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이미 마음은 코재를 지나 종석대 정상에 머물고 있었다. 11월 11일 영등포역. 토요일 인지라 건강지수가 제법 높아 보이는 같은 행색 차림의 꾼들이 눈에 많이 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행렬 틈에 이번 대간 동행자 운암님을 뵈니 평소에 자주 보는 얼굴인데도 오늘따라 반갑다.
지난 밤, 잠을 설친 탓으로 열차에 몸을 싣자마자 깊은 나래로 접어든다. 곡성역을 지나면서 웅성거리는 차내 분위기에 잠을 깨니 새벽 03시, 20여분을 지나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그리 낯설지가 않다. 열차에서 내린 산객들은 성삼재행 첫 버스를 타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구례버스 터미널을 경유하여 약 1시간 정도 지체돼 아침을 해결하고 차에 오른다. 04시20분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화엄사를 지나 성삼재에 새벽 05시에 도착한다. 지리산 종주 산객들과 함께 어울려 노고단 방향을 오르다 코재에서 종석대로 방향을 튼다.출입금지선을 지나 비교적 뚜렸한 등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종석대**
길을 잘못 들어 차일봉 방향으로 내려갔다 돌아 나와 종석대 방향으로 다시 길목을 잡는다. 입동을 지나서인지 종석대 정상의 밤바람은 매섭고 혹독하다.정상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성삼재 방향으로 능선길을 이어간다.우측으로 꺽이면서 30여분 정도 진행하면 경사진 너덜길이 나오고,성삼재 매표소 불빛이 보인다. 불빛을 따라 내려가면, 새벽에 출발했던 성삼재 휴계소로 다시 돌아온다.
성삼재휴게소(1090m)를 지나 달궁 방향으로 2분쯤 걸어 내려가면 도로 왼쪽 초록색 철망 너머로 만복대가 6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있다.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가벼운 오르내림을 하다보면 작은고리봉(1,248m)에 도착한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면서 지리산 반야봉이 불그스레 홍조로 물들기 시작한다. 산에 오르면서 한번쯤은 늦가을 일출을 맞아볼 수 있으리라 기대는 했지만 영롱한 빛살이 온누리를 감싸고 뒤늦게 핀 억새들이 은백색 물결로 일렁거리니 더욱 장관이다. 커피와 단감으로 피로를 풀고 다시 출발, 복이 가득한 길을 오르면 만복대를 기점으로 지나온 능선들의 조망이 뚜렸하다.
**만복대**
만복대 정상에 서면 북동쪽으로 반야봉이 지친 산객을 보듬고, 구례와 남원을 잇는 험준한 산길(지방도 861번)이 지나는 백두대간 마루금 고개 성삼재를 시작으로 고리봉가 바로 앞에 빤히 내려다 보인다.성삼재를 시작으로 멀리 주봉인 천왕봉까지 지리주맥을 한눈에 볼수있다.
갈 방향, 북쪽으로는 정령치에서 잠시 허리를 굽히고, 큰 고리봉에서 깃을 세워 반야봉을 지나 인월까지 태극맥을 이어간다. 늘씬하게 뻗어내린 산하의 멋스러운 풍광을 둘러보며 잠시나마 대자연의 미를 격조있게 감상 해 본다.
정상은 정상석을 교체하는라 주변이 어수선하다.간단히 기념촬영을 마치고 정령치로 향한다. 정령치까지는 내리막길로 정령치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가끔씩 스친다. 10여분 지나 정령치(1172m)에 도착, 휴계실에 들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큰고리봉을 오른다. 큰고리봉 정상은 세갈래 길이며 직진하면 바래봉으로 향하고 좌방향은 대간길이다.
