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9일 (수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1:00)
광주터미널(04:24)
영암터미널(06:05)
불티재(06:32)
누릿재(07:02)
양면석불(07:42)
주능선(08:19)
천황봉(08:43)
바람재(09:12)
미왕재(09:59)
도갑산(10:58)
386봉(11:24)
전망바위(11:55)
능선갈림봉(12:25)
쌍묘(12:34)
사거리안부(12:49)
월각산(13:09)
능선갈림길(13:43)
186.5봉(14:50)
밤재(15:00)
주능선(15:39)
벌매산(15:52)
사거리안부(16:31)
삼각점(16:44)
제안고개(16:58)
성전(17:25)
광주터미널(19:40)
강남터미널(23:10)

◈ 도상거리
약 20.1km

◈ 산행시간
약 10시간 26분

◈ 산행기

- 양면석불
시커멓게 서있는 새벽 월출산을 바라보며 안개 자욱한 13번 국도를 지나 불티재에 내리니 막 어둠이 물러가고있고 대기는 비를 내릴듯 축축하다.
의외로 낙엽 가득한 편안한 등로를 올라가면 싱그런 아침을 맞이하며 새들은 즐겁게 지저귀고 영암의 명산인 월출산을 기대하는 산객의 마음 또한 설레인다.
좌우로 홈통길이 뚜렸한 누릿재를 넘고 월출목장의 철조망과 전주가 보이는 억새안부를 지나서 고라니 한마리가 황급하게 도망치는 산길을 여유롭게 걸어간다.
잘 정비된 가파른 산죽길을 올라가면 안개에 젖어서인지 아니면 실비가 정말 내리는지 숲은 물방울들을 잔뜩 머금고있고 몸은 금방 젖어온다.
본격적으로 빽빽한 산죽지대가 시작되고 철선따라 억센 관목들과 굵은 명감넝쿨들을 헤치며 올라가면 일기예보와 달리 사방은 온통 운무로 가려지고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바위지대를 지나 찬바람을 맞으며 넓직한 암봉에 오르니 발밑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비석과 함께 오래된 무덤 한기만 억새밭에 숨어있다.
이정표따라 능선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양면석불로 가보니 세월에 씻기고 닳은 부처님이 잔잔한 미소를 짓고있고 밑에있는 대숲은 얼마나 울창한지 음침하고 귀기서려 보인다.



▲ 오래된 묘소



▲ 양면석불



- 천황봉
암릉을 따라가다 커다란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돌면서 우회하니 응달에는 얼음판이 녹지않아 미끄럽고 비구름사이로 주위의 암봉들이 조금씩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협곡처럼 패여있는 바위지대를 이리저리 돌고 밧줄을 잡고 약간 까다로운 암릉을 올라 봉우리를 우회하면 산죽지대가 나오는대 눈이 많이 깔려있고 암벽에는 큰 얼음기둥들이 만들어져있다.
암릉들을 지나고 산죽사이로 뚜렸한 등로를 내려가니 구름다리에서 올라오는 일반등로와 만나고 이정표가 서있지만 등로는 반질반질하게 얼어있어 미끄럽다.
작년여름 억수같이 비오는 날 아내와 함께 힘겹게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철난간들을 잡고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통천문을 지나 천황봉(809.0m)에 오르니 텅빈 정상에는 참새들만 몇마리 노닐고있고 자욱한 비안개는 기암괴석들을 완전히 가리우고있다.



▲ 천황봉 정상


- 미왕재
찬바람 거세게 부는 정상에서 소주한잔 마시고, 철난간을 잡으며 얼어붙은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가 경포대갈림길을 지나고 억새 출렁이는 바람재 안부를 넘는다.
언제나 음험하게 보이는 신비한 베틀굴을 다시 구경하고 오리무중 안개에 묻혀있는 암릉길을 지나 진흙이 쩍쩍 달라붙는 눈길을 신경써서 통과한다.
억새밭으로 내려가 도갑사갈림길이 있는 미왕재에 앉아 잠시 김밥을 먹고, 휴식년제로 묶여있는 기맥으로 들어가지만 무심코 산죽지대를 지나서 왼쪽 뚜렸한 길로 잘못 내려가다 되돌아온다.
헬기장을 넘고 도갑사주차장을 가리키는 국립공원 이정목을 보며 잡목가지들이 걸기적거리는 능선을 따라 바위들이 서있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왼쪽 능선너머로 도갑산이 흐릿하게 올려다 보인다.



▲ 베틀굴


- 도갑산
잡목들을 헤치며 내려가다 모처럼 시야가 트이는 바위에 서니 짓푸른 학룡제위로 주지봉과 문필봉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구름이 잠깐 걷히며 내려온 산중턱으로도 제법 멋진 바위들이 점점이 박혀있어 월출산에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거친 산죽숲을 뚫고 이정목들을 확인하며, 성전저수지쪽으로 등로가 갈라지는 봉우리에 올라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키가 넘는 산죽지대를 통과한다.
두리뭉실한 도갑산(400.9m) 정상에 오르니 산죽들만 빽빽하고 휴식년제를 모니터링하는 흰색 줄들이 걸려있으며 사방이 막혀있어 답답하다.
도갑사쪽으로 길이 뚜렸한 도갑재를 지나고 지겹게 이어지는 산죽숲을 올라가니 날이 조금씩 개이기 시작하고 삼각점이 있는 375.8봉은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린다.



