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기6

 

                                        *정맥구간:원전고개-딱밭골-솔티고개

                                        *산행일자:2010. 8. 9일(월)

                                        *소재지   :경남사천

                                        *산높이   :무명봉235m

                                        *산행코스:원전고개송림버스정류장-헬기장-사립재-딱밭골-선들재

                                                       나동공원묘지-솔티고개

                                        *산행시간:12시3분-19시15분(7시간12분)

                                        *동행      :나홀로

 

 

  시작은 뒤틀렸지만 예정대로 산행을 깔끔히 마무리해 오랜만에 가슴 뿌듯했습니다.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전철을 탔다가 단 3분이 늦어 아침6시에 남부터미널을 출발하는 진주 행 첫 버스를 놓치고 그 다음 6시30분 버스를 탔습니다. 그 바람에 9시50분에 진주터미널을 떠나는 곤명 행 버스를 오르지 못하고 그 다음의 11시20분 버스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단 3분이 늦어 첫 버스를 타지 못해 결과적으로 1시간 30분이 늦어졌기에 암만해도 애초에 목적했던 솔티고개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더위가 극성을 부려 산행속도가 평소보다 늦어졌고, 그래서 목적했던 솔티고개까지 진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싶어 과감히 포기하고 중간에 선들재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모처럼 느긋하게 걸어 17시 반경 선들재에 도착하고 나자 조금만 서두르면 해지기 전에 목표한 솔티고개까지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어 마음을 고쳐먹고 솔티고개로 내달렸습니다. 해떨어지기 얼마 전에 솔티고개에 도착해 깔끔하게 종주산행을 마치고 나자 드디어 해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가슴 뿌듯했습니다.

 

  12시3분 2번도로가 지나는 원전고개의 송림버스정류장을 출발했습니다. 경전선을 지하굴다리로 지나 들어선 오랑마을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오른 쪽 윗길로 올라가 폐 축사 옆을 지났습니다. 산길을 얼마 안 걸어 헬기장에 이르렀고 이어지는 가파른 솔밭 길을 지나 허름한 묘지 위 201봉에 올라서기까지 20분을 채 못 걸었는데 땅에서 내뿜는 후끈거리는 지열과 지글거리는 태양열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헉헉 숨이 막히는 듯했습니다. 201봉에서 남쪽으로 진행하며 나지막한 봉우리 2개를 넘어 묘지를 지나 시멘트 길을 따라 걷다가 이내 산길로 복귀해 해발고도가 210m대인 무명봉에 이르렀습니다.

 

  12시52분 245.5봉이 오른쪽으로 갈리는 한 봉우리에서 조금 더 가 점심을 들었습니다. 앞서 오른 210m대의 무명봉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꺾어 오른 쪽 가까이에 245.5봉이 자리한 봉우리에 올랐다가 왼쪽 아래로 조금 내려가 그늘 아래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워낙 더워서 20분 가까이 쉬었는데도 등 뒤의 땀이 식지 않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동쪽으로 내려가다 널찍하게 자리 잡은 묘지를 지나는 중 남쪽 먼발치로 아파트들과 바다 같은 호수가 보였는데 그곳이 사천만 바다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빨간 양철지붕의 컨테이너박스 만한 건물이 있는 묘지를 막 지나 임도삼거리로 내려섰고 곧바로 직진해 풀숲 넓은 길을 따라가다 첫 번 째 송전탑을 지난 시각이 13시22분이었습니다. 곧 이어 만난 두 번째 송전탑 앞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내려가다 다시 239봉을 올랐습니다. 4-5분 남쪽으로 난 평평한 길을 걷다가 70m가량 고도를 낮추어 안부로 내려서자 볼품없는 묘지가 1기 보였습니다. 망부석이 서있는 것으로 보아 처음 들어앉혔을 때는 그럴듯한 묘지였을 텐데 내려앉은 봉분 한 가운데에서 참나무가 나서 크게 자란 것으로 보아 후손들의 발길이 끊어진지가 꽤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저러다가 봉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지만 망부석은 썩지 않는 것이어서 저 자리에 계속해서 서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묘지를 조성할 때 상석이든 망부석이든 일절 석재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옳겠다  생각한 것은 봉분은 언제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석재는 거의 영원히 나뒹굴 것 같아서입니다.

