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기맥 03. 가드릿재-삼봉-혼백산-천봉산-과역, 막걸리가 생각난다.

 

Mt. 0711  삼봉(107.3m) * 혼백산(183m) * 千峰山(193.1m) - 전남 고흥군

 

산 행 일 : 2007년 3월 18일 일요일
산의날씨 : 흐림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도상)거리 : 약 16.9km ⇒ 가드릿재 <2.2> 삼봉 <2.7> 혼백산 <1.2> 천봉산 <6.4> 월악산 
                       갈림 <2.2> 월악 육교 <1.0> (송학고개) <1.2> 과역 버스터미널 

 

산행시간 : 9시간20분 (식사 휴식 1시간 34분포함)
              가드릿재·2차선 도로 <0:24> 온동 서쪽 약 70봉 <0:26> 삼봉 전 약 80봉 <0:09> ▲
삼봉 <0:25> 탄포삼거리·구 15. 27번 국도(2차선)·경찰 검문소·탄포 육교 <0:21> 야정·고인
<0:33> 혼백산 <0:41> 천봉산·무인산불감시시설 (삼각점 찾느라 11분 소비) <0:34> 신사당
고개 앞 <0:12> 2차선 도로·상와 승강장 <0:33> 옥천저수지 남쪽 약 90봉 <0:18> 송정 남쪽
묵정밭 <0:26> 덕촌 앞 2차선 도로 <0:29> 월악산 갈림봉·남양. 과역면 경계 <0:19> ×125봉
<0:23> 가산제 앞 임도 <0:17> ▲152.7봉 <0:13> 월악 육교·15. 27. 77번 국도(4차선) 위·도천
리 지석묘 군 <0:14> ×140봉 <0:15> 2차선 도로(송학고개) <0:23> 과역 버스터미널

 

참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순천(2004년 편집본). 고흥(2005년 수정본)지형도

 

 

                                          월악 육교를 향해 내려가면서 본 팔영산

 

가드릿재∼(송학재) 구간은 비산비야(非山非野) 지대로 작물이 심어진 밭을 거슬러야 하며 나무
등으로 인하여 앞이 잘 안 보이는 지능선이 분기하는 산에서는 지형도 확인을 게을리 하면 엉뚱
한 곳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또한 산길이 확실한 곳도 있으나 맹감, 찔레, 잡목을 헤치며 진행해야 하므로 갑갑하더라도 두꺼
운 바지를 입으면 상처를 덜 입을 것 같다.

 

              
              

 

                                                     오늘 산행 구간도

 

시원스럽게 뚫린 4차선 도로를 따르다 동강 진입로로 빠져 북부 도서관 앞에 이르자 택시 한 대
가 세워져 있어 옆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창에 쓰인 전화번호(011-9433-2485)로 전화를
하니 "바로 가겠다"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다른 택시가 우리 앞에 다가오는데 남자가 아닌 여자 분이다.
"남편이 바빠서 제가 왔습니다" 알고 보니 부부가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며 "가드릿재로 가자"고
하자 "언젠가 남자 한 분을 거기까지 태워다 드린 적이 있다"라고 한다.
며칠 전에 통화한 강성호 님이 "동강에 주차해 놓고 택시를 이용했다"고 하더니-

 

 

                                               가드릿재-정면이 대서면 방향

 

동강면과 대서면 경계인 가드릿재에 닿아 택시 요금 3,000원을 지불함과 동시에 "조심해서 다녀
오라"는 인사를 받고 들머리를 살펴보니 땅바닥에 한 분의 노랑 표지기가 떨어져 있다. 

 

 

                                                             바위 봉

 

08 : 55 그 것은 물론 내 표지기도 나무가지에 매달고 '오늘은 또 얼마나 시달려야 하는가?' 생각
하면서 좌측 아직은 키 작은 삼나무가 심어진 산길로 오르자 가시덤불을 제거해 놓았다.
'세상에 이리 고마운 일이...' 그러나 호사스런 기분은 불과 5분, 약 90봉에 이르자 예상했던 대로
길은 물론 안 보이고 너무나 거친 모습에 그저 한 숨만 나온다.
굵은 바위들이 모여있는 곳을 돌아가자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시누대 밭이 나온다.

