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명성지맥 종주기4

 

 

 

                               *지맥구간:낭유고개-관음산-도내지고개

                               *산행일자:2011. 3. 20일(일)

                               *소재지   :경기포천

                               *산높이   :733m

                               *산행코스:낭유고개-관음산-501m봉-316.5m봉-도내지고개

                               *산행시간:8시50분-14시39분(5시간49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 유한준 회장 등 8명

                                (24회이규성, 김주홍, 우명길, 29회유한준, 오창환, 정병기

                                 31회 김성만, 초대손님 박현출님)

 

 

  이번 봄비가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은 중국의 황사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서 터져 나온 낙진이 혹시라도 이 비에 섞인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서인데 사람들 걱정은 조금도 아랑곳 않고 그칠 줄 모르고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낭유고개를 출발해 관음산을 오르며 기왕 내릴 바에야 구질구질한 비보다는 새하얀 눈이 좋겠다했는데 바란 대로 눈이 펑펑 내려 산에 오기를 참 잘했다 했습니다. 한수 이남의 산들은 춘분을 제대로 맞으려 겨울의 잔재를 씻어내느라 한창 바쁜데 이번에 오르는 관음산은 위도가 북위38도로 높은 편이며 산 높이도 700m대여서 아직도 겨울이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봄비 대신 겨울눈이 내려주기를 원했는데 제우스신이 저희들의 이런 뜻을 살펴주어 비를 백설로 바꿔주었습니다.

 

 

  3월 하순에 함박눈을 만나보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를 피하려 집에 남아 있었다면 이렇게 탐스러운 흰 눈을 어찌 맞이할 수 있었겠습니까? 소나무 잎들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송이가 참으로 소담스러웠습니다. 백설이 쌓여 있는 벙커 위 봉우리도 더할 수 없이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길이 좀 미끄럽기는 해도 흰 눈이 살짝 깔린 비알 길을 걸어 오르며 한껏 기분이 삽상해짐을 느꼈습니다. 한 일 년 이런 눈을 다시 못 본다 싶어지자 다시 얼굴을 내보여 이 산에서 하얀 눈을 앗아가는 태양이 밉살스러웠습니다.

 

 

  눈이 그치고 안개가 가득 들여 이산의 분위기가 그윽했습니다. 밝음과 어둠을 완충하는 안개는 그 흐릿함 속에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 산도 속내를 들어 내보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말 많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산만이 아니고 이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생명체들도 안개 속에 숨어 쉬고 싶을 것입니다. 그들 뜻이 그렇다면 그리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그리하면 사람들도 안개 속에 숨어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산상에 햇빛이 내려앉았습니다. 산속의 생명체들이 단잠을 다 잤다 싶을 즈음해 태양이 안개를 걷어 들였습니다. 안개가 사라지고 밝음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밝음과 함께 따사로움도 되살아났습니다. 안개를 걷어낸 태양이 봄을 재촉했습니다. 오전에 내린 눈은 겨울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음을 알리는 고별의 눈이었기에 남중한 태양이 주저하지 않고 눈을 다 걷어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나절 사이에 일어난 기상변화가 끝나고 이 산은 다시 봄에로의 일상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아침 8시50분 낭유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오전에는 비가 오고 오후 들어 날이 갤 것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대로 아침 내내 내린 비가 좀처럼 멈출 줄 몰라 별 수 없이 낭유고개에서 비옷을 껴입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나자 서쪽으로 이어지는 지맥길이 가팔라졌습니다. 해발고도가 400m를 넘어서자 지분대는 비가 진눈깨비로 변했다 했는데 이내 함박눈으로 바뀌어 오름길에 하얗게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산행시작 반시간이 조금 더되어 다다른 벙커 위 봉우리에 세워진 앙증맞은 탄피종이 두 해전 한북정맥 종주 시 마지막 봉우리 장명산에서 타종했던 종과 같아 더 눈길이 갔습니다.

 

 

  10시28분 해발733m의 관음산에 올랐습니다. 탄피종이 세워진 벙커위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지맥 길을 따라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완만한 오름길을 천천히 걸으며 진행하다가 앞에 보이는 암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했습니다. 하얀 눈에 박무가 더해져 시야가 좋지 않아서인지 관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아주 멀게 느껴졌습니다. 평탄한 길을 이어가다 된비알 길을 올라 바위 봉에 이르렀는데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내려섰다 오르기를 몇 번 반복하다 경사가 가파른 된비알 길을 걸어 헬기장이 들어선 관음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헬기장에 막 내려앉은 신설은 이내 스러지겠지만 이 봉우리가 관음산 정상임을 알려주는 표지목은 눈비를 맞아가며 오래 오래 이 봉우리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날만 좋았다면 한 눈에 들어왔을 사향산과 한북정맥의 연봉들을 조망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정상을 떠났습니다.

