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2-33구간 (미시령-진부령) 종주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제 철수한 서울 디자인 올림픽 전시와 평소 일들이 겹쳐 정신을 차리기 힘든 지경이라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이번이 아니라도 마지막 구간이라서 언제든 가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이 무거울 것 같았다. 가기로 결심하고 서둘러 급한 일을 마쳤다. 그래서 마지막 대간 산행 나서는 길이 마치 군대에서 오분대기조 출동하듯 했다.


장도(長途)의 여정에서 마지막 구간을 걷게 위해 가는 길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일었다. 그러나 아직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제대로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다 마치고 나서야 종주의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구간은 험하다고 소문난 곳이어서 그에 대한 긴장도 되었다. 두 구간을 이어 가야 하고 감시도 피해야 한다. 그런 것은 걷기보다 더 피곤하게 하는 요인이다.


11시 7분 강동역을 출발해 12시 40분 진부IC를 지나서 12시 17분 내설악 관광휴게소에 도착했다. 졸립고 밖의 차가움이 생각되어 나서기 싫었다. 그러나 이제 그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니 안개가 끼어 있고 등산객들이 붐벼 흡사 장터같은 분위기였다. 황태 해장국 백반을 먹고 1시 44분 출발해 구불탕구불탕 거리는 길을 올라갔다.


2시 6분 한계령에 도착했다. 온전한 설악산의 품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일행이 앞서 차 밖으로 나가면서 바람이 많이 분다고 했다. 차 밖을 나서니 차가운 바람이 불고 별이 보였다. 주차장에는 다른 일행들도 많이 와서 준비 운동을 하는 팀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달밤에 채조 한다는 말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단체 사진을 찍고 2시 14분 휴게소 건물 옆 계단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철계단 바닥에 고무판이 깔려 있어 디디기가 부드러웠다. 위를 올려다보니 오리온자리 등 하늘에 별이 총총히 보였다. 공기가 차가워 숨쉴 때마다 김이 서렸다. 조금 오르다 보니 앞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오르기 시작한 잠시후부터 주변이 서서히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뒤로 한계령을 지나는 차소리도 들렸다. 쿤 바위사이로 별이 보였다.


2시 22분 잠시 완만한 길을 걷다 다시 계단 오름길을 걸어가니 앞서 오르는 다른 일행이 보였다. 한분이 뒤를 돌아보고 있어 올라가는 길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내림길을 지나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앞에서 두 사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다시 계단이 나오자 이대장이 “어휴 계단“하고 말했다.


2시 30분 한계령0.5km 중청 7.2km 표지가 보였다. 우측아래로 한계령 불빛이 보이고 멀리 속초나 양양 쪽 시내 불빛, 그리고 뒤로 지나온 산세가 보였다. 2시 35분 오름길을 걸었다. 앞에 많은 일행이 보였다. 계속 바위 깔린 급경사 오름길을 걸었다. 저위에 다름 일행 보였다. 그러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야간 산행을 함께하고 있었다.  2시 50분 09-02 표지를 지나며 평평한 길을 걸었다. 다시 다른 일행이 휴식하고 있는 곳을 지났다.


2시 51분 오름길을 걸어 잠시 평평한 길을 걸었다. 흙길에 물이 고여 있었다. 좌우로 에둘러진 길을 걸아가는 동안 멀리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시야가 트여 지나갈 대간 마루금이 보였다. 3시 5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는 곳을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이대장이 뒤에 오는 일행이 “치고 나와야 할텐데, 말안하고 그대로 오면 한이 없거든”하고 혼자말처럼 말했다.


3시 6분 다시 철계단 오름길을 걸었다. 철 난간에 서리가 끼어 차갑고 미끄러웠다. 계단을 지나니 얼음길이 된 곳도 있었다. 3시 9분 09-03 표지를 지나 10분 내리막 계단길을 걸었다. 3시 15분 길가에 물 구하는 곳이라고 쓴 글씨가 보였다. 다시 안부를 지나 철 계단을 올랐다. 뒤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어 각각 켠 랜턴불빛이 긴 행렬을 이루어 보였다. 철 계단을 지나니 정비된 돌 계단길이 나왔다. 3시 26분 숲속으로 들어서니 앞쪽에 북두칠성이 보였다.


3시 25분 갈림길에 닿았다. 한계령을 2,3km지니고, 가야 할 대청봉이 6.0km 남았다. 그리고 좌측 귀떼기청봉은 1.6km, 끝청이 4.2km 남은 지점이었다. 좌측에 검은 그림자처럼 귀떼기청봉이 솟아 보였다. 길에 얼음이 얼은 곳을 지나며 잠시 내려가다 다시 오르막길을 올랐다. 길이 얼어 신발 자국이 마치 화석처럼 보였다. 우측 아래 한게령을 지나는 차량 불빛 보였다. 점차 기온이 하강하고 있었다. 길 옆에 서릿발이 선 모습이 보였다. 어제 예보대로 눈이 왔었는지  얕게 덮인 눈이 보였다. 


산을 절대적인 고도로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설악산은 남한 내륙에서 지리산 다음으로 높다. 그런데 대간은 각각의 봉우리보다 전체 지형의 흐름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그 흐름상에서 보면 별로 높이를 실감하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그보다 험하고 험하지 않은 조건이 더 크게 의식된다. 대간 산행 하는 사람들이 가장 염려 하는 것이 무릎 고장이었다. 이번 설악산 구간은 바위길이 많아서 길을 디딜 때 무릎에 충격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대간 종주도 이제 이번 구간만 무사히 마치면 끝나게 된다.


