라 멀어집니다. 채석장과 스키장이 산아래 바짝 다가와 있습니다. 대추를 씹으며 여유를 가지고 길을 이어갑니다.

 

08:50 잣나무 묘목이 심겨져있는 산길을 지나 헬리포트에 올라섰습니다.

 

08:53 전망도 없고 답답한 국사봉(546.9m)에는 삼각점이 있습니다. 물을 마시려고 배낭을 뒤적이다가 아침에 싸온 도시락이 터진 것을 발견하고 얼른 끄집어내어 두어 저분 밥을 먹습니다.

 

09:07 밥을 일부만 먹고 배낭을 정리하고 국사봉을 내려갑니다. 해가 등뒤에서 반짝입니다.

 

09:30 건너 산과 정맥능선까지 양쪽으로 산을 날려버리는 작업이 한창인 채석장입니다. 무너질까 두려운 능선은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철조망과 푸른색 테이프는 나에게 긴장을 요구합니다. 100m는 될 것 같은 낭떠러지가 아찔합니다. 이런 급박한 지역을 지나면서도 죽엽산 능선을 살펴봅니다. 선배님이 620m 바위봉우리를 지난다고 전화로 알려옵니다.
 
 방공호와 잣나무가 친구가 된 숲길을 지나면서 큰넓고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 기의 무덤을 지나고 잠자리의 마중을 받으며 소나무와 밤나무 떡갈나무사이로 길을 이어갑니다.

 

09:50 공장의 파란지붕 뒤로 보이는 87번 국도에는 차가 많이 다닙니다. 육사생도 6.25참전기념비 앞 큰넓고개로 내려섭니다.

 

* 육사생도 6.25참전기념비 : 1950, 6, 25 미명 북괴 공산군이 불법 남침하자 수학 중이던 육사생도 1기(현 육사10기)312명과 생도2기 330명은 육사기간장교 및 교관들과 함께 사관생도로써 출전, 초전에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이를 기리기 위해 최초의 전적지인 이 자리에 기념비를 세운다. 1979.12.1 당시 사관생도 참전자 일동. 경기도 포천 가산면 우금리 산 89-1

 

이곳 큰넓고개는 포천시 가산면과 내촌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입니다. 포도밭 건너 소나무에 표시기가 걸려있습니다. 선배님은 오늘 이곳까지 산행을 하면 끝이지만 나는 축성령을 향해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스티로폴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공업용수로 쓰는 것인지 가두어둔 물이 있는 작은 웅덩이 옆 철망을 따라갑니다. 고개 주변으로는 태양금속, 삼원기업사 등의 간판과 장성도 서있는데 개까지 짖어대니 어수선합니다.


 고추와 배추, 파, 깨 등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밭을 지나 잣나무 숲으로 들어갑니다. 숲에 들어서서 좌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면 87번 도로 위에 내려섭니다 5차선 넓은 도로입니다.

 

10:03 도로 위에서 채미와 만났습니다. 잠깐 앉아 휴식을 하며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이곳까지 4시간이 걸렸으니 앞으로 남은 길도 4시간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10:14 선배님은 큰넓고개에서 오늘 산행을 마칩니다. 6.25참전기념비 앞으로 선배님이 내려올 것이라고 일러주고, 87번 도로를 건너 우측으로 산을 오릅니다. 무덤 뒤로 길이 이어집니다.
 
 큰넓고개를 지나 처음 만나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 좌로 방향을 틀어 정맥을 걸어가면 벌초가 잘 된 무덤과 숲이 계속 이어집니다. 추석을 앞둬서인지 무덤 앞에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손자를 업고있는 노인의 표정이 넉넉하게 보입니다. 마을 뒷산길이지만 소나무들이 쭉쭉 뻗어있고 새들이 듣기 좋게 노래를 부릅니다. 돌을 두른 묘지 위에서 까치와 까마귀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죽엽산 줄기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10:36 비포장임도 작은넉고개에 내려서니 노랑, 초록, 빨강, 파랑 등 여러 가지 색의 천이 널려있는 것으로 보아 당집 인 듯 한 새로 지은 기와집이 산 들머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지나 산으로 오릅니다.

 

 7분 정도 걸었습니다. 전기를 흘려 접근을 막는 울타리를 지납니다. 설치한지가 오래된 것 같습니다.


 다시 10분 걸었습니다. 날벌레가 유난히 많습니다. 오래된 묘지 3기가 나옵니다. 벌초는 잘 되어있습니다. 하늘은 옅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습니다.


