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이고 칼바람부는 지리 천왕봉에서 계절을 다하고 낙숫물 되어 승천하는 겨울을 바라보며, 무릎을 넘어 빠지는 넓다란 평전의 포근한 하얀 눈밭을 헤치며 내 지난날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함께 녹여버리고 그 넉넉한 품속에 안겨 살 수 있길 소망하면서 그렇게 지리 천왕봉에서부터 덕유의 향적봉과 서봉, 설악의 대청봉까지 그 넉넉함과 함께이기를 소망하며 매일매일 그 품을 그리워하며 지냈다.

산속에서 네 번의 계절바뀜을 보내고, 장쾌한 대간의 능선을 바라보던중 lafuma 론칭기념 백두대간대종주 이벤트광고를 접하면서 늘 머리속에서만 꿈꾸던 백두대간! 그 언제가는 그 대간의 품에 안기길 기원하며 흔적없는 그리움으로 밤을 지새며 고독스럽게 자학하며 걷던길을 lafuma와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출근하자마자 옆자리의 유비형(가을하늘님)과 행사참여를 신청하였더니 유비형은 몰라라하고 나에게 먼저 그 기회가 주어진다.....그렇게 주어진 기회!

새벽 이상은님과 조우하고 약속장소인 인삼랜드휴게소로 가는길은 애초의 설레임과 더불어 한치앞을 바라볼 수 없는 안개는 약간의 두려움까지 느끼게 한다. 이상은님께 반갑게 인사하는 현규님과 조우하고, 서울에서 출발한 본대와 합류하여 산행기점인 부황령에 도착, 에베레스트에 외로이 잠들어 있는 동료의 시신을 거두러 간다는 장헌무대장의 구령에 맞추어 간단한 준비운동과 백두대간 6구간을 함께할 분들과의 간단한 인사와 소개후 각 조별 대장의 지시대로 군장을 새로 꾸리고 산행을 준비한다. 배정된 조는 5조, 덕성여대산악부회장출신의 기세향 대장과 lafuma론칭을 총괄하시는 LG패션의 이재엽부장님, 진우석기자님과 배우 이수연님과 같은 5조에 배정되어, 윤회악수를 하며 이문세님이 특별준비하셨다는 고구마케익을 하나씩 지급받으면서 부황령을 출발하니 09:40이다.

바람이 차다. 수북히 쌓인 낙엽속에 상념을 묻으며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잘도 정비한 넓다란 평원이 보이고 압구정에서 특별주문하여 공수했다는 김밥과 컵라면으로 산속 만찬을 마치고 철지난 억새와 잡목을 헤치며 항시 그러하듯 또 다시 상념없이 겉다보니 3마리의 거북과 용이 여의주를 바치고 있는 형상을 한 전북과 경북, 충북의 3도 화합을 위해 세운 탑이 있는 삼도봉에 도착하니 찌푸리던 하늘에서 결국 우박이 떨어진다. 서둘러 증명사진 한 장 남기고는 또 다시 무념무상의 자학과 놀다보니 전망이 썩 좋은 1175봉에 오르고, 서쪽 하늘에선 노을이 조금 성깔을 부리더니 이내 구름에게 먹혀버리고 만다. 스틱에 의지한채 뒤돌아온 능선을 바라보니 새삼 또 한번 인간의 무한능력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날이 어두워진다. 화주봉을 지나니 달빛만으로는 걸을 수가 없는 하산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다보니 지원조가 따뜻한 커피한잔은 건넨다. 너무나 감사하다. 산중에 마시는 커피한잔의 황홀감을 뒤로하고 30여분을 더 내려서니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우두령... 특별히 준비된 매일유업 김천농장 박영지에 도착하여 지원조가 건네는 막걸리로 하산주 한잔으로 피로를 싣어내고, 석식을 마치니 숫불에 잘 구워진 고기에 막걸리파티가 벌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lafuma와 함께한 산행은 참으로 귀족산행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이런 귀족산행을 할 기회가 주어질까?.

구본걸 LG패션 부사장님의 짧고 여유있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그렇게 서로간 막걸리잔을 주고 받으며 하루의 피곤함을 날려버리고는 배정된 텐트에서 곤한 육신을 뉘었지만 이재엽부장님과 전영옥차장님, 그리고 개인사업을 하신다던 방종민님께는 피곤해진 육신에서 토해내는 코골이소리와 발정난 슬픈짐승의 목놓아 울어대는 노래소리에 잠들을 설치셨을 것이 분명하기에 죄송하지만 암튼 푸근한 잠자리였다.

다음날 아침 식사후 간단한 준비운동, 그리고 기념촬영을 마치고 목장을 출발해 궤방령을 향해 50여분을 올랐을까 억새가 아름다운 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이문세님이 휭하니 앞서간다. 어제도 선두였는데, 분명 내가 선두그룹인데... 암튼 대단한 체력임에 분명하다.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그 무엇이 이문세님을 보면서 참으로 어리석음을 배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잘 다듬어진 체력, 걸죽한 유머와 말솜씨, 그 어느 하나 존경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최근 엄홍길대장과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하기도 했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렇게 앞서간 이문세님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뒤 따르지만 좀처럼 그 꼬리를 잡을 수 없다. 폐초소가 보이는 임도를 거쳐 바람재로 내려서는 능선길에서 바라보니 저 먼발치 커다란 헬기장에서 이문세님이 참으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30분먼저 도착했다나......zz

헬리포터를 지나 이문세님과 함께 가파른 오름질을 하다보니 또 다시 뒤쳐진다. 황악산 정산을 지나 직지사를 버리고 직진길로 접어들어 올라서니 이문세님 선두일행이 잘못된 등산로 표식기를 정비하고 있다. 얼른 선두팀에 합류하여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서니 마을과 도로가 보이고 lafuma론칭기념 백두대간대종주 현수막이 보이고 전세버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끝이구나 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13:00...... 시우너한 맥주한잔과 오리주물럭으로 마지막 만찬을 함께하고는 석별의 정을 윤회악수와 포옹으로 아쉬움을 대신하니 또 다시 일상이다. 황홀한 추억이었음이다. 더 늦기전에 한 구간이 아닌 광활한 백두대간의 품에서 춤추리라 다짐한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