3시 46분 길을 가다 나무가지에 머리를 부딧쳤다. 주변에 나무들이 낙엽이 지고 난 후라 앙상하게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날려 벌써 낙엽도 쓸려가고 없었다. 완만한 내림길을 걸었다. 3시 51분 09-06 표지를 지나 오르내림 길을 걸었다. 완만한 능선길에서 좌로 북두칠성이 보였다. 그리고  뒤로 다시 긴 산행 행렬의 랜턴 불빛이 보였다. 3시 57분 완만한 봉우리를 넘었다.


4시 3분 밧줄을 타고 암릉 구간을 지나  완만한 길을 오르내리며 걸었다. 4시 7분 09-07 표지를 보며 지났다.  좌로 전망이 트여 보였다. 잠시 후 내림길을 걸으니 주변에 쌓여진 눈이 보였다. 지나갈 길에 놓인 날선 바위들이 보였다. 이대장이 그 곳을 지나며  “누워 있으면 뭐라고 해”라고 했다.


잠시 내림길을 가다 오름길을 걸었다. 큰 바람소리가 들렸다. 4시 25분 1460봉에 닿았다. 중청봉이 3.6km 남아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낮아 추웠다. 우측으로 시야가 트여 바라보니 멀리 펼쳐진 산세에 운해가 끼어 보였다. 그리고 우측 아래쪽에 오색 근방의 불빛이 보였다.


4시 37분 09-09 표지를 지나 완만한 내림길을 걸었다. 그리고 4시 50분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바람이 불었다.  한계령을 5.1km 지나고 중청 대피소가 2.6km 남은 표지를 보며 완만한 산길을 걸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4시 58분 내림길을 걷는데 저 앞에서 사람소리 들렸다.


4시 58분 한 사람이 보였다. 우리가 다가가자 푸념하듯 “새끼들 전화를 꺼 놓았어” 하고 말했다. 일행과 떨어져 걱정하고 있었다. 추운 밤에 서 있어 몹시 추위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일행은 거기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늘에 별이 총총해 보였다.


5시 10분 출발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간 듯 점점 더 추위가 느껴졌다. 5시 14분 완만한 편한 길을 걸었다. 5시 20분 봉우리를 지나면서 좌로 끝청이 보였다. 5시 22분 09-12 표지를 지났다. 오름길을 걷는 동안 센 바람소리가 들렸다.


5시 32분 끝청(1604)에 도착했다. 가리봉쪽 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다른 일행이 지나며 "수많은 별들을 못보고 지났어" 하며 하늘을 보았다. 휴식을 취하다 5시 38분 출발했다. 눈이 깔린 길을 내리락 오르락하며 걸었다. 바람소리가 들렸다. 좌측 멀리 동해쪽이 트여 보였으나 수평선위로 구름이 끼어 있었다.


5시 40분 봉우리를 지나 내리막 눈길을 걸었다. 계속 주변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대청봉 너머로 산 능선 위로 점차 붉은 빛깔을 띠어 왔다. 중청봉이 바로 앞에  놓여 있어 올라갔다 내려와 다시 대청봉을 행해 걸었다.


6시 랜턴 없이 걸었다. 날이 새가는데 비해 별빛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잠시 후 중청휴게소에 도착했다. 안에서 쉬고 있는 사이 몇몇 일행이 대청을 다녀오기로 했다. 6시 17 최회장 부부, 임사장과 함께 배낭을 놓고 대청봉을 행해  올랐다. 바로 앞에 헬기장이 보였다. 대청봉을 오르는 동안 우측 멀리 점봉산 주변으로 운해가 보였다. 


6시 30분 대청봉 정상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 근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구름 위로 떠오를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기념 시진을 찍고 붉으스레 밝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다 일행이 기다리는 중청 휴게소로 내려갔다.


휴게소에 돌아와 잠시 쉰 다음 7시 출발했다. 햇살이 번지기 사작해서 우측으로 만경대 등 빼어난 경치가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완만한 오름길을 걷다 뒤돌아보니 대청봉 옆으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설악산 구간은 대간중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꼽힌다. 그리고 주변 삶터와의 연관성보다 비경을 갖춘 지대로 인식된다. 오늘은 특히 날씨가  투명하게 맑아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며 지나가게 되었다. 설악산은 오래전에 다녀 간 후로 근래는 와본 일이 거의 없었다. 대청봉을 밤길에 다녀가기도 했지만 코스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주로 왔던 길은 설악동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오른 권금성과 울산바위 등을 다녀갔었다.


나아가는 방향으로 멀리 시야가 펼쳐진 모습을 바라 보다 스케치를 했다. 가장 멀리 보이는 곳은 금강산일 듯 했다. 외금강 코스를 다녀온 일이 있는데 만물상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보이는 만경대 경치도 그에 못지 않아 보였다. 어떤 이는 웅장하면서 수려함을 갖춘 면으로는 그강산보다 더 빼어나다고 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계속 걷기만 한다면 대간 마루금을 타고 금강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온 마루금처럼 마냥 걸어 갈 수 없는 곳이다. 금강산을 갈 때는 엄격한 출입국 절차를 받고 다녀왔었다.


긴 계단 내림길이 시작되었다. 계단길은 경사가 급한 지형에 놓여진 곳이 많다. 그렇게 뚝 떨어지고 나면 다시 그만큼 오를 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긴장이 된다. 좌측 건너에는 기암괴석의 훌륭한 경치가 펼쳐 보였다.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지나가야 되는지 알지 못한 채 희운각만을 목표로 내려갔다. 스케치를 하느라 뒤쳐져 가다 채총무와 임사장을 만났다. 천천히 가고 있던 임사장이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내려가다 개울을 건넜다. 대간 마루금은 개울을 건너지 않아야 하는데 대간 산행중 개울을 건너는 것은 아마도 처음일 듯 싶었다. 원래 대간 길은 대청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곳을 지킨다고 하여 이 쪽 길로 지나오게 되었다.