지도를 펴고 정치에 들어간다. 고기리에서 수정봉, 고남산을 이어보고 가물거리는 봉화산까지도 가늠해 본다. 지리산 주능선과 지금껏 지나온 장쾌한 능선들을 둘러보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기리로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이 한동안 이어지다 솔숲을 지나면서 다소 누그러든다. 비교적 뚜렷한 길을 따르다 젓나무 숲을 지나고 나면 좌로 크게 방향을 전환한다. 묘 2기를 지나면서 잠시후 고기리 삼거리 도착이다.
**노치마을**
들마루에서 잠시쉬고 정령치 모텔을 지나 포장 도로(60번지방도)를 따라 200여 m 를 지나면 노치마을에 도착한다. 마을회관 정자나무 앞에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국내유일 마을 주천면 덕치리 노치마을 안내석이 눈길을 끈다. 고기리 삼거리부터 몸 컨디션이 안좋아 보이던 운암님이 몇차례 갈등 끝에 결국 이곳에서 이번 구간 산행을 마치고 돌아선다. 마을을 총총히 벗어나는 모습을 애써 떨치고, 등짐을 둘러 메니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 이다.
노송이 보이는 마을 뒷산을 바라보고, 담을 돌자 바로 노치샘이 나타난다. 갈증은 이미 해소했지만 샘물을 표주박에 떠서 두어모금 마셔 본다. 계단을 올라서자 낙락장송이 보이고 소나무옆에 여유있게 쉬고있는 분들이 보인다. 같은 방향이며 여원재에서 비박을 한단다.지나치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쉼없이 진행을 계속한다. 부지런히 오름질을 하여 200m정도 고도를 높히니 작은 폭의 능선길이 이어진다. 약1시간 정도 지났을까? 고도 800에 가까와 지면서 수정봉 정상인 듯한 봉이 잡힌다.
**수정봉** 수정봉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운봉308)이 이를 대신한다. 입방치로 이어지는 길은 좌로 꺽이면서 완만한 내리막이다. 계속 이어지던 순탄한 길이 고갯길에 다달으면 입방치임을 알 수 있다.이 곳 부터 다시 오름이 시작된다.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며 진한 인내를 쏟고나면 무명봉에 올라선다. 고남산 중계탑이 멀리 보이고 차량이 지나는 소음이 전해오면서 여원재가 가까와 왔음을 느낀다. 임도를 건너 잠시 후 '운성대장군' 석장승이 서있는 넓은 도로, 여원재(해발470m)에 도착한다.
해가 기울기 전에 하룻밤 묵고갈 주막집이라도 찾아야 하는데 몇집에 불과한 동내 분위기가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미비된채로의 떠남은 그 나름대로 멋스럽다고 했던가? 이집 저집 대문을 두드리며 기웃거려 본다. 우여곡절 끝에 장교마을 입구 첫집에서 하루밤 묵기로 허락을 받고나니 기쁨이 배가다. 약주를 좋아하시는 주인장은 주안상까지 준비하시는 배려도 서슴치 않으신다. 술잔이 오가고 취기가 오르니 어느새 여원재 밤색이 짙게 물들고 있다. |
조용함속에서도 움직임을 숨기고 있으며
지금 이시각에도 마룻금을 이어가는
이름없는 산악인들의 숨소리가 들려 오는듯 합니다.
차일봉에 관한 힘들었던 기억,
종석대 들머리를 월담하려다가 제지를 당하고
아마도 선배님께서 차일봉쪽으로 가셨던 길은
제가 치고 올랐던 길일것입니다.
제지를 당하고 하산하다가 120여도를 돌아 치고 오른곳이 종석대입죠.
일전에 말씀드린바와같이 언제나 강건하심과 행복, 그리고 즐겁고 안전한
대간길 이어가시옵소서. 언제든 콜~하시면 선배님과 함께 합니다.
병술년의 아침해는 이틀후면 찬란히 떠 오릅니다.
서서히 꿈틀거리고자하는 제 몸속 세포들의 미동을 감지해 봅니다.
2005년의 마지막, 느낌이 좋으니 2006년까지 이어 가실것입니다.
언제나 파이팅 하십시요 !
- 불암산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