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하가족 여러분!

신년 인사드립니다.

우리의 산하를 사랑하는...아마 산초꾼의

한사람으로써 우리의 산하를 보듬으면서 나름대로 올곳게

느낀점을 써가려하오니 많은 성원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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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남쪽 길은--금강산에서 내리뻗은 대간이 휴전선으로 내리치다보면

향로봉(1296)에 이르고--칠전봉(1172)에서 진부령으로 떨어진다.

 

여기서 부터가 출발하는 일반적 코스이다.

진부령--소간령--대간령(마산)--신선봉(1204)--미시령--황철봉(1381)

마등령--설악의 상봉인 대청봉(1708)--안부(귀떼기청봉:1577)

한계령으로 떨어져 다시--점봉산(1424)까지가 국립공원 설악산 종주 주코스이다.

 

우리일행은 이-설악코스를 느림보산행으로 지난가을 5--6회에걸쳐

보듬었는데...2004년 가을설악의 맛을 지금서부터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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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비취빛 계곡물에 넋을 뺏기고.

 

이-설악의 수렴동 계곡을 오른다. 짧아서 더욱 애틋한 단풍과의 사랑이

막--시작하는 구나!

이때가 아니면 결코 다시볼수 없는 가을의 찬연한 아름다움,

모두잊고 날보러 오라고

선홍빛 단풍이 우리를 손짓한다---호젓하게 오라고...

 

조금은 이른 이길을 가기위해 우리일행들은

서둘러 서울을 빠져 나왔고,백담사를 뒤로 한채 수렴동계곡으로 오른다.

계곡과 만났다 헤어지는 마음 도타운 오솔길이 일품이다.

 

사시사철 흐르는 물은 무심하지만 핏빛 단풍과 어우러진 청정옥수에

유혹을 느끼지않을 수 없기 때문에...

영혼까지 맑아지는 솔향을 맡으며  '걷는 행복'이 무엇인지 실감 한다.

 

한 굽이 돌면 나타나는 계곡,두 굽이 돌면 등장하는 설악의 연봉,

이렇게 깊은 산중에 이렇게 널따란 계곡이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물감을 풀면 이런 색이 나올까,에머랄드,비취,옥,...갖은 것을 다 대보아도

수렴동 물빛 만한 것이 없다.--여기에 노랗고 빨간 단풍잎들이

동동 떠가는 풍경을 상상 해보라니...아무리 無心한 사람이라도 멍하니 서서 계곡물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두툼한 어른 손바닥만한 열목어가 특유의 건강미를 뽐내며

유영을 즐기고 있다.--열목어가 괜히 神仙같이 보인다.

 

영시암에 다다르니 시장끼를 느낀다.

이 암자는 주지스님의 10여년이상 손수곡괭이질과 땀방울이 모여

이루어진 암자로 이곳에서 잠시  머물러 곡기를 부탁하니,

스님께서 손수준비하여주신...걸죽한 된장국에 버섯반찬으로

대접을 받고는 스님과합장을 뒤로한채

우리토종소나무 군락이 늘어선 오르막길을 넘어선다.

 

('나무는 자기자신을 위해서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의 저자 싸인회와

'30년만의 수학여행을 가는 반창회와 고함지기 모임을 멀리서 나마

축하를 드리며...다음을 기약 드립니다.

 

(소나무)

"외로운 나무는 하늘만 본다

지는 꽃이 슬퍼서

차라리 꽃피우지 않으련다

 

떨어지는 낙옆이 슬퍼서

화려하게 물들지 않으련다

 

둥글 둥글 사는 세상

굽힐줄도 알아야 하는데

하늘은 외로운 이들의 것

구름은 그리운 이들의 꿈

 

높이 높이 올라가도

발은 여전히 땅에 있다

겨울 오고 흰눈 덮여도

너는 하늘만 본다."

 

존재하는동안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 시킨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삶을 누군가에게 나눠주며 마무리 한다는 것,

이--나무들은 저렇듯 무심하게 '살아간다는 것'의

 

참 意味를 실천하는데,

어느덧 인생의 여름문턱을 훌쩍 넘어버린 나는...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한상경교수님글 참조)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 수 있겠는가?