 

 

                                                   시누대밭을 통과하고

 

09 : 19∼26 시누대 밭을 통과하고 한 무덤을 지난 약 70봉에 닿자 벌써 맥이 풀려버린다.
지난 산행 때 우천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으나 한 번 더 걸으면 된다는 여유를 갖고 '오늘
은 과역까지 가야 한다'고 작정했는데 아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겠다.

 

 

                                       좌로부터 두방산, 병풍산, 삼각형 모습의 첨산

 

09 : 30 잠시 진행하자 문화 유씨 넓은 묘역이 나오고 이어 농로가 이어지며 조망도 트인다.
누군가가 포터 차를 산에다 버렸고 생활 쓰레기도 보여 떱떠름하다.

 

 

                                                마을 정자와 삼봉-맨 우측

 

직진하는 면계 능선 우측 감나무 밭을 휘돌아 동강면과는 작별하고 대서면으로 들어서면 가야할
산줄기의 통신탑이 보이고 노거수 아래 콘크리트 바닥인 온동 마을 정자와 '금령 김씨 기실비'를
스쳐 좌측 계매로 이어진 1차선 도로에 이른다.
통통해진 풋마늘을 보자 갑자기 막걸리 생각이 나면서 입안에 군침이 돈다.
구근이 여물지 않은 풋마늘 껍질을 벗겨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쩝쩝...

 

09 : 52∼10 : 03 폐 축사 옆 밭둑을 따르다 앞 봉을 향해 대충 치고 오르자 '청주 안공' '부인 수
원 백씨' 쌍묘가 있는 약 80봉으로 잠시 좌측 남양면과 우측 대서면 땅을 밟고 가게 된다.
이 곳에서 자칫하면 좌측으로 보이는 통신 탑을 향해 갈 수 있겠는데 온동에서 본 통신 탑은 우
측 약 50m 거리의 안부에 있어 안 보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SK텔레콤 동강기지국' 철조망 좌측으로 오른다.

 

 

                                                         삼봉 삼각점

 

10 : 12∼29 '순천 317. 1996 재설' 삼각점이 설치된 삼봉, 나무로 인하여 조망은 없다.
친구는 나름대로 필요한 지점이라고 여겨지면 "야 여기에 하나 걸어라"며 오히려 나보다 더 적극
적으로 나오는데 그 이유는 여수지맥에서 정병훈 님의 표지기 덕을 많이 본 탓이다.

 

 

                                                  삼봉에 표지기 하나 걸고

 

아닌게아니라 표지기가 안보여 '삼봉 107.3'이라 적어 나무가지에 매달아 둔다.
삼봉을 내려서면 학교 운동장 몇 배 되는 공터를 만드느라 산을 깎아 버렸고 현재 공사는 하고
있지 않으며 판매용 잔디밭 부근 마늘밭에서 김매는 부인에게 여쭤보니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90봉에서 본 삼봉과 폐기물 처리장 터(아래)

 

10 : 43 마치 채석장 같은 돌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 자갈 투성인 약 90봉에 오르자 조망이 트
이고 탄포 육교가 지척이며 잠시후 대서면과도 작별하고 온전한 남양면으로 들어선다.

 

 

                                          90봉을 내려가면서-앞이 탄포 삼거리

 

10 : 54 판매용 잔디밭 가장자리와 민가 옆길을 이용하여 길 건너 구멍가게에서 캔 커피를 사 마
시는데 검문소 전경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옛날 같으면 검문 감이 분명하다.

 

 

                                             육교를 건너 절개지 위를 지나면서

 

탄포 육교를 건너 우측 절개지 초입 무덤에서 일하는 분들을 의식하고 철망 밖 도로 쪽으로 이동
하여 철망이 끝나는 지점 나주 임씨 묘지(무덤 3기)에 이른다.

 

 

                                                         멋있는 버섯

 

좌측으로 꺾어 조금 가자 가시밭이고 바로 앞이 고인돌 위쪽 무덤인데 두 분이 대리석을 설치하
다 우리를 바라보지만 어쩔 수 없이 찔레덤불을 헤치며 "죄송하다"며 정중하게 인사한다.
"뭣 헌다고 까시밭으로 들어갔소?"
"과역까지 가는 중인데 저기 앞에 보이는 산이 혼백산이 맞습니까?"
"맞기는 맞소만 거그는 구신들이 많이 살고 있는디...? 여그는 숫캐골이고"

 

 

                                              고인돌-무덤을 거슬러 내려왔다.

