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산행기

 

★일자:2004년 11월 21일(일요일)
★구간:제20구간(호남정맥15구간)어림고개-오산-천황산-구봉산-서밧재
★날씨:맑음
★시간소요:6시간(나의소요시간:5시간15분)

 

  눈을 뜨니 02시 40분!
  다시 감았다 떠보니 04시 20분!
  감았다 떳다를 반복하며 마음은 벌써 호남정맥길을 걷는다.

 

컴컴한 새벽길!
'조심히 다녀 오라' 는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아파트 현관문을 나선 시간은 06시 정각!
찬바람이 어께를 움츠리게 옷 사이로 파고든다.

 

555번 시내버스가 한재사거리에 날 내려놓고
서 시장 쪽으로 휭 하니 가버리니
건널목에는 나 혼자만이 외로이 남는다. 

 

시민회관 앞으로 가는 길가에는
나의 손바닥보다 더 큰
가로수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며
나그네의 발에 밟혀 갈기갈기 부서진다.

 

새벽녘에 뒤져본 컴에서
"인생 최대의 실패는 스스로를 잘 낫다는 것이다"
라는 글귀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겸손하고 낮은 자가 되게 하여주소서'
라고 기도해 본다.


결혼 시기라 오늘 참여 인원이 다소 저조하다.
07시 정각에 여수를 출발한 36명의 우리 정맥 팀은 09시에 어림고개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거리가 짧아 널널한 산행이 될 것이라는 우리 등반대장의 설명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오늘의 들머리 어림고개


시작은 대단히 가파르다. 그러나 길은 양호하여 오르는대 별 어려움이 없다. 시작부터 땀이 흘러 웃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신발을 단단히 교정한다.
20여분 올랐을까! 오름이 끝이 나고  내리막길, 그리고 다시 오름 길이다.
완만한 오름이 끝이 나면 능선은 우측으로 꺾인다. 바로 560봉인가 보다.
조금가면 능선상의 임도가 나타난다. 억세가 장관이다. 뒤를 돌아보니 무등산과 안양산이 웅장하게 보인다.

 

                          억세능선에서본 무등산1

 

                       억세능선에서본 무등산2


잠시후 오산 정상에 도착한다.

 

                                        오산정상


오산은 해발687m로 오늘의 코스 중에 가장 높은 봉이다. 2개의 봉우리는 암봉으로 되어있어 조망이 좋다. 좌측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우측은 2개의 바위로 되어 있다. 한참을 주위를 조망해본다. 동복호의 푸른 물이 시원스레 보이고 우로는 산중마을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추워옴을 느껴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마루금은 감시카메라 뒤쪽으로 이어진다. 10여분후에 안부공터를 만나고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헬기장이다. 그리고 굴곡이 없는 길을 잠시 가면 마루금은 좌측으로 급 내림길이다. 내림길이 끝나고 평지길을 조금가면 정상을 출발한지 30분정도 되었을까? 산죽이 사람의 키를 훨씬 넘는 군락지를 지난다.

 

                                    산죽길


완만한 오름길을 조금 오르면 지도상에 삼각점이 있는 592.2봉을 올라 마루금은 좌측으로 밧줄이 설치되어있는 급 내림길이다. 낙엽이 등로의 길에 가득하여 일행들은 엉덩방아를 찧기가 자주 일어난다. 미끄럼에 주의하며 내려서니 소나무가 울창한 지역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간다. 산길은 두갈래로 갈라지는 능선분기점인 삼거리가 나타난다. 마루금은 우측인대 나무로 막아놓았고 묘치재 탈출로라고 되어 있다. 마루금을 따라 조금가면 내림길이고 바로 묘치재에 도착한다. 묘치재를 건너 묘에서 후미인 우리 일행은 쉼을 한다. 바나나 귤등을 먹으며 오늘 처음 물을 마신다.
묘치재는 금호온천으로 가는 길과 동복을 경유하여 남해고속도로로, 화순을 거쳐 광주로 가는15번국도인 삼거리이다. 안양산 휴양림의 이정표와 삼거리가든이 있다. 멀리 나무 사이로 동복호의 푸른물이 보인다.

 

    

                                      묘치재

               묘치재 건너서 쉼을 하며 바라본 동복호


잠시 쉬었는대도 땀이 식으니 추워 온다. 다음은 천황산을 오를 차례다.
칡넝쿨지대를 지나 밭가로 돌아가니 묘로 가는 두 갈래길이고 마루금은 좌측 묘 가로 가다가 바로 산길로 이어진다. 오름길을 10여분 오르니 마루금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봉분이 낮은 묘가 나타난다. 이곳이 지도상에 385.8봉인가 보다. 오르내림을 반복 하다가 완만한 내림 길을 가다보니 잘 다듬어진 묘에 시제를 지내고 있다. 시제를 모두 끝내고 묘하단 부에서 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불이 나면 큰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불이 나면 메스컴은 또 등산객들의 소행이라고 확인도 안하고 떠들어대리라. 묘 하단부에는 임도가 있는대 시제꾼들이 타고 온 겔로퍼 한 대가 서 있다. 이곳이 주라치이려니 하고 길을 재촉한다. 우리는 380봉을 올라 조금 가다가 양지바른 곳에 앉아 점심 밥상을 차린다.

 

                                 점심상을 차렷슴다.


식사시간은 25분정도 소요되었다. 다시 완만한 길을 20여분 걸어가니 천황산 정상에 도착하여 삼각점을 확인한다. 오늘 내내 걸어온 길은 이정표하나 정상 표지석 하나 없는 코스다. 천황산이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볼 것 없는 산이다. 삼각점은 (독산 216-재설 2001.6)이라고 되어 있다.

 

                               천황산정상삼각점


천황산을 뒤로하고 우측으로 급경사 길을 내려간다. 나무와 바위를 잡고 내려가는 길이 잘못하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20여분 후에 내림 길은 끝나고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작은 오르내림 끝에 전봇대와 안테나가 설치된 시멘트도로에 도착 하는대 마루금은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다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안테나가 2개 전봇대가 2개가 있어 멀리서보면 안테나 밀집지역 같다. 이동통신 건물인지 건물도 있고 건물 처마 밑에는 말 벌집이 특이하다.
멀리 화순 탄광지역도 보인다.

 

                       디카로 당겨본 화순탄광지역

 

                     이동통신건물처마밑 말벌집


산길을 조금 가다 좌측으로 오르면 능선 분기점이 나타나고 마루금은 우측으로 내려간다. 구봉산정상이 직진으로 지척이다.
이곳에서 묘치재에서 출발한 b코스요원들을 만난다.
내림 길을 가다보면 임도가 나타나고 임도를 따라 좌측으로 조금가면 다시 우측 산길로 접어든다. 구봉산 분기점을 출발한지 36분 후에 우리는 맨 후미로 서밧재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의 끝머리이다. 낮이 짧아 구간을 조정했던 것이 너무 짧았나보다.

 

                            산행의 끝머리 서밧재


우리는 서밧재에서 생선 없는 야채 회 무침을 안주 삼아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하고 해가 중천에 있는 오후 3시경에 여수로 향한다. 준비한 회 무침용 생선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깜박 잊고 야채만 가지고 온 총무 부인의 사과 말에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며 이해하고 웃어 넘기는 회원들의 넉넉한 마음에 감사할 뿐이다.

 

오늘도 나에게 어떤 잘못이 있었을까! 쓸모 없는 말을 많이도 한 것 같다.
술이란 묘하게도 깨고 나면 후회할 말을 많이 하게 만든다.
끝.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2-20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