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후 네 번째 백두대간을 종주중입니다.  갈수록 대간길이 훼손되고 오염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군요. 종주 자체가 대간길 훼손행위일 수 밖에 없으니 저 또한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주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저 최대한 조심하고 대간길 보호에 신경을 쓰는 일로 마음의 짐을 덜고 있습니다. 대간길을 걸을 때마다 내가 받아 누리는 은혜가 막중함을 느낍니다. '백두대간이 아니었더라면 내 반생은 참 허전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요. 백두대간에 대한 저의 이런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나는 백두대간에 빚을 지고 사는 자'라는, 일종의 채무의식같은 것으로 변했습니다. 그 빚을 갚기 위한 방편으로 저는 '백두대간 청결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종주하면서 하산길에 쓰레기 한 봉투씩 주워 들고 내려오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아무 것도 안하느니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간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산에 기대어 사는 대간길 주변 일반인들의 인식도 많이 부족하여 대간길은 갈수록 오염되고 있습니다. 대간길 청결운동이 한 두 사람만의 일로 성과를 거두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에 저는 감히 여러분에게 '대간길 청결운동'을 제안합니다. 이름 그대로 백두대간 종주길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보존하자는 운동입니다. 백두대간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그만두더라도 백두대간이 있어 우리가 얻어 누리는 기쁨과 이익은 굳이 말할 나위도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그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값진 유산이기도 합니다. 우선 한 사람 한 사람이 가능한 한 대간상에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자 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자기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는 철저하게 자기가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이지요. 그리고 조금만 더 마음을 써서 대간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하나씩만 주워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일이지만 여럿의 일이 될 때 아주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주제넘게 생각되실지 모르는 제안이지만 조금만 더 너그럽게 생각하셔서 모두들 작지만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이 일을 위해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