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2일 금요일...

 

저녁때 피할 수 없는 회식 자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금요일 밤 11시 반에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이미 홀로 땜빵을 수차례 경험한 바 있어 그것이

얼마나 귀찮은 숙제로 남는지 알고 있는지라 무슨 수를 쓰던 오늘 따라가기로 하고

일단 잠깐이라도 한잠 자두기로 하였다.

 

새벽 2시...

눈 뜨자마자 물끓이고 배낭을 꾸리기 시작하는데 잠이 덜깨서 얼떨떨하다.

차 회수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3시에 일단 출발하면서 전화를 해보니

이제 막 충주휴게소에서 출발한단다. "같이 올라가긴 글렀군.."

 

어둠속을 뚫고 문경에 도착하여 '생달리'쪽 길을 찾을라니 길도 헷갈리고

그 새벽에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다.

마침 눈에 띄는 소방서... 물어보니 길을 알려주면서 '동로면' 표지판을 따라가란다.

 

지도상에선 그리 안멀었는데 막상 찾아가려니 한참을 간다.

여우목고개는 만만치 않은 고도에 길까지 미끄럽다.

겨우겨우 찾아가 드디어 지난번 그 안생달 양조장앞에 도착하니 막상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도로 빽하여 한참 내려가 주차공간을 찾고는 자리를 잡으니 6시.

본팀은 5시부터 오른다 했으니 1시간정도 차이가 있는데...

이왕 늦은거 전망좋은 황장산 구경이나 제대로 할 요량으로 30분 정도 차안에서 머물다

산행을 시작하였다.

 

 

1.산행기

 

 <안생달~황장산/06:30~08:40>

 

생달리에서 산 들머리까지 가는데 북서풍이 많이 불어 잠깐만에 왼쪽 볼이 얼얼하다.

지난번에 차갓재 철탑에서 내려설때 길이 좀 희미한 것같아 몇번씩 뒤돌아보며 주의해서

보았건만 전에는 못보았던 계곡이 우측에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들머리를 놓친것 같다.

 

역시나... 능선에 올라서고 보니 '작은 차갓재' 표지판이 앞에 떡하니 서있다. '이런 젠장...'

누가 보아주는 사람도 없지만 대간길을 끊고 가기가 뭣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차갓재 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차갓재쪽 봉우리 하나가 완전히 뾰두락지 톡 튀어나온 것마냥 경사도 이런 급경사가

없다.

헉헉거리며 뛰어 올라갔다 내려가니 차갓재 표지판이 서있다.

'아니 그럼 철탑은 더 가야하는거네..'

 

나즈막한 둔덕을 하나 더 넘으니 비로소 철탑이 보여서 얼른 찜하고는 돌아서서 다시 내리달린다.

다시 '작은 차갓재'... 오늘은 초장부터 왔다 갔다하느라 30분이 소요되었다.

 

배낭을 메고 다시 전진하여 한차례 땀을 내고 나니 황장산이 코앞에 보이며 길이 우측으로

꺽인다.  산악회에서 준 공식지도가 없으니 대충 okmountain에서 개념도 하나를 출력해

왔는데 아마도 이곳이 이 지도상에 있는 '묏등바위'인가 보다.

 

날은 이미 훤하고 그냥 지나치려다 바위위 전망이 괜찮을 것같아 올라서 보니 지나온 대미산과

월악영봉,문수봉이 한눈에 들어 오고 도락산이 나무사이로 보인다.

 

조망을 하며 숨을 한차례 고르고 황장산 정상을 오르는데 특별한 발 지지대가 없는 로프지역을

순전히 팔힘에 의존해 기어오르고 나니 갑자기 전망이 탁 트인다.

'아하, 이래서 황장산을 낮에 보자고 했구나..'

 

정말 사방 팔방이 다 보이는데 얼른 지도를 꺼내들고 하나하나 봉우리 위치들을 확인하면서

눈도장을 찍어둔다.

발밑은 천야만야 낭떠러지에 칼등같이 좁은 암릉길을 횡으로 걸쳐진 로프를 잡고는

조심조심 한발짝씩 전진한다.

 

황장산 정상석이 있는 곳에 다다르니 이곳은 주위가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은 오히려 안좋으나

바람 한점없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쪼여 아늑하기 그지없다.

'에라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고가자...'

 

잠시 쉬다가 주저 앉은김에 주섬주섬 도시락을 꺼내 홀로 아침을 먹는다.