 죽엽산 오르막길은 방공호도 있지만 이보다 넓게 파여진 긴 골이 나옵니다. 폭우나 혹은 지각변동으로 인해 갈라진 것으로 추측이 되는 지역입니다. 나무가 뿌리째 드러나 있고 갈라진 틈으로는 물이 흘러갑니다.

 

11:03 콘크리트벙커가 2-3개 호를 따라 이어집니다. 구름은 해를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지만 땀은 여전히 많이 흐릅니다.

 

11:22 긴 오르막길이 끝나고 첫 번째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벙커와 방공호가 계속 이어집니다. 다시 조금씩 올라갑니다. 바위가 길 양쪽 옆으로 도열을 하고 늘어서 있습니다. 굵은 황장목까지 나를 호위하고 있으니 나는 마치 장수가 된 듯 합니다.

 

11:32 협조점이라고 적힌 흰색 나무말뚝이 나옵니다. 군사목적으로 박아놓은 듯 합니다.

 

11:37 철탑을 지나면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엽산은 아직 멀었나봅니다. 굵은 전선이 철탑을 따라 이어집니다.

 

11:39 내리막이 끝나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광릉시험림'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표지판에는 입산통제를 알리는 문구와 산불조심, 학술 및 임업연구, 광릉 숲 보전, 들어가면 20만원 벌금, 등을 적어두었습니다.


 간벌(間伐)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하늘로 솟아있는 잣나무 숲은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가꾸는 숲의 표본을 보는 듯 합니다.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빈손으로 나를 향해 내려옵니다. 등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그들에게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조금 있으니 다시 나를 따라 올라옵니다. 왠지 바짝 긴장이 됩니다.

 

11:52 죽엽산 정상이 아닌 곳에 동판삼각점(599.6m 소삼각점 국립건설연구소 이 표석을 파괴하는 자는 의법 처단함)이 있습니다. 처단, 벌금 등 참 살벌한 지역입니다. 산은 말이 없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데 인간들은 자연 위에 군림하려고 합니다.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닙니다. 자연의 주인은 자연입니다. 인간은 자연에 속해있는 부분일 뿐인 것을 인간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2:02 헬리포트를 지나면 바로 죽엽산(竹葉山 622m) 정상입니다. 붉은 황장목이 쭉쭉 솟아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서기(瑞氣)가 전해져 옵니다.
 아크릴 표지판(서울큭별시 산악연맹 썬산악회)이 걸려있고, 어린아이와 함께 등산을 온 사람들이 은박지 자리를 깔고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12:08 짧은 휴식을 마치고 우측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묵직한 황장목이 내려다보는 산길은 푹신하고도 걷기 좋습니다.

 

12:15 넓은 임도를 지나 다시 내림길이 이어집니다.

 

12:22 송전탑을 지나는데 송전선로 이상시 연락해 달라는 긴 표시기가 여러 개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려 있습니다. 붉은 칠을 한 송전탑은 가야할 방향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2분 걸어가니 또 송전탑이 나옵니다. 그 앞으로 임도가 계속 이어집니다.

 

12:35 소나무 숲에서 남겨둔 밥을 5분만에 먹고 일어섭니다.
 2분지나 묘지와 철탑이 연이어집니다. 다시 3분을 걸어 임도로 이뤄진 재를 넘어 무덤을 지납니다. 송전탑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선배님은 목욕을 끝내고 축성령휴게소에 있다며 빨리 오라고합니다.

 

12:46 '거목 할미재' 라이브카페 뒷마당으로 내려서면 비득재(송우리와 직동리를 이어주는)포장도로가 바로 앞인데 도로위로 차들이 빈번히 넘나듭니다. 카페 건너편에는 석굴여행이라는 간판을 단 건물이 그의 폐허가 되어있고 건물 입구 우측 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계단으로 되어있습니다. 계단을 올라서면 무덤이 나옵니다. 무덤을 지나서 능선을 따르면 되는데 도로를 따라 송우리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버들재 영양탕' 간판이 서있습니다. 그 건너로 표지기가 많이 달려있는 것으로 봐서 앞서간 사람들은 이곳으로 오른 것이 분명합니다.