8시 19분 회운각에 도착했다. 거기서 진행할 마등령은 5.1km 거리인데 5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었다. 대피소 건물은 다른 곳과 달리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에는 개인이 운영했는데 지금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임사장이 도저히 안되겠는지 그냥 내려가겠다고 했다. 일행은 걱정을 하며 보냈다. 


8시 25분 희운각을 출발했다. 완만한 길을 걷다 오름길을 걸었다. 양지여서 길이 녹아 있었다. 햇살이 비춰 기온도 올라 있어서 추운 줄 모르고 걷게 되었다. 점차 경사가 급해진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오르다 보니 뒤로 지나온 대청,중창, 소청의 산세가 시원스레 올려다 보였다. 우측으로 높다란 절벽을 이루는 바위 옆길을 지났다. 그리고 계곡같은 오름길을 올라 8시 45분 신선대에 올랐다.


신선대는 희운각대피소를 1.0km지나오고 마등령이 4.1km 남은 곳이었다. 오를 때는 그 곳까지만 보였지만 그 곳에 서니 다시 그 너머로 새로운 시선이 널리 펼쳐졌다. 거기서 앞쪽으로 펼쳐 보이는 곳이 공룡능선인데 신선대가 그 시작 지점이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볼만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설악산 전체가 대부분 기암괴석이다. 각각의 형상이 다른 것은 암석의 조직이나 형상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날선 바위가 열지어진 곳은 금강산의 산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내림길을 지나 오름길을 걸었다. 9시 5분 신선대를 0.5km 지나온 곳에 당도했다. 좌측으로 귀떼기청봉으로부터 안산까지 이어지는 서북측 화채능선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권금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였다. 지나가는 공룡능선은 그 중앙부에 위치하는데 공룡능선 좌측이 내설악 우측이 외설악이다.


설악산은 몇 번 와 본 일이 있지만 이번에야 그 모습을 제대로 대하게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바라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는 기분은 좋지만 지나는 길은 험해서 걷기 어려웠다. 봉우리를 넘어 내림길을 걷다 뒤를 바라보니 방금 지나온 산 옆으로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신선대가 높이 솟아 보였다. 공룡 능선은 봉우리마다 한참을 오르고 나면 뚝 떨어지고 다시 앞에 올라야 할 봉우리가 막아서서 오르락내리락 거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9시 10분 거대한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선 암릉 옆길을 걸었다. 멀리서는 그 바위 모습만 보여 더 험할 것 같은데 다행히 길은 생각보다 완만한 편이었다. 그러나 석문처럼 웅장하게 서 있어, 그 기세에 짓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산행이 더 힘겹게 느껴졌다. 9시 15분 우측으로 능선이 평행하게 흐르는 곳을 지났다. 여전히 진행 방향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기암괴석이 솟아 가로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9시 18분 다시 능선을 가로 지났다. 우측에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그 바위에 조난 당한 등산객을 추모하는 동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앞쪽에는 다시 거대한 봉우리가 가로막듯 우뚝서 있었다. 내림길을 걸어 계곡지점을 지나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바라보이던 큰 봉우리를 오르는 급경사 길인데 그 곳은 더 높고 경사도 더 심했다. 9시 30분 03-05 표지를 지났다.


9시 46분 1275봉 안부에 도착했다. 희운각 대피소를 3.0km지나고 마등령이 2.1km 남은 지점이었다.  정상부는 거기서 우측으로 거대한 바위 봉우리로 솟아 보였다. 능선에 오르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피할 곳을 찾았다. 그 때 좌측 암벽 아래에 머물던 일행이 자리를 떠서 그리로 가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가졌다. 10시 뒤에 오던 일행이 도착했다. 사모님이 식사하고 가자고 했다. 라면, 밥, 갓김치 계란말이 김치찌게 소주 등을 곁들여 식사를 했다.


11시 1275봉을 출발했다. 능선 마루를 넘을 때 거센 바람이 불었다. 다시 경사기 심한 내리막 오르막 길을 걸어 11시 11분 마등령이 1.7km 남은 지점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도 석문안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그 너머 산세가 새롭게 펼쳐 보였다.


우측으로 속초 지역과 그 앞 동해쪽 시선이 시원스레 트여 보였다. 설악산 산세가 장엄하게 이어지는 길에서 보아서인지 속초는 온전히 설악의 품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속초 앞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면 통일전망대가 있는 남한의 최북단 고성에 닿는다. 인근의 도시는 드물 게 떨어져 있는 편이다. 설악산의 산세가 넓게 펼쳐져 있기에 도시가 들어설만한 곳이 상대적으로 적게 될 것 같았다. 설악산 너른 영역이 오늘 걷는 긴 능선길을 이루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자연에 감동하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대간 종주를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힘든 구간이라도 어쨌든 지나가야 한다. 그처럼 걷기의 고통이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시원한 산세 아름다운 경치가 위안이 되었다.


11시 25분 다시 마등령을 1.4km 지나고 희운각을 3.7km 남은 지점을 지났다. 그리고 잠시 후 11시 32분 마등령이 1.0km 남은 표지를 지났다. 마등령까지 이루어진 공룡 능선을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심정으로 거리를 확인하며 점차 다가섰다. 


11시 37분 다시 봉우리를 넘었다. 앞에 나한봉이 놓여 있었다. 11시 39분 03-02 표지를 지났다. 망을 씌워 놓은 곳을 지나니 긴 로프가 매어 있었다.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동안 정상부에서 사람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11시 45분 봉우리 넘었다. 다시 맞은편에서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계속 바람이 불고 있었다. 11시 53분 03-01표지를 지났다.


