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의 낙엽이 눈길보다 미끄러운 한북정맥 제4차 <노채고개-큰덟고개> 

 
제2007067032호       2007-11-03(토)
 
 
 
■ 운악산 만경대에서 잡은 남쪽 풍경, 운악산 정상석■ 

자리한 곳 : 경기도 포천시, 가평군

지나온 길 : 노채고개-원통산-암릉구간(우회)-운악산-절고개-47번국도-명덕3거리-수원산-국사봉-큰넓고개
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약 24km(07 :42 ~ 20 :38) 12시간 56분, (알바, 탈출로 약4km) : 실제거리 약32km 만보기= 52,220보
날      씨: 많음
함께한 이 : 단독
 

9주일 만에 나선 산행 

개인적으로 마음의 수양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이유 없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삶에 의욕이 사라지는 정신적인 혼돈에 시달리느라 황금보다 더 소중한 가을단풍 한번 구경하지 못하고 끝자락으로 치닫는 계절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9주일 만에 산행을 위해 배낭을 꾸리는 마음이 소년시절 수학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때처럼 설렘으로 가득한 들뜬 기분으로 도시락 2개와 약간의 과일과 비상식량으로 무장하고 저울에 올려보니 12kg인 배낭을 들쳐 메고 집을 나선다.(04:30)

버스로 종로1가에 도착, 환승하려고 동대문 가는 버스를 잠시 기다리자 곧 정류장에 들어와 버스에 승차해 노선을 살펴보니 마치 동대문과 수유리를 경류하는 노선버스여서 전철을 갈아타야 할 불편이 해결되어 시간적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정류소에 도착했다.(05:45)

차표를 매표하여 정류장으로 나가니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와 승차해보니 승객은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으니 오늘의 첫손님으로 앞자리에 자리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사이에 일동에서 정차했다.(07:19)


 

컨디션이 매우 양호한 오랜만의 산행

줄지어 서있는 빈 택시를 타고 가며 공사중인 약수터에서 식수통을 채우고 도로작업이 한창인 고개에 올라서 택시비를 지불하고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어 준비운동을 대신하고 등산복장을 갖춰 절개지의 경사로에 로프로 연결된 마루금을 이어가려고 발걸음을 힘차게 옮겼다.(07:42)

 

■ 들머리인 노채고개 포장공사가 한창이다■ 
 

아침공기는 상큼하고 차가웠지만 기분은 최상을 유지하며 능선에 올라서니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할 무렵에 삼각점이 자리한 원통산에 닿았다.(08;12)

 

 

■ 아침 식사를 했던 수원산 정상 아직도 안개가 아른거린다 ■ 
 

배낭을 내려놓고 평평한 곳에 식탁을 꾸려 도시락을 꺼내니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어 조반식사로 부족함이 없었고 과일 한 조각으로 후식하는 격식까지 갖추고 양치를 끝냈으니 길을 재촉할 시간이다.

능선상 나무들의 단풍은 깡그리 떨어져버려 앙상한 가지만 미풍에 소리 없이 지나가고 바닥에 소복하게 쌓인 낙엽은 스펀지처럼 푹신하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경쾌한 음악으로 다가오는 즐거운 산행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암반위에 분재처럼 자라고 있는 소나무의 멋스러움에 잠시 빠졌다가 올망졸망한 기암을 지나 운악산이 한눈에 들어온 전망이 트인 풍경은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너무도 아름답다.

 



■ 운악산 절경 암릉지대를 우회하여 애기봉에 이르며■ 
 

거대한 암릉구간이 앞을 가로막아 호기심을 부추겼으나 장비를 준비하지 못해서 우회로를 택하려고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는데 낙엽이 쌓여있는 바위구간은 빙판처럼 미끄러웠고 상황예측이 불가하여 조심스럽게 저속으로 진행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서야 한북정맥의 백미구간을 마음껏 음미하며 애기봉 입석바위에 이르자 산을 사랑하다 산에서 산화한 고김모씨의 추모비가 남근석으로 추정되는 입석바위의 위용과는 궁합에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11:28)

 

 

 
 

■ 운악산 암릉과 애기봉 남근석■ 
 

다른 등산로에서 올라온 산객들과 마주치며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서 안부에 이르니 앞서온 산객들로 북적거리는 서봉에 닿았다. (11:35)

지척에 자리한 만경대에서 바라본 남쪽 조망이 압권이다 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과 마루금을 확인하고 높이의 차이가 거의 없는 운악산 정상(동봉)에 당도했다.(12:03)

 

 


 
■ 서봉,만경대, 동봉에서 잡은풍경■ 
 

상당히 많은 산객들로 분비는 틈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표지목이 절고개를 가리킨 방향으로 완만하게 정비된 내리막을 내려가 포천방면의 하산로 갈림길에 멋진 바위가 서 있었지만 잡목으로 가려져 아쉽지만 그런대로 온전한 형체를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남근촬영소라는 안내판이 서있는 능선에 선다.(12:16)

 

 
■ 남근석 촬영소와 어딘지 조금은 덜 닮은 남근석 ■ 
 

바위에 뿌리내리고 당당하게 서있는 소나무를 뒤로하고 4거리 갈림길을 넘어서는 절고개에서 서서히 오르막은 시작되고 길목에는 여러 형태의 기암을 즐기며 봉우리에 이르러 좌측으로 눈을 돌리니 산허리를 깎아내리는 채석장이 빤히 내려다보인다.

