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싼 종이에선 향내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 나던데
그렇다면
산사랑에 젖은 산객에게선 무슨 향이 날까.

오호애재라

부끄럽습니다.

된사람이 있고
든사람이 있고
난사람이 있듯

입만 갖은 산객이 있고
입과 눈만 갖은 산객이 있고
입과 눈과 마음을 갖은 산객이 있어

입만 갖은 산객은 나무도 숲도 보지 못하고
입과 눈만 갖은 산객은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고
입과 눈과 마음을 갖은 산객은 나무도 보고 숲도 보더라.

오호애재라
부끄럽습니다.

가슴에 세운 담이
자꾸만 높아 갑니다

어제 한치 쌓이고
오늘 두치 쌓여서

앞뒷집 높은 지붕도
이제는 안보입니다.

공지를 메우는 달빛
저리 섧게 쏟아지고

별빛의 흐느낌이
가슴 밟는 이 밤은

하늘이
열번 열려도
가슴은 답답하디 답답해도

송피의 근골 사이로
가는 정맥이 흐르는데

무명의 손때 끝에
한 시대가 젖어 있는

천고를 삭혀 온 갈증
징소리는 들리고.....

낙화 스쳐가던
술잔을 비워 내면

옹골진 가슴 속에
고여드는 산의 울음

바람도 그를 흔드는
뼈마디로 사위고.....

여기 영원과
회귀로 통하는 길목에서

산새 전언하는
설움마저 끌어 안고

한번쯤 눈을 감으면
한 하늘이 열리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