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 산행기(2005.10.5)

이번 산행도 계획된 8시에서 22분이나 늦게 출발하였다. 35명의 회원이 출석하였는데 당초 45개의 좌석이 다 예약되었으나 출발시간 20여분이 지나도록 10명이나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부터는 정원보다 10명 정도 더 예약을 받아 주어도 좋을 것 같았다.

중부고속도로 증평 IC에서 나가 괴산시내를 통과하여 속리산 국립공원 쪽으로 가는 것이 빠른 길이었으나, 버스 기사가, 자기가 더 가까운 길을 안다고 해서 맡겨두었는데, 쌍곡계곡에 들어서면서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편으로 접근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몇 번 내려서 등산로 입구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10시 50분경 대야산 입구인 벌바위 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여 개인장비를 고쳐 매는 등 산행 준비를 완료하고, 등산로 입구에 세워진 대야산 개념도를 보면서 대충 산행계획을 설명하고 11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등산로라고 표시된 길을 따라 몇 개의 계단을 오르고 작은 고개를 넘으니 용추계곡 입구가 나왔다. 돌마당식당이라는 간판을 뒤로하고, 계곡에 놓인 시멘트 다리를 건너 산판도로를 따라 10여분 지나니 다시 넓은 계곡이 나왔다. 여기서 부터는  용추계곡을 끼고 산속으로 난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저기 가을 빛이 도는 숲에서는 찌르레기 울음소리만 들렸다. 등산로는 계곡을 지그재그로 두세 번 건너면서 걷기 좋게 뚫려있었다. 다시 10여분 지나서 용추가 나타났는데,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세 개의 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윗용추는 마치 하트모양이었다. 이 물은 흘러서 선유동계곡을 이룬다. 용추 입구에는 대하사극 ‘왕건’에서, 왕건이 도선선사로부터 道詵秘記를 받는 곳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 책은 고려국의 예언서라고 하는데 도선이 왕건의 출생과 고려 건국을 예언하였다는 신비로운 책인 것이다.
         
용추계곡을 따라 가면서 저마다 감탄의 말을 한두 마디씩 하였는데, 내겐 그 아름답고 깨끗하고 부드럽고 오묘한 모습이 마치 벗은 여인의 몸 같이 보였다. 그리고 모래가 들여다보이는 물 위에 햇볕이 쏟아지니 그 찬란함에 영혼까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기회를 만들어 동행하지 못한 아내를 대리고 다시 한 번 찾으려니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따르는 어떤 회원님도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와서 이 아름답고 고요함을 시리도록 즐기고 싶다 하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용추계곡은 너무도 짧았다. 우리는 정상을 오르기 위해 월영대라는 곳에서 피아골계곡으로 들어섰는데, 너덜 지대 위에 난 길을 10여분 올라가니 여기서 부터는 한마디로 유격훈련 코스였다. 깎아지른 바위를 타고 넘어야 하고 미끄러운 비탈길을 올라야 하는데 다행히 곳곳에 튼튼한 밧줄을 묶어서 늘어내려 놓아 안전하게 올라 갈 수 있었다. 산행경력이 많은 사람한테는 차라리 즐기며 오를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나, 처음 온 회원이나 산을 잘 모르는 회원들한테는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고 위험스러운 코스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서 중간 중간 험한 곳이 나오면 기다렸다가 힘들어 하는 회원들에게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도와주곤 했는데, 70에 가까운 오정순님은 혼자 힘으로 오르겠다고 하면서 내 손을 뿌리치는 것이었다. 같이 온 따님도 당신을 걱정하지 않고 앞서서 가는 것이었다. 산의 푸르름 만큼이나 소박하고 건강한 모습에 고개가 숙여진다. 

월영대 표지판에 정상까지 약 80분 거리라고 되어 있었는데, 마지막 팀까지 오르는데 90분 걸렸다. 입구에서 부터는 2시간 반 걸려 오후 1시 반에 도착했다. 정상에 서니 동북쪽으로 군자산 칠보산 등이 보이는 것 같았고, 남서쪽으로는 멀리 속리산이보였다. 한 시간 가까이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단체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는데, 능선을 타는 10여분 바위 길을 빼고는 별로 어려운 곳이 없었다. 괴산군과 문경시의 경계선에 있는 밀재라는 곳에서 월영대로 돌아내려가는 다래골로 접어드니 그냥 쉬운 오솔길이었다. 가끔 샛길이 나타나곤 했지만 다시 만나게 되어있어서 뒤에 오는 팀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월영대에서 마지막 팀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는데, 정상에서 식사하면서는 저마다 내려가는 길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꺼내 놓지 않았던 술과 안주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특히 김회장이 아껴 두었던 포도증류주를 두병이나 내 놓아 술을 좋아하는 회원들은 취하도록 마셨다. 다시 40여분 계곡길을 따라 내려와 주차장에 돌아온 시간은 5시쯤이었다. 제일 먼저 내려온 회원은 오정순할머니 일행이었다.

술이 술을 부른다고, 우리는 주차장 옆에 오직 한집뿐인 가게에서 쉬면서 다시 술판을 벌여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는데, 마음씨 좋은 권고문과 선감사가 공동협찬해서 송이버섯을 30만원어치나 사서 안주로 내 놓는 것이었다. 우리는 염치불구하고 달려들어 순식간에 2kg의 송이를 다 먹어버렸는데, 모두들 마치 횡재를 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두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산행에 참가하여 따뜻한 우정을 나눈 모든 회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