더 높은 봉우리가 앞에 있어 다시 오름길이 놓여 있었다. 11시 59분 나한봉에 도착했다.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내림길을 내려갔다. 북사면 그늘길이라 성애가 끼어 있었다. 이제 마등령에 거의 다 와 가는 듯 했다. 12시 8분 마등령에 도착했다. 더 간 곳의 산 봉우리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 안부를 이루는 곳이 마등령이 맞을 것 같았다. 


잠시 후 12시 12분 마등령 정상(1320m)에 도착했다. 앞으로 시야가 훤히 트여 보였다. 그 곳에서부터 미시령까지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가 서 있었다. 잠시 후 마등령을 출발했다. 바람이 불었다. 낙엽마저 날리고 없었다. 오름길을 걸어 잠시 후 완만한 능선길에 접어들었다. 시야도 펼쳐져 기분이 편안해졌다. 우측으로 계곡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12시 40분 그 방향으로 설악파크호텔이 보였다. 그 건물은 내가 설계를 시작할 때 참여했던 건물이어서 감회가 일었다. 그 시절에는 감상적으로 설악산을 가끔 찾았던 것 같은 기억이 났다.


12시 47분 1326.7봉에 도착했다. 사방으로 전망이 훤히 트여 있었다. 앞으로 가는 방향은 지나온 공룡 능선같은 험준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너덜지대가 보였다. 거센 바람이 불었다. 너덜길을 지났다. 12시 52분 숲에 들어섰지만 길은 여전히 너덜길이었다.


1시 5분 오르막 편안 흙길을 걸었다. 우측 멀리 울산 바위가 멋지게 보였다. 1시 15분 화살표 좌측으로 길이 꺽여졌다. 모처럼 평지같은 완만한 길을 걸었다. 능선이 막혀 바람은 없고 소리만 들렸다. 평온하고 안온했다. 뒤를 바라보니 솟은 바위가 없는 산세가 그윽해 보였다. 경지지 너덜길을 올랐다.


1시 30분 정상부에 다다라 휴식을 취하면서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렸다. 1시 43분 지도상 우회지점을 지났다. 밝고 투명한 햇살이 느껴졌다. 2시 1분 암릉 부근에  바위 앞에 때 아니게 철쭉이 핀 것이 있었다. 햇살이 따뜻한 곳인 것 같았다. 내림길을 걸었다. 바람이 봄바람처럼 느껴졌다. 1시 52분 암릉 구간의 오름길을 걸었다. 파도소리 같은 바람소리가 들렷다. 좌측에 능선이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2시 15분 봉우리 좌측으로 지나 너덜길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시 앞에 암릉 옆에 큰 전나무가 서 있는 곳을 지났다. 2시 14분 휴식을 취하며 시게를 보니 걷기 시작한 지 12시간 되어 있었다. 2시 24분 출발했다. 2시 27분 소나무 장애물을 통과했다. 2시 35분 봉우리 넘어 저수령에 도착했다. 그 곳도 바람이 불었다.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2시 55분 저항령에 도착했다. 3시 너덜길을 내려가 숲 길을 오르는 곳에서 쉬었다.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렸다. 이제 마칠 지점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적발되지 않고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바로 내려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옆에 앉아 잇던 강성택 건축사가 차라리 천천히 가다 어두워지면 바로 내려가자고 했다. 이대장은 어두워지면 걷기 어려우니 훤할 때 가서 우회해 내려가자고 하면서 앞서 출발했다. 뒤의 일행은 바로 나서지 않았다. 나는 평소대로 이대장과 함께 앞서 걸었다 


3시 33분 황철봉 정상(1381)에 도착했다. 멀리 시야가 펼쳐졌다. 좌측 멀리 보이는 곳이 진부령 마을 같았다. 우측으로는 동해가 보였다. 3시 40분 황철봉을 출발했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콘디숀은 저하되어 있었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바람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 풍수(風水)에서 바람은 그 핵심이다. 바람은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바람을 맞으면 사람의 기운도 앗아간다.


너덜 내림길을 걸었다. 너덜길은 특히 걷기 어려운데 오늘은 그런 길이 많았다. 그런 길은 오래 걸으면 무릎에 자극이 쌓이게 한다. 4시 50분 봉우리에 올랐다. 자연 보호구역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에 1318봉이 보였다. 계속해서 바람이 불었다. 숲길로 접어 들었으나 길은 여전히 너덜길이었다. 그러나 이 대장이 “한시도 편할 날이 없고만”하며 걸어갔다. 4시 5분 봉우리 좌측으로 지났다.


다시 앞에 봉우리가 보였다. 나무가 넘어져 있는 곳에서 밑으로 장애물 통과하듯 지났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1318봉으로 생각하며 올랐다. 그러나 표시가 없어서 긴가민가했다. 4시 10분 우측으로 대청봉이 보였다. 완만한 내림길을 걸어가는 동안 계속 바람이 불었다. 앞에 다시 봉우리가 보였다. 4시 16분 그 봉우리에 도착했다. 삼각점 있는 것이 그곳이 정말 1318봉인 것 같았다.


쉬지 않고 바로 내림길로 내려서자 다시 너덜길이 나왔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4시 30분 너덜지대를  지났다. 아까 저항령을 내려올 때보다 두 배나 되어보이는 긴 너덜지대였다. 우측으로 속초가 보였다. 4시 41분 너덜길을 걸었다. 다시 슾길로 들어섰으나 여전히 너덜길이었다. 앞서 걷던 이대장이 발목을 접질렀다고 했다.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괜찮다며 일어서 걸었다. 4시 46분 숲 내리막길을 걸었다. 4시 51분 완만한 안부를 지났다.