 

 
■ 절고개 이정표와 채석장 ■ 
 

헬기장을 내려서 군부대 철조망 우측으로 나있는 가파르고 불규칙한 벌목지대를 곡예사처럼 위태로운 진행 후 험한 절개지를 내려서니 이동과 진접을 이어주는 4차선 47번 국도가 가로막았지만 차량통행이 뜸한 틈에 잽싸게 중앙분리대를 뛰어넘어 외딴 민가에 들려 식수를 보충하고 포장도로를 따르는데 군부대 잠겨있는 철문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군부대 철조망 주변은 잡초와 벌목으로 시원한 능선에 올라서니 묘지는 없는데 상석만 남아있는 곳에 자리를 편다.(14:10)

 

 

 
 
■ 47번 국도, 반응없는 군견, 마을 풍경 ■ 
 

보온도시락에 따뜻한 밥과 된장국을 깨끗하게 비우고 짐을 꾸려 자리에서 일어나 몇 발자국 옮기니 초소 앞에 눈물을 흘리며 눈곱이 붙어있는 군견이 혀 바닥을 길게 늘어트리고 초점 잃은 커다란 눈만 껌뻑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한북정맥 마루금에서 최초의 알바 

부드러운 흙길을 오르며 아들 녀석과 통화중에 내일 저녁에 외식을 하자하니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특색 없는 등로를 한동안 오르다보니 멀어져야할 운악산이 가까이 조망되고 잡초가 무성한 봉우리 안부에는 444m(명덕봉)이란 푯말이 보여 지도와 나침반으로 확인해 보니 소득 없는 발품을 열심히 팔고 있는 중이였다.(15:08)

 

■ 정맥을 벗어나 발품을 팔았던 봉우리 ■ 

 

왔던 길로 부지런히 복귀하여 마루금을 이어가며 가만히 계산해보니 왕복 30여분을 소모했으니 야간산행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지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군부대 철조망은 지루하게 이어지다 드디어 우측으로 나있는 등산로에 들어서며 정상적인 등로가 이어지려나 생각했는데 다시 군부대 철조망이 갈라놓은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하고 우측 철조망을 한동안 따라가서 철조망에서 해방되며 37번 국도와 56번지방도로가 만나는 아스팔트길인 명덕삼거리에 도착했다.(16:26)

 

■ 결정을 만설였던 명덕 삼가리 ■ 

 

내친김에 이어간 야간산행

여기서 산행을 종료할까 이어갈까를 놓고 잠시 망설이다 예정된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정리하고 지방도로 우측으로 이어진 경사진 마루금에 기어오른다.(16:30)

정상(수원산으로 추정)에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우회로를 부지런히 따르는데 늦가을 짧은 태양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산 너머로 몸을 숨길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시각이다.

헬기장 안부에는 억새가 한들거리고 서쪽하늘의 노을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고요했으며 조금앞에 서있는 깃발과 등산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에서 타는 목을 적시고 야간산행 준비를 끝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17:38)

 

 

 

■ 갈길은 멀었는데 해가 저문다 ■ 
 

완만하게 이어진 내리막을 여러개의 무명봉과 헬기장을 지나서 국사봉 삼각점을 디카로 확인했으나 날씨관계인지 원인을 모르지만 흐리게 촬영되어 자료로서 가치가 떨어졌다

야밤에 산행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방해 없이 순수하게 무언가를 골똘하게 사색하는 멋스러움은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체험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12kg과 20kg”의 차이에 대한 화두로 깜깜한 밤을 걷는다.


 

거창하게 늘어놓으니 대단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12kg과 20kg”는 배낭무게를 생각해 봤다.


 

2달전 호남정맥에 나설 때의 배낭 무게는 20kg을 웃돌았지만 오늘 한북정맥을 임하는 배낭무게는 12kg에 불과했다(호남정맥의 배낭에는 비박도구와 취사도구 그리고 비상식량과 과일들이 추가된 무게) 8kg의 무게를 추가하여 장시간 산행하는 가냘픈 산객에게는 대단한 무게로 다가 왔었지만 오늘은 무게에서 조금 자유로우니 누적 피로도와 긴 산행에서도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고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이 정리될 쯤에 어둠속에서 우뚝 선 희미한 물체에 끌려 다가가보니 6.25육사생도참전기념비 앞에 서 있으니 오늘산행이 마무리되어 간다는 생각으로 차도에 내려서지만 어둠이 삼켜버린 공장단지는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았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2층에서 불빛이 새어나온 공장이 있어 근무자를 불러내어 교통편을 알아보니 야근중인 사무원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의정부까지 나가는 시내버스가 22시까지 운행하며 송우리에는 24시간 사우나탕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버스정류장 앞으로 이어진 등로 큰넓고개를 확인하는 것으로 13시간에 가까운 산행을 마감하고 버스를 기다린다.(20:38)

 

■ 한북정백 제 4구간을 마무리 할 시간에 육사생도 참전기념비 앞에 선다 ■ 

 

오래 기다리지 않아 어둠속에서 밝은 빛으로 눈이 부셨고 기다리던 버스가 멈춰서 교통카드로 결재하고 송우리에 하차하여 사우나탕을 찾아가 우유와 달걀을 구매하여 남아있던 빵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고 땀에 젖은 수건과 양말 장갑을 세탁하여 건조가 잘 되도록 옷걸이에 걸고 가벼운 샤워로 땀을 씻고 요즘에 인기리에 방영중인 사극을 시청하고 2증(2층)수면실 구석에 자리 잡고 몸을 눕혀 잠을 청했다.(21:50)   -끝-.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지만 찾아가 안기면 언제나 포근하기만 한 을 찾아서~


 

2007-11-08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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