 

 

  11시32분 벌목지를 지났습니다. 관음산 정상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눈이 내려 모처럼 마음 놓고 쉬고 있을 태양열 집진판 옆을 지났습니다. 얼마 후 오른 쪽으로 산정리길이 갈리는 능선 삼거리에 다다른 시각이 11시1분으로 “관음골삼거리/정상/산정리”의 표지목이 세워진 여기 삼거리에서 관음골삼거리 방향으로 직진했습니다. “현위치: 관음산1-3(7부능선)”의 119안내판이 세워진 능선 끝자락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우측사면의 낙엽송을 베어내 개활지로 변한 벌목지 봉우리를 넘어 5-6분을 내려가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아 점심을 들었습니다. 방금 전에 눈발이 멈췄다 싶었는데 어느새 태양이 구름을 헤치고 나와 점심 식사를 하느라 앉아 쉬는 저희들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13시8분 501m봉에 올라섰습니다. 반시간 남짓 걸려 식사를 마친 후 12시10분경 오후 산행을 이어갔습니다. 잣나무와 참나무 숲이 좌우로 갈리는 능선 길에 내린 눈은 다 녹아 안 보이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걷기가 편안했습니다. 낙엽 길을 걸어올라 만난 초록색의 철조망 울타리를 끼고 왼쪽으로 돌았습니다. 오른 쪽 계곡으로 떨어지는 울타리와 헤어져 오른 봉우리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오전에 오른 관음산이 잠시 보였다가 다시 보이지 않은 것은 오전 내내 골짜기를 덮었던 안개가 능선으로 올라가 마지막 관음산 정상과 세 싸움을 해서였습니다. 몇 곳의 희미한 갈림길에서 길을 제대로 찾아 501m봉에 올라서자 산친구산악회에서 비닐 카바를 씌워 줄기에 매달아 놓은 표지물이 보여 반가웠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아 길 찾기가 쉽지 않은 이 구간을 방송대의 중간시험 때문에 나중에 저 혼자 할 까 하다가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참가했는데 참 잘 한 결정이었습니다. 501m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길을 따라 걸어 바위구간을 지났고 이내 환기구가 설치된 군 벙커 위 500m봉에 도착했습니다.

 

 

  14시39분 도내리고개 바로 위 밭에서 이번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웅장한 암벽이 서측 면을 받쳐주는 명성산이 아주 가깝게 보이는 500m봉에서 내려가 만난 암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해 다다른 갈림길에서 직진해 450m봉에 올랐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넓은 안부를 지나 사각체의 시멘트표시석이 세워진 군 벙커 위 442m 봉에 다다랐는데, 500m봉에서 442m봉에 이르는 길을 제대로 이어가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442m봉에서 얼마가 내려가 송전탑을 지났습니다. 얼마 후 만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헤어지고 바로 앞 봉우리에 올랐다가 오른 쪽으로 내려가 삼각점이 설치된 316.5m봉에 도착한 시각이 14시31분이었습니다. 7-8분을 더 걸어 내려가 다다른 삼포 옆 묘지터에서 다음에 오를 불무산을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빙 둘러서서 하루 산행을 무사히 마쳤음을 자축하면서 4구간 종주산행을 끝냈습니다.

 

  묘지터에서 오른 쪽으로 옮겨 타일랜드 군 참전기념비를 들렀습니다. 한국전쟁 때 전투군을 파견해 우리나라를 도운 태국군의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참전비를 들러보고 새삼 고마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제 고향 파주의 적성에 주둔했던 태극군이  완전 철수한 것은 1971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내린 눈이 바로 사라질 눈이기에 더욱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사람도 그러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능력 있고 재력이 있어도 제 때 물러서지 않는다면 그를 두고 아름답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있으라고 주위에서 붙잡을 때가 바로 물러설 때일 것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영생하지 않고 수명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산행기록이 부실해 상당부분 기억에 의존해 써서 틀린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지적해주시면 바로 잡겠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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