4시 56분 우측 울산바위가 보이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대장이 일이 생겼다며 서울로 먼저 올라가겠다고 하고 앞서 갔다. 혼자 남아 뒤의 일행을 기다렸다. 계속해서 바람이 불었다. 멈춰 있자니 몸이 으스스했다. 차라리 지키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판단하는게 좋을 것 같아 미시령으로 걸어갔다. 5시 8분 좌측 능선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미시령 가까이 다가서서 살펴보니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5시 30분 미시령에 도착했다.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속초방향으로 500m 정도 내려선 지점에 있다고 해서 걸어가 만났다. 차가 미시령에 대고 있으면 걸릴 위험이 있어서 그렇게 멀리 있기로 했었다. 그러나 훨씬 더 걸어가도 차가 보이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거니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다. 차가 도착해 오르니 이대장이 타고 있어서 마음이 바뀌었나보다 하고 반가운 생각을 했다. 아까 먼저 갈 때 운전기사에게 그가 내려가는 방향을 알려주며 기다려 태워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미시령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뒤의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6시 일행이 도착했다며 내려가는 길을 묻는 전화가 걸려 왔다. 내가 내려온 곳을 알려 주었으나 어두워 위험하게 생각하고 철조망 통과를 해서 내려왔다.  모두 지치고 추워서 힘이 든 모습이었다. 양양의 병팔 횟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연락이 되어 있었지만 몸을 녹이기 위해 숙소인 주공 연수원에 들러 잠시 샤워를 하고 가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병팔 횟집으로 가니 이대장이 먼저 친구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함께 술을 마시다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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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33구간(미시령-진부령) 산행기


희미하게 깨인 상태로 누워 있는데, 채총무가 일어나야 되는데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었다. 그러나 일행은 바로 일어날 기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4시에 기상하여 식사를 하고 5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늦어질 것 같아 예약을 한 채총무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제 양양의 병팔 횟집으로 가서 저녘을 먹고 오는데 시간이 걸린데다 다시 방에 모여 술을 마시고 늦게 잠자리에 들어 피곤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모두 오늘 산행을 의식하고 있었던 때문인지 잠시 후 모두 일어나 세면을 하고 배낭을 챙겨 나설 채비들을 했다. 숙소를 출발해 가까운 순자집 곰치국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 산행 계획을 예기했다. 무엇보다도 미시령의 들머리에서 지키는 직원에게 들키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해뜨기 전 깜깜한 시간에 와서 지키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자고 했다. 앞에 앉은 사모님이 나에게 앞장을 서 달라고 했다. 최회장도 선두를 맡아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주문한 황태국백반이 나왔다. 따듯하고 맛이 모두 좋아했다. 특히 아삭한 김치 맛이  일품이어서 몇 번을 더 달래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 깜깜한 밤이었다. 모두 차에 타고 5시 25분 식당을 출발해 8번 군도로 올라갔다. 식당에서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는데 차 밖에서 거센 바람소리가 들렷다.


5시 45분 미시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내려오면서 본 초소 옆은 울타리가 둘러쳐 있었다. 어제 이대장이 송신탑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했던 것 같아 그 앞을 왔다갔다 하며 길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초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돌아보며 길을 찾는데, 그 때 나타난 홀대모가 모서리 담장 이 조금 띁겨진 곳으로 올라야 한다고 했다.


5시 55분 그 곳으로 올라가 일행의 배낭을 받고 손을 잡아주었다. 다 올라와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올라서니 바람이 몹시 세게 불어 마치 몸이 날아갈 듯 했다.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몸이 움직거려서 다음 발을 디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제도 그렇게 큰 바람이 불더니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미시령은 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았다.


거센 바람을 맞으니 황동규 시인이 쓴 시가 생각났다



미시령 큰바람

                                               황동규


                1

아 바람!

땅가죽 어디나 붙잡을 주름하나

나무 하나 넝쿨하나 풀포기 하나

경전(經典)의 글귀하나 없이

미시령에서 흔들렸다.


풍경 전체가 바람 속에

바람이 되어 흔들리고

설악산이 흔들리고

내 등뼈가 흔들리고

나는 나를 놓칠까봐

나를 품에 안고 마냥 허덕였다.


이하 생략


몇 년전 황선생님과 미시령에서 바람을 맞아본 일이 있다. 그날도 이렇게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기념사진에 그만 눈을 감고 말았었다. 그 후 황 선생님은 나의 작은 서재 일매헌도 방문하고 드로잉전을 열 때도 와 주셨다. 일행은 모두 위험을 느끼고 조심조심 천천히 한발 내디디며 천천히 지나갔다. 바람이 더 세계 불 때는 위험을 느끼고 주저앉아 풀포기를 잡기도 했다. 우선은 절개지 위에 뚝방길처럼 난 길을 통과해야 안심이 될 것 같은데 그 곳을 지나는 거리가 제법 멀어 보였다.


6시 6분 마침내  길을 벗어나 완만한 산길에 도착했다. 그러나 너덜길이어서 디디기 어렵고 역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잠시 후 오름길을 걸었다. 점차 오르자 뒤로 지나온 산세가 보였다. “산에 가자 이웃사람”의 표지가 보였다. 앞서 가다 오르는 곳을 알려주고 앞서 걷던 홀대모와 다시 만났다. 이름이 최근호인데 대전에서 왔다고 했다. 6시 20분 잠시 멈춰 일행을 확인하고 다시 출발했다. 여전히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완만한 숲길을 걸었다. 6시 30분 갈림길이 나왔다. 두리번거리다 우측 앞에 리본을 보고 그 길로 갔다. 길은 완만한 편이었다.


6시 38분 완전히 날이 밝았다. 오르다 6시 44분 공터 같은 곳에 도착하니 비박하는 4명이 있었다. 6시 45분 다시 조금 오른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출발했다. 일행은 제지당하지 않고 지나온 것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맑은 표정이었다.  다시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가다보니 우측 하늘이 붉으스레 물들고 있었다. 해가 떠 있었지만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직접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맞이는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름 위로 떠오르는 모습도 지평선이나 수평선에서 떠 오를때처럼 신비롭게 보였다.


