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05-03)

 

 

                        *대간구간:묘적령-도솔봉-1291봉-죽령
                        *산행일자:2005.3.20일
                        *소재지  :경북 영주/충북 단양
                        *산높이  :도솔봉 1,314미터
                        *산행코스:옥녀봉 휴양림 입구-고항치-묘적령-묘적봉-도솔봉-
                                        삼형제봉-1291봉-죽령휴게소
                        *산행시간:10시4분-16시46분(6시간42분)

 

어제는 한 달만에 백두대간 종주 길에 다시 나섰습니다.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에 출발하는 안내산악회의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올 들어 세 번 밖에 같이하지 못해 징검다리 식으로 건너 뛴 구간을 언제  채울 것인가 벌써부터 걱정되었습니다.

 

경북영주의 옥녀봉 휴양림입구에서 시작된 어제의 대간 산행은 묘적령을 거쳐 해발 1,314미터의 도솔봉을 오른 후 죽령휴게소로 하산하여 끝났는데 약 7시간 가까이 미끄러운 길을 오르내리느라 모처럼 다리품을 제대로 팔았습니다.. 춘삼월에는 아직도 겨울잔재가 다 가시지 않아 햇빛이 비추는 남사면의 산길은 지표면의 흙이 얼었다 녹았다하여 한 낮에는 미끄러운 흙 길로 변해버렸고,  햇빛이 닿지 않는 북사면에는 겨우 내내 쌓인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아 내리막의 눈길이 미끄러워 자칫 잘못해 엉덩방아를 찧지 않을까  엄청 신경이 쓰였습니다.

 

아침 10시 4분 해발 500미터대의 휴양림입구를 출발해 굽이진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랐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이어서 겨울의 냉기가 사라진 듯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임도를 걸어 올랐는데 벌써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20분을 걸어올라 오른 쪽의 묘적령으로 이어지는 들머리로 들어선 후 된비알 길의 산 오름을 20여분간 계속하여 옥녀봉-묘적령 능선 길에 올라섰습니다.

 

 

11시32분 백두대간상의 묘적령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르며 대간 길을 조감했습니다.
그제 밟은 오두산 행 한북지맥은 해발 100-200미터대의 낮은 구릉 길이었는데 어제 오른 대간 길은 천 미터가 넘는 고봉들로 이어져 있어 오르기는 힘들어도 산세가 웅장하고 힘차 보였습니다. 묘적령에서 아이젠을 차고 미끄러운 눈길로 내려섰다 다시 암릉 길로 올라서기를 수 차례 반복하며 진행해 반시간 후에 수많은 산악회의 표지리본이 걸려있는 해발 1,148미터의 묘적봉에 올라서자 시원한 산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있는 돌무덤이 저를 반겼습니다. 냉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산바람으로 땀을 식힌 후 이제껏 걸어 온 옥녀봉- 묘적령의 능선 길을 카메라로 잡았습니다.

 

12시40분 철쭉군락의 능선 길을 지나 희봉에 오르는 산 중턱에서 다른 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들었습니다. 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취한 10여분간의 휴식은 더할 수 없이 달콤한 시간이었기에 자리를 뜨기가 아쉬웠지만, 저 혼자 뒤쳐지지 않고자 다른 분들과 함께 도솔봉으로 향했습니다. 동행한 어느 한 분이 봄바람은 한 겨울 잠에 빠진 뭇 생명들을 일깨워 세우는 바람이라고 일러주었는데 그 말씀을 듣자 김광석의 "일어나"라는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자신은 일찌감치 숨을 죽여 스스로 오랜 잠에 빠져들었으면서 남들에 일어나라고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무슨 심보인가 해서입니다.

 

13시32분 해발 1,314터의 도솔봉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도솔봉 전위봉인 희봉에 오르는 길은 계단이 만들어져 급경사의 길을 오르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었습니다.  능선 길에 붉은 색의 돌들이 눈에 띄었는데  아마도 철광석이 아닌가 해서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희봉을 지나 도솔봉에 이르자 부산산사람들이 "국태민안"의 표지석을 돌무덤 맞은 편에 갓 세워 이제까지 홀로 정상을 지켜온 돌무덤이 덜 외로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죽령까지는 아직도 6키로가 남아있기에 제 주행속도로는 저녁 5시가 다되어야 다다를  것 같아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14시40분 도솔봉에서 북서쪽으로 뻗어난 대간 길을 1시간 가량 오르내려 해발 1261미터의 삼형제봉에 다다랐습니다. 3번째 급경사의 계단 길을 치고 올라 잠시 호흡을 고른 후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을 15분 가량  더 걸어 삼형제봉에 도착했습니다. 1291봉에 오르기까지 제 고향 파주의 광탄에 살고있는 여성대원 한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제 마친 송추-오두산 간의 파주를 관통하는 한북지맥을 4회에 걸쳐  단독종주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특히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강화로 도도히 흐르는 오두산 앞 조강의 장대한 아름다움과 이에 더한 저녁시간 일몰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보아야 파주의 진면목을 말할 수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15시21분 1291봉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3.3키로 남은 죽령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후미를 맡은 대장께서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되니 아이젠을 차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과연 급경사의 눈길이 미끄러워 오른 발의 아이젠을 1291봉에 오르기 얼마전 분실해 왼발만 차 필요시 제동을 걸 수 있을 까 걱정되었습니다. 15분 여 흰눈을 헤집고 일어선 산 죽 사이로  난 길을 걸었는데 고도를 낮출 수록 키가 더 커지고 잎들의 푸르름도 더해 보기에 좋았습니다.

 

15시59분 죽령을 1.8키로 남겨 놓은 지점의 헬기장을 지났습니다.
1291봉에서 이곳까지 질퍽거리는 흙 길과 아직도 녹지 않은 눈길을 번갈아 밟으며 내려와 3월 산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흑과 백의 산길을 모두 섭렵했습니다. 산에서는 흑과 백이 서로 버걱대지 않고 공존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칙칙한 회색의 나무줄기와 가지 끝에 피어난 흰색의 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어제 걸은 흙 길도 눈길과 서로 터 싸움을 하지 않아  산 속은 조용한데 인간사는 그렇지 못해 흑과 백의 대립과 갈등으로 사람사는 세상은 항상 시끄러운 듯 싶습니다.

 

16시46분 죽령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헬기장에서 10여분을 내려와 안부에 쌓여진 돌무덤을 만났습니다. 돌무덤 바로 앞에 "종철아 편히 쉬거라"는 비문을 읽고 나자  안전산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 한편 가슴이 찡해 왔습니다. 죽령에 거의 다 내려와 눈길에서 미끄러져 나무에 옆구리를 다친 후미의 여성대원이 고통을 무릅쓰고 무사히 하산해 다행스럽고 고마웠습니다.

 

7시간 가까이 16 키로를 걸어 묘적봉-죽령간의 대간 종주를 마치고 제일 후미로 내려온 저를 반겨 맞으며 뒷풀이 음식을 준비해준 집행진에 감사드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