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9일 (일요일)

 

◈ 산행일정
장전고개(05:15)
백운산(06:02)
큰재(06:43)
무량산(08:16)
마장터(09:00)
화리치(09:10)
정맥우회봉(09:26)
마장이고개(11:10)
대곡산(11:48)
추계재(13:19)
고성터미널(14:30)
남부터미널(18:50)

 

◈ 산행시간
약 8시간 04분

 

◈ 산행기

 

- 백운산
새벽부터 서둘러 일어나 어제 약속한 택시를 타고 정적에 잠겨있는 장전고개에서 마루금을 이어간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농장으로 들어가니 사나운 개들이 사방에서 뛰어나오고 랜턴 불빛에 반사되는 시퍼런 안광에 공포심이 돋아나지만 주인은 나올 기색도 없다.
되돌아 나와 그냥 능선으로 붙으면 키를 넘는 옥수수밭이 나오고 쓰러진 옥수수대를 밟으며 산으로 올라가니 표지기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오르면 커다란 바위군상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선바위처럼 생긴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방이 시원하게 열리며 여느때처럼 붉은 태양은 정맥위로 솟아 오르고 세상은 잠을 깬다.
가을날처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바위지대를 이리저리 돌아 무덤 한기가 정상을 지키고 있는 백운산(485m)에 오르니 조망이 너무 좋아 지나왔던 정맥이 한눈에 들어오고 고성읍과 남해바다가 가깝게 보인다.
진땀을 딱고 너럭바위에 힘빠진 몸뚱이를 눕히고 있으니 살랑거리는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슬슬 졸음이 오지만 기나긴 정맥을 생각해 애써 일어난다.

 

- 무량산
삐삐선과 함께 봉우리 하나를 넘고 넓직한 임도를 따라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큰재로 내려가니 아침부터 제법 차량들이 많이 다닌다.
바람에 실려오는 분뇨냄새를 맡으며 길을 건너면 무지막지한 까시덤불이 기다리는데 마침 족적이 있어 따라 들어가 보니 많은 인원들이 길을 만들며 내려온 흔적이다.
덤불지대를 빠져 나가서 등로는 마른 계곡을 건너 이어지지만 오른쪽 너덜지대로 들어가 보아도 잡목이 너무 빽빽하고 도통 길을 만들수 없어 다시 내려온다.
아쉽지만 계곡을 건너면 아주 가파른 등로가 이어지고 구슬땀을 흘리며 바위전망대들을 지나 무량산으로 착각한 578봉에 오르니 시야가 트인다.
곳곳에 나타나는 바위지대들을 통과하고 노송들이 어우러진 봉우리들을 계속 넘으면 능선갈림길이 나오고 정맥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는 무량산으로 올라간다.
암릉들을 지나고 잡초들이 우거진 무량산(581.4m)에 오르니 고성인들의 기원이 발원한다는 정상석이 서있고 뜨거운 햇볕아래 잠자리들이 노닐며 마치 뒤뜰처럼 평화스러운 느낌이 든다.

 

- 사슴목장
갈림길로 돌아와 시원한 송림그늘에서 라면을 끓이고 햇반으로 아침을 먹으려니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돌장고개까지 먼 길을 어떻게 갈지 걱정이 앞선다.
한동안 쉬고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면 넓은 임도가 있는 마장터가 나오고 왼쪽으로 능선에 붙어 억새와 싸리나무들을 뚫고 나가 임도들이 교차하는 화리치로 내려선다.
가파른 잡목숲을 헤치고 올라가 쇠파이프를 따라가면 드디어 사슴목장의 철조망이 가로막고 마루금은 농장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철조망을 끼고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안부로 내려서니 뜨거운 태양은 머리위에서 작열하고 잘못 키작은 송림으로 들어서면 날카로운 솔잎들은 사정없이 몸을 찔러댄다.
억새와 잡목들을 뚫고 간신히 봉우리에 오르니 등로는 왼쪽 사면으로 급하게 떨어지고 전망좋은 무덤을 지나면서 갑자기 길이 사라진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을 찾아도 절벽만 나오고, 지도상으로도 방향이 틀리고 마루금을 벗어난것 같아 내려왔던 급사면 길을 다시 올라가 본다.
힘겹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며 쓰러진 나무에 가려있던 등로를 찾기는 하지만 결국 농장때문에 마루금을 우회하는 길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아챈다.

 

- 대곡산
한시간도 넘게 헤메다가 우회길을 따라 내려가면 사슴목장 철문이 나오고 마장이재로 올라가니 듣던대로 철조망이 산허리를 완전히 막고 있으며 안에서는 엘크사슴들이 유유자적하게 풀을 뜯고있다.
다시 왼쪽으로 내려가 철조망따라 잡목숲을 뚫고 올라가면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길을 찾으며 지쳐서인지 힘겹게 가다쉬다를 반복한다.
관목지대를 따라 낙남정맥의 최남단에 위치한 대곡산(542.9m)에 간신히 오르니 정상에는 억새들이 그득하고 풀속에 삼각점이 얌전하게 숨어있다.
누구 말대로 두번 다시 하고싶지 않은 구간을 통과하고 소나무 밑에 앉아 참외 한개 까서 먹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땀을 식혀주지만 꼴이 말도 아니고 몸상태가 엉망이다.
이제 정맥은 곧 추계재로 떨어지고 부련이재를 넘어 오늘의 목적지인 돌장고개까지는 평탄하게 이어지겠지만 웬만하면 부련이재에서 끊을 생각을 하며 배낭을 멘다.

 

- 추계재
줄곳 남쪽으로 내려오던 정맥은 대곡산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지리산의 영신봉을 바라보며 끊어질듯 아슬아슬한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시원한 송림을 지나고 완만한 길을 쉬엄쉬엄 걸어 안부로 내려가니 지겹도록 이어지는 목장문이 다시 나타나고 오래된 임도를 만난다.
넓직한 길따라 커다란 송전탑을 지나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잡목숲을 따라가니 깜박깜박 졸음기가 오고 탈진이 온듯 산행하기가 싫어진다.
완만한 능선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깍아지른 절개지가 나타나고 산으로 올라가는 새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대가면과 상리면의 경계가 되는 1016번 지방도로상의 추계재가 나온다.
힘이 들어도 부련이재까지 갈까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느틈에 시간이 오후1시가 넘어섰고 다음에 고성읍에서 접근이 용이하다는 핑계를 만들며 그만 산행을 끝내기로 결정한다.
바로 밑에 보이는 추계마을로 내려가니 마을은 텅 비어있지만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는 그늘에는 주민 몇분이 쉬고 계신다.
버스는 시간이 맞지않아 고성택시를 부르고 할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앉아있으니 정말 시원스런 바람이 불어오며 탈진하고 또 자책하는 산객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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