  

  14시20분 삼각점이 세워진 234.9봉에 이르렀습니다. 묘지가 들어선 안부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 224봉에 다다랐고 경사가 완만한 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다시 약간 가파른 길을 올라 234.9봉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산행 중 처음 본 이 봉우리의 삼각점은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223.2봉의 삼각점보다 훨씬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234.9봉을 조금 지나 그늘진 곳에서 다시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10분여 쉰 후 동쪽으로 몇 분을 더 걸어 다다른 223.2봉에서 왼쪽으로 확 꺾어 북동쪽으로 5-6분가량 걷자 넓은 임도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아래 공사장의 불도저도 더위를 먹어 쉬고 있는 이 복중에 종주 길에 나선 저를 두 아들들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두 아들 누구 하나 이제 그만 다니라고 저를 말리지 않는 것은 저의 오랜 산행 경험을 알고 믿기 때문이겠지만, 어쨌거나 저로서는 다행한 일입니다. 내려선 임도가 바람의 통로여서 일단 산행을 멈추고 10분 넘게 쉬었습니다. 산행을 서둘러 예정했던 솔티고개까지 강행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 더위에 무리하는 것이 하나도 이로울 리 없다 싶어 그 전 선들재에서 이번 산행을 마감하기로 마음먹고 바람 길에서의 짧은 쉼을 달콤하게 즐겼습니다. 수건으로 목덜미를 가린 후 햇볕이 따가운 임도를 따라 걷다가 산길로 걷다가를 몇 번 반복하며 딱밭재로 다가갔습니다. 길 오른쪽에 자리한 물탱크와 집 한 채를 지나 산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임도로 복귀해 얼마간 올라가자 모기장을 친 원두막(?)과 길 건너 집한 채가 나타났습니다. 모기장 원두막에서 한 잠 자고 가고 싶은 생각이 굴 뚝 같았지만 길 건너 집에 사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 그냥 지나쳤습니다.

 

  15시50분 왕복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딱밭재에 내려섰습니다. 모기장 원두막에서 그대로 직진하다가 콘테이너박스가 서 있는 길을 따라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이제껏 걸어온 넓고 편안한 길과는 달리 딱밭재로 내려가는 길도 그리 좋지 않았고 고개마루에 도착해 길 양옆으로 쳐놓은 낙석보호망망을 빠져나가는 것도 고생스러웠는데 이보다 더 고생스러운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딱밭재 고개 마루에서 북쪽으로 난 시멘트 임도를 타고가야 길이 좋은데 길목에 들어선 집 주인이 사유지라며 통행을 못하게 해 고개마루에서 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낙석보호망이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 길이 잘 나있지 않고 잡풀이 무성한 201봉으로 올라서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201봉에서 북동쪽으로 진행해 쑥대밭에 들어선 집 한 채를 지나 넓은 임도로 내려선 시각이 16시36분으로 바람이 지나는 이곳에서 10분 가까이 쉬면서 땀을 식혔습니다. 시멘트 임도 오른쪽 아래로 배롱나무의 붉은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조림단지(?)를 지나 묘지가 들어선 183.5봉에 올라섰고 밤나무 밭 사이 길로 걷다가 간벌된 소나무 밭을 지나 다다른 나지막한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선들재로 내려갔습니다.