혼자이긴 하지만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이 아침식사가 얼마나 맛있던지..

한 30여분을 푹쉬면서 황장산의 매력에 푹 젖어본다.

 

<황장산~벌재/09:10~11:30>

 

황장산에서 대간로는 우측(남쪽)으로 이어지고 왼쪽(북쪽)으로는 개념도에 투구봉으로 적힌

지능선이 뻗어있다.

 

대간로상에 있는 황장산 다음 봉우리는 감투봉이라 이름되어 있는데 불쑥 솟아 있어서

전망은 좋지만 칼바위 능선이라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길은 짧긴 하지만 대야산 북능길 내려오듯 세미 클라이밍이 필요한

급경사 로프구간이다.

 

여기를 내려서니 바로 황장재 이정표가 보인다. 이 감투봉에서 대간로는 90도 좌측으로 틀어서

저수재까지 동쪽으로 이어지다가 저수재부터는 다시 북쪽 내지는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소백산을 향하게 된다.

 

황장재에서 한뜸 올라서면 평평한 자연암반으로 만들어진 헬기장이 하나 나오고 여기부터

폐백이재까지 약 40여분 동안 만나게 되는 몇몇 봉우리들은 우측 벼랑지대를 가만보니

다 하나로 이어진 거대한 암봉같다.

 

우측(남쪽)으로는 동로면과 저멀리 정말 괴이하게 생긴 산이 계속 보이는데 나중에 지도에서

확인해보니 '天柱山'이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같아 보인다 해서 '天柱山'이라고

한다는데 정말 저런 산을 어떻게 오를까 싶을 정도로 고약하게 생겼다.

 

실제로도 이 산은 너무 가파러서 등산객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고 하며 멀리서 잘보면

봉우리가 두개인데 마치 물고기가 하늘을 향해 입벌리고 있는듯 하다 해서 '붕어산'이라고도

한단다.

 

뒤로는 계속 황장산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도락산이 이제는 한손에 잡힐듯하다.

폐백이재 정도로 판단되는 안부를 지나다 보니 앞에서 여자 등산객 한 분이 힘든듯 천천히

올라가고 있고 그 앞에 남자 한분이 보조를 맞추며 가고 계신다.

 

서로 인사를 하다보니 아침 5시에 출발한 우리 팀인데 알고보니 산악회 회장님이시다.

이분이 생달리에 차를 두고 온 내 얘기를 듣고는 뒤에 여자분이 너무 힘들어 해서

마침 벌재에서 탈출하려하는데 동로면 거쳐서 생달리가 그리 멀지 않으니 당신께서 내차를

저수재로 가져오면 되지않겠냐 해서 얼른 내 차키를 드렸다.

'아싸~ 차량회수 걱정 끝!'

 

대체로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따사로운 햇살에 산들바람이 부는데 이게 겨울 날씨인가

싶을 정도로 초봄 분위기다.

 

벌재 바로 위에 있는 페인트칠이 잘된 헬기장을 지나니 밭고랑같은 급경사 흙길이 나오고

자칫 미끌어지면 절개지 아래로 바로 떨어질까 싶어 조심스레 내려서는데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흙먼지가 풀풀나는 통에 바지 가랭이가 아주 노랗게 변해버렸다.

 

벌재에 내려서서는 쉬지 않고 바로 길을 건너 산길로 올라붙는다.

 

 

<벌재~저수재/11:30~14:00>

 

벌재에서 올라붙은 산길이 오른쪽으로 휘더니만 도로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가만보니 월악농원 진입로를 건너서 산길이 다시 시작된다.

 

월악농원 앞에는 문복대 안내간판이 있는데 지도상에는 이 지역 산들이 별도로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최근에 문경시에서 작명을 하고 관리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여기서 부터는 급경사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잠도 제대로 못잔데다 아침식사후 한번도 쉬지

않고 와서 그런지 힘이 많이 든다.

 

간신히 능선에 오르고 나니 낙엽덮인 산길이 길게 이어지는데 마치 늦가을 산속같은 정취가

물씬 난다.

 

산불감시초소에서 길은 좌측으로 휘고 낙엽으로 덮인 오름길이 계속되는데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선 봉우리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에고 저산을 언제 올라간다냐..'

 

올라가도 시원찮은 봉우리를 돌목재까지 한번 내려갔다 올라가니 힘이 배로 드는것 같다.

정말 질릴 정도로 끝없는 경사길을 30여분간 오르고 또 오르니 정상능선에 닿고 다시 30여분 후에 문복대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만든 작은 정상석이 있는데 조망은 나무에 가려 별로다.