7시 최회장이 해가 뜨는 것을 배경으로 해맞이 사진을 찍었다. 다시 출발해 오름길을 걸었다. 정상부에 이르니 너덜 지대가 나왔다. 우측 봉우리 너머로 신선대 모습이 보여 바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길은 아래로 비켜가게 되어 있었다. 7시 8분 너덜길 봉우리 좌측으로 지났다. 바람이 불었다. 7시 11분 너덜 암릉길을 지났다. 


7시 20분 상봉(1241m)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찍으며 잠시 쉬었다. 다시 출발해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바위가 절벽을 이루는 곳이 많아 3번이나 로프를 잡고 조심스레 내려왔다. 내림길에서 앞 쪽에 놓인 신선봉이 조망되었다. 7시 41분 다시 암릉 너덜길을 걸었다. 다시 내리막 암벽을 연거푸 길게 매인 로프를 잡고 내려가 조금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길 옆에 자주 눈에 띤 비실이 백두대간 리본이 보였다. 


7시 59분 희양재에 도착했다. 바람과 너덜지대를 통과하느라 애를 먹은 후라 완만한 그 곳이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8시 13분 낙엽 오름길을 걸었다. 잔자갈이 깔려 딛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 곳은 바람이 불지 않았다. 하지만 위쪽에서는 바람 소리가 크게 들렸다. 8시 16분 완만한 오름길을 걸어 숲길로 들어섰다. 낙엽이 쌓이고 나무 가지가 엉킨 곳이 있어 길 찾기가 어려웠다. 길이 보이지 않아 당황스레 둘러보니 길을 막고 누워 있는 나무를 넘어 지나는 길이 보였다.


8시 22분 신선봉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햇다. 우측으로 평평한 길 뒤로 신선봉 정상부의 암릉이 보였다. 과일을 먹으며 쉬다가 채 총무가 나에게 다녀오고 싶으면 여기서 기다릴테니 다녀오라고 했다. 일행은 들러가자는 사람이 없었지만 내가 그동안 대간 길에서 인근의 주요 봉우리를 빠짐없이 올라갔다 오는 것을 의식하고 하는 말 같았다. 하지만  더 기다리면 추울 것 같고 앞장 서 걷는 마당에 그렇게 하기가 내키지 않아서 그냥 가겠다고 했다.


8시 32분 출발했다. 지도를 보니 다음 목표지점은 큰새이령(대간령)이었다. 우측에 암봉을 보며 좌로 내림길을 걸었다. 잠시 너덜길을 걷다 8시 42분 낙엽이 쌓인 완만한 숲길을 걸었다. 8시 47분 길주의라고 쓰인 곳이 나타나 뒤의 일행을 기다려 우측 내리막길을 걸었다.

 

8시 58분 계단길을 지나 완만한 내림길을 걸었다. 여전히 바람이 불었다. 우측 낮아진 산세가 보였다. 급경사길이 나타났다. 멀리 끝 지점 산세 옆으로 능선이 늘어서 보였다. 고요히 산하가 침묵하고 있었다. 봉우리 리본눙선이 보였다. 오늘은 구간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가 보이지 않았다. 완만하고 편안한 숲길을 걸었다. 9시 10분 나지막한 안부 지나고 바람이 잦아든 가운데 완만한 오름 숲길을 걸었다. 뒤로 지나온 산들이 높이 솟아 보였다.


9시 15분 헬기장에 도착하니 새벽에 만난 홀대모가 쉬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거기서 멈춰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간간히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채총무가 뒤에 도착하며 “바람 부는데 여기서 왜 쉬는 거지“라고 하자 홀대모가 내가 쉬니까 따라 쉰다고 했다. 9시 22분 출발해 완만한 내림길을 걸었다. 그리고 길을 지나면서 마지막 구간의 산능선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9시 30분 소나무 숲을 지났다.  좌우로 완만하게 에우르는 길을 지났다. 약간의 높낮이 반동을 함께 느끼며 걷는 기분 좋은 길이었다. 숲에 빛이 반사되어 산란한 빛깔이 보였다.


조금 경사기 심한 내림길을 걸었다. 낙엽이 쌓인 길에 자갈이 굴러 발이 미끄러지기도 했다. 9시 35분 찗은 산죽길 구간을 지나 다시 흙길이 나왔다. 아래로 내랴갈 수록 점차 경사가 급해진 내림길을 걸었다.


9시 39분 대간령에 도착했다. 성터 같은 돌을 쌓아 놓은 흔적이 보였다. 돌탑도 있었다. 그 곳은 미시령과 진부령이 포장되기 전까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길이어서 주막 같은 건물도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주변의 돌들이 건물 터의 흔적 같기도 했다. 뒤의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식사하기 적당한 장소를 상의했다. 식사를 하고 올라가려면 힘이 드니 앞 봉우리를 오른 후 좋은 장소 찾아 먹기로 했다.


9시 50분 출발했다. 10시 2분 뒤로 지나온 산세가 보였다. 너른 공간이 느껴진다. 다시 한겹 더해진 지난 산세와 대간길을 느꼈다. 거리 깊이가 느껴졌다. 파란 하늘이 보였다. 빛 반사되어 보였다. 눈부신 산능선이었다.


