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지리산 연하천-삼도봉-성삼재) 산행기<17차>

 

0 산행 일자

  2012.7.15  일요일   날씨:흐리고 가끔 비, 산안개

0 산행지

  백두대간(지리산 연하천-삼도봉-성삼재)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군

0 산행 코스

  음정마을 임도차단기(10:37)-음정삼거리(11:30)-삼각고지(음정갈림길)(12:55)-연하천대피소(13:11)-명선봉(13:43)-토끼봉(14:50)-화개재(15:23)-삼도봉(15:58)-노루목(16:18)-임걸령(16:44)-피아골삼거리(16:56)-돼지령(17:08)-노고단고개(18:02)-노고단대피소(18:11)-성삼재(18:54)

0 산행 거리(포항셀파산악회 기준)

  20.97km(대간 14.57km, 접근 6.4km)   * 총 누적거리 315.66km(대간 283.96km, 접근 31.7km)

   * 음정마을 임도차단기-3-음정삼거리-3.4-삼각고지(음정갈림길)-0.7-연하천-2.94-토끼봉-1.25-화개재-0.75-삼도봉-2.15-임걸령-1.05-돼지평전-2.23-노고단-3.5-성삼재

0 산행 소요시간

  8시간17분(10:37-18:54)   * 총 누적시간  160시간6분

0 산행 함께 한 사람

  단독

0 산행기

 

장마철인 요즈음 토.일요일에 산행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로써는 기상예보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쉬는 날에는 날씨가 좋아 야외활동을 하는데 지장 없기를 간절히 바라건만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수 없는 것 천재지변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16차에 걸친 백두대간 산행길도 어느덧 누적거리 270여 킬로미터를 달리고 있는 마당에 목에 가시가 걸려 있는 것처럼 께름칙한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지리산권의 한 구간(연하천-성삼재)이 미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림 같은 집을 짓는데 있어 벽돌 한 장이 휑하니 빠져 있는 것처럼 느껴져 장맛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지리산에 불쑥 파고든다.

연하천에서 성삼재 구간인 백두대간에 접속하기 위해 지난 6월24일 하산지였던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음정마을로 진입한 뒤 벽소령대피소로 가는 임도 차단기 앞 공터에 승용차가 멈춰 선다.

 

조금 늦은 시각이라 야간 산행은 물론 우중 산행까지 염두에 두며 차단기를 지나 넓은 임도를 걷기 시작한다.(10:37)

다행이 굵은 비는 그쳤지만 지리산 능선을 넘나드는 비구름의 영향으로 보슬비가 내린다.

마침 전날 이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 입산이 통제되었는데 아침 7시를 기해 해제되어 대피소에서 묵었던 등산객들이 빗물에 흠뻑 젖은 채 내려오는 모습은 패잔병과 다를 바 없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임도삼거리(음정삼거리)에 도착한다.(11:30)

임도에는 '음정 4.1km, 벽소령대피소 2.6km, 연하천대피소 3.2km'라 적힌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여기서 5분 휴식을 한 뒤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돌계단을 따라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든다.

 

지난번 이곳을 통해 내려올 때 너덜과 가파른 경사로 말미암아 오를 때 꽤나 힘들겠구나 생각을 하였는데 역시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워낙 가파르고 습기까지 머금고 있어 작은 콧구멍과 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산소 공급을 요구해 몇 십 미터 진행하지 못하고 가다서다 반복한다.

샘터에 도착하자 남녀 한 쌍이 비박을 하였는지 타프와 그물망을 쳐 놓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다.(11:59)

비탈길은 계속되고 주변에 안개가 지나갈 때면 이슬비가 내리며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땀과 범벅이 되어 우의를 착용할 이유가 없다.

 

고생 끝에 지리산 7암자 순례길인 삼정산으로 가는 능선에 도착한다.(12:30)

이제 가파른 길은 막을 내리고 서서히 오름길이 펼쳐지는 산죽 능선이다.

얼마 안가 만나게 되는 해발 1,370m의 '지리13-18' 119구조목에는 연하천삼거리 즉, 임도까지 1km, 삼각고지 즉, 지리산 주능선인 백두대간에 접어드는 삼각고지까지 1.5km가 남았다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12:37)

 

임도를 벗어나 삼정산 능선까지 약 1km 구간 힘들었던 표정은 거칠게 부는 바람에 날려 버리고 룰랄라 흥얼거리다 삼각고지 삼거리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안개가 자욱하다.(12:55)

지금 이곳에서는 안개라 부르지만 산 아래 평지에서 바라볼 때는 분명히 구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지난 6월24일에는 등산 안내도와 119구조목만 있었는데 최근 '음정 7.5km 벽소령대피소 2.9km, 연하천대피소 0.7km'라 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놓았다.

