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용유담 계곡 수몰되는 ‘지리산댐’ 건설 추진
함양군 사업계획, 정부서도 공식 확인…칠선계곡까지 영향 미쳐
추성마을 이장 반대 성명…주민들 “고향산천을 댐과 바꿀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영산이자 근현대사의 많은 굴곡의 역사와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에 댐 건설작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사건의 발단은 천사령 함양군수가 지난 1월 말 지방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리산 문정댐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천 군수가 밝힌 댐 건설 예정지역은 휴천면 문정마을 앞을 지나는 엄천강 일대다. 이 지역에 댐을 건설하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아홉 곳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용유담계곡이 수몰되고, 칠선계곡 입구까지 영향을 받는다. 자연생태보고와 문화유적이 수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 함양군 마천면에 걸려 있는 ‘지리산댐 백지화’ 플래카드. 지리산 곳곳에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천 군수는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지리산 자락의 물을 가두어 두는 함양댐 건설을 수차에 걸쳐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이 충분하면 나눠 먹어야 한다. 부산에 물을 주지 말자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엊그제 정종환 장관에게 사정하다시피 댐을 건설해 달라고 했다. 내가 군수가 되기 전에는 전 군민이 댐 건설에 반대했다. 군수가 된 이후 댐 건설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설명했다. 그 이후 군민 대다수가 동의했다.”


이후 3월 중순 함양군은 정부와 경남도에 문정댐 건설을 구체적으로 건의하는 한편 경남도도 홍수대책 차원이라면서 댐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해당 지자체와 경남도, 정부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6월 9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부산에 안정적이고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리산 물을 이용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경남도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지리산 수량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6월 중순에는 천사령 함양군수가 방송에 나와 “물장사가 될 것 같아, 제 생각에는 지금은 몰라도 한 10년 후면 비싸게 팔 수 있다고 봅니다. 관광객을 유치할 수도 있고…”라고 말해 문정댐 건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천 군수의 발언이 나간 그날 함양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리산댐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24개 올라왔다. 전체 의견 26건 중 찬성 의견은 하나도 없었다. 반대자들은 “칠선계곡과 용유담의 경제적 효과, 지리산이 가지고 있는 자연문화유산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는 계량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면서 “순박한 촌노를 언어로 현혹해 사기 치는 행위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시영 함양 추성마을 이장은 4월 말 문정댐 건설에 반대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문정댐 건설은 일제도 하려 했었다. 지리산이 울고 있다. 몇 년을 호강하며 살자고 댐을 건설하려 하는가. 두 번 다시 지리산댐 거론하지 마라. 신이 빚어낸 듯한 칠선계곡과 한신계곡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존하겠다고 약속하라. 고향을 잃은 애달픔과 설움을 그 누가 알아줄 것인가. 우리 분신과 같은 고향산천을 댐과 결코 바꿀 순 없다.”


지리산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실제로 함양군수가 댐 건설 하려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남원이나 산청에서는 반대 입장”이라며 “도와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사업 추진 움직임이 있으면 본격 반대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 : 월간산