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9세) 백두대간종주를 완주하다.
총거리:690.55km 실거리:800km이상 걸었음.
누구와 : 대구K2산악회 5차종주팀 회원들과 함께.
시작한 날 : 2002년6월9일시작 2003년11월30일 완주.
백두대간을 시작한다고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진부령까지
왔습니다. 처음 1년은 둘째 넷째 일요일 산행을 하였고 6월달부터 6개월은
둘째 넷째 다섯째 일요일 무박2일 산행을 하였지요.
꼬박꼬박 쓸려고 마음먹었던 산행기는 바쁘다는 핑계로 몇 개 밖에
올리지 못하고 완주하게 되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무박으로 산행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모른답니다.
잠이 부족하여 잠시 쉬는 시간이면 자신의 무릎을 안고 잠들어 버린 아이. 너무 졸려서
골이 흔들리며 머리가 아파서 못 걷겠다고 떼쓸 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지요.
정훈이도, 저도 무릎이 아파서 무릎 보호대를 항상 하고 다녔지요.
작년 대간 길에는 눈도 많이 왔지요. 어른들 무릎까지 오는 눈길을 아이의 작은
보폭으로 어른들의 발자욱을 따라 걷기란 무척이나 힘에 겨워했지요.
올해는 왠 비가 그리도 많이 오던지 정훈이의 발보다 한참 큰 신발은 빗물과
함께 아이의 발목 인대를 자주 늘어나게 하였답니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을 물리치고
우리는 끝까지 해냈답니다.
k2산악회 5차종주 대원들께서 알뜰살뜰 보살펴 주신 덕분에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한 구간도 빠뜨리지 않고 완주를 할
할 수가 있었습니다.
정훈이가 힘들어 찡찡거리며 거북이 걸음으로 일행들을 힘들게 하고,
가끔씩 고집을 부려도 모두가 한결 같이 이해 해주시고 받아 주셨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k2 5차종주대 류성화대장님과 김재율회장님, 모든 대원님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모두들 한 가족같이 우리 모자를 위해주셨지요. 그 감사함은 영원히 모자의
가슴에 아름답게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모자가 백두대간종주를 완주까지 하도록 성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특히 신경수님의 격려의 말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곽연기님께서도 속리산 형제봉에서 뵈었지요. 격려의 말씀
고마웠습니다.
산처럼 크고 포근한 여러분들의 마음이 저희 모자 백두대간 완주를 하게 하였습니다.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래의 글은 제가 포스코 신문에 실었던 글입니다. 참고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아이"
[ 토요일 밤 아홉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과 함께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싣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토요일이 느긋하고 즐거운 날이겠지만, 우리 모자에게는 좀 힘들고 부담스러운 날이다. 야간 산행을 위하여 격주로 토요일 밤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한번도 거르지 않는 행사가 되었다.
아들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지 1년6개월이 되었다. 처음 초등학교 이학년 아들과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다고 하였을 때, 모두들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다. 그러나 아들과 난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각오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약하게 태어난 아들은 전신마취의 힘든 수술을 3번씩이나 받아야했고, 받아야했고, 그 때문인지 병원 문턱이 닳도록 잔병 치례를 많이 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하여 가끔씩 주위의 낮은 산을 오르던 중, 백두대간종주에 뜻을 두기로 하였다.
일요일 새벽으로 하던 산행을 1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무박2일로 산행을 해야 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 더니 어느 듯 백두대간 종주의 막바지에 와있다. (두 번의 산행만 하면 우리나라 최연소 백두대간 종주자가 될 것이다.) 그동안 아이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 마음도 부쩍 자란 듯하다. 처음엔 힘들다고 찡찡거리고 거북이걸음으로 일행들과 보조 맞추기가 어려웠다. 오르막을 싫어하고 내리막을 좋아하던 아이가 이제는 오르막을 오르며 내려가는 즐거움을 생각하고, 긴 내리막이 나오면 높은 오르막이 있으리란 생각에 올라갈 걱정으로 투덜댄다. 하루에 삼십 여개의 봉우리를 넘을 때도 있으니 내리막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자연히 깨닫는다. 대간 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고 양심 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분개 할 줄도 안다.
지난겨울 대구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함박눈이 대간 길에는 많이도 왔었다. 아이의 좁은 보폭으로 어른 무릎까지 오는 눈길을 따라 걷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천 미터가 넘는 산봉우리에 올라, 아이의 하는 말 “엄마, 누나는 참 불쌍해요.” 산 오르기를 싫어하는 중학교 2학년 누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힘들여 올라보지 않고서는 그 기쁨을 누릴 수 없다는 걸 아이는 다시 한번 깨달았던 것이다.
이번 여름 태풍 매미가 왔을 때도 산행은 계속되었다. 희미한 렌턴 불빛 하나로 비바람 치는 어둠 속을 헤치고 나가는 일도 만만치가 않았다. 온 몸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신발은 빗물로 가득 차서 걷기가 힘들고 무거운 신발은 아이 발목 인대까지 늘어나게 하였다. 야간 산행을 하려니 잠이 모자라 걸어가면서 졸다가 넘어지기도 수차례, 잠시 쉬는 시간이면 아이는 자신의 무릎을 안고 잠들어 버리곤 하였다. 캄캄한 어둠 속 어른 키의 몇 배나 되는 암벽을 오르고 내릴 때는 심장이 멎어 버릴 정도로 겁이 났다. 아이도 나도 너무 힘들어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지만 끝까지 종주 하겠다는 의지로 한 구간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구월 네 번째 주말은 어른에게도 힘에 겨운 설악산, 두 구간을 18시간동안 걸었다. 한계령에서 새벽1시 출발 대청봉을 오르고 마등령까지 온 아이는 발목과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발목엔 붕대를 감고 무릎에는 아대를 2개씩이나 하고 진통제까지 먹여가면서 진행을 하였다. 험하다는 공룡능선의 암벽을 겨우 넘고, 황철봉의 너덜지대(바위로 된 길이 없는 곳)를 지나자 어른도 아이도 기진맥진하여 미시령까지 겨우 도착하였다. 도저히 못갈 것 같다며 마등령에서 탈출하자고 졸랐던 아이는 미시령에 도착하자,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자신을 도와주신 대원들께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이루어낸 아이는, 그 다음 구간부터는 자신만만하게 선두의 자리를 지키며 걷는다. 처음부터 겁먹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걸어오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아들에게 백두대간종주가 삶의 값진 선물이 되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