 

이곳 백두대간에 접속하기 위해 2시간18분이 걸린 셈이다.

삼각고지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는 0.7km 밖에 되지 않고 길이 순탄해 방심하며 걷다 경사진 돌길에 발부리가 부딪치며 장단지에 쥐가 나고 만다.

한순간 마비로 맥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을 참아가며 겨우 응급조치를 취한다.

잘 다듬어진 길을 벗어나자 연하천대피소다.(13:11)

 

평소 같으면 등산객의 주요 정거장으로 식사를 하는 시간대임에도 낯선 나홀로 등산객을 맞이하는 대피소는 그저 적막하기만 하다.

취사장 앞 의자 빗물이 젖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걸터앉아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데 한기까지 들어 억지로 씹어 삼킨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바람에 넘어진 쓰레기통을 세우기 위해 밖으로 나와 사람 얼굴을 간신히 볼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지리산은 텅텅 비어 있는 유령의 집 같다.

 

대피소에서 식사를 마친 뒤 성삼재로 가는 길목에는 노고단까지 10.5km라 적힌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목재 계단에서 4명의 등산객과 마주치고 오르다 명선봉에 오른다.(13:43)

딱히 명선봉 머리끝이 어느 곳인지 찍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산정이 부드러워 '천왕봉 15.4km, 연하천대피소 0.4km, 화개재 3.8km, 노고단 10.1km'의 이정표가 있는 곳을 명선봉 꼭대기라 일컫고 싶다.

 

100m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낀 지리산 능선을 걷는 기분은 몽환적이다.

비록 시야는 가려져 있지만 그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옛 풍경을 짜 맞추며 걸으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명선봉에서 목재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 토끼봉이 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동전화 긴급통신 중계기를 벗어나고 토끼봉에 근접하는 오르막 목재 계단에서 충북 제천 00은행에서 근무 한다는 등산객과 마주친다.

식수가 떨어졌는지 연하천대피소까지 가는 도중 식수를 공급 받을 곳이 있느냐 물어 와 녹지 않은 얼음물을 한 컵  따라주니 고마운 표정이 역력하다.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지리산 종주를 하려다 중간에서 힘이 들어 이를 포기하고 다시 성삼재에서 출발 오늘은 연하천대피소에 묵을 예정이란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 무사 완주를 바라며 서로 등을 돌려 행선지로 향한다.

잠시 후 넓은 헬기장이 있는 해발 1,534m의 토끼봉에 도착한다.(14:50)

이름 그대로 토끼봉에는 토끼 한 마리 보이지 않고 단체 등산객들이 여기 저기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안개가 드리워져 초저녁 같은 느낌이다.

 

토끼봉에서 화개재까지 1.2km, 노고단까지 7.5km라 이정표가 알린다.

계속되는 내리막 걷는 길은 수월하지만 간혹 빗방울이 떨어져 산행을 방해한다.

양쪽으로 길게 목재로 칸을 만든 뒤 돌을 박아 놓은 넓은 길이 쭈욱 이어진다.

'지북01-15' 119구조목(반야봉 3.0km, 연하천대피소 3.5km) 지점 부근에서 잠시 앉아 휴식하며 간식으로 힘을 보충한 뒤 0.8km 떨어진 화개재로 향한다.(15:02)

 

헬기장과 공터가 있는 화개재에 내려선다.(15:23)

이곳은 뱀사골 계곡과 연결되는 삼거리 분기점으로 '반선 9.2km, 노고단 6.3km, 연하천대피소 4.2km'의 이정표가 있다.

화개재는 지리산 능선에 있었던 옛날 장터 중의 하나로 경남에서 연동골을 따라 올라오는 소금과 해산물, 전북에서 뱀사골로 올라오는 삼베와 산나물 등을 물물교환 했던 장소다.

 

지금은 사통팔달 교통이 발달하여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어떻게 무거운 짐을 지고 이곳 높은 곳가지 오르내렸을까.

그 당시 고달팠을 민초들의 주름진 삶의 편린들이 주변에 맴도는 것 같다.

화개재에서 삼도봉에 이르는 짧은 구간 오르막에는 지리산 종주객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일명 죽음의 계단이 기다린다.

폭 1.5m, 길이 330m에 설치한 목제 데크 계단 한 개 한 개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을 토해내야 통행을 허락 하는 코스다.

 

입구 기둥에는 500개가 훨씬 넘는다는 계단 숫자를 적어 놓았으며 10계단씩 세어 십 단위로 계단 아래에 적어 놓기도 하였다.

내려오는 무리들이 한없이 부러울 때 눈에 띄는 숫자는 겨우 150이라 적혀 있다.

계단을 힘겹게 벗어나 바위를 돌아 오르자 넓은 암반의 해발 1,499m의 삼도봉에 올라선다.(15:58)

전북, 전남, 경남의 행정구역이 만나 삼도봉이라 부르는 이곳은 1998년10월 3개 도가 하나 됨을 기리기 위해 화합의 증표로 삼각 동판을 세웠다.

