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작년처럼 주말이면 빠짐없이 비가 내릴 기세입니다.
작년에는 연 9주간 계속하여 일요일마다 비가 내려 주말 산행에 큰 불편을 겪었는데 올해는 어떠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지 지난주 일요일에는 전남 장흥의 사자산에서 비를 만났고, 지난주에는 하오현에서 광덕고개까지의 긴 산행을 비를 맞으며 해냈습니다. 그래서인지 5년만에 걸린 감기가 한달 가까이 떠나지 않아 요즈음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어제 인터넷에서 날씨를 확인해보니 일요일에는 또 비가 내린다하여 한북정맥 제4구간의 종주를 토요일로 하루 앞당겼는데, 일기예보와는 달리 산행 중 또 긴 시간 비를 맞았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산에다 감기를 떨구어 놓고 내려오겠다 했는데 비를 만나 실패했습니다. 4년 전 그미를 먼저 보낸 후 무엇보다 건강 지키기에 노력한 결과 혼자 살면서도 이렇다할 잔병치레도 없었으며, 특히 감기기운이 있는가 싶으면 땀흘려 산에 올라 떨구고 내려와 탈없이 잘 지내왔는데 이번 감기는 그렇게 간단히 퇴치할 만한 것이 아닌가 봅니다.

오늘(2004.5.15일)은 국망봉에서 시작하여 개이빨산과 민등산을 거쳐 강씨봉에서 끝나는 한북정맥의 제 4구간을 저 혼자서 마쳤습니다. 9시55분 들머리인 휴양림에서 출발하여 2시간 반만에 국망봉에 올라 선 다음, 3시간 40분 동안 한북정맥의 마루금을 착실히 뛰어 강씨봉을 밟은 후 일동의 채석장으로 하산하여 7시간 반의 긴 산행을 마쳤습니다.

포천 이동에서 15분간 기다려 탄 택시로 국망봉입구의 휴양림으로 이동했습니다.휴양림이 사유림이어서 2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산에 들 수 있었습니다.

안내판에 표기된 대로 이곳에서 국망봉까지 거리가 3.6키로라면 2시간은 걸어야 정상에 다다르리라 생각되어, 9시 55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임도를 건너 철계단을 오른 후부터는 치받이 길이 계속되었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비는 듯한 새들의 울부짖음이 날이 흐려서인지 더욱 분명하게 들려 왔습니다. 야생화는 도감의 도움으로 어렵게나마 확인할 수 있는데 산 속의 새들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울어대기만 해 어떤 새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10시 58분 적송림을 막 벗어난 지점에서 잠시 짐을 풀어 목을 추긴 후 다시 올랐습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인지 누구보다 땀을 많이 흘리기에 여름이면 2개의 페트병에 물을 가득 채워 갖고 산행을 해 짐이 무거운 편입니다.

개미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오늘 하루 비를 피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동물중 가장 성공한 동물을 들라면 단연 개미와 사람이라 합니다. 생존의 역사나 지구상에 분포되어 있는 넓이나 개체 수를 볼 때에도 그렇고 사회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렇다 합니다. 개미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 나름대로 위계질서를 갖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합니다. 다만 그들은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우리 인류와 확실히 차별되는 정도라 하니까 개미의 성공을 인정하는데 인색해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시58분 대피소를 조금 지나 두 번 째 쉼을 가졌습니다. 먼발치서 들려오는 포 소리보다 바로 앞의 철쭉꽃들을 윙윙대며 옮겨 다니는 왕벌들의 소리가 벌에 쏘일까 더 무섭게 들렸습니다. 지난 4월 승진이와 함께 오른 백운산-국망봉 능선에 만개한 양지꽃은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오늘은 대신에 같은 노란색의 나도양지꽃이 저를 반겼습니다. 국망봉 정상 전방 0.6키로가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치받이 코스여서 설치된 로프가 오름 길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0.3키로를 오른 후 두 번째 휴식처에 모자를 두고 왔음을 알아챘지만 포기하고 계속해 오른 것은 모자를 찾으려고 내려갔다 다시 오를 일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였는데 내려와 생각하니 아깝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12시 28분 국망봉 정상에 섰습니다.
능선을 중심으로 포천군 방향으로는 산밑에서 급하게 치켜 올라오는 먹구름이 산을 삼켰지만, 그 반대방향인 가평쪽으로는 전망이 트여 다시금 화악산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좋았는데 그나마 그것도 잠시간이였습니다. 놓칠세라 적란운의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고 나니 어느새 온 천지가 안개에 가려 지척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계가 좁아져 서둘러 강씨봉으로 출발했습니다.