 

  17시28분 시멘트도로가 지나는 선들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지도상에는 1001번 도로로 버젓하게 나와 있어 당연 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길로 알았는데 곤양면과 곤명면을 경계 짓는 선들재를 지나는 시멘트길이 왕복 한 차선 밖에 안 되어 노선버스가 다닐 것 같지 않았습니다. 완사의 택시기사가 제게 거꾸로 그 고개가 어디냐고 물어올 정도로 오지여서  이 고개에서 산행을 마친다면 이번은 물론 다음번에도 날고 들기가 무척 고생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애초 목표했던 솔티고개까지 진출하기로 생각을 바꾼 것은 선들재에서 솔티고개까지 지도에 나와 있는 1시간40분은 힘들겠지만 2시간이면 넉넉할 것 같았고, 그렇다면 해가 막 넘어갈 즈음인 19시30분 안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서였습니다. 선들재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내쳐 가파른 산길을 올랐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선 봉우리에서 동쪽으로 내려가 풀숲이 우거진 공터를 지나 왼쪽 임도로 내려서자 나동공원묘지가 바로 앞에 보였습니다. 길바닥에 짐을 내려놓고 과일을 까먹은 후 다시 일어나 공원묘지 위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올라 성모마라아상이 세워진 190.5봉 바로 아래에 18시2분에 다다랐습니다.

 

  19시15분 2번 국도가 지나는 솔티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석양을 정면으로 맞는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주기도문을 올리면서 먼저 간 집사람을 떠 올렸습니다. 집사람이 1989년에 제노베파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은 1983년에 세례를 받으신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 저희 둘을 앉혀놓고 천주교를 믿으라고 말씀 주신 유언을 따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그보다 11년 후인 2000년에 집사람이 안심하고 먼 길을 떠날 수 있도록 임종 두 주 전부터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유언을 저보다 11년이나 앞서 따른 집사람이 고맙게도 저까지 인도했기에  제가 여기서 기도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성모마리아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운 커다란 십자가상의 제단(?)을 사진 찍고 나서 북쪽 공원묘지 끝자리로 이동해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일단 숲속으로 들어서자 어둠이 짙게 느껴져 자연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바람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북쪽으로 내달리다 왼쪽으로 확 꺾어 완만한 길을 오르면서 지도를 꺼내보고 목적지인 솔티고개가 멀지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십 수분 후 다시 오른 쪽으로 꺾어 진행하자 얼마 안가서 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조금 더 내려가 솔티고개에 자리한 “낙동강오리알”이라는 음식점의 광고를 보았습니다. 반가운 마음에서 부지런히 걸어 내려가 솔티고개로 내려서자마자 진주행 버스가 다가와 다음 산행의 들머리도 확인하지 못한 채 곧 바로 버스에 올라 이번 종주산행을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본 기쁨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부쩍 심약해져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종주 길에 나서기를 미뤄오다가 열흘 전에 낙남정맥 종주를 재개했습니다. 자칫 머뭇대다가는 모처럼 다시 시작한 정맥 종주를 이어가기 어렵겠다 싶어 13Km 거리의 원전고개-솔티고개 구간을 종주하기로 마음먹고 어렵사리 집을 나섰습니다. 생각지 못한 일로 시간 반이 늦어져 모처럼 계획한 종주산행에 차질이 생길까봐 속으로 많이 걱정했습니다. 마음 한 편으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목적한 솔티고개까지 가야한다고 하다가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 더위에 무리하다가는 자칫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길수도 있겠다 싶어 적당한 곳에서 산행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일었습니다. 하도 무더워 솔티고개 행을 포기하고 느긋하게 산행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가 선달고개에 이르자 별안간 힘이 솟구쳐 무조건하고 솔티고개로 내달렸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내달려 예정대로 산행을 마치고나자 2년 전 호남정맥을 종주할 때 그 기세가 되살아 난 것 같아 한껏 기뻤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정해진 목표에 도전해 성공하고 나면 성취감에 뿌듯해 하는 것은 나이와 관계없는 것 같습니다. 높이뛰기 선수들에 장대를 걸어놓고 뛰라고 하면 어떻게 하든 넘고 마는데 장대를 내려놓고 뛰라고 하면 장대를 걸어놓았을 때의 80% 높이를 뛰어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정년퇴직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대부분 장대를 내려놓고 뛰어도 되기에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아등바등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단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기쁨은 젊은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입니다. 올 안에 낙남정맥 종주를 마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연말 쯤 낙남정맥 종주를 마치고 나면 이번 산행처럼 엄청 기쁠 것입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기쁘고 또 기쁩니다. 세상을 기쁘게 사는 비결이 이렇게 가깝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