 

맑은 날이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지리능선이 일품이건만 은막으로 가려져 있다.

여기서 노고단까지는 5.5km 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순탄한 길로 마음이 편안하다.

반야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벗어나 노루목에 도착할 즈음 빗줄기가 굵어져 우의를 입고 걸으니 시원하던 몸은 금세 끈적거린다.

노루목에 도착한 뒤(16:18) 한참을 내려서다 물맛으로 유명한 임걸령 샘터에 닿는다.(16:44)

생수병에는 차가운 물이 아직 넉넉하지만 콸콸 쏟아지는 물 한 모금 손바닥에 담아 들이키니 냉장고에서 막 꺼낸 물과 차이가 없다.

 

피아골삼거리를 벗어나(16:56) 헬기장이 있는 해발 1,390m 돼지령에 도착한다.(17:08)

이곳에서 노고단까지는 2.1km의 거리로 비는 그쳤지만 양 옆 키를 훌쩍 넘기는 나무들로 옷이 젖고 방수 등산화마저 제 역할을 다 한 듯 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노고단 고개로 가는 길 역시 너덜이지만 경사가 거의 없어 편하다.

이윽고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안개가 넓은 공간을 점령하고 있다.(18:02)

저 멀리 보여야 할 지리 능선은 어두운 안개에 파묻힌 지 오래다.

 

돌길 따라서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다.(18:11)

승용차가 주차된 음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무동 개인택시를 호출 7시에 성삼재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한다.

산행도 막바지에 접어들며 쥐가 났던 다리도 휘청거리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으로 부지런히 걸어 성삼재 주차장에 내려선다.(18:54)

 

삼한시대에 진한 대군에 쫓기던 마한왕이 전쟁을 피하여 지리산으로 들어와 심원계곡에 왕궁을 세우고 적을 막으며 오랫동안 피난생활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때 임시 도성이 있었던 곳이 달궁이라 이름 지어져 불렸다 한다.

그 당시 마한왕은 달궁을 지키기 위하여 북쪽 능선에 8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으므로 팔랑재, 서쪽 능선은 정장군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으므로 정령재, 동쪽은 황장군이 맡아 지키게 하였으므로 황령재, 그리고 남쪽은 가장 중요한 요지이므로 성이 다른 3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방어케 하였으므로 성삼재(姓三峙)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택시가 도착하지 않아 아득한 전설을 음미하며 전망대로 이동하니 구례 지리산온천 마을이 구름 속에 잠겨 있고 신선이 된 듯 뿌듯하다.

 

* 성삼재에서 음정마을 임도 차단기까지 승용차 회수: 백무동 개인택시  010-4422-5300, 055-962-5110

   택시요금  43,000원 

 

 

0 산행 사진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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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천에서 성삼재 구간인 백두대간에 접속하기 위해 지난 6월24일 하산지였던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음정마을로 진입한 뒤 벽소령대피소로 가는 임도 차단기 앞 공터에 승용차가 멈춰 선다. 

조금 늦은 시각이라 야간 산행은 물론 우중 산행까지 염두에 두며 차단기를 지나 넓은 임도를 걷기 시작한다.(10:37)

다행이 굵은 비는 그쳤지만 지리산 능선을 넘나드는 비구름의 영향으로 보슬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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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임도삼거리(음정삼거리)에 도착한다.(11:30)

임도에는 '음정 4.1km, 벽소령대피소 2.6km, 연하천대피소 3.2km'라 적힌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여기서 5분 휴식을 한 뒤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돌계단을 따라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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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에서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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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 도착하자 남녀 한 쌍이 비박을 하였는지 타프와 그물망을 쳐 놓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다.(11:59)

비탈길은 계속되고 주변에 안개가 지나갈 때면 이슬비가 내리며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땀과 범벅이 되어 우의를 착용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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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이곳을 통해 내려올 때 너덜과 가파른 경사로 말미암아 오를 때 꽤나 힘들겠구나 생각을 하였는데 역시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워낙 가파르고 습기까지 머금고 있어 작은 콧구멍과 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산소 공급을 요구해 몇 십 미터 진행하지 못하고 가다서다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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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지리산 7암자 순례길인 삼정산으로 가는 능선에 도착한다.(12:30)

이제 가파른 길은 막을 내리고 서서히 오름길이 펼쳐지는 산죽 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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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370m의 '지리13-18' 119구조목에는 연하천삼거리 즉, 임도까지 1km, 삼각고지 즉, 지리산 주능선인 백두대간에 접어드는 삼각고지까지 1.5km가 남았다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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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벗어나 삼정산 능선까지 약 1km 구간 힘들었던 표정은 거칠게 부는 바람에 날려 버리고 룰랄라 흥얼거리다 삼각고지 삼거리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안개가 자욱하다.(12:55)

지금 이곳에서는 안개라 부르지만 산 아래 평지에서 바라볼 때는 분명히 구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지난 6월24일에는 등산 안내도와 119구조목만 있었는데 최근 '음정 7.5km 벽소령대피소 2.9km, 연하천대피소 0.7km'라 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놓았다. 