12시 36분 국망봉에서 강씨봉까지의 한북정맥 제4구간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윈드자켓으로 비를 가려보고자 했으나 빗줄기가 굵어 얼마 못 가서 우비로 갈아입고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이제 산등성이를 타기도 하고 트래파스를 해가면서 마루 금을 오르내리는 종주산행이 익숙해졌습니다. 능선에 오르기까지는 힘들어도 일단 능선에 오르면 그리도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제 컨디션을 찾아나가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다 빨리 주 능선에 다다르고자 종주산행을 고개에서 시작하여 고개에서 끝내는가 봅니다.

13시13분 해발 1,120미터의 개이빨산에 도착했습니다.
국망봉에서 1.67키로 떨어진 지점이라 했으니 이곳이 분명 개이빨산 임에 틀림없을 진데 아무런 표지석이나 안내판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준비해간 김밥을 들어 요기를 한 후 바로 1.3키로 떨어진 민둥산을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빗줄기는 드셌지만 오르내림이 그다지 심하지 않아 편안한 산행을 즐겼습니다. 복주산의 군락지에는 못 미쳐도 여기 저기 떼를 지어 피어있는 노랑꽃의 피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오늘은 산행 중 몇 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 중 젊은 두 분이 혼자 한북정맥을 뛰고 있는 제게 격려의 인사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산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모두 철이 든 이 나라의 동량으로 보이는 것은 산을 오르느라 흘린 그들의 땀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14시 28분 해발 1,023미터의 민둥산을 지났습니다. 일명 민드기봉으로도 불리는 민둥산 정상은 넓다란 공터로 어느 산악회에서 표지판을 세워놓아 쉽게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도성고개까지는 2.55키로로 주로 내림 길이어서 1시간이면 닿지 않겠나 생각되었습니다. 0.7키로를 전진하니 자연의 능선길이 끝나고 길 양옆의 나무를 베어낸 민둥머리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모자를 잃어버린 터라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 쬔다면 머리를 가릴 수 없어 살인적인 길이었을 터인데 비가 계속해 뿌려 차라리 다행이었습니다.

날이 흐려 야생화도감을 두고 왔는데 오늘따라 길섶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비를 머금고 피어있었습니다. 집에 돌아가 확인해볼 생각으로 틈틈이 그 꽃과 자태들을 함께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길 양옆으로 청계산의 둥굴레보다 훨씬 넓은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이곳의 둥굴레도 그 길과 함께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5시17분 해발 670미터대의 도성고개에 이르렀습니다.
2시간 여 계속해 걸으니 피곤함이 느껴져 이곳에서 10여분 휴식을 취하면서 사과로 원기를 회복했습니다. 15시 30분 마지막 봉우리인 강씨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틈틈이 야생화들을 찍느라 숨을 골랐기에 얼마고 계속된 오르막길을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올랐습니다.

18시 18분 해발 830미터의 강씨봉에 올라 서 4구간의 종주를 마쳤습니다.
작년 12월에는 내일 미국으로 떠날 승진이와 함께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나홀로 산행이어서 표지석에 세워놓은 배낭만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함께 오른 길로 하산했습니다. 계곡 길은 비가 오면 흔적이 분명하지 않아 길을 잃기 십상이어서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몇 번이고 계곡을 건너뛰며 길을 찾아 안전하게 빠져 나왔습니다.

17시 25분 채석장에 도착, 7시간 반의 긴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30분을 걸어나와 다다른 국도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일동으로 옮겨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겨울 승진이와 함께 강씨봉-청계산 구간을 뛰었기에 다음에는 청계산-노채고개 구간을 종주하고자 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 구간입니다. 험난하기로 이름난 운악산을 종주하는데 필히 2명 이상이 함께 해야하고 자일휴대가 필수적이라 합니다. 지금부터 같이 뛸 동지를 찾아야겠습니다. 하면 할수록 자신이 붙어 이대로 라면 올 해안으로 한북정맥의 종주를 무사히 마칠 것 같고, 이어서 백두대간도 발을 들일 수 있을 것 같기에 쉬지 않고 계속 뛰고자 합니다.


▣ 김용진 - 한북정맥 구간 종주 수고하셨습니다. 기왕이면 조금 더 오셔서 오뚜기령에서 마쳤으면 다음 구간 종주가 편하시었을 텐데.... 다시 강씨봉에서 시작하실려면 노채고개까지 구간으로 끊어야 할것 같네요... 여름철에 특히 뱀에 조심하면서 종주하시길 기원하겟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우 명길 - 고맙습니다. 작년12월 강씨봉-오뚜기고개-청계산을 뛰어 다음에는 청계산에서 노채고개까지 뛸 생각입니다.말씀대로 종주산행은 고개에서 시작하여 고개에서 끝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당고개 - 눈 이 쌓인 날만 다녔던 정맥이 생각나는군요 .마음은 동참하고있습니다.걱정하시는 운악산구간은 너무 걱정 하시지 말고 종주 하셨던 대로 하시면 무난하리라 생각됩니다.완주하시길 빌면서 ......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2-20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