 

11 : 15 "수고하십시오" 다시 인사를 하고 바로 앞 고인돌 군락지를 지나 아평 마을 진입로를 거
슬러 묘지를 만들면서 낸 길과 묵은 임도 등을 따라 오른다.
방치된 듯 싶은 밤나무 밭 간벌 지역은 썩은 나무가 널브러졌고 무덤이 있는 약 110봉에서 좌측
으로 꺾어 잠시 가다 철망 옆을 따르게 되는데 우측은 흑염소 방목장이다.

 

 

                                                         흑염소 방목장

 

11 : 44 활짝 핀 참꽃을 가끔 만나면서 능선분기점에 이르러 지척인 혼백산으로 간다.
4분 후, 대낮이라 귀신들은 만나지 못하고(?) 쌍묘가 자리한 혼백산을 둘러보고 되돌아 온 분기점
에서 남쪽을 겨냥하고 내려가는데 맹감나무가 성가스럽다.

 

 

                                                     콘크리트길 삼거리

 

12 : 05 좌우 주교1제와 운교 마을로 이어지는 콘크리트길 삼거리.
이제 1:50,000 지형도는 순천에서 고흥으로 바뀐다.


보리밭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 한동안 가면 상당히 큰 포개진 바위가 길을 막아 우측으로 돌자 작
은 돌탑이 만들어졌는데 무엇인지 모르겠으며 쉬어가기 좋은 납작 바위들이 더러 있다.
둔덕을 넘고 임도를 거슬러 가늘고 빽빽한 솔밭사이를 걸어 오른다.

 

12 : 23 길이 난 능선에 이르러 살펴보니 역 종주 시 우리가 오른 길은 계곡으로 빠지는 형국이
고 직진은 길도 좋을뿐더러 능선으로 이어져 잘 못 갈 우려가 다분해 표지기를 걸어 놓는다.

 

 

                                             천봉산에서 본 지나온 산줄기

 

12 : 29 무인산불감시시설이 있는 천봉산.
삼각점이 안 보여 옆 봉을 둘러보기로 하고 좋은 길 따라 가자 파묘하느라 낸 길이었으며 다시
되돌아 나와 잡목사이로 또 다른 봉우리로 가보니 억새만 있을 뿐 역시 삼각점이 없어 처음 오른
봉우리도 돌아왔는데 멀리서 보면 이 곳이 가장 높게 보이니 천봉산이 맞는 것 같다.

 

12 : 40∼13 : 18 햇볕도 따사로워 느긋하게 밥을 먹고 주변도 돌아본다.
자재를 실어 오르느라 내었는지 임도 같이 넓고 솔가리가 포근한 비단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뿐 임도 우측 능선에 오르면 소나무를 간벌하여 즐비하게 쌓아 놓은 곳을 수
없이 넘나들고, 억새와 함께 찔레가 심하게 어우러진 곳에서는 기를 쓰며 헤쳐간다.

 

 

                                       억새와 가시가 어우러진 곳을 헤쳐 나간다.

 

어렵사리 임도로 내려서 우측 넓은 묘역을 지나 2차선 도로가 지나는 신사당 고갯마루 위에서 길
을 잘 못 든 것을 알아채고 좌측 산사면을 무조건 치고 나가 다시 임도에 닿고 보니 정통종주를
한답시고 임도를 피한 것이 그만 사서 고생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농협창고

 

14 : 04 농협 창고 뒤쪽 장동으로 가는 길을 따른다.
묘목 밭을 지나 우측 밭으로 올라 한참 가다 엇비슷한 넓은 길 사거리를 거슬러 옥천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참호 있는 낮은 봉에 이른다. 

 

 

                                                   멀리 여수지맥이 보인다.

 

14 : 24 옥천 저수지 우측 콘크리트길을 걸으면서 산줄기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여수 돌산 산줄기 무슬목이 떠오른다.
판매용 잔디밭을 거슬러 무덤들이 있는 안부에서 대략 20여 마리의 꿩 가족 비상에 깜짝 놀라기
도 하고 마늘밭과 보리밭 그리고 무덤들을 수시로 만나고 헤어진다.

 

 

                                                         억새와 개나리

 

14 : 44 좌측 송정 마을로 이어지는 깊숙한 콘크리트길을 거슬러 억새 밭에 핀 개나리도 보고 묵
혀진 밭에 멋대로 자란 키 큰 억새를 헤쳐 나간다.