하지만 늘상 신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앞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먼 미래를 걱정하는게 인간인가,

바위와 나무들이 보기엔 인간은 너무나 유약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내가 저들을 감상하며 잠길 때 저들은 나를 내려다보며

백년도 못살며 천년을 걱정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잠시 배낭을 풀고 계곡가 소나무밑에 주질러 앉아 버렸다.

 

우리의 이 소나무는 이렇게

말없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말없이 미소를 머금어 주는데...

 

한용운님의 '님만 님이 아니고 기룬 것은 다 님이라'

님의 침묵 서문에 나온 글귀가 귓전을

아른 거린다...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의 격류도 沼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오세영님의

강물이란 싯귀절을 되새기며

잠시 오수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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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골골에 숨어있는 진주들에 넋을 뺏기고.

 

영시암을 떠난지 2시간 정도오르니 백운과 수렴의 갈라지는

합수점에 닿는다.백운동게곡에서 우측의 지계곡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바위들이 이 길을 막는다.

 

비박굴도 많아 비라도 오면 당장 굴에 숨어들어야 할판이다.

내일 날씨가 조금은 걱정되지만,

선녀가 숨어 목욕이라도 했을 듯한 두개의 담을 지나자

계곡은 둘로 갈라진다.

뒷편으로 화채봉 능선이 마치 호랑이 한마리가 누워 있는듯하다.

 

코앞에 들이댄 용아장성은 정말 용의 어금니처럼

오뚝 솟아 기품이 느껴질 정도다.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암봉이 장관이다.

서북능선에 뻗어내린 암릉들과 용아장성의 암릉,

저 멀리 머리를 드러낸 공룡능선 등 골골에 숨었던 진주들이

드디어 그들의 참 모습을 드러 낸다.

 

雪嶽의 이런면 때문일까?

육당선생의 '설악기행'에서 금강산과 비교하며

"탄탄히 짜인 맛은 금강산이 더 낫다고 하겠으나 너그러이 퍼진 맛은

설악이 더 낫다"고 했다.

 

또 "설악산은 절세의 미인이 골짜기 속에 숨어있으되

고운 모습으로 물속의 고기를 놀라게 하는 듯"하다고 했다.

암자를 떠난지 3시간 정도지나 곡백운 '박용범악우비'가 있는 평평한 바위에

잠시 짐을 푼다.--'1383봉에 채 못다 피어 쓰러졌으나, 너 우리들 산 마음속에 남아 있어

정녕 외롭지 않으이'라고 쓴 문구가 가슴을 사로 잡는다.

 

비석에서 좀오르자

시원한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높이야 15메타정도 이지만

오른편 밧줄을 잡고 오르는 길이 쉽지는 않다.

30여분 정도 오르니 널따란 구들장이 나타났다.

 

심마니들이 만든 듯한 이 구들장은 우리일행이 묵기에는 더 없는

좋은곳이라 판단이되어 이곳에서 비박하기로 한다.

맑은 초가을 밤하늘이지만 산 날씨만큼 급변하는 것도 없다.

이-구들장에서 길은 두갈래로 나누어지는데

오른편은 서북능선의 귀떼기청봉과 한계령능선 사이의

안부로 올라가는 길이다.

 

안부(대간종주대의 야영지로 알려진)에 올라서니

나뭇가지 사이로 점봉산(진동리설피,1424)과 가리봉(인제대목.1519)이

눈에 들어 온다. 2년전인가 난 그곳에서 한겨울에 눈속에 같혀

원시인이 되어 보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 안부에서 귀떼기청봉 오름은 서쪽의

너덜지대를 통과해야한다.이 너덜지대는 황철봉의 너덜지대와 함께 우리나라에

빙하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좋은 증거이다.

 

이 너덜지대에 올라서자

멀리 구름에 가려 동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오대산 일대는 가을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이 귀떼기청봉에서

이--맑은 가을하늘을 힘껏 껴안아본다.

그리고 가슴깊숙히 이곳의 공기를 마신다.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잠시 기도를 드린다.

우리의 이번 느림보 대간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무리

할수 있게 해달라고...

긴---합장을 한다.

(음) 팔월 초나흘--닷새날에

머물고 드림.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