▲ 도갑산 정상


- 월각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길게 돌아가는 기맥길을 가늠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따라 386봉에 오르니 기맥은 남쪽으로 꺽어지며 누군가 표지기에 오른쪽으로 문필봉 주지봉가는 길이라 적어놓았는데 지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맞지 않는것 같다.
왼쪽으로 지능선이 갈라지는 봉우리를 지나고 잡목길을 내려가면 나뭇가지사이로 설악의 주걱봉처럼 바위 하나가 불쑥 솟아오른 문필봉과 주지봉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보여 걸음을 멈추게한다.
왼쪽으로 멀치감치 떨어져있는 월각산을 바라보며 봉우리를 우회해서 동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바위가 나오는데, 문필봉과 주지봉은 물론이고 금생제와 율치재등 남도의 아름다운 저수지와 학산면일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녹슨 깡통들이 굴러다니는 325봉을 넘고 산죽들을 헤치며 봉우리를 우회하면 기맥은 정남쪽으로 방향을 돌리며 가야할 월각산은 나뭇가지사이로 꽤나 우람한 모습을 보여준다.
쌍묘가 있는 곳에서 기맥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지고 산불지대를 지나 임도로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니 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있다.
구슬땀을 떨어뜨리며 급사면 능선을 힘겹게 오르고 산죽들을 헤쳐가며 주능선에 올라 기맥에서는 떨어져있는 월각산으로 향하다 점심을 먹고있는 마을주민들을 처음으로 만난다.
돌무더기속에 막대기 하나 꽂혀있고 작은 비닐코팅판이 걸려있는 월각산(456.0m)에 올라가니 오전내내 모습을 감추고있던 월출산이 정면으로 웅장하게 서있고 구정봉과 향로봉의 울퉁불퉁한 암봉들이 마치 수석처럼 아름답게 보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나온 기맥은 물론 벌매산너머로 가없이 펼쳐나가는 두륜산줄기를 보고 또 보며 아까운 시간만 축내다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소주한잔으로 달래고 만다.



▲ 월각산 정상



▲ 월각산에서 바라본 월출산



▲ 지나온 마루금너머로 보이는 문필봉과 주지봉



▲ 월각산에서 바라본 두륜산으로 뻗어나가는 마루금



- 밤재
갈림길로 돌아와 바위지대를 따라 뚜렸한 등로를 내려가면 송림이 우거져있으며 능선끝으로는 송월제와 멋지게 솟구친 암봉들이 눈길을 끈다.
작은 나방들이 날라다니는 한적한 능선길을 따라가니 암봉으로 이어지는 직진길에는 일반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고 기맥은 오른쪽 흐릿한 길로 급하게 꺽어진다.
나뭇가지사이로 멋진 암봉들을 쳐다보며 아쉬워하다가 노송들이 어우러진 바위봉에 오르니 누워있는 미녀의 모습이라는 벌매산이 정면으로 서있고 밤재로 낮게 이어지는 기맥이 잘 보인다.
암릉을 내려가 이리저리 휘는 야산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갑자기 길이 없어지지만 벌매산방향을 가늠하고 잡목들을 헤치며 무덤가로 내려가니 약간 오른쪽의 안부에는 기맥표지기들이 붙어있다.
삼각점은 확인하지 못한채 잡목들이 꽉 들어찬 185.6봉을 넘어서 잘 정비된 무덤들을 만나고 임도따라 2번국도가 지나가는 밤재로 내려가니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도로에는 차들이 쌩쌩 무섭게 지나친다.



▲ 뒤돌아본 월각산



▲ 월각산에서 이어지는 수려한 암봉들



▲ 바위봉에서 바라본 밤재와 벌매산



▲ 누워있는 미녀의 형상을 하고있다는 벌매산



▲ 밤재



- 벌매산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문닫은 주유소로 올라가니 황사인지 거센 봄바람이 불어오며 옹벽만 쌓아놓고 지금은 중단된 공사현장이 나온다.
절개지끝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채석장이 가깝고, 능선으로 어렵게 붙으니 길도 거의 없고 희미한 족적만이 보이며 간혹 걸려있는 표지기만이 기맥임을 확인해준다.
미녀의 머리부분인 잘생긴 암봉을 왼쪽으로 바라보며 잡목들을 헤치고 급사면 능선을 올라가면 발밑으로 도로가 내려다 보이고 미녀의 가슴쪽 암봉이 머리위로 높게 보인다.
나무들을 잡고 허리를 구부려가며 수직사면길을 간신히 올라 암봉에 서니 조망도 탁 트이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말려주며 벌매산이 비로서 앞에 모습을 보인다.
오른쪽으로 꺽어져 뚜렸한 등로따라 산죽지대를 뚫고 벌매산(464.0m) 정상에 오르니 베어진 산죽가운데에 큰 바위 몇개만이 햇볕을 받고있고 수많은 표지기들은 일제히 가학산쪽을 가리키고있다.



▲ 암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기맥의 마루금



▲ 벌매산 정상



- 제안고개
남동쪽으로 꺽어져 간벌된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능선을 내려가서 무덤 한기가 누워있는 억새안부를 지난다.
봉우리들을 우회하며 잡목과 억센 관목들이 빽빽한 야산길을 지나면 가지들이 빰을 때리고 명감넝쿨들이 사방에서 찔러댄다.
월평리쪽으로 길이 뚜렸한 안부를 넘고 능선에 놓여있는 글씨없는 삼각점을 지나서 동백나무 한그루가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고있는 흐릿한 능선을 따라간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13번국도를 횡단하고 가파른 절개지를 치고 오르니 기맥이 다시 이어지며, 무덤들을 지나 안락한 소로를 따라가면 옛 13번국도가 지나가는 제안고개가 나온다.
애향탑이 서있는 고갯마루에서 다음 들머리를 확인하고 눈앞에 빤히 보이는 성전면소재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면 산자락너머로 월출산의 수려한 암봉들이 모습을 보이며 아쉬웠던 산객의 마음을 달래준다.



▲ 제안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