 

14 : 55∼15 : 04 월악산이 좌측으로 보이고 우측에도 높은 봉우리가 올려다 보인다.
퍼질러 앉아 휴식을 취하다 무심코 좌측으로 가자 저수지가 보여 다시 되돌아 서 갈림길이 있는
밭 가장자리를 타고 오르면서 보니 그 저수지는 통세골 저수지가 분명하다.

 

 

                                                       편백나무 조림지

 

15 : 13 편백나무가 심어진 봉에서 좌측, 동쪽으로 꺾고 무작정 내려가니 좌측이 콘크리트로 포장
된 과수원 앞으로 마루금을 벗어나 신사당 고개 부근에서와 마찬가지로 산사면을 따른다.

 

 

                                             콘크리트길을 타고 와도 되는데(?)

 

15 : 27 '큐 개발'이라 쓰인 파란 창고가 있는 장담과 노송으로 이어진 2차선 도로에 닿아 뒤돌아
보니 과수원으로 콘크리트길이 연결되었다.

 

 

                                                       이름 모르는 꽃

 

15 : 37 커다란 밭 가장자리를 지나 좌측 덕촌으로 넘어가는 1차선 도로를 거스르고 농로 또는
임도를 따르다 월악산 방향으로 적당히 치고 오르는데 이름 모를 꽃밭이 펼쳐진다.

 

15 : 59∼16 : 06 구덩이가 있는 약 130봉에서부터 좌측은 과역 땅으로 잠시 면계를 따른다.
월악산이 높아 보여 오르길 포기하고 우측으로 내려서지만 길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다 125봉에서
는 예전 TV안테나가 선 곳까지 갔다 다시 되돌아서는 등 애를 먹는다.

 

 

                                         고갯마루를 거슬러 오르면서 뒤돌아보고

 

16 : 48 가산제와 장담으로 이어지는 고갯마루 넓은 길을 거슬러 앞 봉을 보고 오른다.
가늘고 비틀어진 소나무 사이를 힘겹게 오르면 능선이 완만해지다 조금만 치고 오르면 정상이다.

 

 

                                                          152.7봉 삼각점

 

17 : 05∼10 '고흥 407. 2002년 복구' 삼각점이 박힌 152.7봉은 남양면과 과역면 경계로 이제 과역
면 땅만 밟고 가게 된다.

 

 

                                            월악 육교-건너편 우측이 지석묘 군

 

조금 내려가면 좌우 자동차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려오고 팔영산도 보다 가깝게 보인다.
광산 김씨 묘지 좌측 좁은 콘크리트 조각 계단을 타고 내려 월악 육교를 건넌다.

 

 

                                                             지석묘

 

17 : 25 전남지방기념물 제197호로 지정된 도천리 지석묘를 살펴본다.
우측 축사의 개 몇 마리가 밥값을 하느라 시끄럽게 짖어댄다.
상수도 시설물 옆을 스쳐 편백 조림지를 지나 몇 몇 봉우리를 넘나드는데 길은 좋다.


104봉을 넘어 나오는 엇비슷한 사거리에서 직진한다.
마지막 안부와 진달래 군락지 그리고 무덤을 지나면 차량이 질주하는 4차선 도로와 과역면 소재
지에서 호덕리로 가는 2차선 도로-나는 송학고개라 표현하였다-가 내려다보인다.

 

 

                                            (송학고개)에서 본 호덕리로 가는 도로
    
17 : 52 짓다만 건축물이 있는 서쪽, 산불조심 깃발이 나부끼는 2차선 도로로 내려선다.
삼각점이 표시된 84.5봉을 넘어 석촌 마을 지하통로까지 가야 과역 버스터미널에 접근하기가 쉬
울 것 같아 그 곳을 오늘 종착지로 삼았는데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도로를 따라 소재지로 들어서 슈퍼에서 캔 맥주를 사 갈증을 달래고 부지런히 걷는다.

 

18 : 15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동강 차표 두 장을 사면서(2,400원) 배차 시간을 물어보니 20분
간격으로 "25분 버스가 있다"라고 한다. 


"다음에는 초장을 좀 갖고 오자. 아예 막걸리도 한 병 갖고 오고"
".....?"
"두릅나무가 지천 아니더냐. 니 술안주로 좋겠더라"
"두릅을 생으로 먹을 수 있을까? 하긴 풋마늘이 있으니... 크크크"
또 입안에 군침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