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두동에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3시40분, 대간 마루금까지 1시간이상 소요되기에 조금이라도 더 차를 타고 이동할 욕심으로 기사 아저씨를 설득한다. 1km 남짓 전진, 그래도 거리가 조금 줄어들었다는 위안에 속마음은 넉넉해진다.

4시 정각. 모두들 날렵한 솜씨로 복장을 갖추고 출발. 오늘 산행은 거리(도상 : 18.9km, 실거리 : 약20km)가 짧기 때문에 빨리 갈 이유가 없다. 다만 오늘 대간 졸업식 행사를 위해서 너무 늦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시간을 잘 조절하여 산행을 해야 했다.
이곳은 대간2차 산행때 교장선생님과 박사장님이 선두로 곰넘이재를 올라가다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다 실패하고 약2시간을 되돌아온 곳이다. 그래도 속도가 워낙 빠른 분들이라 후미를 추월하여 다시 선두권으로 진입한 타고난 산꾼 들이다.

5시5분 곰넘이재에 도착하니 등이 후끈 후끈한 것이 땀나기 일보직전이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뒤에 오는 일행들을 기다렸다. 오늘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될 수 있으면 함께 가고 싶어서이다. 등이 서늘해짐을 느낄 때 일행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본격적인 대간의 능선으로 접어들었다.

하늘을 보니 구름한점 없이 맑았으며, 그 속에는 마치 수많은 보석을 뿌려놓은 듯 작은 점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내일 밤이면 한반도 상공에서 많은 유성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 그래서 인지 벌써 두 번이나 유성의 꼬리를 보았다. 그 유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남북이 하나가 되어 절반의 백두대간이 아닌 완전한 하나의 백두대간을 걸을 수 있다면.....

구룡산은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인데 가면 갈수록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 싶다. 잡목이 자꾸 발목을 잡고 심지어 얼굴과 눈을 할퀴어 인상을 찡그리게 한다. 한창 잠들어 있을 시간에 깨워서 화가 난 모양이다. 구릉지대와 고직령을 넘어서 구룡산을 향해 한발한발 올라갈 때는 꼭 별이 내 앞으로 한뼘한뼘 다가오는 착시현상까지 일어난다.

6시25분 구룡산(1,345m). 뒤를 돌아보니 멀리 동쪽으로부터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해가 뜨기에는 3∼40분 더 있어야 한다. 앞을 보니 저 멀리 옥돌봉이 우뚝 서있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간식을 먹고 나니 바람결에 온몸이 으실으실 춥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한참을 내려오니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가 나타난다. 비상도로 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방화선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해는 이미 동편에 높게 떠올라 능선과 계곡마다 그 온기를 골고루 퍼트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후미까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아침을 먹게 되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런 기회에 산불조심에 대해서 재삼 당부를 하였다. 특히 요즘 같은 건조기에는 아주 위험하다. -애연가 여러분 담배불 조심 합시다.-

3차 백두대간에는 크게 세그룹이 있는데, 그 첫그룹은 장안평사단으로서 열명 안팎의 인원으로 한팀을 이루며 지금껏 빠짐없이 매우 열성적이다. 또 현재 본회의 회장님으로 위촉된 구달서 전무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바로 장안평사단이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은 고2학생인 박형준 가족이다. 아버지, 삼촌, 동생 등이 한팀을 이루며 백두대간에 살고 백두대간에 죽는다는 구호와 함께 온갖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분들은 한발 더 나아가 전가족의 백두대간화를 부르짖고 있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옆에서 지켜볼 때 처음에는 몹시 힘겨워했는데 요즘은 중간과 선두권을 오가며 향상된 체력을 보이고 있다. 저 나이 때면 싫다고 할만도 한데 오히려 즐기는 듯이 늘 밝은 모습이다. 세 번째 그룹은 나홀로 팀들로서 이제는 서먹서먹함을 넘어서 하나의 동지애로써 서로를 격려하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제일 낯설고 의지할 곳이 없어서 쉽게 싫증을 낼만도 한데 의외로 의지가 강하다.

8시42분 도래기재 도착. 봉화군에서 백두대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내리막, 오르막에 통나무를 잘라서 계단을 만들어 놓고 밧줄까지 매어 놓았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15분 휴식을 취한 후 옥돌봉으로 향한다. 경사가 제법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여유 있게 오던 것과는 달리 등에 땀이 흠뻑 젖는다. 모두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는 순간..... 어떤 분은 길옆에 있는 나무를 끌어안고 고뇌의 대화를 나눈다. 한계점에 도달한 자신의 체력을 통탄하면서.... "오!어찌 세월은 이리도 무심한지...." 9시55분 옥돌봉(1,242m)에 도착하니 그간의 고통은 온데간데없고 기쁨과 환희가 충만된 얼굴로 저마다 아우성이다. "아이구 죽껏네. 예전 같지 않아. 헉∼헉∼" "그래도 해냈어!"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으며 갈림길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대간길은 좌측) 뒤를 돌아보면 그동안 걸어온 능선이 보인다. 멀리 국가시설물이 보이는 것이 함백산임을 알려주며, 그 옆으로 장군봉과 태백산(천제단)이 봉긋봉긋 솟아 있다. 그리고 신선봉, 구룡산 등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30분간 휴식을 취한 후 마지막 종착지로 향했다. 10분을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대로 직진하면 주실령으로 가는 길이고 대간 길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자칫 무심코 가다가 잘못들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박달령까지는 완만한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시간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11시40분 박달령 도착.

오늘 대간 졸업식은 일원동에서 산수숯불갈비를 하시는 정성석 사장님이다. 대간2차때 본 구간 산행시 사업으로 인하여 빠진 후 1년이 지난 오늘에야 백두대간 완주 기념패를 받게 되는 것이다. 지금껏 대간을 할 때면 늘 싱싱한 삼겹살을 조달해 주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지원이 된다는.... 지면을 통하여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사업이 번창하시길 기원해 본다. 간략하게 고사를 지낸 후 기념 촬영.... 모두들 나도 저럴 때가 있을까하는 부러움 섞인 표정들.... 한발한발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지리산에 도달하지 않을까.....

박달령에서 오전약수터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13시20분 산행완료) 다음에 올라갈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다음구간은 오늘보다 더 거리가 짧기 때문에 전체적인 부담은 적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