이곳 백두대간에 접속하기 위해 2시간18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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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듬어진 길을 벗어나자 연하천대피소다.(13:11) 

평소 같으면 등산객의 주요 정거장으로 식사를 하는 시간대임에도 낯선 나홀로 등산객을 맞이하는 대피소는 그저 적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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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서 식사를 마친 뒤 성삼재로 가는 길목에는 노고단까지 10.5km라 적힌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목재 계단에서 4명의 등산객과 마주치고 오르다 명선봉에 오른다.(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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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명선봉 머리끝이 어느 곳인지 찍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산정이 부드러워 '천왕봉 15.4km, 연하천대피소 0.4km, 화개재 3.8km, 노고단 10.1km'의 이정표가 있는 곳을 명선봉 꼭대기라 일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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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낀 지리산 능선을 걷는 기분은 몽환적이다.

비록 시야는 가려져 있지만 그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옛 풍경을 짜 맞추며 걸으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명선봉에서 목재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 토끼봉이 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동전화 긴급통신 중계기를 벗어나고 토끼봉에 근접하는 오르막 목재 계단에서 충북 제천 00은행에서 근무 한다는 등산객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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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헬기장이 있는 해발 1,534m의 토끼봉에 도착한다.(14:50)

이름 그대로 토끼봉에는 토끼 한 마리 보이지 않고 단체 등산객들이 여기 저기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안개가 드리워져 초저녁 같은 느낌이다. 

토끼봉에서 화개재까지 1.2km, 노고단까지 7.5km라 이정표가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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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과 공터가 있는 화개재에 내려선다.(15:23)

이곳은 뱀사골 계곡과 연결되는 삼거리 분기점으로 '반선 9.2km, 노고단 6.3km, 연하천대피소 4.2km'의 이정표가 있다.

화개재는 지리산 능선에 있었던 옛날 장터 중의 하나로 경남에서 연동골을 따라 올라오는 소금과 해산물, 전북에서 뱀사골로 올라오는 삼베와 산나물 등을 물물교환 했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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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에서 삼도봉에 이르는 짧은 구간 오르막에는 지리산 종주객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일명 죽음의 계단이 기다린다.

폭 1.5m, 길이 330m에 설치한 목제 데크 계단 한 개 한 개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을 토해내야 통행을 허락 하는 코스다. 

입구 기둥에는 500개가 훨씬 넘는다는 계단 숫자를 적어 놓았으며 10계단씩 세어 십 단위로 계단 아래에 적어 놓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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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돌아 오르자 넓은 암반의 해발 1,499m의 삼도봉에 올라선다.(15:58)

전북, 전남, 경남의 행정구역이 만나 삼도봉이라 부르는 이곳은 1998년10월 3개 도가 하나 됨을 기리기 위해 화합의 증표로 삼각 동판을 세웠다. 

맑은 날이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지리능선이 일품이건만 은막으로 가려져 있다.

여기서 노고단까지는 5.5km 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순탄한 길로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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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에 도착한 뒤(16:18) 한참을 내려서다 물맛으로 유명한 임걸령 샘터에 닿는다.(16:44)

생수병에는 차가운 물이 아직 넉넉하지만 콸콸 쏟아지는 물 한 모금 손바닥에 담아 들이키니 냉장고에서 막 꺼낸 물과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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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삼거리를 벗어나(16:56) 헬기장이 있는 해발 1,390m 돼지령에 도착한다.(17:08)

이곳에서 노고단까지는 2.1km의 거리로 비는 그쳤지만 양 옆 키를 훌쩍 넘기는 나무들로 옷이 젖고 방수 등산화마저 제 역할을 다 한 듯 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노고단 고개로 가는 길 역시 너덜이지만 경사가 거의 없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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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안개가 넓은 공간을 점령하고 있다.(18:02)

저 멀리 보여야 할 지리 능선은 어두운 안개에 파묻힌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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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길 따라서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다.(18:11)

승용차가 주차된 음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무동 개인택시를 호출 7시에 성삼재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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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도 막바지에 접어들며 쥐가 났던 다리도 휘청거리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으로 부지런히 걸어 성삼재 주차장에 내려선다.(18:54) 

택시가 도착하지 않아 아득한 전설을 음미하며 전망대로 이동하니 구례 지리산온천 마을이 구름 속에 잠겨 있고 신선이 된 듯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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