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일구간

구 간 : 성삼재 - 만복대 - 가재마을 - 고남산 - 사치재
거 리 : 성삼재 - 가재마을 (12.25km) 가재마을 - 사치재 (18.5km)
기 간 : 1999년 2월22-24일
교 통 : 25인승 소형Bus
날 씨 : 눈 후 맑음
참석자 : 박용석 김태웅 주하일 임병완 허태호 한상철 박경우 박동철 김봉길 최화연 곽용임
일 정 ;
2월23일
07:35 성삼재 -- 08:30 고리봉 -- 09:10 유봉치 -- 10:25 만복대 -- 12:15 정령치 -- 13:05 고리봉 -- 14:35 고촌마을 -- 14:55 가재마을 (7시간20분 소요)

2월24일
07:30 가재마을 -- 08:10 수정봉 -- 08:45 입망치 -- 09:40 여원재 -- 12:15 고남산 -- 13:25 유치재 -- 14:05 매요마을 -- 15:30 628봉 -- 16:05 사치재 (8시간35분 소요)

후 기
2월 23일
구례구역에서 내리던 비는 성삼재로 오르면서 눈으로 변하여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경방기간으로 입산이 통제 되여 '천왕봉 - 성삼재' 구간을 6월로 미루고 성삼재로 향한다.

07시 30분 등반대장이 선두로 멀고먼 백두대간에 첫 발을 내딛는다. 고리봉(1,248m)을 향해 능선을 올라서니 눈은 계속 내리고, 성난 바람은 바락 바락 악을 쓰듯 불어 제기며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고리봉을 지나 완만한 내리막길은 다행히 바람도 잠잠해지고 춥지가 않아 발목까지 빠지고, 때론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이었지만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묘봉치를 지나 만복대를 향하는 억새밭을 통과하면서 눈으로 뒤덮인 오름 길을 헤쳐 나간다. 능선 좌우에 뽀얗게 핀 구름 밭에선 끝없이 눈이 내리고 눈 덮인 산죽밭을 헤쳐 오르면서 눈은 서서히 그치며 구름이 물밀듯 산과 계곡을 밀고 피어오른다. 헬기장을 지나 갈색 팻말이 서 있는 만복대에 서니 장엄한 서사시를 보는 것 같아 서로 입만 벌리고 한동안 할말을 잃은 채 바라본다.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북으로 눈 덮인 정령치를 지나 고리봉과 세걸산 능선, 동쪽으로 지리산 줄기가 하늘 금을 이루고, 서쪽으로 깊은 계곡 밑으로 산동면에 마을들이 구름 속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갈 길은 바쁜데 재촉하는 대원은 아무도 없다. 모두들 대 자연에 흠뻑 빠져 있었다. 40여분이 훌쩍 흘러 버렸다.

정령치로 내려가는 1시간 10여분에 내리막길은 대원들 모두가 동심에 세계로 돌아가 있었다. 하얀 눈길을 쭉-쭉- 미끄러지면서도 나뭇가지를 붙들며 안 넘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내려서면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지고 하얀 눈꽃으로 덮인 숲길을 뚫고 올라서면 다시 급경사에 내리막길을 엉덩이 설 매를 타며 모두다 즐거워한다.

하늘을 가린 급경사에 소나무 터널을 내려서며 인적이 끊어진 정령치 휴게소에 선다. 많은 눈으로 통행이 금지 되여 종사원 마저 철수하여 아무도 없는 휴게소에는 우리만에 세상이었다. 잠시 휴식하며 허기를 채우고 다시 고리봉(1,304.5m)을 향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오르막을 올라 큰고리봉 정상에서니 오른쪽으로 세걸산과 바래봉 능선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큰고리봉에서 급경사의 눈꽃이 활짝 핀 소나무 숲을 내려서면서 길을 잘못 들어 다시 찾기도 하며 1시간을 내려서니 주위가 편평해지며 작은 지능들이 나타난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눈이 녹아 길이 미끄러워 내리막길에 넘어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걷는다. 오른쪽으로 목장 철조망을 끼고 한참을 내러 서니 고촌 마을이 나온다. 먼 눈길을 헤쳐 오다 보니 모두가 지쳐 있었다.

도로를 따라 20분 거리에 있는 가재 마을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버스로 남원 효산 콘도미니엄에 짐을 내린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백두대간 종주 첫날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다, 깊은 잠에 빠져 버린다.


2월 24일
가재마을을 뒤로 다섯 그루에 소나무 사이를 통과하여 잡목들이 줄지어 서있는 평탄한 능선에 올라선다. 어느새 동쪽 하늘엔 큰 태양이 불끈 솟아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어제와는 달리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라 마음도 상쾌하여 수정봉을 향하는 발걸음이 날아 갈듯 가볍다.

수정봉 정상에 서니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이 아름답다. 좌우에 마을과 들녘이 아침을 열고 있다. 오른쪽에 공안리는 고려 우왕 6년(1380년) 이성계가 왜구를 격퇴시킨 황산대첩으로 유명한 옛 전쟁터였던 황산벌 이란다. 바래봉과 덕두산 능선도 손에 잡힐 듯 하고 그 뒤로 지리산 능선도 선명하게 하늘 금을 긋고 있다.

수정봉을 뒤로 완만한 내리막길, 입망치를 지나면서 마을에 뒷산 산책길 같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해발 470m에 여원제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하고 고남산을 향한다. 합민성터와 고남산 통신 시설물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지만 길은 멀 기만하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봉우리를 연이어 넘고 암벽을 기어오른다.

고남산 정상에 서니 확 트인 시야가 정말 멋지다. 북쪽으로 88고속도로, 그 너머로 용트림 치듯 이어진 대간 능선과 서 남쪽으론 한 발 한발 걸어온 능선들, 저 능선들을 내가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가슴 벅차 오른다.

상사바위 주변으로 바위들이 층층이 쌓여 적벽을 이룬 아름다운 고남산 시설물을 뒤로 임 도를 따라 내려서다가 숲길로 들어서서 통안재와 유치재를 지나는 눈 덮인 대간 길엔 산 짐승들이 우리 보다 앞서 바쁜 걸음으로 갔는지 발자국만 선명하다. 잡목과 억새풀을 헤치고 줄지어 서있는 소나무 숲을 통과하여 매요마을에 들어선다.

매요마을 입구에 작은 가게 앞 처마 밑에는 먼저간 백두대간 종주 팀들이 달아 놓은 리본들로 가득 차 있다. 평화로운 동네 언덕 위엔 아담한 교회가 매요마을을 지키고 있다. 뒤 처진 회원들을 기다린다. 직장을 그만 두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9개월, 아직 잉크 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무슨 백두대간 종주? 몇 번을 반문해 보지만 해답은 없다.

마을 포장도로를 따르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산길로 들어서면서 급경사에 오르막길은 다리에 힘은 점점 빠지고 온몸은 천근같지만 대원들 모두가 주춤거리거나 서성거리는 마음을 엿볼 수가 없다.

618m봉에 올라 잠깐 다리 쉼을 하고 내리막길에 베틀 바위를 지나고 눈이 쌓여 몹시 미끄러운 절개지를 나무에 매달리며 88고속도로 상에사치재 고갯마루에 내려선다.

힘겨운 종주 뒤에 성취감과 첫 구간을 해낸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끼며 꼭 백두대간을 완주하겠다고 몇 번씩 다짐하며 서울로 향한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