앞으로 계속 진행하다 보니 드디어 능선길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드디어 저수재에

다 왔는가 했더니 저수재 휴게소는 저 멀리에 보이는게 아닌가..

 

소백산목장옆을 지나다 너무 힘이 들어 아침식사후 7시간만에 처음으로 주저앉아 남은 과일을

다 먹으며 10여분간 쉬었다.

 

임도길로 된 장구재에서 '저수재 20분'이라 적힌 노란 표지판을 보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드디어 저수재 도로에 떨어지고 버스앞에서 백총무님이 반갑게 맞으신다.

'에구.. 나도 반갑습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어서리...'

 

오늘은 혼자하는 대간길이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따사로운 햇살아래 낙엽길을 밟으며

이리 저리 볼것 다 보고 호젓한 산길을 맘껏 즐긴.. 그런 산행이었다.

 

 

2.주요 시간표

 

06:00 생달리 주차

06:30 산행 시작

07:07 작은 차갓재 (이정표)

07:17 차갓재 (이정표)

07:30 작은 차갓재

08:05 묏등바위 (10분간 조망,08:15출발)

08:40 황장산 정상 (30분간 식사,조망,09:10출발)

09:30 감투봉 09:44 황장재 (이정표)

10:47 폐백이재 11:20 벌재 (도로)

11:36 월악농원 입구

11:58 산불감시초소

12:08 돌목재 (표언복교수 이정표)

13:04 문복대 (정상석)

13:49 장구재 (노란 표지판)

14:00 저수재 휴게소 (도로)

 

 

3.사진 산행기

 

<작은 차갓재 이정표>

 

 

<황장산에서 본 묏등바위/사진 중앙 소나무있는 곳의 흰부분>

 

 

<묏등바위에서 본 대미산과 지나온 길>

 

 

<위에 대미산 사진 우측 부분 연결 사진/월악산과 문수봉이 보인다>

 

 

<확 당겨본 월악영봉>

 

 

<묏등바위에서 본 황장산 정상부위>

 

 

<황장산 오르는 로프길/발 지지대도 따로 없습니다>

 

 

<황장산 우측은 절벽 낭떠러지>

 

 

<황장산에서 본 운달산 방향>

 

 

<황장산에서 본 도락산/어쩐지 떠있는 섬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황장산 정상에서 좌측으로 뻗은 투구봉 지능선/ 왼쪽 끝에 도락산이 보입니다.>

 

 

<황장산 정상길/옆으로 걸쳐진 로프를 잡고 조심조심..아래는 벼랑!>

 

 

<황장산 정상석/1,077m .. 옆에있는 이정표에는 대미산 3시간10분,벌재 3시간10분, 안생달 1시간30분이라 적혀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황장목?/황장산은 궁궐에서 쓰는 목재를 공급하는 封山이라죠?

  제 기억에 치악산도 구룡사 매표소 들어서자마자 왼편에 봉산석이 있었던거 같던데...>

 

 

<황장재에서 본 감투봉/하얀 윗부분 암봉을 로프타고 데롱데롱 매달려 내려왔습니다.>

 

 

<신비한 모습의 천주산/산줄기 왼쪽 아래가 동로면이고 우측 나무에 가린 산은 공덕산입니다.

  이 사진에서는 안 나타나는데 벌재쪽으로 더 가서 보면 산 정상이 정말 입벌린 붕어모양입니다>

 

 

<벌재가는 암봉 능선길의 우측면/거대한 하나의 바위산입니다.>

 

 

<뜀바위/키높이 정도 되어 보여 위에서 아래로 뛰어서 건넜는데 발목이 시큰시큰..>

 

 

<시루떡 바위/벌재가는 능선길에 있는데 정말 시루떡 포개놓은듯 합니다.>

 

 

<폐백이재쯤에서 본 지나온 암릉길/좌에서 우방향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벌재내려가는 길/신난다고 속도내다보면 절개지로 추락합니다.>

 

 

<벌재 표지판>

 

 

<벌재 길건너에서 본 절개지와 내려온 길>

 

 

<월악농원 입구 길/대간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집니다.>

 

 

<돌목재전 봉우리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1000m봉과 문복대/저 높은 산을 또 넘어야합니다.>

 

 

<돌목재>

 

 

<문복대>

 

 

<소백산 농원>

 

 

<저수령 휴게소 바로 전에 있는 장구재 임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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