10시 4분 작은봉우리 오름길을 걸었다. 바람소리가 들렸다. 길은 조금 덜 분 지나온 산세 희멀겋게 보였다. 10시 8분 뉘인 나무를 건너 지나는 길을 걸었다. 다소 완만한 길을 가다보니 앞에 절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암릉이 보였다. 그 곳을 지나니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그 더덜지대와 앞쪽의 암봉을 지나는 동안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10시 33분 뒤쪽의 더 높은 암봉을 지나 완만한 길에 접어들었다. 10시 35분 조금 가다보니 우측에 아늑한 장소가 있어 자리를 잡았다.


뒤에 오던 일행이 모두 도착해 식사를 시작했다. 대간 마지막 구간이라 대간길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식사를 준비하는 것처럼 각자 준비 하지 않았는데도 어제 먹고 남은 밥과 아침에 식당에서 싸준 밥과 김치 등이 있어 부족하지 않게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하고 돌아보니 우측에 깊은 계곡이 있었다. 지도를 보며 진행할 구간을 살펴보니 거리가 짧은데 비해 시간이 50분씩 적힌 곳이 두 군데나 있어서 길이 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11시 5분 식사를 마치고 출발해 완만한 내림길을 걸었다. 그리고 11시 16분 평지에서 오름길을 걸었다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다시 지나온 능선이 하나 더 겹쳐보였다. 경사가 심하진 않지만 큰 산을 오를때처럼 오르는 구간이 길어서 시간이 지도에 나타난데로 많이 걸렸다. 다시 되돌아본 산세가 봉긋이 보였다. 만약 여기서 거꾸로 진행한다면 끝나는 길이 아닌 시작하는 감회로 느끼게 될 것 같았다. 11시 35분 길을 오르다 점차 더워져서 웃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게속해서 오름길을 걸었다. 완만한 숲을 크게 에둘러 가는 길인데 바람도 없고 따뜻한 햇살이 비춰 기분은 매우 상쾌했다.


11시 48분 병풍바위에 도착했다. 아침에 지나치며 만난 두 사람이 앉아 쉬고 있었다. 에기를 들으니 한분이 혼자 대간을 마치는 날인데 친구가 축하하기 위해 동행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서로의 우정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병풍바위에 오르니 구간을 마치게 될 진부령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뭉클한 감정이 일었다. 그 너머로는 향로봉 능선이 가로 지나가고 있었다. 대간을 마쳐간다는 감회와 더 갈 수 없는 현실을 느끼며 스케치를 했다.


12시 5분 출발햇다. 12시 10분 안부를 지났다. 바람없는 따뜻하고 완만한 길을 걸어갔다. 완만 오름길을 걸었다. 뒤로 병풍바위가 보였다. 12시 13분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또 하나의 산세가 겹쳐 보였다.

12시 22분 마산봉이라고 쓰인 이정표에 도착했다. 정상은 우측 조금 오른 곳에 보였다. 12시 24분 마산봉(1052) 도착했다. 거기서 지나온 신선봉이 6.0km 라고 써 있었다. 거기서 다시 앞서 간 두 사람을 만났다. 진부령이 아까 병풍바위에서 볼 때보다 더 가깝게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향로봉을 있는 능선이 가로 놓여 있어서 그 너머의 산들은 보이지 않았다. 매가 한가롭게 창공을 배회하고 있었다. 진부령 부근은 낮은 구릉지대가 펼쳐진 모습이었다. 비닐하우스콘도 길, 밭 등이 보였다. 지나온 산세와 향로봉 능선이 양쪽에서 위요하는 아늑한 느낌이었다.


마산 봉우리서 뒤에 도착한 일행을 보고 내려오니 강성택 건축사가 서울에서 오경진 대한 건축사 등산동호회장이 축해하기 위해 프랭카드를 만들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보다 일찍 도착할 것 같으니 앞서 가서 만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리 하기로 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늦가을 산길에 햇살이 맑게 비춰 고요하고 그윽했다. 12시 44 안부를 지났다. 잠시 산죽길을 지났다. 12시 46분 봉우리가 뒤로 보였다. 앞쪽에 다시 봉우리가 보였다. 봉우리에 오르니 백두대간 등산로 표지를 보며 좌로 걸어갔다. 병풍바위부터 지그재그로 에두르며 이어진 길이었다. 병풍바위 마산 봉 등이 삼각형을 이룬 형국이었다.


우측으로 꺽인 내림길을 걸어 내려갔다. 점차 마을 모습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느낌상으로 그 마을이 나타나는 곳이 대간의 끝 지점 같은 생각을 하고 걸었다. 1시 8분 알프스 스키장에 도착했다. 그 안으로  뚫린 철조망에 매어놓은 무수히 많은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대간을 마치는 것을 축하해주는 오색 깃발처럼 느껴졌다.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 위에서 보이던 마을로 내려가며 대간 종주를 다 마친 느낌이 들었다. 맞은편 앞에 보이는 향로봉 능선이 가로 놓여 보였다. 그 너머로는 갈 수 없기에 더 감회 깊게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일행이 막 철조망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일행이 길이 아니라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진행 방향을 가르키고 있었다. 다시 올라가다  앞서 걸어오던 두 명과 만나 그들이 갖고 있는 지도를 보고 길을 가늠하고 걸어갔다. 거기서 종착지까지는 한 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고 했다.


공사중인 알프스 콘도 주차장을 지나 좌측으로 조금 내려가다 숲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산길을 넘어가니 우측에서 방 금 본 두 명이 포장도로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거기서 맞은편에 부대가 보였다. 부대를 보며 좌측으로 이동하여 초소에서  대간 리본을 보고 다시 산길을 걸었다. 그리고 산길을 벗어나 다시 마을로 내려섰다. 마을 사람에게 길을 물으니 그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포장길을 따라 계속 가다 좌측 산길로 가라고 했다.