 

12:54 이것저것 구경하고 비득재를 건너 산으로 올라서면 바로 철탑입니다. 5분 더 걸어 또 철탑입니다. 전기의 필요성과 자연의 파괴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13:09 잡목을 헤치며 안테나와 부속 시설물이 있는 고모산(일명 노고산)에 올랐습니다. 여뀌가 지천으로 피어있습니다. 이곳 정상에는 고모리산성에 대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 포천 고모리산성 : 경기도 기념물 제 185호,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산 64외, 고모리산성은 비득재 고갯마루에 위치한 고모산(일명 노고산) 해발 380m에 위치하고 있다. 산성은 고모산 정상부와 계곡을 에워싸고 있는 포곡식산성이다. 현재 대부분 붕괴되어 정확한 성벽을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나 전체둘레는 822m이고 대부분 토축으로 이루어진 토성이며 일부는 토석혼축으로써 그 흔적이 남아있다. 성의 전체적인 형태는 남북으로 긴 변형된 장방형 형태로서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형상이다. 건물지에는 토기 편들이 출토되고 있는데 이 토기편 중에는 삼국시대 초기 특히 백제초기시대에 해당하는 연질 토기가 다수 포함되어있어 산성의 축조시기를 밝히는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 일부에는 언어학적 추정을 통하여 고모리산성을 광개토대왕비에 나오는 고모루성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고모리 산성은 북으로 철원 포천 일대와 남으로 한강일대를 연결하는 통로를 장악하기에 편리한 비득재에 쌓은 고대의 군사상의 요충지이다.

 

13:14 숨가쁘게 읽고 고모산을 내려서니 굵은 흰색나일론 밧줄이 내리막을 따라 나무에 매어져있습니다.

 

13:25 넓은 임도로 된 재를 지나 임도를 따라갑니다. 길이 좋습니다. 3분을 더 걸어가니 또 재가 나옵니다. 임도는 끝나고 걷기 좋은 산길이 이어집니다. 작은 재들이 많습니다.

 

13:38 그냥 뛰어도 좋을 소나무 숲길입니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작은 재가 나옵니다.

 

13:47 천도교공원묘지에 들어섭니다. 첫 번째 만난 묘지에서 좌로 방향을 꺾어 몸을 돌리니 온통 무덤들입니다. 성묘를 온 사람들, 이미 성묘를 마치고 무덤 앞에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들, 벌초가 한창인 사람들, 뛰어 다니는 아이들,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우측 산 아래로는 마을이 보입니다. 좌측으로는 죽엽산과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고모산이 봉긋합니다. 이곳 공원묘지는 한쪽은 죽엽산이 내려다보고 있고 반대쪽은 북한산이 바라보입니다. 주변의 멋진 경관과 명산들이 빙 둘러 서있으니 모르긴 해도 좋은 묏자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진즉 있어야할 나무들은 무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사라졌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13:55 군부대 철망 뒤로 북한산 바위능선이 가깝게 잡힐 듯 한데 군부대 철망이 능선을 가로막고 있어 잠시 주춤거리며 독도를 시작합니다. 표시기는 철조망 모서리에 가득 붙어있지만 철조망을 따라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바로 도로 나와 버립니다. 도로는 빤히 내려다보입니다. 그렇다고 철조망을 좌측에 두고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능선을 따라서도 안 되는 지역입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고 또 보지만 정답을 알 수 없습니다. 일단 표시기가 많이 달려있는 도로 쪽 방향으로 길을 잡아 능선을 내려갑니다.

 

14:20 결국 98번 도로에서 산행을 마칠 수밖에 없습니다. 묘지와 군부대가 올라앉아 버티고있는 정맥능선은  무겁고도 무거워 보입니다. 정맥을 온전히 밟아보는 것도 이젠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선배님은 98번 도로 축성령 쪽 다름고개에서 기다리다가 내 전화를 받고 달려왔습니다. 길이 이상하다며 횡설수설하는 나를 보며 즐겁게 웃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 축성령휴게소에서 라면을 하나 먹고 43번 국도를 따라 귀성(歸省)길에 나선 차량들을 헤치며 대구로 향합니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잠시 지체가 있었지만 그리 오랜 시간을 끌지는 않았습니다. 금강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대구로 들어갑니다.
 
참고 : 98번 도로 위 산행을 마친 곳의 고개 이름이 다름고개라는 것을 포천시 소흘읍(031-530-8642) 무림1리 이장님에게 여쭈어 알게 되었습니다.

 

** 천주교 묘지가 끝나는 지점 즉 군부대 철망이 나오면 철망을 우측에 두고 철망에 바짝 붙어 철망을 따라가면 무난히 다름고개까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훗날 다시 답사를 한 임상택님의 증언입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