길 좌측으로 작은 개울이 놓여 있었다. 물을 건너지 않는 대간 마루금 답게 길은 그 개울 우측으로 개울이 사라질 때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콘크리트 포장길로 한참을 걸어갔다. 1시 55분 길 좌측이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다 나온 청년에게 남은 길을 물으니 이제 거의 다 왔다고 했다. 농가를 지나자마자 좌로 접어드는 입구에 리본이 보였다.


1시 59분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2시 5분 길에서 뒤로 일행 오는 모습 보였다. 대간 길답지 않은 길이 지겨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걸을 때까지 걸을 수 있는 것만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온 길들을 생각하니 까마득하게 생각되었었다. 진부령을 언제나 닿을 수 있을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었다. 그동안 몇 번인가 진부령까지 무사히 종주하세요라고 쓴 리본을 보면서 진부령에 닿는 것을 그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곳에 닿은 것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간의 마지막 구간을 대간 특유의 장엄한 산세의 능선이 아니고  동네 포장도로를 지나며 걷는 것이 아쉽게 생각되었다.


길을 걷는동안 다시 바람소리가 들렸다. 2시 8분 산길에서 콘크리트 포장길로 나왔다. 2시 10분 길 좌우로 철탑이 서 있는 곳을 지났다. 숲길을 걸어 좌측으로 꺽여 내려가는 지점에서 2시 17분 두 명의 인부가 길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 분들에게 얼마나 걸리는가 하고 물어보니 농담으로 “한 시간만 더 가면 됩니다“ 하고 말하다 다 왔다고 했다. 우측 경사지로 내려오면서 보니 건너에 건물이 언 듯 보여 다 온 느낌이 들었다. 정지중인 통나무 계단 길을 걸어 2시 18분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내려섰다. 길가에 한 사람이 뒤돌아 서 있어 길을 물어보려고 말을 붙이니 그가 돌아섰다. 바로 만나러 급히 내려온 오경진 회장이었다. 그가 반가워하며 “다 왔어, 다 왔어“ 라고 했다. 드디어 마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오는 채총무에게 전화를걸어 오회장과 만났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오회장은 직접 제작해온 프랭카드에 쓰인 글씨 등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내려오면서 잘 보이려면 조금 우측으로 이동해야 좋을 것 같아 함께 우측으로 이동시켰다. 콘크리트로 된 도로 난간 구조물에 프랭카드를 걸치고 돌로 눌러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했다

.

잠시후 최회장과 채총무가 내려왔다. 그러면서 다른 일행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의아해 했다. 앞서 걸었는데 이상하다며 길을 잘못 든 것 같다고 해서 걱정을 하며 기다렸다. 잠시 후 기다리던 일행이 모두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최화장이 내려오는 사람마다 만세 포즈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함께 기념 시진을 찍고 진부령 표지석이 있는 종착지로 이동했다. 


2시 45분 마침내 진부령(520M)에 도착했다. 각자 감회를 느끼며 그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여러 차레 단체와 개인 사진을 찍었다. 이제 더 갈 길이 남아 있지도 않아 급하게 서두를 일 없이 종주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길 건너 향로봉 전적 기념비 앞에서는 다른 많은 일행이 종주를 축하하는 자축 행사를 거창하게 하고 있었다. 최회장과 그 앞으로 가서 주변을 살펴 본 다음 향로봉 표지에서 각각 시진을 찍고 바로 앞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최회장이 다들 포옹을 했는데 안보였다며 다가와 포응을 하며 감회를 나눴다. 그 곳은 군부대 주변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 인근 상점과 식당은 군인 가족이나 면회오는 사람들 그리고 대간 종착지로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손님 들일 것 같았다. 그러나 대간을 걸어온 나로서는 더 갈수 없는 종착지로의 현실만이 느껴졌다. 일을 마친 후련함, 목적을 이루어냈다는 뿌듯함, 아쉬움이 교차해 일어났다.


그동안 산행을 마치며 하던데로 소주와 맥주를 섞은 제조주로 건배를 했다. 특히 일행이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마친 것을 모두 감사하게 생각했다. 나는 술을 마시며 그와 함께 허무해진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대간을 하면서 자병산의 파괴에 울고 진부령에서 갈 수 없는 현실에 두 번 운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차라리 정신 못 차리게 험한 곳을 내려와서 힘들게 마쳤다면 그런 기분이 덜할 것 같았다. 그런데 종착지가 하필 고향 동네인양 평온한 곳이란 말인가. 아까 길을 걷다 만났던 두 형제의 순수한 표정에서 느낀 것처럼 이 곳에 깃든 삶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4시 42분 식당을 나와 차에 올라 출발‘했다. 도로 표지판에 홍천 91km 인제 34km라고 써 있었다. 우측에 능선이 높다랗게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더 갈 목표가 사라진 마당에 차 안에서 줄곳 지나온 산행을 되뇌이게 되었다. 생각이 다시 줄기를 따라 지나온 마루금으로 흘러갔다. 스치듯 지나온 곳도 있을 것이지만 걸었던 길가의 땅내음, 주변의 풍경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늦가을 산천 맑은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비록 낙엽이 졌지만, 영롱한 햇살을 받아 고운 빛깔을 비치고 있었다. 하늘은 더 없이 푸르러져 있었다.


(081102)


   


후기 


그동안 대간 산행을 하면서 구간마다 부족한 산행기를 올려왔습니다. 사실 그 산행기들은 바쁜 와중에 급히 쓰느라 제대로 오타 등을 살펴보지도 못하고 올릴 때가 많아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개 금요일 밤에 출발해 새벽 2-3시에 산행을 시작하고 오후 서울로 돌아와 다음날 일요일까지 하루 사이에 쓴 것들입니다. 시간이 평일로 옮겨지면 시간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제 짐을 벗은 홀가분한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이제 대간 종주를 마치고 나니 더 쓸 일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졸고나마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운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김석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